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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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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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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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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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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계약(1)

DUMMY

12.


물론 내 눈에는 공이 박훈의 손을 떠나기 직전 그라운드를 향해 패대기치는 코스가 훤히 보였다.


‘눈에 다 보여’, 스킬 덕분이다.


조준을 어떻게 하는 건지.

내가 아니라 표시된 코스대로 그라운드를 향하는 공.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무조건 블로킹해야 한다.


스킬 레벨이 낮아서일까?

몇 초 전에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미트에 도착하기 직전에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포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힘을 잃고 불규칙적으로 튕겨 굴러오는 공을 침착하게 잡았다.


스킬이 없었다면, 당황해서 공을 놓치고 타자의 1루 진출을 허용했을 수도 있다.


“···.”


일순 시끄럽던 경기장엔 썰렁한 침묵이 흘렀다.


경기 피닉스를 응원하는 한인도, 요미우리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일본 놈들도 같은 반응.


펜스 가까이 붙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일본 놈도 입을 크게 벌리고선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시구도 아니고, 프로 투수가 패대기를 치다니.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저 투수가 같은 편이라니.


“···.”


그래, 그럴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니까.

나도 그래 왔고.


게다가 박훈은 나보다 발군의 재능을 가진 투수.

최고 구속이 157이라고 했나?

160은 아니지만, 이것도 재능이 받쳐 주니까 가능한 구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타자와 주심의 어이없어하는 눈빛을 보고, 박훈을 위로했다.


그러나.

흔들리는 동공.

썩은 동태 눈깔.

나는 저 반응이 뭔지 잘 알고 있다.

멘탈이 나가 버린 것이다.


‘망했다.’


박훈으로서도 프로가 된 다음 그라운드에 공을 패대기치는 건 처음인 건가?

유리 멘탈이 깨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동시에 내 머리도 깨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지?

이미 떨지 말고 힘내! 스킬은 다 사용했다.


9회까지 끌고 오며 위기가 있었기 때문.

개복치 같은 투수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미묘한 심리 변화가 투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득점 기회에서 힘을 주기 위해 타자에게 떨지 말고 힘내, 버프를 걸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그때였다.


김류진 감독님이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올라오셨다.

뭐라 말을 하자 잔뜩 굳어 있던 박훈의 얼굴이 풀어졌고, 이후 나쁘지 않은 피칭을 했다.

하지만.


-쳤습니다! 적시타! 요미우리가 안타를 뽑아냅니다!

-호락호락 질 수는 없다는 거죠!

-경기 재미있게 흘러가는데요!

-박훈 여기서 무너지는 건가요!


말 그대로 나쁘지 않은 정도.

구속, 제구, 구위, 변화구 모두 하락했다.

요미우리 상위 타선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따악!


-안타! 또 안타! 요미우리의 연속 안타!

-주자는 홈인! 무승부를 만들어 냅니다!

-슬슬 투수 교체 타이밍 아닐까요?

-김류진 감독.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박훈에게 끝까지 믿고 던지게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훈은 13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삼진! 2아웃!

-경기 치열한데요?


따악!


-높게 뜬공!

-넘어가나요?

-중견수가 잡습니다. 9회 무승부를 만들어 내는 요미우리!


이어진 공격 경기 피닉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대로 경기 종료.

점수가 무승부라도 9회까지 하기로 사전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점수는 3대 3. 경기 종료됩니다.

-박빙의 승부였죠?

-예, 신생팀이라도 만만히 볼 수 없다는 걸 보여 주는 경기였습니다.

-무승부를 거뒀으니 경기 피닉스가 이득을 본 경기입니다. 연습 경기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모습. 감명 깊게 봤습니다.


***


경기 피닉스의 압도적인 패배를 예상했던 경기.

중계위원은 우리 선수들을 칭찬했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와 실시간 중계방송에서도 반응은 좋았다.


┖경기 피닉스. 수고하셨습니다.

┖이길 뻔했는데 아쉽네요. 앞으로 응원할게요!

┖강해지는 게 눈에 보이네요.


물론 모두가 칭찬하는 건 아니었다.


┖수고는 무슨. 정신병 걸리는 줄?

┖이걸 비기네.

┖3:2가3:3된거 가지고 뭘. 14:1이 15:15된 기분을 아느냐?

┖ㅋㅋㅋㅋㅋ 나 그때 현장에 있었음

┖심지어 15:14로 이길 뻔했음.


요미우리와 비긴 것 자체가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

그러나 내 기분은 착 가라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기적적인 결과에 특전 보상을 지급합니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1Lv 획득]

[경기 중 1회에 한하여 수비수들의 능력치(민첩성, 캐치, 다이빙, 침착성, 집중력, 수비 범위, 주력, 순간속도 등)가 크게 향상됩니다.]


물론 스킬이 생긴 것 자체는 좋다.

1회밖에 안 되는 건 아쉽지만, 스킬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횟수도 늘어나겠지.


다만, 경기에 이겼으면 더 큰 보상이 따라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더 강해질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크흑!"


라커룸으로 돌아온 박훈은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저러고 있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뭐 당당하게 뻗대더라도 내가 한 소리 하지는 못한다.


한국 최고는 아니지만, 1선발 잭 톰슨과 더불어 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니까.


‘옛 생각 나네.’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니고, 그저 공을 땅에 패대기를 친 것뿐인데.

점수도 1점 내주고.


나는 박훈의 어깨를 두들겼다.


“고생했다."

“···선배님."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역전 당했을 수도 있어."

“···!"

“네가 잘 틀어막아 줘서 1점밖에 안 내준 거야."


패배도 아니고 무승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생각하자.


“···선배님."


박훈이 나를 보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나는 씩 웃었다.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다음에 더 잘하면 돼."

“예!"


그래, 이렇게라도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트로피가 걸린 것도 아니고, 연습 경기일 뿐이지 않은가.

다른 선수들도 무승부에 만족해했다.

상대 팀의 위상과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나만 아쉬울 뿐.


어쨌든 아쉬움은 여기까지.

꾸르륵.

힘을 썼더니 배가 고프다.


“장어나 먹으러 가자."

“앗싸!"

“회식이다!"


올해 스프링캠프 마지막 연습 경기.

권석호 선배가 사는 장어를 먹으러 가야 한다.


“장어, 장어, 장어. 하나 먹고 둘이 죽어도 맛있는 장어."

“···.”


시선을 돌리니 권석호 선배 앞에는 젊은 선수 몇몇이 장어로 노래를 부르며 괴상한 춤을 추고 있다.


내 말에 평소대로 돌아온 박훈이 일본에 지내는 동안 블로킹 코치를 해 준 일본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제일 비싼 장어집이 어디에요?"

“이쪽으로."


권석호의 미간이 좁아졌다.

누가 보더라도 돈 아까워하는 표정.


“장어를 산다고 했지만, 일본에서 제일 비싼 장어집은 아니었다."


권석호가 말했다.

주위에 있던 모두가 들었지만, 약속이나 한 듯 조용했다.

일본인 코치가 권석호의 눈치를 보며 알려 주었고.


“코치님도 같이 가시죠. 지금까지 같이 고생하셨는데."

“ありがとう!(감사합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팀원 사이에 꼈다.

어느새 우리 뒤에 따라붙은 김류진 감독님과 코치님들까지.

다들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행복해하는 기색을 숨길 순 없었다.

우리는 모두 일본에서 제일 비싼 장어집을 향했다. 일본에 있는 모든 장어를 먹어 치울 기세로.


***


다음날.

경기 피닉스는 일본에서 이틀간 친한 선수끼리 무리를 지어 온천과 맛집 탐방 등 휴식을 취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3월 중순부터 시범 경기가 열린다.

약 일주일 정도 짧은 기간이 생기는데 선수들은 가족이나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나와 박훈은 사무실로 출근해야 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정식 계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서 와요! 고생 많았어요! 어렵게 구한 인삼차가 있는데 한 잔씩 드릴까요?"

“예."

“감사합니다."


강철 단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운영팀장이 다가와 인삼차 두 잔을 건네줬다.


“요미우리 경기 진짜 잘했어요. 비길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특히 김성준 선수가 홈런 칠 때 내가 깜짝 놀랐다니까?"

“헤헤."

“2점 역전 홈런이었죠?"

“맞습니다."

“꼭 나 선수 때 보는 것 같아서······ 내가 말이야. 일본에 진출했을 때 있었던 일인데······"


나와 박훈은 10분 넘게 강철 단장의 칭찬인지 자기 자랑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단장님, 거기까지 하시죠. 선수들 졸기 직전인 것 같은데."

“···.”

“자요?"

“···아닙니다."


박훈을 보자 눈이 반쯤 잠겨 있다.

침도 흘린 것 같은데?

어쨌든 운영팀장의 중재로 강철 단장의 자랑은 끝이 났다.


“박훈 선수도 고생했어요. 9회에 올라가서 1실점으로 마무리한 거면 잘한 거예요. 웬만한 일본 클로저도 하기 힘들어하거든."

“노력해서 다음엔 더 좋은 결과로 만들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러면 김성준 선수가 형이죠? 김성준 선수부터 계약할까요? 절 따라와요."

“예."


올 것이 왔구나.

강철 단장의 환대에도 속엔 걱정으로 가득했다.

어쩔 수 없다.


별것 아닌 일에도 긴장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게 내 타고난 성격이니까.

고치고 싶어도 고쳐지지 않는 성격.

하아.

걱정된다.


자리에 앉자 더욱 긴장된다.

날 부른 이유는 계약 협상.

협상이 아니라 통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환한 미소.

그리고 날 향한 칭찬.

거기에 고급 인삼차까지.

이 모든 것들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계약을 쉽게 하려는 수작이겠지.


야구 선배 강철 단장.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말을 놓을 법도 한데 존댓말을 해 주는 것이 반증.


내 성격이 이래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다.

대충 알 건 아는 나이.

그럼에도 협상이 아닌 통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내가 뭐 보여 준 게 없는데 발언권이 있을 리가.

그저 주는 대로 받는 수밖에 없다.


다만, 최저 연봉보단 조금이라도 더 높았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나도 장가가고, 나 닮은 아이도 낳지 않겠는가.

출산율도 낮다는데 나라도 낳아야지.

음.

근데 성격은 날 닮지 않았으면 한다.


“자, 시간 없으니 빠르게 계약 마무리하죠. 저희 구단이 김성준 선수에게 제안하는 조건입니다."


나는 제일 중요한 금액을 확인했다.

연봉 천인가.

최저보다 훨씬 낮네.

이거 법적으로 안 걸리나?


“흐음."


이 돈 받고 야구하던가 아니면 나가라는 것인가.

우울하군.

독립구단?

돈을 받고 운동하는 게 아니라 돈을 내면서 선수로 뛰어야 한다.

내 재정 형편상 불가능하다.

그냥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는 소리.

연봉이 낮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최저보다 낮을 줄은 몰랐다.


“연봉이 마음에 안 드는 건가요?"

“···.”


그럼 낮지, 이 사람아.

나는 원망의 눈빛으로 강철을 바라봤다.

내 비록 보여 준 게 없으니 발언권은 없지만, 최저보다 훨씬 낮은 연봉으로 계약하고 싶진 않다.

확 신고해 버려?


“혹시 다른 구단에서 김성준 선수에게 접촉했거나 연락받은 거 있습니까?"

“아니요, 없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강철 단장은 계약서를 가져가더니 쓱쓱 수정해서 내 앞에 다시 내려놓았다.


앞자리가 1 대신 2로 변했다.

여전히 최저보다 낮은 금액.

아.

죽고 싶다.

그동안 피땀 흘려 노력해 온 내 연봉이 겨우 이천이라니.


“연봉 이억입니다. 더 올려 드리고 싶은데 경력이 없어요. 그것도 너무 없어요. 이 금액이 최선입니다."

“어쩔 수 없죠."


최선이라는데.

이거라도 사인해야지.

당장 굶어 죽을 판국인데.


잠깐.

계약서에 사인하던 나는 멈칫했다.

지금 강철 단장이 얼마라고 했지?

뭔가 잘못됐나 싶어 계약서를 다시 확인해 보니.


일, 십, 백, 천, 만······ 억. 억?

연봉이 이천이 아니라 이억이었다.

놀라서 강철 단장님을 바라보자.


“홈런을 치거나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 추가 보너스 지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성적에 따라 보너스 지급이 있으니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기요?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박훈 계약서랑 바뀐 거 아닌가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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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위경쟁(2) +2 24.08.08 100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2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1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0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5 7 11쪽
»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1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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