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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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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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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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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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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프링캠프(1)

DUMMY

6.


괌은 스프링캠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따듯한 날씨와 더불어 한국과의 시차도 1시간에 불과해 이점이 많다.


선수단이 출발하기 한 달 전.

구단에선 미리 사람을 보내 잔디나 고장 난 훈련 장비가 없는지 미리 점검해서 보완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시설, 환경, 코치진 등 모든 것이 최고다.

호텔 주방장급 셰프 4명도 우리가 함께 출발해서 끼니마다 진수성찬을 먹었다.

구단에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야구를 못해서 그렇지.

그렇게 괌에 도착한지 2주쯤 지났다.


"겁쟁이! 다음은 네 차례다!"

"······네."


내가 지금 받고 있는 훈련은 블로킹.

나는 앞 차례에 있는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


‘아, 블로킹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조언이라도 해 주고 싶지만, 말할 힘조차 아껴야 한다.

오전에 체력 훈련을 받아서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요즘 애들은 먼저 물어보기 전까진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안 그러면 꼰대 소리 듣는다.


‘지친다.’


선배한테 특훈을 받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퍼져서 블로킹 훈련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가지고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겠어!"

"······."

"저 겁쟁이를 봐라! 끄떡없어 보이잖아! 저 여유로운 얼굴을 봐!"

"?"


무슨 소리지.

죽을 것 같은데.

겉으로 봤을 땐 내가 제일 정상처럼 보이긴 한다.

다른 선수들이 훈련하기 싫어서 힘든 척을 하는 거겠지.


팀이 10개였을 때는 한 시즌에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 피닉스 구단이 생기면서 변화가 생겼다. 기존처럼 각 팀당 16번씩 치르면 160경기라는 살인적인 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MLB는 162경기를 소화하지만, 한국에서 그대로 실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각 팀마다 14경기씩 경기하는 걸로 변경됐다. 한 시즌 치러야 할 경기가 총 140경기.


주전 포수는 평균 100에서 120경기를 뛰니 시즌이 들어가기 전에 강철 같은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


주전 포수.

사실 내 실력으론 어림도 없다.

현실적인 목표는 백업 포수.

주전이 부상을 입었거나 휴식을 할 때 나간다.


그런데 자꾸만 주위에서 나보고 주전 포수라고 하니 억지로라도 몸을 만들 수밖에.

뭐 주전 포수가 아니더라도 프로 운동선수라면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게 맞으니까.

언제든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1군 엔트리는 최대 28명.

시즌 중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엔트리 안에 포함되려면 포수 4명 중 2등 안에 들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


‘감독님은 내가 주전 포수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뭔가 잘못 아신 것 같다.

내가 봤을 땐 포수 4명 중 내가 제일 떨어지는 것 같은데.

하아.


"더 빨리! 반응이 느리잖아!"

"예!"

"상체를 더 숙여!"


그나마 다행인 점 한 가지.

다른 건 몰라도 블로킹은 내가 제일 자신 있는 훈련이다.

공이 어디로 튈지 보이니까.

그라운드에 튕기는 공의 코스도 보이는 정도.

그러니까 학교에서 옆에 답안지를 보면서 시험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다.

오늘 잘해서 감독님 눈에 띄어야지.


"선배님 차례입니다."

"그래."


앞 차례인 오연수가 끝났다는 말에 나는 장비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나갔다.


‘잘하자!’


어떻게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잡았다.


블로킹 훈련은 어렵지 않다.

피칭 기계에서 공이 날아오는데 일부로 그라운드에 튕기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


그걸 몸으로 막는 훈련이다.

공을 뒤로 보내지 않는 게 목표.


"시작한다!"

"예."


기계도 사람이 던질 때처럼 똑같이 날아올 코스가 표시됐다.


퉁!


공이 날아오고, 그라운드에 튕겼다 위로 올라온다.

나는 공이 날아올 코스에 타이밍 맞춰서 상체로 막고 미트로 잡았다.


"그렇지! 오케이!"

"역시 우리 주전 포수!"


코치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크게 소리친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올려 주려는 흔한 일이다.

알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너무 오바해서 칭찬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겁쟁이인지 주전 포수인지 하나로 정해서 불러 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주전 포수로.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해!"

"예."


뭐 객관적으로 봐도 블로킹은 내가 제일 잘하고 있긴 하다.

다른 선수는 실수해서 공이 뒤로 빠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나는 모든 공을 블로킹해 내고 있다.

야구만 20년을 했는데.

이 정돈 해 줘야지.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눈에 보여도 방심하면 언제 실수할지 모른다.

계속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실수하지 않도록 최대한 침착하게.


퉁, 퉁.


나는 날아오는 공을 완벽하게 블로킹했다.

후우.


"이야! 너무 잘하는데?"

"굿굿굿! 굿이야!"

"퍼펙트!"

"공이 빠지질 않는구먼."

"역시 우리 팀 주전 포수."

"······."


막을 때마다 코치가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도 훈련이 끝날 때까지 모든 공을 블로킹하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이 정도면 오늘은 꽤 잘했다.

운도 따랐고.

하지만 나는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프로라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실수하거나 집중을 못해서 뒤로 흘릴 수는 있지만.


"잘했어. 블로킹은 네가 최고다!"

"감사합니다."


코치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도 뭐······.

별로 큰 의미는 없다.

백업 포수가 되려면 블로킹만 잘해서는 소용없기 때문이다.

송구, 타격, 견제, 도루 저지 등.

포수는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기에 한두 가지만 잘해선 안 된다.

엔트리에 들려면 다른 훈련도 잘하는 수밖에.


"고생하셨어요."


내 앞 차례였던 오연수가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래, 너도 수고했다."

"어떻게 공을 하나도 뒤로 흘리지 않을 수가 있어요?"

"글쎄."

"역시 우리 팀 주전 포수."

"주전 포수는 너 아니야?"

"에이, 전 선배님한테 깜냥도 안 되죠."

"?"


왜 이렇게 날 비행기 태워 주는지 모르겠다.

블로킹 훈련 다음은 타격이었다.


"어디 우리 주전 포수 타격 실력 좀 볼까?"


허구열 타격 코치님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야구방망이를 건네준다.

하아.

주전 포수라니.

기분은 좋은데 듣기 민망하다.

이러다 1군 엔트리에 포함조차 되지 못하면 무슨 쪽이란 말인가.

걱정이다.

잘해야 될 텐데.


타격은 내가 제일 자신 없는 분야.

어떻게 된 게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연습할 땐 좀 치는데 이상하게 실전에선 잘 안된다고 할까?

실전에 들어서기만 하면 칠 수 있는 공도 못 쳤다.


"석호야!"

"예."

"주전 포수한테 공 좀 던져 줘라."

"예!"


권석호.

한때 국가대표 에이스 1선발 투수.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도 당당히 공을 뿌리던 멋진 투수였다.

물론 나는 집에서 치킨을 뜯으며 TV로 지켜봐야 했다.

최고 구속 150킬로미터.

슬라이더 회전수 2600rpm을 넘겼던 우완투수.

박훈과 다르게 컴퓨터로 계산한 듯한 제구로 유명했다.

이런 투수의 공을 칠 수 있다니!

영광이다.

지금 권석호 선배는 셋업맨을 맡고 있다.

나이가 먹어서 공이 느려진 것 같은데 여전히 내가 치기엔 쉽지 않은 공이다.


"선배님. 봐주지 마세요!"

"노익장의 힘을 보여 주십시오!"

"우와아아!"

"이 자식들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배트라도 한 번 더 휘둘러라!"


투수들이 권석호에게 농담을 던진다.

조금은 힘 빼고 살살 던져도 좋을 것 같은데.


"선배님! 홈런 한 방 때리십쇼! 선배님은 할 수 있습니다!"


박훈이 내게 소리쳤다.

솔직히 자신 없는데.

하지만 저렇게 말을 하는데 뭐라도 해 봐야지.

최소한 공은 건드리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때였다.


[긴급 퀘스트 발생!]

[권석호와의 대결에서 홈런을 쳐라!]

[보상 : 네 노림수가 다 보여, 스킬 획득]

[경기 중 1회 상대 투수가 어디를 노리는지 정보가 표시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이건 쳐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홈런을 치기 제일 좋은 스윙 자세를 잡았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몸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훈련으로 몸은 만들어 뒀다.

권석호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진다.


팍!


초구 포심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배트를 휘둘렀지만, 스피드에서 밀렸다. 3루 라인 밖으로 나가는 타구.


저걸 어떻게 치지?

한가운데로 던져 줬는데도 이 정도인데?

권석호.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대단한 공을 던진다.

현대 스포츠과학이 발달과 식단 관리로 인해 선수들 은퇴 시기가 뒤로 늦춰진 덕분이다.

과거와 달리 기량이 늦게 하락한다.


‘코스가 안 보여······.’


포수였을 때는 공의 코스가 눈에 보였는데 타자로서 타석에 서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자신감이 줄어든다.

어떻게든 홈런을 쳐야 스킬이 생기고, 포수로 있을 때처럼 뭔가 나타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나는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았다.

조금 더 간결한 폼으로, 휘두르는 타이밍도 당기자.

타구 각도가 조금 낮아지겠지만, 스피드는 올릴 수 있다.

비거리가 문제인데 지난 선배네 휘트니스 센터에서 훈련에서 나는 근력을 죽어라 키웠다.

내 힘을 믿는 수밖에.

이어진 2구.


따악!


정타!

운이 좋았다.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라니.


[퀘스트 성공!]

[‘네 노림수가 다 보여’, 스킬을 획득합니다.]


그렇지!

스킬 효과가 뭔지 모르겠지만, 포수였을 때 나타나던 것과 비슷할 것 같다.


"오! 힘 좋은데?"

"칠 줄 알았다니까요!"

"와! 역시 선배님!"


박훈의 응원 덕분일까?

아니다.

권석호의 컨디션이 오늘 안 좋은 것 같다.

봐준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던졌으면 내가 쳤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

입은 왜 또 다물지 못하고 있고?


"선배님 나이스 샷! 지명 타자 해도 되겠는데요!"


지명 타자는 아무나 하나.


"...훈아 조용히 해라."


권석호 선배님 화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내 말은 박훈에게 들리지 않은 듯하다.


"권석호 선배님이 김성준 선배님한테 두들겨 맞았다! 그것도 홈런!"

"이 새끼가!"

"마운드는 저에게 맡기시고 편하게 은퇴하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막겠습니다!"

"야! 너 일로 와 봐! 좋은 말로 할 때 와라!"


분노한 권석호는 공을 던지다 말고 박훈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때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보니 의외라는 표정.

마치 타격도 잘하네?,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아까 보셨습니까?"

"음."

"캬, 블로킹을 이렇게 잘하는 줄은 몰랐는데요."


훈련이 끝나고, 저녁 식사 시간.

포수 코치가 감탄하며 말했다.


"겁쟁이?"

"예, 공을 한 개도 안 놓쳤어요."


김류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칭찬은?"

"시키신 대로 숨만 쉬어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 계속 칭찬해. 자신감이 생기도록."

"예, 그런데 진짜 잘하고 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신감의 밑바탕은 본인의 실력과 연습량에서 나온다.

연습을 안 하고,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기죽을 수밖에.

그런데 연습을 많이 한다면?

거기에 칭찬이 더해진다면 아무리 자신감 없는 녀석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처럼.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

"겁쟁이······ 성준이가 타격에도 재능이 있습니다. 권석호가 이 악물고 던지는데 홈런을 쳤다니까요?"

"그랬어?"

"예, 왜 지금까지 2군에 썩었던 건지."

"썬플라워에 있었잖아. 거기 포수가 누군지 몰라?"

"아."


김류진의 말에 다른 코치들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썬플라워에 강해상이 있잖아. 국내 제일 수비형 포수. 부상도 없어. 그러니까 못 나올 수밖에."

"다른 팀에 있었으면은요?"

"그러면 진작에 출전했겠지. 야구가 그래서 어려운 거야."

"진작 훨훨 날 수 있었는데."

"늦게 날기 시작한 만큼 우리가 훨훨 날 수 있게 해주자고."

"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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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웨어울프(4) +2 24.08.06 118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1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4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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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재춘(2) +3 24.08.01 159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0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3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6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89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2 6 12쪽
16 시범경기(3) +4 24.07.26 184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1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7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6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1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1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2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6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0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2 12 15쪽
» 스프링캠프(1) +2 24.07.15 312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4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0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2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0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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