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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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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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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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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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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막전(2)

DUMMY

#18.


경기 피닉스와 대구 라이언즈 경기 2회 초.

점수는 아직 0:0.

김류진 감독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투수 공 좋네요.”

“음.”

“WBC에서 봤던 선수죠?”

“맞아.”


제이크 앤더슨.

구단이 반대했음에도,


‘국가 대표가 되는 건 내 인생 다시 없을 영광스러운 일. 구단의 반대? 허락? 그딴 건 필요 없다.’


이렇게 말하며 WBC에 나갔다.

그리고 그는 다쳤다.

그 이후 그의 커리어는 수직으로 하강했고, 예전과 같은 공을 던질 수 없게 되었다.


WBC는 단기 토너먼트로 진행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컸던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열리다 보니 피로 누적도 한몫했다.

어쨌든 미국 구단에 찍힌 그는 버림을 받았고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쇄애애액

퍼억!


“뱀이네, 뱀.”

“뱀이요?”

“뱀직구. 좋은 투수를 데려왔네.”


뱀직구.

뱀이 꿈틀거리듯 날아가는 공을 의미한다.

김류진 감독의 짧은 평가.

메이저리그에서나 한물간 선수지, 한국에선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쇄애애액!

퍼억!


제이크 앤더슨의 손끝에서 공이 또 한 번 날아갔고, 샘 워커가 배트를 시원하게 돌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타석에서 내려간다.


방망이질에 포수가 한기를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떤다.

그 모습에 수석 코치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안 그래도 수비가 좋은 팀인데 더 힘들어졌네요.”

“음.”


직감한 것이다.

오늘 경기 점수 내기 글렀다고.

투수의 공이 매우 좋다.

그러나 다음 타자는 김성준.

수석 코치의 눈빛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조금 전 팀 4번 타자 샘 워커보다 더.

반면, 김류진은 침착했다.

감독의 눈엔 겉으론 태연하여 애쓰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왔다.


“성준이네요.”

“긴장했어.”

“타고난 기질이 저러니 어쩔 수 없죠.”

“쯔쯧.”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제가 칭찬을 숨 쉬듯이 하고 있는 걸요.”


재능이 없는 사람도 ‘아, 내가 정말 야구를 잘하는구나!’, 라고 착각할 정도.


수석 코치 허구열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반면, 김류진은 표정 변화가 없이 답했다.


“성준이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예.”

“다음 타자부턴 최대한 공 많이 보라 하고.”

“투구 수를 늘릴 생각이신 거죠?”

“어. 저 투수 빨리 내려야겠어.”

“알겠습니다. 공 많이 보고, 최대한 풀카운트 접전까지 끌고 가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성준이는 왜······.”

“이유는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퍼억!


공이 미트에 꽂히면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움찔한 김성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쇄애액!

퍼억!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한다.


김성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김 감독의 말을 들어도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김성준을 지켜본 수석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죠. 그래도 공 오래 보라고 세세하게 지시를 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경험이 부족한 선수인데.”

“아니야. 성준이는 오랫동안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었어. 제 재능을 모르고 움츠리고만 있었지.”

“···.”

“늦게 날개를 편 만큼 자유롭게 훨훨 나는 법. 그럴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해.”


1부터 100까지 세세하게 지시해야 잘하는 선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선수는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두는 게 좋을 때가 있다.

김류진 감독이 봤을 땐 김성준이 그렇다.


‘사람들이 김성준을 F급 포수라고 했었다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알아서 성장한다.

괜히 어설프게 지도를 하면, 그것만 신경 쓰다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된다.


‘저 소심한 성격 때문에 문제가 많아. 그런데 재미있게도 저 성격 때문에 무섭게 성장할 거야.’


김성준을 바라보는 김류진 감독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허나, 눈빛에는 신뢰가 담겨 있었다.


“늦게 날기 시작한 만큼 더 높게 날 겁니다. 성준이는요.”


김류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정규 리그 개막전.

연습 경기나 시범 경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1군 경기 경험이 없는 김성준에겐 더 심하겠지.

지금 그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상대는 미국 국가 대표 투수였던 선수.

상당한 부담과 압박을 느끼고 있을 터.


그런데 또 기죽은 눈빛은 아니다.

치고 싶어 안달난 저 눈빛을 보면 안다.

자신은 없는데 또 치고는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김류진 감독은 별도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성준이라면 알아서 잘할 거야.’


그때 마침 투수가 세트 포지션을 했다.

주자가 없지만, 세트 포지션으로 던져도 충분하다는 의미.

그 순간 김성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공이 꿈틀거리며 불규칙한 무브먼트를 보이며 날아오고.


쇄애애액!


김성준이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쳤습니다! 안타!

-살짝 빗맞은 타구! 바운드된 공이 수비수 사이로 지나갑니다!

-1군 첫 경기. 그것도 개막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트리는 김성준!


“그렇지!”

“우와아아아!”


침울하던 경기 피닉스 덕아웃에 활력이 생겼다.

1번부터 4번까지 진루를 못하고 있자 분위기가 처져 있던 것이다.

그런데 김성준이 안타를 치자 달라졌다.


짝짝.

김류진은 가벼운 손뼉을 치며 축하를 보냈다.


김성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

프로가 되기엔 뭔가 5% 아쉽다.

못하는 것 같은데 또 어떨 때 보면 잘한다.

필요로 하는 순간엔 놓치지 않고 뭔가 해 준다.

지금도 그렇다.


공을 잡기 위해 유격수가 몸을 날렸는데 순간 공이 불규칙하게 튀는 바람에 못 잡았다.

저 유격수의 평소 실력이라면 놓칠 리가 없는데.


유격수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공을 바라본다.


-저는 유격수가 공을 잡는 줄 알았습니다. 평소 이런 실수를 하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예, 그런데 유격수 바로 앞에서 그라운드 맞고 공이 갑자기 툭 튀어 올라서 못 잡았어요. 공에 백스핀이 많이 걸려서 저런 겁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운이 없었네요?

-맞습니다.


김성준을 바라보는 김류진 감독의 눈빛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예?”

“2군 방출된 선수가 당당히 5번 타자 자리를 꿰찬 것도 모자라 미국 국가 대표 투수의 공을 칠 거라고······.”


김류진 감독은 말을 아꼈지만, 사실 꿰찬 걸 넘어서 4번 자리를 위협하는 중이었다.


“하하, 제 말이 그렇다니까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감독으로서 큰 기쁨이었다.

물론 이번 안타는 운이 많이 따랐다.

수비력 하나만큼은 한국에서 발군인 대구 라이언즈.

특히 수비 잘하기로 소문난 저 유격수의 손을 뚫고 안타가 될 줄이야.

하지만 프로는 노력이나 운보단 결과로 말해야 하는 법.


-오늘 경기 피닉스에서 첫 안타를 기록한 타자가 됩니다!

-김성준 선수로서는 오늘이 특별한 날이 되겠어요.


1루 베이스에선 몸을 날려 슬라이딩한 김성준이 흙을 털고 있었다.


“음, 근데 돌아오면 쓸데없이 몸 던지지 말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그냥 뛰어도 될 걸 뭐 하러 몸을....”


잘하는데 김류진 감독의 눈엔 아직은 어설픈 김성준이었다.


***


“스트으라이크! 삼진 아웃!”

“우오오아아아!”


잭 톰슨은 잘 던졌다.

3회까지 퍼펙트.

4회에 안타 하나를 맞았고, 5회엔 안타 2개와 포볼 하나를 내줬다. 그래도 점수를 내주진 않았으니까 잘했다.


그리고 샘 워커가 5회에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1점 앞서갔다.


7회까지 우린 당당히 무실점을 지켰다.

그런데 샘 워커의 공이 점점 제구가 안 되고 구속이 느려진다.


사실 감독은 6회 끝나고 교체하겠다고 말했는데, 잭 톰슨이 고집을 부려서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무실점이니 9회까지 완봉을 하겠다고.

이해는 한다.


개막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면, 이목이 집중되겠지.

여기서 잘해 일본으로 가서 돈을 왕창 벌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는 그의 꿈에 한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는 법.

누가 봐도 얻어맞기 직전이라 결국 교체됐다.


현재 스코어는 0대0.

마운드에는 권석호 선배가 올라갔다.

음.

불안하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불펜에 적으니 어쩔 수 없다.

왕년엔 국가 대표도 하고 잘 나갔는데······.

나도 존경했었고.

그런데 왜 자꾸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지 잘 모르겠다.

내 성격 탓인가?

괜히 생기지도 않을 일이 갑자기 한번 떠오르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 할 때.

나는 머리를 흔들며 억지로라도 불안한 감정을 털어냈다.


권석호가 던지는 구종은 커터, 커브, 싱커, 투심.

그중에서 내가 볼 때 커터를 잘 구사하는 편이다.


‘커터 던지세요.’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권석호 선배가 고개를 젓더니 커브를 던지고 싶다고 사인을 보내 왔다.

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하긴 한데 한때 국가 대표 투수 1선발.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공이 그의 손끝을 떠나는 순간.

공이 날아올 코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요구한 곳 그대로 날아오는 코스.


‘좋았어!’


박훈이나 컨디션 안 좋은 날의 샘 워커와는 다르게 제구도 좋다.

솔직히 권석호 선배의 공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 내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래.

영광스러워야 하는데.


따악!


초구부터 얻어맞은 권석호 선배.

우리로선 다행히도 타이밍이 살짝 늦었는지 공이 왼쪽으로 크게 떠오른다.


나는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공을 뒤쫓아 달렸다.

그런데 공이 너무 빠르다.

수석 코치님이 쓸데없이 몸을 날리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

괜히 있어 보이고 싶어서 날리는 거 아니냐고.

부상 위험도 있고, 그냥 달려서 잡을 수 있는 건 달리라고.


그런데 이거 몸을 또 한 번 날려야겠는데?

그냥 달려선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압!”

푹.


“파울!”


나는 몸을 던져 공을 잡으려 했지만, 아깝게 못 잡았다.

하아. 타구가 이렇게 될 걸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조금 더 빨리 반응해서 공을 잡고 아웃 하나 잡았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 실력이 떨어지는걸.

터벅터벅 배터 박스로 걸어와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투심이요.’


권석호 선배의 구속은 느리다.

허나, 방금 느린 커브를 봤으니 체감상 더 빠르게 느껴질 것이다.


방금 크게 한 방 맞을 뻔한 권석호 선배는 이번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공을 던졌다.


쇄액!

퍼억!


“스트라이크!”


그렇지.

상대 투수처럼 무시무시한 공을 던지진 못한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를 잡기엔 충분하다.


그런데 여전히 불안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흠.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강한 예감.

어쩔 수 없지.


‘스킬을 사용해야겠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비수들보고 조금 전진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무릅쓰고 소리쳤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더 크게 외치십시오. 경기장 구석까지 들을 수 있도록. 그러지 않으면 스킬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망할!’


아.

창피하다.

그냥 말없이 아무런, 표시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

어쩔 수 없지.

나는 배에 힘을 주고 있는 힘껏 외쳤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이 움찔하며 나를 바라본다.

아, 피가 얼굴에 쏠리는 느낌.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안다.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됐겠지?

그나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티는 안 난다.


오션스에 강해상 선배가 이렇게 했을 때는 멋졌는데.

난 왜 숨고만 싶지?

그때였다.



“하나, 둘, 셋!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깜짝이야.

약속이나 한 듯 소리치는 동료 선수들.

거기에 원정석에 있는 팬들도 날 따라 외치며 응원을 보내기 시작한다.


음.

어쨌든 조금 덜 창피하군.

고맙습니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3Lv 스킬이 적용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동료 선수들 머리 위엔 전에 봤던 정령처럼 생긴 무언가가 나타나 무언가를 뿌리더니 사라졌다.


선수들 위치가 변경되자 권석호 선배에게 신호를 보냈다.


‘커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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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 개막전(2) +2 24.07.28 190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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