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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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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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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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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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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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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범경기(2)

DUMMY

15.


“서로 콜 해 주고, 공 잡을 때 서로 위치 확인하는 거 잊지 말고."

“예."

“어제 블랙 타이거 피쳐가 1루로 송구해야 하는데 뭘 잘못 먹었는지 아무도 없는 3루로 송구하는 거 봤지?"


황당하고 어이없는 장면에 미국 스포츠 뉴스에 방영될 정도였다.

리그 A에 속한 선수와 대학 야구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갈 수 있냐고 반응이 뜨겁다고도 한다.


저렇게 야구 하는데 연봉이 수천만 원이라고.


“···큭."


경기 피닉스 선수들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킥킥댄다.


“웃지 마. 우리도 그럴 수 있어."

“에이, 설마요."

“우리가 블랙 타이거도 아니고."

“쉿, 권 선배는 그런 적 있나 봐."

“···.”


권석호의 미간이 꿈틀댄다.

조용히 있던 샘 워커가 찔리는지 흠칫하는 걸 봤지만, 보지 못한 척했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러지 말자. 어디로 송구해야 하는지 서로 잘 말해 주고, 잘 듣고."

“예!"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퍼지고, 나도 배터박스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았다.


시작 직전.

산뜻한 햇살.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


그러나 내 주변 분위기는 따가웠다.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 선수들 때문이다.


마운드에 올라선 잭 톰슨이 주변을 걸으며 팔을 크게 흔든다.


뜨거운 분위기.

묘한 긴장감.

선수들은 말 한마디 없다.


그리고 나는 그 한가운데에 있다.

고요한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긴장된다.


후우.


6회 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주심이 크게 입을 벌린다.


“플레이 볼!"


사인 교환이 끝나고, 잭 톰슨이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따악!


그런데 초구부터 얻어맞은 잭 톰슨.

이어서 2번째 타자 역시 초구부터 안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무사 1, 2루를 허용하게 된 경기 피닉스.

그것도 투구 수 2개 만에 벌어진 상황이다.


갑자기 왜 저러지?

공이 엉망진창인데?

잭 톰슨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후우.

오늘 정말 잘해서 깜빡 잊고 있었군.

원래 투수가 이렇다는 사실을.


잘 던지다가도 별 이유 없이 이상하게 던지는 종족이라는 걸.

또는 불펜에서 좋은 공을 던지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이상하게 못 던지는 일도 있다.

나도 긴장되고 떨려서 집중하기 힘든데 투수까지 저러다니.


흠. 이제 어떻게 한다.

현재 3연패에 빠진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4연패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야구는 기세와 분위기를 잘 타는 스포츠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내가 선발 출전하는 경기 때문이라면 정말 끔찍할 것 같다.


게다가 마침 상대는 홈런 타자로 유명한 거포 이재수.

잘못 맞으면 어렵게 만든 리드가 무효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때 덕아웃에서 지시가 떨어졌다.

공을 낮게 던지라고.


그리고 중견수와 외야수까지 내려와 내야 수비에 집중하라는 김류진 감독의 지시.

번트를 통한 희생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고, 장타를 방지하려는 조치다.


타자는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아직은 모른다.

갑자기 기습 번트를 시도할 수도 있으니까.

잊지 말자 기습 번트.


그런데 이거 잘만 하면 그림 하나 만들 수 있겠는데?


위기라는 단어.

위험과 기회는 같이 오기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다.


나는 잭 톰슨에게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지라고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는 잭 톰슨.

그리고 특유의 거친 자세로 공을 던졌고.


‘이런!’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다 못해 그라운드에 처박히는 공.

스킬을 통해 코스를 미리 본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코스를 따라 바운드된 공을 향해 미트를 움직였고, 블로킹했다.


팍!


“휴우."


움찔하는 타자.

뛰어나가려다 내가 블로킹에 성공하자 그대로 멈추는 모습이다.

웃긴 게 주루에 있던 주자들도 움찔하며 돌아간다.


위기는 넘겼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투수가 제구를 못 하고 있으므로.

이러다 높은 공 던지면 곤란하다.

상대는 거포.


벤치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계속 낮은 공을 던지라고.

나는 그대로 사인을 전달했다.


제2구.

이번에도 낮게 들어오는 밋밋한 슬라이더.

하지만 타자도 눈치를 챈 모양인지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어지간한 공에는 반응하지 않을 눈치다.

그렇다고 ‘떨지 말고 힘내!’ 스킬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병살.

그런데 스킬 효과가 너무 좋아서 스트라이크가 나오면 곤란하다.

뭐 삼진으로 잡는다면 모를까.


“너무 빨리 던지려고 하는 것 같아. 다리 올려서 천천히 던져!"


나는 용기를 내서 투수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외쳤다.

마음이 급해졌는지 평소와 다르게 살짝 빠르게 던지는 느낌이 있어서다.

고개를 끄덕이는 잭 톰슨.


제3구.

공이 잭 톰슨의 손을 떠났다.

제발!

3볼은 안 된다!


퍽!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엉망진창인 제구.

내 외침은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좋은 공을 주지 않을 게 뻔히 보이니 배트를 내지 않는 타자.

덩치와 다르게 신중하군.


순식간에 0스트라이크 3볼이 되었다.

흐름이, 기세가 상대편에게 넘어가는 게 느껴진다.


관중석에서도 탄식이 들린다.

이렇게 볼의 비중이 높아지고, 제구가 안 된다는 건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는 걸 뜻한다.


투수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덕아웃을 바라봤지만, 김류진 감독은 여전히 반응이 없다.

이대로 믿고 맡길 생각인 듯하다.


후우.

이런 상황에서 내가 딱히 뭘 하긴 힘들다.

어쩔 수 없지.

스킬을 사용하는 수밖에.


나는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한 뒤 마운드에 올라갔다.

3연속 볼.

김류진 감독이 가만히 있으니 나라도 정신 차리라고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 주는 수밖에.


저벅저벅.


물론 진짜로 꿀밤을 때려 주겠다는 건 아니다.


“잭."

“···어."

“괜찮아?"

“어."


어디가 괜찮아······.

새파랗게 질린 얼굴.

피로한 표정.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6회까지 왔으면, 심력과 체력 모두 고갈되었을 때긴 하다.

특히나 투수는 온 힘을 쥐어짜 내서 던지는 포지션이니.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다.


“헉헉."


잭 톰슨이 자꾸만 덕아웃을 향해 몸을 돌리려 한다.

도망치고 싶은 건가?


뭐 이해는 한다.

이제 겨우 24살의 어린 선수.

나도 타석에 섰다가 갑자기 똥이 마려워서 타임을 요청하고 후다닥 내려간 적이 있다.

당연히 다른 선수로 교체 아웃.


일본에선 운 좋게 홈런을 쳤는데 홈런인 줄 모르고 기어가서 1루를 손으로 터치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하며 살아간다.


잭 톰슨에게 간결하고 빠르게 내가 실수했던 일화를 말해 주었다.

관에 들어갈 때까지 남한테 말해 주고 싶지 않은 창피한 일.

하지만 경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감내할 수 있다.


“푸훗."


잭 톰슨을 바라봤다.

굳어졌던 얼굴이 조금 풀린다.

혈색도 돌아온 것 같고.

하지만 타임 시간은 1분 안쪽.

오래 이야기할 시간은 없다.


“그러니까 떨지 말고 힘내."


레벨이 3Lv로 올라가서일까?

잭 톰슨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황금색 빛이 반짝였다.

잘못 봤나 싶어 눈을 감았다가 뜨고 힘을 주었는데 빛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떨지 말고 힘내!’, 스킬이 잭 톰슨에게 적용됩니다.]

[잭 톰슨의 마음이 1분 동안 안정되어 103%의 기량을 펼칠 수 있습니다.]


잭 톰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눈빛은 날카로워지고, 표정은 진지해졌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응! 형 믿고 힘낼게."

“······?"


날 왜 믿어?

너 자신을 믿고 던져야지.


한마디 더 하려다 심판의 표정이 좋지 않아 서둘러 배터박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잘할 것 같다.

담담한 잭 톰슨의 목소리.

부동심을 되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잭 톰슨은 로진 백을 한번 만지작거리며 송진가루를 손에 묻혔다.

그리고 투구 자세를 잡는 잭 톰슨.

잘해야 할 텐데.


공이 그의 손을 떠났고, 살벌한 기세로 날아온다.


쇄애애액!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요구한 곳보다 공이 높게 들어왔지만, 엉망진창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원래의 잭 톰슨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그렇지!

이어서 5번째 공.

중요한 순간이다.

반드시 핀포인트 제구가 되어야 한다.


쇄애애액!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내는 거포 이재수.


그리고 내 눈엔 코스가 실시간으로 급격히 달라지는 게 보였다.

공이 배트에 맞고 변경될 걸 보여 주는 것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달라진 코스를 향해 미트를 움직였고.


딱!


공은 배트에 맞고 아슬아슬하게 미트에 속 하고 들어왔다.

0.1초만 늦게 반응했어도 뒤로 빠졌을 공.


휴우.


이걸 잡다니.

내가 해내고도 믿기지 않는군.


파울 팁이 선언되었고, 3볼에서 풀 카운트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한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계속해서 낮은 공을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구로 헛스윙을 만들어 삼진을 잡을 것인지.


잭 톰슨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고 있지만, 이미 지친 상태.

빠른 공은 힘들 것 같다.


‘여기서 체인지업 한번 가자!’


체인지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구종.

헛스윙이 나올 수도 있고, 낮은 타구를 유도할 수도 있다.


고개를 끄덕인 잭 톰슨.

이번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공을 던졌고.

나는 잔뜩 집중하며 코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망했다.’


공이 너무 많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포볼이 선언되며 무사 만루.

좋지 않다.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잭 톰슨에게 적용되었던 ‘떨지 말고 힘내’,의 스킬 효과가 사라집니다.]


벌써 1분이 지난 것인가.

정말로 위기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도 답답해했다.

┖투수 교체 안 하나?

┖김류진 감독이잖아. 원래 투수 교체 잘 안 함.

┖교체해야 할 것 같은데.


다음 타자가 올라왔고, 잭 톰슨은 또 한 번 그라운드에 공을 던지며 엉망인 제구를 보여 주었다.


-김성준 선수의 명품 블로킹!

-블로킹 진짜 잘하네요.

┖포수인가 골키퍼인가.

┖내가 해도 저거보다 잘 던질 것 같은데.

┖왜 저래.

┖저 포수 골키퍼 시키면 잘할 듯?

┖김성준을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로!


나는 잭 톰슨을 바라봤다.

교체해야 하나.

그런데 잭 톰슨은 무표정했다.

흔들리지도, 겁먹거나 도망치고 싶어 하지 않은 눈치다.

대신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생각했다.


‘조금 더 믿어 봐도 될 것 같은데?’


스킬 효과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투수 본인이 끝까지 던지고 싶어 한다.

어쨌든 우리 팀 투수 중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에이스.

이러니저러니 해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끌고 오면서 잭 톰슨이 잡은 삼진은 8개.

지금까지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김류진 감독이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잭 톰슨을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나는 잭 톰슨에게 사인을 보냈다.


‘포심 패스트볼. 전력을 다해 던져라. 지금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을.’


고개를 끄덕인 잭 톰슨.

다리가 거칠게 올라갔고, 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제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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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1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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