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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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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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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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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글자수 :
173,634

작성
24.07.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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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범경기(1)

DUMMY

14.


나는 시범 경기 3연속 선발 출전했다.

그 사이 눈에 다 보여’, 1Lv 스킬도 4Lv로 올라갔고,

‘떨지 말고 힘내!’,2Lv 스킬도 3Lv로 올라갔다.


내가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지는 것 같다.

출전하지 않아도, 내가 버프를 걸거나 스킬을 사용해서 경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치 바가 차서 레벨업을 하는 느낌이다.

마치 게임처럼.


물론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보상이 없었던 적도 있으니까.

5Lv이 되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시범 경기 3연속 출장 이후엔 벤치에만 앉아 있어야 했다.

나름 1인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스킬 레벨도 올라갔겠지.

그러나 3경기 연속 벤치 신세.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주전이 아닐까 했는데 착각이었다. 감독님이 보기엔 영 아니었던 모양.

그러니까 벤치 신세지.


1인분 이상 해야 하는가.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

아니면 나와 오연수를 경쟁시키려는 감독님의 의중인가.


알 수 없다.

속이 타들어 가는 느낌.

나도 경기에 나가고 싶은데.

오연수가 부럽다.


하지만 출전 명단은 감독의 권한.

내가 뭐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저 훈련에서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출전도 못 하는 마당에 경기장에서 뭔가 보여 주긴 힘드니까.


그래도 어제 무섭게 생긴 샘 워커가 스트레칭 동작 몇 가지를 알려 줘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다.


메이저리거 포수 출신다운 스트레칭 동작.

전기톱을 들고 연쇄살인과 강간을 저지를 것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정이 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걸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물론 얼굴을 볼 때마다 속으론 흠칫하고 놀라서 오금이 저렸다.

한 달 넘게 봤는데 저 면상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그리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지 않도록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는 수밖에.


3경기 쉬어서 몸에 쌓인 피로도 풀렸겠다.

오늘은 뛰고 싶은데.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스킬 레벨도 올려야 한다.


“오늘 선발 포수는 김성준이다."


그때 김류진 감독님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완벽하게 관리했다.


‘포커페이스는 필수지.’


나는 관종이 아니다.

관심과 시선을 받으면, 부담스럽고 위축된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별 탈 없이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내 인생관.


그러면서 곁눈질로 오연수를 바라봤다.

실망하거나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3경기 출전해서 피로가 쌓인 건가?


음······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어쨌든 나한텐 좋은 일이지.

오연수도 풀 죽어 있지 않아서 다행이고.

그럼 열심히 해 볼까.

오연수만큼 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


몇 시간 후.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샤크스와의 홈에서 펼치는 시범 경기.

선발 투수는 잭 톰슨이었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1번, 2번 타자는 연속 삼진. 3번 타자는 유격수 정면으로 순식간에 끝났다.


나는 그저 스킬 ‘눈에 다 보여’, 4Lv에 표시된 대로 미트를 가져다 댔을 뿐이니까.


4회 초까지 내가 뭔가 특별한 활약을 펼칠 만한 기회가 오지 않았다.

잭 톰슨이 알아서 다 했다.

나는 그냥 사인을 내고 포구하고 끝.

나쁘지 않다.

이렇게 묻어가기만 하면 무난하게 1인분 할 수 있으니까.

잘하기보단, 실수하거나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다.


“킴!"


4회 초 수비가 끝나고 잭 톰슨이 다가왔다.


“?"

“네 리드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


공을 던지는 당신이 더 대단한 건데.

아웃을 잡은 건 잭 톰슨 당신이라고.

그러나 잭 톰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포구도 그렇고! 네가 포수로 있으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어!"


흥분했다.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 정도.

그래도 날 칭찬하는 눈치라 적당히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살면서 얻은 사람 상대하는 법이었다.

이어서 5회 말.

우리 공격 차례다.

1번 타자는 삼진 아웃.

2번 타자는 플라이 아웃.

또 이대로 끝나는가.


“킴?"


이번엔 샘 워커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3번이 치고 나가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루할 거다."


번뜩이는 눈빛.

뭔가 해낼 것만 같다.


“예."

“난 수비를 못하니 타격에서라도 뭘 해야 하거든."


걱정이 담긴 말투.

허나, 샘 워커라면 가능할 거다.

출루율은 현재 우리 팀 1위니까.

물론 큰 의미 없는 시범 경기 기록이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입을 가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초구를 노려."

“?"

“저 투수 높은 확률로 초구는 스트라이크다."

“예."


이번엔 알아들었다.

흥분하지도 않고 침착한 말투여서.

게다가 말하는 상대방이 샘 워커라면 자다 일어나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험악하게 생긴 얼굴을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차라리 덩치 큰 박훈이 낫지.

음.

그건 아닌가.

둘이 비슷한 것 같다.


따악!


그때 3번 지명 타자가 안타를 치며 1루로 출루했다.

다음 타석에 올라간 샘 워커.

나도 장비를 착용하고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무슨 일인지 감독님이 나를 5번 타자 자리로 올려 버렸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데.

타석에 올라가면, 샘 워커의 말대로 일단 초구를 노려볼 생각이다.


내가 봐도 스트라이크 비중이 높으니까.

지금 투수는 일단 초구를 스트라이크에 집어넣고, 변화구를 던지는 스타일.

한 타석 상대해 봐서 공도 조금 적응이 됐다.


첫 공을 볼로 시작하는 것과 스트라이크를 잡고 가는 건 전혀 다르니까.


그런데 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후우.

걱정이 앞선다.

잘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노린다고 무조건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부담감에 배가 아프진 않다.

예전 같았으면 지금쯤 화장실로 달려갔을 텐데.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나는 타석에 올라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머릿속으로 상상해 봤다.


투수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따악!


역시 샘 워커.

내가 버프를 걸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안타를 쳤다.

2사 1, 2루.

음. 어깨가 무겁다.

하필 이런 상황에 내가 나가게 되다니.

나보다 타격 능력이 좋은 오연수나 대타로 다른 타자가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나 김류진 감독님은 팔짱을 낀 채 요지부동.

나를 교체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내 실력으로 스트라이크가 올 걸 알고 있어도 칠 자신이 없다.

구종은 알아도 코스는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

스킬을 사용하는 수밖에.


[‘네 노림수가 다 보여’, 1Lv이 적용됩니다.]

경기 중 1회 투수가 어디를 노리는지 정보가 표시됩니다.


순간 내 눈에 신비한 기운이 모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타석에 서자 투수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일순 내 시야엔 스트라이크 존이 표시됐고, 투수가 던질 구종과 코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종은 스트라이크 구속 143킬로미터.

몸쪽 살짝 높은 위치.

이거 홈런 치라고 던져 주는 것 같은데?


투수의 발이 매끄럽게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공이 손을 부드럽게 떠났다.

간결한 자세.


쇄액!


일본에서 상대했던 요미우리 투수보다 낮고, 느낌 없이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저 투수 뭐 잘못 먹고 마운드에 올라왔나?

나는 타이밍 맞춰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


[자! 초구를 한 번 휘둘렀어요! 좌측에! 좌측에!]

[와.]

[좌측에! 넘어! 겁니다! 김성준의 3점 홈런!]

[팽팽하던 승부가 한 번에 기울어지네요.]

[오늘도 필요한 순간 해내는 김성준입니다!]


전광판엔 김성준이 초구를 때리는 모습이 리플레이로 나왔다.


[이야. 방금 초구를 노리는 모습이 이반 로드리게스 같은 느낌이 나네요.]

[이반 로드리게스는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한 포수로 유명한 선수죠?]

[예. 제 눈엔 김성준에게서 이반 로드리게스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최고의 찬사.

반면, 상대 투수는 고개를 떨궜고, 다른 투수로 교체 아웃 됐다.


김류진 감독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렇지. 타격은 그렇게 하는 거야.’


포심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노렸다.

마치 던질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거기에 코스까지.


‘강철이가 좋은 포수를 데려왔어.’


사실 타격 능력만 놓고 보면 김성준은 5번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마다 김성준은 한 번씩 해 줬다.

그래서 5번으로 올린 건데 이렇게 홈런으로 보답할 줄이야.

김성준에 대한 평가를 아주 조금 수정했다.


‘겁쟁이를 앞으로도 상위 타선에 둬야겠군.’


문득 김류진은 슬슬 겁쟁이가 아니라 김성준 이름으로 불러 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준이는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내가 타격을 잘 가르친 덕분이지요."

“하하하, 농담도. 내가 마인드 컨트롤을 해 준 덕분이지."

“농담은 형님이 하는 것 같은데요?"

“내가 자신감을 갖게 해 주려고 칭찬을 하루에 몇 번씩 해 주는 줄 알아?"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형님 칭찬 곱하기 백 번은 제가 더 하고 있을 겁니다."


타격 코치 허구열과 수석 코치 전제일이 말했다.

원래 코치는 선수가 잘하면 자신이 잘 가르친 덕분이고, 못하면 재능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김류진은 두 사람이 떠드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쪽 귀로 흘리며 마침 홈으로 들어오는 샘 워커를 바라봤다.


‘저 용병이 문제인데.’


김류진 감독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흉악 범죄자처럼 생긴 선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선구안이 기가 막히게 좋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수비를 못한다.

문제는 못해도 너무 못하는 게 문제.

프로인 게 의심될 정도로.


원인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공이 날아오거나 다른 선수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습만 보면, 몸이 저절로 굳는다고 한다.


‘스스로 이겨 내는 수밖에는······.


거기에 부상 후유증까지.

빠르고 강한 송구는 못 하지만, 다른 건 모두 가능한 상태.

부상도 모두 회복됐다.

그러나 PTSD는 김류진 감독도 어떻게 하기 힘들었다.


‘지명 타자로 바꿔야 하나.’


하지만 지명 타자 자리는 이미 주인이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샘 워커의 재능이라면 PTSD를 이겨내고 잘해 낼 것 같았다.


1루수는 상대적으로 수비가 쉽기도 하고.


“잘했어. 나이스 배팅."

“헤헤. 샘 워커의 팁 덕분이었어요."


덕아웃으로 돌아온 김성준과 샘 워커.

그 모습을 본 김류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무뚝뚝하고, 과묵한 성격의 샘 워커.

대단한 얼굴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굳이 말을 걸지 않는다.


극I.

소심한 성격의 김성준.

둘이 붙어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거기에 언제 꼈는지 박훈까지.

덩치 큰 놈, 못생긴 놈, 소심한 놈 이상한 조합.


“음, 이제 곧 우리 수비 차례인가."

“예."


샘 워커의 얼굴이 굳어진다.

또 실수할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타석에 들어설 때 자신만만한 얼굴과는 전혀 다른 표정.

그런데 왜일까.

김류진은 김성준과 같이 있는 샘 워커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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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5위경쟁(2) +2 24.08.08 101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9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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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재춘(2) +3 24.08.01 160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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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 시범경기(1) +2 24.07.24 208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1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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