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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닉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성좌에게 전생당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무닉
작품등록일 :
2019.05.14 23:33
최근연재일 :
2019.07.12 23:5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374
추천수 :
111
글자수 :
211,877

작성
19.05.14 23:57
조회
344
추천
6
글자
11쪽

너, 어디까지 망해봤어?

DUMMY

웅성웅성.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이 떠졌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씩 정신이 들자 강렬한 고통이 온몸에 엄습했다.


'으윽.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리며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감각이 딱 죽기 직전 같았다. 특히 주위의 분위기 때문에 철민은 더욱더 불안해졌다.


"크윽"


'일어날 수가 없어.'


"다들 비키세요."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인파 사이를 헤치며 나타났다.


그 사람은 곧바로 철민을 둘러업고 재빠르게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신기하게 몸이 아픈 게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몸은 좀 괜찮나요?"


"아 네. 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한숨 돌리고 나니 상대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보인 건 큰 키에 긴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한 곳에 묶은 모습이다.


온통 하얀색에 금빛 장신구로 꾸민 화려한 제복을 입고 있는 여자는 한 눈으로 봐도 지위가 높아 보였다.


"그런데 아까 그곳은 대체 어딘가요?"


물으면서도 조금 전이 생각나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특히 기분이 굉장히 나빠지는 곳이던데..."


"그곳은... 신전입니다."


"아아.... 그렇ㄱ... 네? 신... 전?"


철민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순간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자 그녀는 난처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거 참. 난감하네요. 아무래도 거울을 보시는 게 더 빠를 거 같군요···?"


그녀는 조금 난처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짐작 가는 건 있지만, 확신은 없어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그녀를 따라 마을 광장에 있는 분수대로 향하기로 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철민은 무수히 많은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그것은 마치 우리를 튀어나온 맹수를 쳐다보는 시선이었다.


종래엔 자기를 쳐다보며 우는 아이까지 발생하였다.


"이게 대체..."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아르바나의 이주자 담당이자 이 마을의 경비대장인 에란셀이라 합니다."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이 그녀, 에란셀은 밝게 자기소개를 하며 손을 뻗었다. 철민도 손을 마주 잡으며 답했다.


"저는 이 철민 이라고 합니다."


"어!? 그쪽도 한국분이셨군요??"


"네? 그럼 그쪽도···?"


"네. 저도 한국인이에요."


"아아~ 반가워요. 그럼 지금 이름은 가명이신가요?"


"가명······. 은 아니에요. 가명이라기보다는 개명이죠. 여기 와서 새로 지은 이름이거든요. 보통 그렇게들 많이 해요. 발음 문제라던가."


"발음이요? 아, 그러고 보니 언어는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대화는 신의 힘으로 자동으로 번역되고 있는 거예요. 여기에 없는 개념의 단어 같은 경우는 원음이 나오고요. 다만 글자 같은 경우는 새로 익히셔야 될 거예요."


"아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이주자 담당이시라구 하셨죠?"


"네. 그런데 담당이래도 별거 없어요. 저희끼리 만든 거라서 지금처럼 신전으로 이주 돼서 오면 이렇게 안내하는 정도죠. 아무래도 전생 직후엔 아는 게 없어 사기를 당하는 등 여러 일을 당한 사람도 있어서요. 철민 씨도 조심하세요."


"사기요? 저희는 용사로서 여기 온 거 아닌가요?"


"웃기죠? 그런데···.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많잖아요."


에란셀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안 좋은 기억을 건드린 거 같아 더이상 캐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아... 그럼 에란셀씨는 이 세계에 오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저는 이제 음······. 이제 한 반년? 조금 넘은 거 같네요."


"꽤 오래되셨네요?"


"그런가요. 그래도 아직까진 모르는 게 더 많아요. 아! 저기 분수가 보이네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커다란 분수대가 보였다.


분수 근처에는 간단한 노점상 몇 개도 있고, 근처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의자에는 이주자로 보이는 자들이 몇몇 보였다.


분수대 근처 풍경은 아름다웠다.


날씨는 맑아 햇볕이 아름답게 내리쬐었고, 주변 조경 또한 잘 손질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정말 모든 게 잘 아우러졌다. 단 한 가지만 빼고.


"히익!"


"저게 뭐야!"


"도망쳐!"


"엄마~!!!"


"살려주세요!"


근처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기겁하며 숨었다.


평화롭던 풍경은 한 번에 박살 났다.


주민들과는 반대로 모험가들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이쯤 되니 철민은 슬슬 불안해졌다.


"저기 슬슬 설명해 주시면 안될까요...?"


에란셀은 말없이 철민을 분수대로 이끌었다.


어쩔 수 없이 철민은 천천히 분수대 앞으로 다가갔다.


얼굴을 보기 전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잘 정돈된 분수대는 얼굴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게 내.... 얼굴이라고...?"


평소 봐았던 얼굴과 비슷했지만 약간 달랐다.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한다면 우선 귀 끝이 조금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고 피부색도 전과 달리 좀 더 어두워 보였다.


전체적인 인상이 바뀌어서 조금 낯설었지만 계속 보니 분명 자신의 얼굴이다.


아무리 봐도 주민들이 한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여기 오기 전에 봤던 마족의 모습이랑 비슷한가...?'


상념에 잠기려 하니 불쑥 에란셀이 끼어들었다.


"확인하셨나요?"


"네. 그런데 반응은 이해가 안 되네요."


"혹시, 철민 씨의 담당 신이 누군지 아시나요?"


"네? 아뇨. 그러고 보니 못 물어봤어요. 정신이 없어서···."


"혹시 이런 모습이던가요?"


라고 말하며 에란셀은 품에서 종이를 하나 꺼냈다.


거기엔 철민을 이주시킨 신이 그려져 있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왜 이런걸 가지고 계세요?"


"하아~! 역시나...."


그녀는 머리에 손을 얹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니 철민은 불안감이 생겨났다.


"저기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철민은 다급한 마음에 그녀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더욱 흠칫 놀라며 벌벌 떨었다.


"하아... 뭐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천천히 운을 띄며 그녀는 철민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한 번 더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은 이 자, 아니 이분은 아르바나에서 꽤 유명한 신입니다. 안 좋은 의미로···."


마지막은 속삭이듯이 말했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였다.


"그게 무슨..."


그녀는 망설이다 이내 다짐한 듯 비장한 얼굴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분은 유희의 신입니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죠. 다수의 전생자들에게도 개수ㅈ.. 아니 장난질 친걸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표정이 썩은 채로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


"물론 장난질 수준은 넘어섰지만."


"방금 굉장히 신경 쓰이는 말이 들린 거 같은데요!?!"


철민이 큰소리를 내자 사람들이 더욱 흠칫 놀래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점점 더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하지만 철민은 그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에란셀의 어깨를 더욱 흔들며 재촉하자 그녀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하아···. 이주할 때 능력을 받으셨죠?"


"네."


"어떤 능력이셨죠?"


"사제요."


"역시나..."


"네?"


"설명도 들으셨죠?"


"네."


"그 중 전생에 대한 대가에 대해서도 들으셨죠?"


"네."


"그거 뻥이에요."


"네."


'잠깐.'


"네?"


"뻥이라구요. 순 뻥. 개 구라 라구요."


"그게무슨..."


"물론 한 번의 생을 더 사는 거에 대해서 대가를 지불해야 되는건 맞아요. 근데 그건 같은 차원에서 소생했을 때의 이야기에요. 그것도 다시 태어날 때."


그녀는 한 템포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환생이 아니라 전생, 거기다 우리는 용사로서 부탁받아 온 것인 데다가 강제로 소환됐기에 그런 제약을 안 받아요. 이른바 예외인 거죠."


"잠깐, 잠깐만요. 그러니 정리하자면 원래는 대가를 지불해야 되긴 하지만 우리들은 면제된다. 그리고 난 질 필요도 없는 대가를 지불했다. 그리고 그 대가가 이거라구요?"


"네. 아무래도 철민씨는 사제라서 페널티로 종족이 마족이 되신 거 같아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유희의 신은 주로 자기 직업에 해가 되는 쪽으로 페널티를 부여한다고 한다.


"...해서 그런 식으로 전생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 허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마족을 잡으러 와서 마족이 되다니.


구해달라더니 엿을 매기다니.


철민은 그저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뭔가 검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사제가 마족이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은가.


멘붕한 철민에게 그녀는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그래서 보통 유희의 신의 가호를 받은 사람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


"아무래도 목숨을 걸고 사냥을 하는데, 하자 있는 자들은 되도록 기피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보통은 개고생하다 결국 싸움을 포기하고 다른 거로 정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거기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용사로서 이곳에 소환된 주제에 싸움을 하지 못하다니.


분명 이상한 일이긴 해도 그것이 큰 손해인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 고향은 아니더라도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까지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문제야 있죠.... 있고 말고요..."


"?"


"철민씨. 우린 아무런 기반도 없는 외지인이잖아요. 현대 사회인거도 아니고. 뭐로 먹고 사실려구요?"


철민은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고나서 깨달았다.


처음엔 잘 정돈돼있어서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건물들이 중세시대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일 뿐이었다.


마치 게임에서 깔끔한 그래픽을 입힌 중세시대 배경 같은 느낌.


현대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철민의 감각은 21세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몰랐다. 여긴 더이상 한국도, 현대 사회도 아니란 사실을.


철민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결국 용사까진 아니라도 모험가로 어느정도 기반을 잡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부랑자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산업 혁명도 아직인 것 같은 곳에서 회사 취직, 하물며 알바를 뛰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실이 아닌가.


"어떻게... 어떻게 방법이 없나요?? 원래 안 해도 되는 거라면서요!"


철민은 에란셀에게 절박하게 매달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프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어느 서류에 싸인하셨죠...?"


"네. 그렇긴 한데...."


"다른 전생자들에게 듣기론 그것 때문에 대가를 철회하는 거도 안된다고 하네요..."


"그런.... 분명... 분명 어딘가에 방법이...."


그녀는 조용히 철민의 어깨에 손을 얹히며 토닥였다.


"힘내세요..."


"씨부럴..."


치유술도 쓰기 힘들다는 사제.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힘든 상황. 철민은 눈앞이 새까매졌다.


인생 2회차. 시작부터 대차게 말아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호샤s
    작성일
    19.05.28 11:59
    No. 1

    역시 유희의신이네 ㅋㅋㅋ 대가.. 면제인데 지불하고 마족이 된 주인공 앞날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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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누구든 작은 리연을 건들면... +1 19.05.31 152 3 11쪽
17 새 동료? 트롤 받아라! +1 19.05.31 13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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