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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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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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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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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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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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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웨어울프(1)

DUMMY

24.


“플레이 볼!”


주심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 울려 퍼진다.

타자가 엉덩이를 씰룩쌜룩 흔들며 자세를 잡는다.


얼굴을 보니 대놓고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도 얄밉게.


점수는 6대 4.

자기들이 이기고 있고, 상대는 신생팀이다. 게다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투수가 상대이니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김재춘의 친정 팀 웨어울프.

같은 팀이니 상대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공 던지는 모습을 봤거나.


일주일 전의 김재춘을 알고 있는 타자라면 누구나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것이다.


최고 구속 134킬로미터.

프로 선수가 치기 딱 좋은 배팅 공 수준이다.

하지만 그건 언더스로로 던졌을 때 이야기.


투구 폼을 바꿨고, 김재춘의 공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나는 1군 경기에 올라오려면 최소 몇 주는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기적이 일어나 아무리 빨라도 2주.

그런데 1주일 만에 투구 폼을 완전히 바꾸더니 이렇게 올라왔다.


그 1주란 기간 동안 김재춘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다 못한 코치가 공을 던지지 못하게 글러브와 공을 빼앗은 적이 있을 정도.


그 결과, 변화구의 무브먼트가 더러워져서 타자 입장에선 치기 어렵게 변했다.

게다가 알맞은 투구 폼을 찾은 것에, 영혼의 배터리 등록 효과가 더해져 구속마저 크게 증가했다.

현재 최고 구속 141킬로미터.


프로야구 평균 구속보다 살짝 낮은 수치지만, 타자를 맞춰 잡는 데는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만만한 공인 줄 알고 배트를 낼 테니까.


어차피 김재춘의 진짜 무기는 포심이 아니다.

변화구지.


‘보여 줘. 진짜 네가 어떤 투수인지!’


투수가 김재춘?

상대 타자들은 방심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김재춘의 기존 스타일대로 공략하려 했다간?

첫 타석에선 한 명도 출루하기 힘들 거라 확신한다.

뭐 두 번 세 번 상대하면 모르겠지만.

어쨌든 달라진 김재춘을 상대하는 건 웨어울프로서는 처음.


‘방심하다 큰코다칠 걸?’


그렇기에 나는 김재춘에게 요구했다.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


마침 타석에 선 타자는 초구를 지켜보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사인을 본 김재춘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훈이나 잭 톰슨처럼 알고도 치지 못하는 공을 던지진 못한다.

하지만 선전 포고 정도는 가능하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건 너희라고.


‘가라! 김재춘!’


김재춘이 자세를 잡는다.

와인드업을 시작으로 물 흐르듯이 너무나 부드럽고 수려하게.

그러면서 날카롭고 빠르게.


펑!


그렇게 던진 공이 내 미트에 꽂혔다.

포심 패스트볼.

본인의 최고 구속에 근접한 139킬로미터.

오늘 김재춘의 컨디션은 최고다.

공을 받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스트라이크!”

“어?”


그냥 평범한 공이다.

하지만 김재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튀어나올 공이었다.


“뭐? 139킬로미터? 무슨 일이 있던 거지?”


구속을 확인한 타자도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거야!’


내가 요구한 곳에 완벽히 들어오는 공.

초구부터 이렇게 완벽하게 던지는 건 프로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엔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아래로 공 반 개 정도 빠지는 곳


이번에도 내가 요구한 곳으로 정확히 들어왔다. 구속은 138킬로미터.


펑!

“볼!”


구속은 조금 낮을지 몰라도 제구는 권석호 선배 못지않다.


‘좋아, 잘하고 있어!’


세 번째 공을 요구했다.


‘네 진짜 무기를 던져!’



타자를 속이기 위한 공.

김재춘에겐 빠른 공은 없다.

하지만 속여 먹는 데는 최적화된 공이다.

바로 커터였다.

포심 패스트볼과 완벽한 투구 폼.

거의 비슷한 무브먼트.

구속은 135킬로미터로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거의 비슷해서 분간하기 어렵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 도착한 공이 살짝 꺾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해 보자고.’


내 사인에 김재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1군 첫 무대인 주제에 미소를 지으며.


쇄애액!

딱!


[쳤습니다! 공은 유격수 정면!]


이 정돈 잡아 줘야지.

유격수라면.


내 예상대로 유격수는 공을 잡고 1루로 송구.

공이 살짝 높긴 했는데 샘 워커는 키가 커서 문제없이 잡았다.


-방금 깔끔한 커터였습니다. 타자가 제대로 속았어요.

-타구를 처리한 유격수와 1루수도 깔끔했습니다.


“그렇지!”

“우오오오오!”


그런데 김재춘이 퍼펙트게임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괴성을 질러 댔다.

두 주먹을 꽉 쥐고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보다 못한 해설 위원도 한마디 할 정도.

너무 심하게 오버 액션을 하면,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해서다.

하지만 김재춘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포효하는 이유가 다 있었다.


-시청자분들 이해해 주십시오. 김재춘 선수 1군 무대 첫 경기입니다. 그리고 첫 아웃 카운트고요. 삼진은 아니지만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웨어울프 팬 분들 기분 나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김재춘 선수가 웨어울프 소속이었죠?

-예.

-김재춘 선수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준다면?

-웨어울프 팬 분들은 속이 좀 쓰리겠는데요?


***


프로 선수는 누구나 매 경기 열심히 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경기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할 수는 없다.


상대 팀이 자신을 트레이드시킨 친정 팀이라면? 겉으론 존중하고 예의를 갖출 순 있다.


진심으로 그럴 수도 있고.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런 건 아니다.

전 소속팀에서 겪었떤 안 좋은 기억을 마음에 담아 두는 경우가 있다.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으니.


‘날 버려?’


김재춘이 그랬다.

웨어울프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올라서 보지 못했던 1군 경기.


평소보다 더욱 집중이 잘 됐고, 컨디션이 좋았다.


“하아압!”


영혼까지 끌어모은 힘.

남김없이 모아 던졌다.

만약 이 공을 얻어맞더라도 후회는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했으니까.

안 되면 그냥 자신의 재능이 거기까지일 뿐.


쇄애애액!

퍼억!


“스트라이크!”


심판의 콜에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희열이 올라온다.


구속은 142킬로미터!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쉽게 최고 구속을 또 갱신하다니.

어제까지만 해도 141이 최고 구속이었는데.


하지만 지금은 즐길 때가 아니다.

2스트라이크 1볼.


‘빨리 사인을 주세요!’


김성준 선배가 낸 사인은 슬로우 커브.

방금 전력을 다한 포심 패스트볼을 봤는데 대단히 느린 공을 보면 타자는 당황한다.


‘역시 김성준 선배님.’


똑똑하다.

이런 타이밍에 슬로우 커브라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김재춘은 방금 던졌던 포심 패스트볼처럼 똑같은 투구 폼으로 공을 던졌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힘을 사용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공은.


슈웅.


느긋하게 날아가 천천히 포수의 밑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


주심의 호쾌한 선언.

황당해하는 타자.

속이 다 시원하다.


“우오오오오!”


생애 1군 경기에서 첫 삼진.

온몸이 짜릿하다.

털이란 털이 모두 곤두설 정도로 전율이 돋는다.

그 마음을 담아 있는 힘껏 포효를 질렀다.


언제 135킬로미터를 찍을까 전전긍긍했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타석엔 자신을 개처럼 무시했던 선수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3번째 타자는 삼진으로 요리하는 김재춘!

-가지고 노는 것 같은데요?

-김류진 감독 무슨 마법을 부린 거죠? 김재춘 선수는 1군에 한 번도 모습을 보여 준 적 없는 선수거든요?

-성적도 좋지 못했어요. 최고 구속도 겨우 134킬로미터. 그런데 완벽히 달라졌습니다.


“김재춘! 김재춘!”


관중석에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 준다.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 듣는 일이다.

친구들 사이에선 박찬호, 추신수였었는데······.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경기 피닉스로 오길 잘한 것 같아.’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길.

김성준이 눈에 들어왔다.


“선배님!”

“어, 잘했어. 나이스 피칭이었다.”

“헤헤.”


김성준 선배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권석호 선배 없어도 되겠는데? 네가 더 잘 던지는 것 같아.”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던 김재춘은 갑자기 정색했다. 그리고 김성준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선배님.”

“···어?”

“···감사합니다.”

“휴, 놀래라. 왜 정색하고 그래.”

“하하.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뭘 감사해. 네가 잘해서 1군에 올라온 건데. 난 그저 공만 받아 줬을 뿐이야.”


김재춘은 씩 웃었다.

그저 공만 받아 줬다고?

아니다.


물론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거의 매일같이 받아줬으니까.



진짜는 투구 자세를 바꾸라고 해준 조언.

자신은 그 뒤로 180도 달라졌다.

그 덕에 오늘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 선배님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생명의 은인이나 마찮가지에요.”

“그만해, 난 한 거 없다니까? 네가 잘해서, 네가 죽어라 노력해서 만든 결과야.”

“헤헤.”


진심이었다.

이 모든 것이 김성준 선배가 도와준 덕분이었으니까.

그날 투구 폼을 바꿔 보라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2군에서 공을 던지고 있었을 것이다.

바보처럼 한심하게.


“그런데 왜 전 지금까지 쓰리쿼터로 던져 볼 생각을 못 했을까요.”

“···글쎄?”

“지금까지 제가 노력한 건 뭐였을까요. 진작 쓰리쿼터 자세로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몇 년을 허비한 걸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1군에 올라와서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마쳤다.

할머니도 보고 계시겠지?

기쁘지만,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진작 쓰리쿼터로 던졌더라면······.’


그만큼 허무하고 허탈한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 고생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 것이다.


“···내 생각엔 말이야.”


김재춘은 김성준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할까.

만약 김성준이 개를 고양이라고 우겨도 믿을 생각이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으니까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몇 년 전에 쓰리쿼터로 던지려 시도했어도 지금처럼 결과가 안 나왔을 수도 있잖아?”

“···그럴까요?”

“응, 오히려 난 네가 부러운걸.”

“예? 왜요?”

“난 30이 넘어서야 1군에 데뷔했거든. 그런데 넌 24살에 데뷔했잖아.”

“헤헤.”


그렇다.

24살. 조금 늦긴 하지만, 지금부터 잘하면 되지 않겠나.


“난 나이가 있잖아.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가 있겠어.”

“음.”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몰라. 에이징 커브라는 건 갑자기 찾아오거든.”

“에이, 선배님은 오래 뛸 수 있을 겁니다. 권석호 선배님도 계신데.”

“난 권 선배님만큼 재능이 없잖아.”


웃던 김성준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

이를 눈치챈 김성준은 조금씩 거리를 벌렸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조금 열받는데?”

“예?”

“얌마, 몇 년을 허비하고 뭐 어째?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냐?”

“하하핫, 선배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진짜예요!”


김재춘은 김성준 선배와 거리를 멀리 벌린 다음 외쳤다.


“이놈들! 경기 중에 장난치지 말고 자리에 앉아!”


둘의 대화는 수석 코치의 호통에 조용해졌다. 수석 코치는 김재춘을 보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특히 김재춘 너!”

“···예?”

“다음 회에도 올라가야 하니까 앉아! 투수가 몸을 소중히 여겨야지! 그러다 권석호처럼 다치면 큰일 나!”

“저 또 던져요?”

“그럼, 던져야지. 이제 겨우 3회잖아! 너 말고 누가 던져!”


그 말에 박훈이 손을 들었지만, 수석 코치는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었다.


“9회까지 던질 생각 해!”

“네!”

“···9회? 저는요?”

“하하하하! 제가 9회까지 던지겠습니다.”


김재춘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게 선배님 덕분이에요.’


시선을 돌려 김성준을 바라본 김재춘은, 그 어느 때보다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사이, 김성준은 다음 타석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

김재춘이 잘 틀어막아 준 만큼, 이제는 점수를 낼 때였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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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위경쟁(2) +2 24.08.08 100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 웨어울프(1) +2 24.08.03 162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90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1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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