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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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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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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작성
24.01.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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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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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0화 폭풍전야(4)

DUMMY

# 90






며칠간, 남쪽 하늘에서 뿜어져 나오던 초록색 불빛이 점점 더 진해지고 커져갔다.

오늘은 그야말로 남쪽 하늘을 다 잡아먹을 듯 커지져있었고, 거기다 사납게 일렁이고 있는 모양새가 무섭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초록불이 이렇게 무섭게 보인적이 있던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분명 무슨일이 일어나고야 만다는 것.

아직 임진년까지는 3년이 남았다.

올 겨울이 지나면 내년이 고작 경인년인데.


'경인년에 왜란이라고?'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기시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전라도로 오던 경상도로 오던 한성을 가기전 우리 고을 근처를 지날 가능성이 높았다.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피해야하는 것이 인생의 순리. 결국엔, 나는 우리집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저랑 미의 결혼식 때문에 잠시 나눌 말이 있습니다."

내말에 미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이 어미도 그것이 궁금했었다."

"아시다 시피 미는 가족이 무강이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돈댁은 처남밖에 없긴하지?"

어머니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함경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인잔치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가 아끼는 동생이기도 한데 혼인식 조차 참석못한다고 생각하니 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죄송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무강을 만나러 가면 어떨까 합니다."

다소 무리한 부탁이지만, 이것 이외에는 자연스럽게 피난을 가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서방님, 저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서방님의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미가 내 말에 감동한 듯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니다. 나도 사돈 될 사람이 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영 거슬렸는데, 이참에 오빠도 보고 오자꾸나."

"어머니, 함경도까지 얼마나 험난한데요. 정 그러시면 저만 다녀오겠습니다."

"아녀자가 어찌 그곳까지 혼자 간단 말이냐, 나도 이제 살날이 얼마나 남았겠느냐. 이참에 나도 좀 돌아 다녀보자꾸나."

"어머니, 감사합니다."

미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끝내는 줄줄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런 미를 마치 딸처럼 정성스럽게 안아 드는 어머니의 모습.

나도 모르게 코가 찡해져 왔다.


한시라도 빠르게 떠나는 것이 좋다고 우겨서, 다음날 서둘러 짐을 꾸리고 집을 나섰다.


"잠시 다녀온다더니 무슨 짐을 그리 많이 꾸리느냐?"

"함경도 까지 거리가 멀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겼습니다."

"하이고, 이것아 남들이 보면 무슨 피난을 가는 줄 알겠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끔했다.

실제로 피난을 가는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


집을 나서기 전, 불길한 마음에 친한 사람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정여립에게는 다시금 사람들을 모아 무력을 도모하라 하였고, 허준, 허봉에게도 건강을 차렸으면, 이제는 외부 사람과 왕래하라고 했으면, 류성룡 대감에게는 조만간 조선의 기운이 불길하니 유념해달라고 했다.


이제 운명의 주사위는 하늘에 달렸다.

나는 더욱 찐득하게 피어오르는 초록불을 하루라도 빨리 피하고자 북쪽으로 말을 몰았다.





***

[규슈의 북단 나고야(名護屋)]


"빨리빨리, 움직여라."

"늦어지면 경을 칠 줄 알아라."

"이번 달까지는 무슨한이 있어도 완공을 해야 한다."

여기저기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선을 침략하기 위한 전진기지 건설이 어느덧 완공단계에 다다랐다. 대마도와 함께 거리나 지형으로 볼 때 조선으로 가는 침공군을 실어 나르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곳이 나고야였다.


신녀와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풍신수길이 다른 다이묘들에게 서찰을 보냈다.

[규슈에 조선을 도모할 전략기지를 만들 것이니, 적극적으로 가담하라.]


그 후 역사대로, 가토 기요마사를 축성 책임자로 삼아 속도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승리요건은 속도였기 때문에 일꾼들의 움직임이 몹시도 바빴다.


그렇게 시작된 공사.

시작한 지 2달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공사가 그 끝을 보고 있었다.


그동안 풍신수길과 다이묘들은 병력과 물자 수송에 필요한 큰 배를 수십 대 건조하였다. 다소 부족한 것은 해적의 배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혼신의 힘을 쓰고 있는 상태.


두 달 전부터, 승조원들을 차출하고 훈련을 시켜왔다.

오랜 내전으로 날카롭게 버무려진 군인들의 눈빛이 성난 사자와 같았다.


그런 모습을 신녀와 풍신수길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군요."

"신녀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아직 몇 가지가 불안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로 엄청나게 준비하신 것 같군요."

신녀의 칭찬에 풍신수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하하하. 신녀님의 말씀을 듣고 최대한 빨리 준비하였습니다."

"한데, 병력은 이것이 전부인가요?"

"죄송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병력을 지원해 주지 않아서···."

"그자가 끝까지 훼방을 놓는군요. 조선을 수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힘으로 굴복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몸집이 크니까요."

아쉽다는 듯 풍신수길에게 깊은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이미,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격입니다. 돌이키기엔 늦었습니다."

"그렇죠. 들어가서 다시 한번 편제와 참전 장수의 목록을 확인하시지요."

그대로 신녀와 풍신수길이 나고야성으로 들어갔다.


임진왜란.

흔히, 세간에는 20만이 침공에 동원됐다고 알려졌으나, 여러 자료를 통해 추정해보면 16만 ~17만 정도가 동원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 히데요시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30만.

전력투구를 하기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다른 일본에 남아있는 다이묘들의 병력이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병력을 조선으로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력의 절반 정도를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조선 침공에 나름대로 사활을 걸었다는 것을 알 수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 당시 조선 측 전쟁의 참여 병력은 6만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이 조선 정복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보다 과한 명군의 적극적인 지원.

정규군이 아닌 지방의 의병들.

그리고, 히데요시의 출신 신분도 영향을 주었다.


히데요시는 출신부터 애매한 사람.

그렇기에 히데요시를 뒤따르는 소가 신들도 신분이 애매했다.

자신의 힘을 늘리기 위해선, 가신의 힘도 중요한 상황.


확장한 영지를 자신의 수하에게 무리하게 나누어주고, 억지로 다이묘로 신분을 격상시키게 된다. 그리고 왜란 때 일본에선 나름 무력으로 이름이 난 네임드 장수들을 뒤로 물리고 자신들의 가신을 선봉장으로 삼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선봉장의 구성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

1~5군 대장들은 히데요시의 젊은 심복이거나 고참의 심복으로, 대부분 임진왜란 직전에 다이묘가 되었다.

6~7군 대장은 히데요시와 좋은 관계인 무리 가문에서 발탁되었고,

8~9군 대장은 히데요시의 양자들이었다.


물론, 이들도 나름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해 정유재란 때에는 8명의 대장 중 심복들이 줄고, 유명 무장들이 전면 배치 하면서, 서일본의 올스타들이 전원 출전하게 된다.


풍신수길의 신분적 제약없이 만약 모든 일본군을 통솔할 수 있었다면, 임진왜란의 향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



[조선]


웅성웅성

대전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입궐해 있었다.


"자네도 들었는가?"

"왜인들이 명나라를 침범하고자 한다는 말이 유구국까지 퍼졌다 하네."

"조선 백성 중 삼백 명이 투항도 하여 조선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고도 하는데?"

"어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다들 조용히 하라."

선조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비비면서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대신들이 모두 선조를 바라보았다.


"최근 나고야에 병사들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대마도주의 전갈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신은들은 논하도록 하여라."


말을 마치자 황윤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풍신수길이 일본을 일통한 점을 보아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대마도주의 전갈도 있었고, 소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을 일통했다면 필시 조선에도 그 손길이 뻗칠 것입니다. 그리하면 분명 조선에도 병화(兵禍)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동인인 김성일이 나섰다.

"소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정확한 증거도 없는데 뜬 소문만으로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에 동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는 선비로서의 자질에도 매우 어긋납니다. 제가 듣기론 풍신수길의 쥐와 같으며, 글도 모르는 사람이라 들었습니다. 글조차 모르는 자가 어찌 병법을 논하고 대규모 군인을 통솔하겠습니까? 그리하니,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됩니다."


그러자 류성룡이 김성일에게 다시금 일침을 가하였다.

이미 신선도령에게 전갈을 받은 류성룡은 일본의 침략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대가 황윤길의 말과 고의로 다르게 말하는 것 같소이다. 만일 병화가 있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


김성일이 다시금 말하였다.

"어찌 왜적이 온다, 안 온다. 확실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잘못된 소문이 나돌면 온 나라가 놀라고, 일부 지역은 피난으로 인해 극심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런데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일말의 의혹이라도 확실히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후에도 한동안 왜란에 대해서 조정이 시끄러웠다.


골치가 아파진 선조.

'이럴 때 신선도령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자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얼마 전 자신이 내친 신선도령이 갑자기 떠올랐다.

항상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넘어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자.


"그래, 신선도령은 어디에 있다고 하는가?"

"그것이, 결혼 문제로 함경도로 가족들이 전부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이런, 그놈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이미 알고 있었구나.'

선조가 인상이 어두워졌다.


"당장, 신선도령을 찾아와라. 강제로라도 데리고 와!"

"그러다가 숨거나, 혹여 다른 나라로 가면 어떻게 합니까?"

"크윽···. 찾아서 정중히 모셔와라. 빨리"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신들 사이에서도 신선도령의 말이 나왔다.

- 아니 그러게, 왜 신선도령 잘하고 있었는데.

- 이럴 때, 신선도령이 있었다면.

- 총사령관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면 또 기상천외한 방법을 고안했을 텐데 아쉽구나.

- 지금이라도, 신선도령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아쉽구나, 아쉬워

-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네가 미워질 만큼.

- 도대체 전하는 왜 신선도령을 내친 겁니까?

- 쉿, 조용히 하게. 전하의 눈빛이 안 보이는가?


그렇게 눈을 돌리자, 도끼눈을 하는 선조가 보였다.

"모두 조용히 해라."

히끅!

놀란 대신들이 순식간이 조용해졌다.


"신선도령이 고향에서 도주하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필시 왜란이 일어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류성룡의 말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준 놀라운 행보를 보여준 그가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사라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


"그러면, 이제부터는 왜적 얼마나 쳐들어올 것인가에 대해 논해보시오."

선조에 말에 다시금 조정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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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경인왜란 (두 왕자) +1 24.02.03 1,080 41 14쪽
96 96화 경인왜란 (구초대) +2 24.02.02 1,100 44 13쪽
95 95화 경인왜란 (탄금대) +3 24.02.01 1,206 48 14쪽
94 94화 경인왜란(2) +2 24.01.31 1,243 49 13쪽
93 93화 경인왜란 (1) +3 24.01.30 1,279 45 13쪽
92 92화 세자 책봉 +1 24.01.29 1,278 44 13쪽
91 91화 폭풍전야(5) +2 24.01.28 1,288 45 12쪽
» 90화 폭풍전야(4) +2 24.01.27 1,295 45 12쪽
89 89화 폭풍전야(3) +1 24.01.26 1,345 46 11쪽
88 88화 폭풍전야(2) +2 24.01.25 1,410 47 11쪽
87 87화 폭풍전야 +1 24.01.24 1,482 48 12쪽
86 86화 해전(3) +1 24.01.23 1,483 58 14쪽
85 85화 해전(2) +1 24.01.22 1,478 53 12쪽
84 84호 해전 +2 24.01.21 1,550 47 15쪽
83 83화 화포(2) +2 24.01.20 1,521 52 13쪽
82 82화 화포 +3 24.01.19 1,578 53 13쪽
81 81화 함선 +1 24.01.18 1,653 50 12쪽
80 80화 철마(2) +1 24.01.17 1,624 55 12쪽
79 79화 철마 +4 24.01.16 1,611 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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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수학배틀 +2 24.01.11 1,767 57 13쪽
73 73화 명의 사신 +1 24.01.10 1,766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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