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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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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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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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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김재춘(2)

DUMMY

22.


몇 시간 전.

김류진 감독과 강철 단장은 훈련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음.”


현재 팀 순위는 공동 4위.

전문가 예상과는 다르게 높다.

그러나 김류진 감독과 강철 단장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석호는 좀 어떻습니까?”

“안 좋아.”

“불펜이 얇아서 힘든데 부상자까지 발생해서 더 어려운 상황이네요. 다른 불펜 투수 중에 대체가 될까요?”


그 말에 김류진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권석호는 주전 셋업맨.

다른 불펜 중에선 마음에 드는 투수가 없다.

그나마 박훈인데 이미 클로저를 맡은 상황.

대체 선수가 절실하다.


“2군에서 찾아보든지 해야지. 마침 오늘 경기도 있고 하니.”

“···예. 죄송합니다. 제가 선수를 더 잘 뽑았어야 했는데.”


강철은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몸만 괜찮으면 자신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은 심정.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더더욱 착잡했다.


“그게 어떻게 네 탓이야. 재능 있는 투수가 안 온 탓이지.”


선수층이 두터운 팀은 한두 명 빠져도 크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대체할 선수가 많으니까.

하지만 신생팀인 경기 피닉스는 그 여파가 크게 다가왔다.

주전을 제외한 후보들의 실력이 크게 떨어지는 탓이다.


‘후보가 조금만 더 잘했어도 1, 2승은 더 먹었을 텐데.’


특히 주전 포수를 맡고 있는 김성준과 후보 오연수.

오연수도 백업으론 나쁘지 않다.

둘 실력을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오연수가 경기에 나가면 패배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김성준만 내보내 혹사시킬 수는 없는 일.

사람은 기계처럼 철과 기름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부상 방지와 체력 안배 차원에서라도 오연수와 번갈아 출전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주전 위주로 돌리되, 최소한으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는 수밖에.


“직접 가시게요?”

“아니, 무릎이 시원찮아서. 코치들이 가기로 했어.”


강철 단장은 문득 김성준이 떠올랐다.

왜일까.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김성준이 선수 발굴에 크게 활약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박훈도 원래는 떨어졌어야 할 선수였지.’


김성준이 트라이아웃에서 임시 포수를 하면서 달라졌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성준이도 보내는 게 어때요?”

“겁쟁이?”


김류진 감독은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했다.

2군 선수 보러 가는데 김성준을 왜 보낸단 말인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류진 감독도 곧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준이가 공 받아 줄 때 피쳐들 기량이 올라갔지?’


포수는 타격와 수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투수들의 멘탈을 보살펴서 제 기량을 발휘하게 하는 능력 또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김성준이 2군 선수들의 공을 보거나 받아 준다면?

전엔 못하던 선수들이 잘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누구도 몰라봤던 원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늘은 1군 경기가 없는 날.


‘겁쟁이는 보나 마나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겠지.’


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태도다.

휴일이라고 술 처먹거나 클럽에 다니는 선수도 있었으니.


그런데 김류진 감독은 김성준이 오늘 같은 날 밖에 나왔으면 했다.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데 도움도 될 것 같고.

생각을 정리하던 김류진 감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하지.”

“예. 큭, 그런데 인제 그만 이름으로 불러 줘도 괜찮지 않아요?”

“봐서.”


2군 경기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던 수석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예, 감독님.”

“2군 경기장 가는 길에 겁쟁이도 데려가.”

“성준이를요?”

“그래, 집에 직접 찾아가야 할 거야. 전화로 그냥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올걸.”

“예, 직접 찾아가서 데려오겠습니다.”




***


그리고 현재.

2군 경기는 콜드 게임 패 직전이다.

점수 차는 15대 1.

이런 속도라면 20점을 돌파할지도 모른다.


뭐 퓨처스 리그라서 승패는 큰 의미가 없긴 하다.

어디까지나 1군 경기를 위해 존재하는 리그일 뿐이니까.


까앙!


-안타입니다! 안타! 우중간!


따악!


-또 안타네요. 감독 저 투수 교체 안 하나요? 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저 점수 차로 지면 개빡친다.

내가 당해 봐서 잘 안다.


“와.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할 것 같은데.”

“답답하네.”

“허허.”

“거의 프로와 아마추어 수준인데? 저 투수 2군 맞아?”


퓨처스 리그라서 그런지 관중석에서 욕이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1군 경기였으면 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그냥 경기 피닉스 말고, 오션스 응원하자.”

“그래. 이길 수 없으면 저쪽으로 합류하는 게 맞지.”

“가라, 가라, 가라 오션스!”

“오션스! 오션스! 최강 오션스!”

“······.”


어쨌든 지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재춘.

2군 경기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좋지 못한 성적인데, 오늘따라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지.

아까부터 신나게 얻어맞고만 있다.

볼넷 두 개에 3연속 안타.

공 한 번 던질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고.

이렇게 위태로울 수가 있나.


결국 그는 1이닝을 미처 채우지도 못하고 교체 아웃.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1군 선수가 되기엔 기량 자체가 떨어진다.


“에휴.”

“하아.”


수석 코치님과 포수 코치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한숨을 푹푹 내쉰다.

조언이나 경고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한테 하는 거지, 싹수조차 보이지 않으면 포기하고 만다.


“없지?”

“···예.”

“아무래도 기존 불펜 자원으로 석호 빈자리를 메꿔야겠어요.”

“감독님한테 뭐라 말해야 할지······.”

“불펜 선수들이 고생이죠.”


그런데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둘이서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감독님이 나를 데려가라고 해서 같이 오긴 했는데 큰 신경은 쓰지 않는 느낌.

음.

당연했다.

나한테 괜찮은 투수가 보이면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스카우터가 아니라 선수.


내가 코치들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개 선수가, 그것도 여태 2군 출신이었던 사람이 뭔 말을 하든 크게 귀에 들어오진 않겠지.


왜 나를 데리고 온지 모르겠지만, 공짜로 받을 얻어먹으니 나쁜 일만은 아니다.


그때 마운드에서 터벅터벅 내려가는 김재춘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놈이다.’


그래서일까?

동병상련이라고 왠지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더 간다.

도와주고 싶은 심정.

그러나 나는 고민이 됐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가 누굴 돕는단 말인가.


주전으로 나가고는 있지만, 언제 오연수 백업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팬의 응원.

휘트니스 센터에서 몸 만드는데 도와준 이진수 선배.

말고도 알게 모르게 작은 도움을 준 많은 인연.

사람은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음.’


그냥 이대로 지나칠 수도 있다.

솔직히 내게서 뭘 기대라고 여길 데리고 온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후회할 것 같다.

마치 한겨울 추운 날 보일러 난방을 풀로 켜 놓고 외출한 느낌.


‘어떻게 하지.’


그때 내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야신의 길.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음.

당황스럽군.

여기서 퀘스트가 뜬다고?


[야신은 야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 뛰어난 성취를 거두어야 합니다.]


‘왜?’


[그게 바로 야신이니까요.]


‘······.’


[김재춘을 도와 더욱 강력한 팀을 만드십시오.]


내가?

김재춘을 도우라고?

어떻게?


[판단은 개인에게 맡깁니다. 자신을 믿으십시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


물론 돕고는 싶다.

하지만 나는 선수지 코치가 아니다.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한단 말인가.


[김재춘 선수가 1군 경기 데뷔전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당신이 보유한 스킬 중 한 가지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겨우 1레벨.

1년에 치러야 할 경기 수가 140이다.

그 모든 경기를 내가 나갈 건 아니지만, 내 활약도에 따라 1경기에 2레벨이 오르기도 한다.

보상이 너무 작은데?


[퀘스트를 거절하거나 실패할 경우 당신이 보유한 스킬 중 하나가 레벨 2 하락합니다.]


음, 커다란 페널티가 있군.

내 피같은 스킬 레벨이 하락하게 두고 보기만 할 수는 없다.


‘일단 부딪혀 봐야겠어.’


갈팡질팡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김재춘이 던지는 공을 가까이서 봐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답이 나올 것 같다.


“저 김재춘 선수를 한번 만나 봐도 될까요?”

“어, 어? 그래.”

“가서 선배로서 조언도 해 주고 위로도 해 주면 좋지. 같은 팀 선수인데.”

“예.”


뜻박이라는 코치의 얼굴.

역시나 내겐 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김재춘도 마찬가지.

아무래도 이미 가망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누가 보더라도 포텐이 낮은 선수긴 하다.


그런데 코치님의 말투에 왠지 오기가 생긴다.

두 분이 잘못 본 거라고.

박훈은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어떻게든 김재춘의 재능을 찾아낸다······!

그래서 꼭 말해 줄 것이다.


김재춘은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두 분이 잘못 보신 거라고 말이다.

이윽고, 나는 김재춘과 마주쳤다.


***


선배들이 은퇴하면서 내게 해 준 말이 있다.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아냐?

-뭡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그때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나도 은퇴가 슬슬 가까워져서인가.

31살.

물론 아직은 이르긴 하다.

마흔이 되어서도 여전히 뛰고 있는 권석호 선배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슬슬 은퇴를 생각하기 시작할 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럴까.


김재춘의 얼굴을 보니 더더욱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은퇴 직전 후회로 가득한 선배들을 보는 것만 같아서.


“김재춘?”

“···예?”

“반가워요. 김성준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처음엔 나를 몰라보는 눈치.

이름을 들으니 알아차린 듯싶다.

원래 같은 팀도 아니었고, 훈련장도 다르니 한 번에 못 알아볼 수 있다.

내가 유명한 선수도 아니니까.


‘하아,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김재춘의 얼굴을 살폈다.

이목구비 하나하나에 절실함으로 가득 차 있는 표정.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 상황.

마치 얼마 전까지의 나를 보는 것도 같다.


“흠. 공 한 번 던져 볼래요?”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솔직히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방금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김재춘의 실력이라면 답이 없다.

제아무리 김류진 감독님이라도 어렵겠지.

하지만 포기하면 페널티가 생기는 상황.

저 표정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일단 공을 보고 생각해보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김재춘의 대답을 기다렸다.


“···예? 공이요?”

“네, 김재춘 선수의 공을 한 번 받아 보고 싶어서요.”

“제 공을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는 김재춘. 그리고선 되묻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예. 아, 그런데 잠깐만요.”


오늘 일어나서 몸을 안 풀었다.

단순하게 공을 받기만 할 거지만, 할 건 또 해 줘야지.

내 몸은 소중하니까.


가볍게 스트레칭 후 2군 선수에게 장비를 빌려서 착용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아 미트를 들었다.


“몸은 다 풀려 있죠? 던지세요.”

“알겠습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한 김재춘.

심호흡 몇 번 하더니 집중한 얼굴로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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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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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춘(2) +3 24.08.01 16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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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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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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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1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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