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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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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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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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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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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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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개막전(4)

DUMMY

20.


‘날 개무시하고 있는 눈이군.’


차영호가 마치 모기나 벼룩처럼 귀찮고 하찮은 벌레를 바라보듯 나를 본다.

사실 저런 눈빛은 내겐 매우 익숙한 일이다


과거 난 대학 졸업 후 드래프트 11라운드에 겨우 지명되었다.

그 이후 2군에서 선배들의 온갖 시중이란 시중은 다 들어야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안 그래도 소심했던 내 성격이 더욱 소심해진 건.

차영호의 눈빛에 그때 받았던 무시와 멸시의 기분이 떠올랐다.


‘개빡치는데. 어린놈의 자식이 싹수없게.’


과거라면 표현도 못 하고, 얌전히 있었을 것이다.

내겐 나이 빼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재능도 업적도.

나이만 먹고 뭐 하냐는 소리를 들을 순 없지 않나.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보여 주지. 실력으로.’


나는 차영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네 노림수가 다 보여’, 2Lv이 적용됩니다.]


스트라이크 존 옆에 던질 구속과 구종, 코스가 표시됐다.

몸쪽 꽉 찬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50.3킬로미터.


‘오.’


속으로 살짝 놀랐다.

내가 알고 있던 차영호의 구속보다 살짝 더 높다.

제구에 자신 있는지 코스도 까다롭고.


‘던질 때마다 최고 구속을 갱신하네?’


차영호가 왜 천재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확실히 시범 경기 때 붙었던 투수들이 던지는 공보다 수준이 한층 높다.


‘천재는 천재인가.’


그리고 구속 150.

과거와 비교하면 평균 구속이 많이 상승했음에도 150은 여전히 높은 구속이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장래 메이저리그에 갈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차영호.

몇 년 전부터 1군와 2군을 오가며 간간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재작년부터 주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기량 또한 일취월장하는 중이고.

작년보다 최고 구속이 3킬로미터나 높인 것이 그 증거.


반면, 나는 늦은 나이에 겨우 1군 엔트리에 든 하찮은 재능을 가졌다.

일반인 중에선 발군인데 프로가 되기엔 부족한 어정쩡한 선수.


타격 연습할 때도 박훈이나 잭 톰슨이 던지는 공은 건드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권석호 선배면 또 몰라.

그런데.


‘아, 자신이 없네. 못 칠 자신이.’


평소라면 하지 못할 생각.

스킬을 사용하면 180도 달라진다.

팀 내 강력한 원투 펀치인 박훈이나 잭 톰슨의 공도 이따금 칠 수 있을 정도.


속으로 방긋 미소를 지었다.

스킬 덕분에 없던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물론 겉으로는 완벽하게 표정 관리했다.


잔뜩 긴장한 얼굴.

그러면서 자신 없어 하는.

그래야 조금이라도 방심하지 않을까.


물론 속으론 자신 있다.

어떻게 날아올지 코스가 훤히 보이는데 못 치면 안 되지.


공이 날아온다.

난 타이밍 맞춰 배트를 휘둘렀고.


따아아아악!


내 귀에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짜릿한 손맛까지.

스킬을 사용한다고 100% 홈런은 아니다.

내 기본적인 실력 자체가 떨어지니까.

‘네 노림수가 다 보여’, 스킬은 그저 공을 칠 수 있게 보조해 주는 정도.

하지만 웬만하면 장타는 나온다.

나는 멀리 날아가는 공을 바라봤다.


‘홈런인가?’


공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멀리 그리고 높게 날아간다.


‘하긴 구속이 150이나 나오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구속이 빠르면 타자가 치기 어렵다.

그런데 동시에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홈런 확률이 증가한다.

배트에 제대로 맞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지만.


빠른 공이 반발력을 높여 운동에너지가 타구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잘 날아가네.’


아마 내가 친 홈런 비거리 중에서 가장 갈지 않을까 싶다.


툭.


공은 한참을 날아가다 관중석에 떨어졌다.

시선을 옮겨 차영호를 바라봤다.

벌레 보는 듯한 시선에서 놀랐는지 부릅뜬 눈.

얼굴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믿기지 않다는 듯이.

비웃음 가득했던 눈이 지금은 깜짝 놀란 듯 커졌다.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하는 것은 덤.


음.

이해한다.

내가 차영호라도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알레한드로 모랄레스는 AAA리그에서도 제법 잘한다고 듣는 타자.

샘 워커는 메이저리그 출신.

그런데 나한테까지 얻어맞으니 말 다했지.


사실 운이 좋았다.

나처럼 별 볼 일 없는 투수였으면 안타였을 텐데.

구속이 높은 선수라 덕분에 홈런이 나왔다.


┖와 미쳤네.

┖존나 멀리 날아간다.

┖구속 150인데 저걸 바로 때리네.

┖150이면 차영호 개인 최고 구속인데?

┖나 앞으로 경기 피닉스 응원한다!


***


9회 말.

박훈은 볼넷 하나와 폭투 한 번에 실점 하나를 내줬지만, 삼진 하나를 잡았다.


다른 포수였다면 역전당했겠지.

박훈은 내가 포수였을 때 제구가 좋아지니까.


하아.

뭐라 할 수도 없고.

나이와 실력을 떠나 가만히 있어도, 압도적인 덩치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피지컬 괴물.

역전당하는 줄 알고 가슴이 조마조마했네.


“이야아아아아!”

“이겼다!”


어쨌든 우리 팀 승리로 끝.

개막전 첫 승리에 모두가 행복해했다.

감독님도 손뼉을 치며 흡족해했고.


몸을 씻고, 라커룸에 앉은 나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개막전 이벤트 달성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눈에 다 보여’,가 4Lv ->5Lv로 상승했습니다.]

[날아올 공의 코스가 1초 더 빨리 표시됩니다.]

[투수에게 어울리는 자세와 어울리는 구종을 알 수 있습니다.]


4Lv까지는 레벨이 올라도 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게임할 때도 엄청나게 비싼 아이템을 얻거나 승급을 해야 체감되지, 스킬 레벨 1~2업 정도로는 체감이 잘 안 된다.


‘현실 반영 제대로네.’


그런데 1초나 더 빨리 볼 수 있다고?

폭투 같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1초 더 빨리 반응할 수 있게 됐다.


투수에게 어울리는 자세와 구종?

음.

나한테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 돼도, 같은 편 투수가 잘하면 좋지.

잘 모르겠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


10레벨 되면 또 어떤 효과가 있으려나?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개막전 MVP로 뽑혔습니다.]

[특전 보상으로 추가 스킬을 얻습니다.]

[다치지 않아!]

-경기나 훈련 중 부상 확률이 큰 폭으로 감소합니다.

-다치더라도 대단히 빠른 속도로 회복합니다.


내가 MVP라고?

잘못된 거 아닌가?

그저 홈런 한번 친 거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얼떨떨하다.


그리고 새로 얻은 스킬.

다치지 않아?

음.

좋은 거겠지?

감기에도 안 걸리나?

심심하면 걸리는 치질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치질은 포수라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병.

직업병이다.

그리고 받을 보상이 한 가지가 더 남아있다.


[개막전 기념 특별 이벤트 달성!]

[영혼의 배터리에 투수 한 명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누구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누구로 해야 할까.

1선발 잭 톰슨?


이제 겨우 24살.

앞길이 창창한 선수다.

내가 볼 때는 차영호보다 재능이 뛰어나다.

구속이 더 높으니까.

그런데 내가 영혼의 배터리에 등록하면 160킬로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


“캬.”


감탄이 절로 나오네.

진짜 부러운 재능이다.

160이라니.

배도 살살 아프고.


멘탈이 좀 문제라서 그렇지.

생각해 보니 제구도 떨어진다.

미신에 의지하는 것도 그렇고.

음.

그런데 잭이 차영호보다 뛰어난 건 구속 하나밖에 없네.

하지만 내가 옆에서 케어해 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잭 톰슨이 나만 찾게 된다면?

미국이나 일본에 갈 때 나도 영입하라고 구단에 조건을 걸 수 있지 않을까?

투수가 나만 찾는 건 내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단 보류.


아니면 선수 황혼기를 달리고 있는 권석호 선배?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도와줘?

솔직히 제구는 내가 아는 선수 중에서 최고다.

던질 수 있는 변화구도 많고.

구속이 조금 떨어져서 문제지.

그런데 내가 영혼의 배터리에 권석호 선배를 등록한다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꽤 믿음직한 중간 계투가 될 것이다.

나한테 잘 대해 주는 것도 있고.

고민되네.


중국집가서 짜장면과 짬뽕, 울면, 기스면 같은 메뉴 중에서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다 먹는 것.

하지만 영혼의 배터리에 등록할 수 있는 투수는 하나.


“선배님.”


음.

어찌해야 하나.

그냥 시스템이 알아서 정해 주면 안 되나?

선택을 못 하겠는데······.

어째 야구 경기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선배님!”


깜짝이야.

시선을 옆으로 옮기니 박훈이 흥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훈아.”

“선배님이 MVP예요! 감독님이 인터뷰 준비하래요!”


아, 맞다.

MVP는 경기 끝나고 인터뷰가 있지.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내가 MVP를 받은 건 알고 있어서 담담했다.

그런데 인터뷰는 좀 그런데.

한 번도 안 해 봐 가지고.

그때였다.


“어, 그래.”


[박훈을 영혼의 배터리에 등록하셨습니다.]


“···?”


난 박훈을 등록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보니 박훈과 대화할 때 박훈을 등록하겠냐고 물은 것 같기도?


[박훈과의 사이가 더 돈독해집니다.]


“···.”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갑자기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

박훈을 보자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실시간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우정과 신뢰가 듬뿍 담기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굳이 더 친해질 필요는 없는데.


“대단해요! 역시! 제가 처음 선배님을 보는 순간 알았다니까요?”

“···그래.”

“존경합니다. 선배님!”


뭐 박훈도 나쁘지 않다.

내 의도는 아니지만.

승리를 더 확실하게 굳힐 수 있을 테니까.


“경기도 기분 좋게 이겼는데 끝나고 뭐 먹을까?”


권석호 선배가 말했다.


“좋죠.”


나도 먹는 걸 좋아한다.

그것도 엄청나게 좋아한다.

주 6회 치르는 경기를 견디려면 잘 먹어야 하기도 하고.

대충 먹으면 몸이 견디질 못한다.


“근처에 내가 잘 아는 막창집이 하나 있거든? 그리로 가자.”


얼굴이 절로 끄덕여진다.

대구하면 막창이지.


“예! 선배님이 사시는 겁니까?”

“아니, MVP 받은 사람이 쏴야지.”

“···예?”

“MVP 상금도 있잖아? 가서 인터뷰하고 와. 우리가 다 준비해 놓을게.”


상금이 얼마나 된다고······.

선수 숫자가 몇인데.

내 계약서에 무실점 승리랑 홈런 치면 추가 보너스 있는 걸 혹시 알고 있나?

그건 아니겠지.


아니면 일본에서 있었던 장어 사건을 복수하려는 걸 수도.

나를 바라보는 권석호 선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는 것 같다.


“헤헤, 회식이다!”

“막창, 막창!”

“잘 먹겠습니다!”


선수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

뭐 그래. 내 연봉을 생각하면 살 수 있지.

가끔은.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선배답게 밥 한 번은 살 때가 되기도 했고.

한우나 참치도 아니고 막창이니 뭐.

얼마나 나오겠어?


“양곱창 시켜도 됩니까?”

“···?”


잠깐.

양곱창은 비싼 메뉴 아닌가?

그것보다 막창집에서 팔아?

먹어 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불길한 느낌에 안 된다고 말하려 하는데.


“시켜, 시켜!”

“감사합니다!”

“···.”


왜 시켜도 된다는 말이 권석호 선배의 입에서 나오는 것인가.

돈 내는 건 난데?

혹시 영혼의 배터리에 등록 안 한 걸 알고 삐쳤나?

그럴 리가.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운동선수, 특히 야구 선수들은 엄청나게 먹어 댄다는 것을.


“빨리 인터뷰하러 가! 저기 스태프 오셨네.”

“자, 잠깐만요.”

“김성준 선수님? 지금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인터뷰하셔야죠.”

“빨리, 빨리!”


경기장 스태프에게 이끌려 갔다.

그리고 나는 기자에게 첫 질문을 받았다.


“김성준 선수 맞으시죠? 1군 첫 승리 축하합니다.”

“···.”


내가 김성준이 맞느냐는 간단한 물음.

그러나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본 순간 긴장되고 떨려서.

입이 열리지 않는다.


반짝이는 플래시.

열댓 명의 기자들이 나를 바라본다.

그 숫자만큼의 카메라.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얼굴은 왜 또 이렇게 화끈거리는 건지.


이날 난 MVP가 되는 바람에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

”······미, 미안합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새빨개진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자 되려 질문한 기자가 나한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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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위경쟁(2) +2 24.08.08 100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0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1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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