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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6,822
추천수 :
224
글자수 :
173,634

작성
24.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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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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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위경쟁(3)

DUMMY

30.


‘이런 미친!’


총알처럼 날아오는 공.

그 코스에 본능에 따라 손을 뻗었다.


파앙!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우오오오!"

“와아아아."


일순 관중석에서 탄성이 들린다.

감탄이 아니라 놀람과 우려가 섞인 탄성이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이 아니라 상대의 머리를 향했던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잡은 공.

만약 잡지 못했으면 큰 사고가 벌어졌으리라.


타자는 아주 살짝 뒤늦게 맞을 뻔했다는 걸 알고 넘어졌다.


“어······ 어, 어.”


어찌나 놀랐는지 말도 제대로 못 한다.

화도 못 내고 그저 멍한 눈으로 나와 투수를 번갈아 본다.

주마등이라도 본 듯한 표정.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왜 내가 미안해지는 것인지.

덤프 트럭이 100킬로미터로 달리다 코앞에서 멈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투수 놈이 자신감이 있어도 너무 있었던 게 문제였다.


“미안합니다. 저놈 제구가 좀 안 좋아요."

“······.”


나는 잭 톰슨 대신 타자에게 사과했다.

심판이 잭 톰슨에게 주의를 한 번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공을 잡다니 킴성준 대단해요!"

“···.”

“다음엔 잘 던질게요! 그리고 배터(Batter: 타자)도 미안해!"

“···.”


흥분한 어조로 말하고는 돌아가는 잭 톰슨의 모습에 살짝 울컥했다.

만약 공을 못 잡았다면?

어떤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인가.

지금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손이 벌벌 떨리는데.

뭐가 좋다고 그리 실실 웃고 있는지.


할 수만 있다면 뒤통수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쨌든 잭 톰슨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건 다행이다.

공 한번 잘못 던졌다고 멘탈이 나가 버리는 투수도 있으니까.

내 시선은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박훈에게 잠시 머물렀다.


“왜 날 유리 멘탈을 보듯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 같지?"


박훈이 중얼거렸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거리가 있어서 들리진 않아도 눈치와 입 모양으로 보아 저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투수에게로 빠르게 시선을 옮겼다.


타자는 홈 플레이트에 가까이 붙는 스타일이었는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제2구.

잭 톰슨은 이번엔 잘 던졌다.

슬라이더 근처에서 꺾여 들어오는 슬라이더.

상대 투수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피칭.


파아앙!

타자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잭 톰슨을 쳐다봤다.

우리가 김현우를 바라보는 눈빛과 비슷한 느낌이다.


“빨리 끝낼게요!"


160킬로미터에 근접한 파이어볼 강속구.

잭 톰슨은 그야말로 상대 타자진을 짓밟기 시작했다.


‘고기를 사 준 보람이 있군.’


빗맞은 안타 하나와 포볼로 주자를 보내긴 했지만, 상위 타선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압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성준 형이 공 받아 주니까 진짜 마음이 편해요!”

“그래, 이대로만 하자."

“네! 지금처럼 잡아 줘요!”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넌 아까처럼 상대 타자한테 던지지 말고.

어찌나 놀랐는지 심장이 철렁했었는지.


“잘하자."

“네!”


컨디션 좋은 날의 잭 톰슨.

어찌나 든든한지.

스킬을 아낄 수 있었던 건 덤이다.

심지어 점괘마저 좋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날.


쇄애애액!

퍼억!


“볼!"

“···.”


가끔 제구가 안 되는 건 여전하지만.


퍼억!

“스트으으으라이크! 아웃!"


손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묵직했다.

그만큼 공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볼!"

“···.”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지라니까.

이렇게 실수도 했지만, 충분히 감당 가능한 정도다.

공을 저렇게 빨리 던지는데 제구가 되면 그게 사기지.

아무튼 1회는 무실점으로 넘겼으니 대성공.


그리고 2회 초.

타석엔 4번 타자인 샘 워커가 올라갔다.

난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김현우.

오늘 무슨 날인지.

실력이 저렇게 좋은 투수였나 싶을 정도로 위협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샘 워커라면?

뭔가 칠 수 있지 않을까.

한때 U.S.A 국가대표 메이저리거니까.


이번 시즌 홈런 12개로 현재 타자 중에서 3위에 올라 있다.

샘 워커가 씹어먹을 듯한 기세로 김현우를 노려본다.

움찔하는 김현우.


[스윙! 샘 워커도 김현우는 힘든 걸까요?]

[지켜보시죠. 샘 워커 선수는 경기 피닉스의 4번 타자입니다.]


김현우도 다른 타자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을 던졌는데 샘 워커가 타석에 들어서자 잔뜩 경계하는 표정이다.


김현우가 와인드업하고, 거칠게 공을 던졌다.

샘 워커는 걸리면 죽는다는 느낌으로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파아앙!


미트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전력을 다한 듯 전광판엔 김현우의 최고 구속인 154킬로미터가 찍혀 있다.


이게 1군의 벽인가.

사람들은 팀이 늘면서 야구 수준이 낮아졌다고 말하지만, 필드에서 내가 느끼기엔 아니다.

야구 잘하는 선수가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특히 투수.

몇 년 사이 전반적으로 구속과 제구의 질적 향상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키가 크고, 팔이 길어지면서 좋은 공을 던진다.


하지만 샘 워커는 김현우 이상의 선수.

이번엔 뭔가 해 줄 것이다.

메이저리거는 괜히 메이저리거가 아니다.

김현우가 손을 채찍처럼 휘둘렀고, 공이 빠르게 날아간다.


쇄애애액!


‘믿는다! 샘 워커! 가라!’


샘 워커가 출루를 한다면, 나는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다.


팡!

“······.”


[스윙! 삼진 아웃! 오늘 대단한 공을 던지고 있는 김현우입니다!]


샘 워커는 아무것도 못 하고 타석에서 내려왔다.


“아깝군. 홈런 칠 수 있었는데."

“...그러게요."

“다음엔 칠 수 있을 것 같다."

“응, 그럴 것 같아요."

“응원해 줘서 고맙다."

“···?"


음. 솔직히 뭐가 아까운 건지 잘 모르겠다.

야구를 잘 못하는 내가 봐도 하나도 안 아까운 스윙이었는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내 코가 석자다.

1번부터 4번 타자들 모두 1루를 밟지도 못하고 아웃 됐다.


‘나도 저들과 같겠지.’


내가 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는다.

나보다 잘하는 1번부터 4번까지 아무도 치지 못했으니까.


내가 5번에 있는 것도 그냥 운이 좋아서다.

그저 샘 워커처럼 허무하게 타석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6월에 접어들면서 ‘네 노림수가 다 보여.’ 스킬은 10Lv로 올라갔고, 경기 중 3회나 사용할 수 있게 늘어났다.

그렇다고 주자도 없는데 여기서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지 않은가.


‘투구 수라도 빼자.’


일단 초구는 지켜봤다.

제법 빠른 공.


‘못 치겠어.’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잭 톰슨이나 박훈만큼은 아니지만, 빠르다.

내가 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걸 어떻게 치라는 거야?


[김성준 선수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있습니다.]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인가요!]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지켜보자.’


불성 사납게 공 한두 개 보고, 아웃당하는 건 피하고 싶다.

투구 수 3개 빼고, 안타를 쳐서 아웃 되면, 그나마 괜찮은 결과 아닐까.


그렇게 날아온 2구.

퍼엉!


뚝 떨어지는 포크 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음, 역시 배트를 휘둘렀으면 똥 볼이 되거나 헛스윙을 했겠지.

역시 대단한 투수다.


제3구.

이제 갈 때가 됐다.

더그아웃으로···.


근데 직구일까 브레이킹 볼일까.

음. 포크 볼을 노리고 한번 휘둘러나 보자.

어차피 모 아니면 도 아닌가.

그것도 한 칸 움직이는 도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도박.

그런데.


따아악!


‘···응?"


이게 맞네?

왜 맞는 거지?

스킬도 사용 안 했는데?

왜 안타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뛰고 보자.


1루에 도착하고, 시선이 느껴져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김류진 감독님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저 눈빛이 참 부담스럽다.

내가 잘해서 친 안타가 아닌데.

제구에 실수가 있었나?

그냥 운이 좋아서 얻어걸린 안타인데.


***


출루에는 성공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야구가 팀 스포츠 다 보니 나 혼자서 뭔가 하긴 쉽지 않다.


“포크 볼을 노리고 친 건가?"


2회가 끝나고 잠깐 휴식 시간.

대단한 면상을 가진 샘 워커가 말을 걸어왔다.


“네."


나는 빠르게 대답했다.

만루 상황 타석에 올라간 것보다 더 긴장된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없겠지?

얼굴을 본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저 대단한 면상은 적응되지 않는다.

사람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 있는가.

공포영화나 악역으로 출연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포크 던질 줄 어떻게 알았지? 저 투수의 버릇이나 릴리즈 포인트가 다른 점이 있나?"


투수는 어떤 구종이든 똑같은 자세로 던지려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구종을 완벽히 똑같이 던지는 건 쉽지 않은 일.

던질 때 그 약간의 차이를 알아보고 눈치채는 타자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그냥 찍은 것이다.

알아볼 실력이 있었으면 진작 1군에서 뛰고 있었겠지.


“감입니다."


샘 워커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대단하다. 야구 선수에게 감각도 중요한 스텟이다."

“하하. 운이 좋았어요."

“잘했어. 그런데 다음에 포크 볼을 노릴 땐 중심을 낮추고, 무게 중심을 조금만 더 뒤로 해 봐."

“예?"

“그리고 스윙은······."


역시 메이저리거다.

그의 설명에 나는 감탄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다음 타석에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진짜로 칠 자신 없지만.

내 실력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감사합니다."


어쨌든 그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샘 워커는 왜 못 친 거지.

문득 든 생각.

내가 진짜 야구 잘하는 건 아닐까?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치지 않았나.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이번엔 진짜 운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

샘 워커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던 나는 잠깐 딴생각에 빠졌다.


“음. 그래. 그러니까 다음 타석에선 홈런을 노려보도록 해."

“···예? 홈런이요?"

“그래. 난 늙어서 저 공은 못 칠 것 같거든. 3년만 젊었어도······ 젠장!"

“···?"

“저 포크볼은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수준이다."


잠깐 딴생각하는 사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왜 결론이 내가 홈런을 치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인가.

그리고 저렇게 대단한 공을 내가 어떻게 치라고!


“넌 할 수 있을 거다."

“제가요?"

“그래. 그러니까 홈런을 쳐라. 그래야 이길 수 있다."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는 샘 워커를 보며 생각했다.


‘한 대만 때리면 안 되나?’


자기도 못 치는 걸 내가 어떻게 하라고!

물론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내겐 없다.


“왜 그렇게 날 쳐다보지? 한 대 칠 것 같은 눈인데?"

“잘못 보셨습니다. 상대 투수를 생각하다 보니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표정과 눈빛 관리를 한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대답했다.


“하긴 성준이 네가 날 그렇게 볼 리가 없지."


방금 난 죽을 뻔했다.

조심하자.

샘 워커의 살벌한 눈빛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난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는 것에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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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경쟁(3) +2 24.08.09 143 7 11쪽
29 5위경쟁(2) +2 24.08.08 100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0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1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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