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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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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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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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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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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위 경쟁

DUMMY

28.


“오늘의 선발 포수는······"


나는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김류진 감독의 입을 주시했다.


‘오늘도 나일까?’


선발은 전날 미리 고지하지 않는다.

당일 선수들 컨디션을 보고 결정한다.

입술을 살짝 오므리는 것으로 봐서 겁쟁이라고 말씀하시려는 것 같은데.

나겠지?

경기에 뛰고 싶다.

어제의 패배를 기필코 복수하고 마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오연수다."

“···?!"


순간 내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지만, 빠르게 표정 관리를 했다.

음, 당황스럽군.

실망하지 않았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5일 연속 선발 출전해서 피로를 느끼고 있던 참이니까.


어제 경기에선 컨디션이 안 좋은 탓인지 스킬을 사용해도 효과가 작았고, 결국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내 실력이 떨어지는데 체력도 없으니 연수를 출전시키는 것 같군.’


팀이 11개로 늘면서 오히려 경기 수는 140개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치러야 하는 경기 수는 일주일에 평균 여섯.


매일 경기를 뛰는 건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일은 경기 없는 날이니까 이틀 연속 쉴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연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서 기쁜 모양이다.

그 심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잘했으면 좋겠군.’


나는 속으로 오연수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경쟁해야 하는 같은 포지션.

허나, 그 이전에 같은 팀원이다.

연수는 재능만 믿고 나서는 싸가지 없는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김류진 감독도 오연수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경기 피닉스와 레드 드래곤즈의 3연전 마지막 경기.

어제 2차전에서 패했지만, 오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승리를 향해 달려!"

“달리고 또 달려라! 경기 피닉스!"


경기도를 연고지로 하는 경기 피닉스.

한국에서 인구수가 많은 지역답게 신생팀임에도 많은 팬이 찾아왔다.

처음엔 많지 않았는데 날이 갈수록 팬이 조금씩 늘더니 지금은 관중석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많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어차피 승리는 경기 피닉스!"

“최강, 최강! 어승경피!"


잠실에선 열린 원정 경기.

거리가 가까워서인가?

오늘따라 많은 팬들이 몰려왔고,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낸다.

그 응원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


“내가 이런 응원을 받아 볼 줄이야."

“맞아. 넌 1군에 있는 게 기적이지."

“···너는?"

“나도, 크크크. 그러니까 잘하자."


선수들은 팬들이 보내 준 응원에 감동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경기력으로 보여 주려고 했으나 마음대로 되진 않았다.


“아웃!"


-역시 레드 드래곤즈! 단단한 수비를 보여 줍니다!

-5위와 6위의 치열한 싸움이거든요?

-향후 포스트시즌을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6월 1일.

팀의 순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때다.

레드 드래곤은 오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


-높이 뜬 공! 그러나 좌익수 손에 아웃!

-경기 피닉스가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리네요!


출루는 한다.

하지만 득점 기회는 계속해서 날아갔다.


6회 초.

1사 1루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


“연수야."

“예?"

“하던 대로 편안하게 해. 부담은 가지지 말고. 못 치더라도 네 잘못이 아니야."

“네!"

“떨지 말고 힘내라."

“예!"


[오연수에게 ‘떨지 말고 힘내!’, 4Lv 스킬이 적용됩니다.]


김성준은 오연수에게 버프를 걸었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의 오연수.

동시에 반드시 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게 올라간 타석.

오연수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정타다.

스킬의 효과 때문일까.

평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오연수.

1루에 있던 주자도 마침 발이 빠른 선수였다.


“달려, 달려, 달려!"

“가야 돼! 가야 돼! 가!"


더그아웃에서도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다.


투수의 머리 위를 지나쳐 바운드되는 공.

2루에 거의 도착한 주자.

그대로 안타가 되는 듯했다.


그때였다.

2루수가 환상적인 플레이를 해냈다.

높이 날아가는 공을 향해 뛰어올라 글러브를 착용한 손으로 탁구를 하듯 툭 친 것이다.


때마침 2루에 도착한 유격수가 그 공을 받으며 그대로 아웃.

한쪽 발을 여유롭게 들며 슬라이딩하는 주자를 피하면서 1루로 송구.


“아웃!"


오연수 역시 실낱같은 차이로 아웃이 되었다.


1년 전체를 통틀어도 보기 힘든 환상적인 수비. 그 엄청난 플레이에 경기 피닉스 더그아웃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허허. 야구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비 장면이 나왔네요.

-센스가 정말 대단하네요. 저걸 잡고 던지는 게 아니라 툭 미네요.

-잘 치고 잘 막았습니다.


오연수가 못했다기보단, 상대 팀이 너무 잘했다.


“이게 전통의 강호, 레드 드래곤의 실력인가."

“벽이 느껴지는군."


끝내주는 수비에 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석호 올릴까요?"

“아니, 재춘이 올려보네."

“알겠습니다."


마운드에는 김재춘이 올라갔다.

그러자 레드 드래곤 타자들의 방망이엔 자석이라도 붙은 듯 휘두를 때마다 안타가 터졌다.


내가 포수로 있었을 때 보여 준, 칼 같은 제구는 사라졌고, 구속마저 떨어졌다.

결국 강판되고 다른 투수가 올라갔지만.


- 이대로 경기 종료됩니다. 경기 피닉스 졌지만, 잘 싸웠어요. 위로의 박수 부탁합니다.

-레드 드래곤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 피닉스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졌네.

┖내가 말했잖아.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고. 과학임.

┖레드 드래곤이 너무 잘했다.

┖경기 피닉스는 존나 못했고.


사람들은 패배한 경기 피닉스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물론 팬들은 경기 피닉스를 옹호했다.


-신생팀 치고는 잘한 거 아닌가? 6위이기도 하고.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하지만 조롱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원하는 팬보단 조롱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탓이다.

그리고 조롱하는 사람 대부분은 11번째 새 구단 창설 당시 반대했던 사람들이었다.


┖야구부 고등학교가 50개인데 프로야구 구단이 11개인 게 말이 되냐?

┖프로 문턱이 너무 낮아졌어.

┖우리 옆집 사장님도 아들 운동시키는데 이번에 야구로 바꿨다더라. 프로 되기 쉽고, 돈 많이 버는 운동 중에 야구만 한 게 없다고.


***


“으어어어."


큰일이다.

오연수의 멘탈이 완전히 나가 버렸다.


“난 죽어야 해······."

“죽긴 왜 죽어."

“또 졌잖아요. 저 때문이에요. 경기에 나가기만 하면 지는 것 같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선발 출전한 거의 대부분 경기에서 패배.

오연수는 KBO 선수 중 패배의 아이콘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오연수가 딱히 잘못해서 진 경기는 거의 없다.

그냥 팀이 전체적으로 못해서 졌을 뿐.

진짜로 오연수 때문에 졌다면, 진작에 2군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대구 라이언즈 기억하지?"

“···네."

“13연패 했었어. 사람들이 다 나가 죽으라 그랬는데, 보니까 밥만 먹고 잘 살더라."

“···.”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왜요?"

“후반기에 잘해서 4위로 마쳤거든. 그냥 우리도 한순간 못했을 뿐이야. 앞으로 잘하면 돼."

“···우린 6위잖아요. 7위로 떨어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8위, 그리고 9위, 그리고 10위······."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니까."


정확히 말하면 내 버프 스킬을 받은 동료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

여전히 우울해하는 오연수를 보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네 탓이 아니라 우리가 못해서 진 거야."

“하지만···.”

“야구가 혼자 하는 게임도 아니고, 팀 게임이잖아.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형이 사 줄게."

“···네."


내 위로에도 시무룩해진 오연수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지금은 저래도 맛있는 음식이 배로 들어가면 펴질 것이다.


“재춘아, 너도 가자."

“예."

“근데 재춘이는 괜찮아 보인다?"


포커페이스인가?

내 말에 김재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판은 익숙해서요."

“···.”

“2군에 있을 때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서."

“······.”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부글부글 끓겠지.

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재춘을 바라봤다.

내가 포수였으면 더 좋은 활약을 했을 텐데.

영혼의 배터리 효과를 받지 못해서 더욱 저조했으리라.


오늘같이 기분 우울한 날은 술을 마셔야 하는데.

하지만 우린 프로 야구 선수.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인데 술을 마실 순 없다.


‘야구도 못하는데 경기 끝나고 룸살롱에 가는 모습을 사람들한테 보여 줄 순 없지.’


뭐 술 마시고 담배 태우는 선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 팀 선수 중엔 없다.


오연수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무작정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특히 우울해하는 몇몇 선수들도 함께였다.


내 경험상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날엔 햄버거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야 풀린다.


“...밥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많이 먹고 힘내자."

“근데 선배님이 뭐 먹고 싶어서 저희 데리고 가는 건 아닙니까? 혼자 먹긴 좀 그렇고?"


오연수의 예리한 지적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야구는 못하는데 눈치는 빠르다.


“아니야. 날 돼지로 보는 거냐!"

“···.”

“이렇게 패배하고 그냥 지나가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먹을 거로라도 풀어야지."


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오연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다 짐작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또 햄버거는 아니겠죠?"

“···아니야."


오연수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물론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했다.


‘어떻게 알았지?’


귀신이 따로 없다.


“그런데 왜 대답을 늦게······."

“방금 움찔하신 것 같은데."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햄버거만 아니면 좋습니다."


이런 햄버거를 너무 많이 먹었나.

매일 먹긴 했지.

어쩔 수 없다.

일단 다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간식으로 먹는 수밖에.


“햄버거가 아니래."

“다행이다."

“돌아갈 뻔했는데."

“···.”


오연수와 잭 톰슨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잭 톰슨은 미국인인데 왜 햄버거를 질려하지?

그리고 김재춘은 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가.


“음?"

“···.”


그렇게 선수들을 데리고, 무작정 걷고 있는데 오늘 붙었던 선발 투수와 마주쳤다.

백찬수.

최고 구속 164킬로미터.

9회 완봉까지 마운드를 지킨 괴물이었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지? 분하지도 않나?"


더그아웃에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거대한 키.

거의 박훈과 맞먹을 만큼 크다.

압도적인 위압감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자존심이 없나? 아니면 패배에 익숙해진건가? 뭐가 됐든 프로 선수로서 최악이군."


그의 말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았다.

옆을 보니 오연수와 김재춘은 얼굴이 붉어져 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잭 톰슨은 한국말이라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다.

부럽다.

나도 무슨 뜻인지 몰랐으면, 마음에 상처받지 않았을 텐데.


“한심하군. 이런 녀석들과 5위 경쟁을 하고 있다니."

“······.”

“나 같으면 분해서 배트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고 있겠다."

“······.”

“이런 놈들이 나와 같은 프로라니."


우리가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사이 백찬수는 혀를 차며 멀어졌다.

나는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노려봤다.

지금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다음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건 레드 드래곤즈가 아니라 우리다.


“쟤 선배님보다 어려요."


오연수가 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나보다 어리다고?


“···?!"

“어린놈의 자식이 싸가지 없게!"

“다음에 만나면 뒤졌다."

“참교육해 주실 거죠, 선배님."

“···누가? 설마 내가?"

“네,선배님 아니면 누가 해요."

“어?"


왜 갑자기 이런 흐름이 된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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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5위경쟁(3) +2 24.08.09 142 7 11쪽
29 5위경쟁(2) +2 24.08.08 100 7 12쪽
»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2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1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0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5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0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1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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