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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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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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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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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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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위경쟁(2)

DUMMY

29.


“···You’re asshole! 당장 그놈을 찾아가야겠어!"


백찬수가 한 말을 영어로 통역해 주었다.

그러자 잭 톰슨은 뒤늦게 분노했다.


“그리고 똑똑히 말해 줄 겁니다!”

“뭐라고?"

“난 여기서 잘해서 일본으로 건너갈 야구 선수라고 말이야! 난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야! 라고요!”

“······.”


모욕을 받았다는 생각에 잭 톰슨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럼 우린 그저 그런 선수란 건가?’


분노한 포인트가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나는 굳이 꼬투리 잡진 않았다.


‘나는 오늘 경기에 뛰지 못했으니까, 백찬수가 한 막말도 나한테 한 소리는 아닐 거야.’


한국은 동방예의지국.

나한테 한 말이었으면 존댓말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선수가 아니라 코치나 일반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야구를 못 하니까.

프로야구 선수가 몇 명인데 잘해야 알지, 못하면 모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위했다.


그리고 백찬수의 말대로 실력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


그저 살짝 기분이 상한 정도였다.


“대체 왜 그렇게 말한 거지?"

“맞아, 말이 너무 심했어!"

“우릴 이렇게까지 모욕할 이유가 있나! 다음에 붙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겠다!"

“자자,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분노하고 있는 후배들을 데리고 눈에 보이는 고깃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부위별로 고기와 식사를 주문했다.


“되는 대로 빨리 주세요."

“네!"


고기와 밑반찬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왔다. 그리고 포구를 하는 것만큼이나 능숙하게 고기를 구우며 입을 열었다.


“오늘의 패배는 잊지 말자. 백찬수가 한 말도 마음 깊이 새겨. 그리고 다음에 붙었을 때 복수하면 돼."

“네!"

“잘 먹겠습니다!"


역시 고기는 진리다.

조금 전까지 분노하던 후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맛있게 익어 가는 고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

내가 뭐라 하는지도 모르고 대답하는 것 같은데.


“난 야구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아."

“맞습니다."

“···난 야구를 잘하는 것 같아."

“맞습니다."

“······?"


백찬수가 했던 말은 까맣게 잊어버린 게 분명하다. 후배 놈들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고기만 노려본다.


“톰슨, 침 떨어지겠다."

“···어?"

“이걸로 입 좀 닦아."

“고마워요.”


나는 잭 톰슨에게 휴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몇 분이 지나고, 고기는 빠르게 익어 갔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고기를 구워 먹어요?”

“그런 경우도 있지. 가까워서 한국하고 비슷한 점이 많거든."

“맛은요?"

“글쎄? 비슷한 것 같은데 조금 다른 것 같기도? 잘 모르겠네."

“한국하고 일본 음식 중에 뭐가 더 맛있어요?”

“당연히 한국이지."

“음, 일본에 가지 말고 한국에 남는 걸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어요."


오연수와 김재춘이 먹을 거 때문에 한국에 남겠다는 소리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잭 톰슨을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잭 톰슨의 말에 공감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자세다."


신경 써서 구운 고기를 한 점씩 후배들 앞에 두었다.


“저희가 구워야 하는데."

“괜찮아."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 것 같아요."

“맞아. 죄송해서 어떻게 하죠."


김재춘이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게도 가져가려 했으나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넘겨주지 않았다.


“고기 굽는 걸 좋아하거든, 내가. 돈도 많이 벌잖아."

“선배님···.”

“오늘 경기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신경 쓰지 말고 먹어. 내가 구울게."


나는 ‘김성준 선배님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감독님께 말하라 하진 않았다.


대신 눈빛에 담아 김재춘을 바라봤다.

내 마음 알지?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안 갚아도 돼.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야구만 열심히 해."

“네!"


김재춘은 알아서 감독님한테 잘 말할 것이다.


“많이 먹어."


나는 김재춘 앞에 크고 잘 익은 새우살 한 점을 올려두었다.


“감사합니다!"


김재춘이 고기 먹고 힘내서 야구를 잘하면 나한테도 손해가 아니다.

팀이 패배할 때보다 승리할 때 스킬이 생기거나 레벨이 오를 확률이 체감상 더 높다.

우리 잘하자.


“정말 맛있다. 한국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킴성준은 야구를 잘하는데 고기도 잘 굽는 것 같아요.”


잭 톰슨이 황홀한 표정으로 고기의 맛을 음미하며 말했다.

반응을 보니 잭 톰슨도 알아서 감독님한테 나랑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잭 톰슨의 앞에 새우살 한 점을 주었다.


‘새우살이 하나밖에 안 남았네.’


남은 새우살 한 점을 내가 먹어야 하나, 아니면 오늘 또 진 오연수한테 줘야 하나 고민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잘못했다.

처음부터 4등분해야 했는데.

그렇다고 남은 새우살을 반으로 나누면, 작아져서 맛도 느끼기 힘들다.


고기가 좀 두툼해야 씹는 맛도 있고, 육즙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하지?’


물론 또 주문해서 구우면 되지만, 당장 먹을 수 있는 새우살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오연수의 앞에는 새우살보다 상대적으로 그렇게 맛있지 않은 알등심 부위를 둘 수밖에 없었다.


“···혹시 투수들이 선배님이 공 받아 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오연수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똑똑한 자식. 투수한테만 새우살 준 걸 알아차린 건가!’


농구에서도 볼을 배급하고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포지션이 포인트 가드.

농구 선수들이 포인트 가드한테 유독 잘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야 패스를 한 번이라도 더 받고, 득점 기회가 생긴다고.


종목은 달라도 사람 사는 건 비슷한 법.

이렇게 내가 잘해 주고 친해진 투수들은 나를 찾게 될 것이다.

그 말은 내게도 출전 기회가 더 생긴다는 뜻.


오연수한테 조금 미안해졌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잘 익은 알등심 부위를 건네주었다.


“이렇게 잘해 주니까 투수들도 선배님이랑 야구 할 때 편안해하고 잘 던지는 거죠!"

“···?"

“선배님한테 매일 배우는 것 같습니다!"

“···”

“존경합니다! 다음엔 제게도 고기 구울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오연수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정정해 주진 않았다.


“날 존경할 필요는 없는데. 어쨌든 고마워. 연수도 많이 먹어."

“네! 선배님."


그때 마침 고깃집 앞을 지나가는 두 사람을 보고 불렀다.


“권석호 선배님!"

“!"


길을 가던 권석호 선배와 박훈이 나를 보고 멈칫했다.


“들어오세요."

“어?"

“여기 맛집이네요. 어서 들어와요."

“···?"


물주가 왔······ 아니 고기는 여럿이서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다.


***


‘아쉽군. 김성준 선배님과 붙고 싶었는데.’


김성준과 헤어진 백찬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경기 피닉스.

참 이상한 팀이다.

일단 신생팀답게 전력이 좋지 않다.


뛰어난 선수 몇몇을 제외하곤.

그 뛰어난 선수 몇몇도 기복이 있어서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김성준이 경기에 나온 날은 잘한다.

그 이유가 뭘까.

리더십이 다른 걸까?

아니면 팀플레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김성준의 플레이를 보고, 분석해 봐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붙어 보기만을 얼마나 학수고대했던가.

경기장 밖에서 보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붙으며 보는 건 천지차이.

다른 선수와 김성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선발 투수 다 보니 김성준과 붙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붙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우연히 마주친 김성준.

아쉬운 마음에 일부러 도발했다.

프로선수라면 발끈할 수밖에 없는 말로.


‘다음엔 붙을 수 있겠지.’


***


이틀 후, 벌칸스와의 1차전 홈경기.

선발 출전하게 된 잭 톰슨.


일찍 도착한 그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관중석엔 아직 사람들이 차지 않아 경기장은 어수선했다.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


백찬수처럼 공을 던질 수 없다면, 일본이나 미국에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비슷한 성과는 내야 하지 않겠나.


‘나도 백찬수처럼 공을 던진다. 네가 완봉승하면 나도 한다! 그리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일본에 간다!’


9회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백찬수.

적이지만 멋졌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한심하다고? 웃기지 마. 레드 드래곤즈에 백찬수가 있다면, 경기 피닉스엔 내가 있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5위부터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그리고 살아남은 최종 두 팀이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다.


5위는 한국시리즈에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


‘5위는 우리 것이다! 그리고 활약해서 돈 많이 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솔직히 완봉승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백찬수는 164킬로미터까지 던지는 괴물이니까 가능한 일.

구속이라면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백찬수는 달랐다.


‘코리안 몬스터······.’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김성준과 배터리를 이룬다면 자신도 백찬수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자신의 기량 이상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해 주는 선수니까.


부드러운 눈빛, 별것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 위기 상황마다 외치는 응원,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폭투를 블로킹하는 모습은 감탄만 나왔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터트리는 홈런과 2루타.


그 어떤 개 같은 공을 던져도 김성준은 받아 줄 것이다. 그런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으니까 불안함 하나 없이 던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이 믿는 신 모나흐님에게 점괘를 쳤는데 1년에 몇 번 나오지 않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오늘은 질 수가 없다.’


1회 초.


“스트라이크, 아웃!"


벌칸스의 선발 투수 김현우가 1번 리드오프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오늘 김현우 미쳤네.

┖김현우의 실력이 이 정도였나?

┖저렇게 공이 뚝 떨어지면 어떻게 치라는 거야?


사람들은 김현우의 포크볼에 감탄했다.

벌칸스 팬은 물론, 경기 피닉스 팬들마저 놀랐다.


이어서 2번째 타자 역시 투심과 포크 볼에 압도당했다.


“이야, 미쳤네."

“오늘 텄는데?"


백찬수만큼은 아니지만, 김현우 역시 크보 어느 팀을 가더라도 2~3선발 자리는 차지할 수 있는 선수.


그런데 오늘 김현우의 피칭은 상상 이상이다.

경기 피닉스가 오늘 경기에서 점수를 내긴 요원할 것처럼 보였다.


[아웃! 김현우가 1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끝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오늘 김현우의 등이 무척이나 넓어 보입니다.]


김현우가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 피닉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리를 잡았다.


마운드에는 잭 톰슨.

그리고 포수에는 김성준이었다.


***


“킴성준."

“?"

“오늘 컨디션 좋아요. 27개 삼진 잡을 것만 같아요."


누가 들었으면 점심에 뭐 잘못 먹었나 생각이 들 법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잭 톰슨.

야구 만화나 소설에서도 27개 삼진이 나오면 독자들이 욕할 것이다.

개연성은 밥 말아 먹었느냐고.

근데 난 저 대단한 자신감이 부럽다.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부럽고.


‘저런 소리를 진지하게 말할 수 있다니.’


나는 저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데.

어쨌든 투수가 자신감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있어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으니까.

나는 저 자신감에 조용히 묻혀 가면 된다.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솔직히 27개는 무리고, 10개 정도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컨디션 좋은 날의 잭 톰슨은 내가 스킬을 사용해도 치기 쉽지 않으니까.


제1구.

잭 톰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공을 던졌다.


쇄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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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위경쟁(2) +2 24.08.08 101 7 12쪽
28 5위 경쟁 +2 24.08.07 110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2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6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90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1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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