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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포수, 야구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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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야
작품등록일 :
2024.07.09 01:44
최근연재일 :
2024.08.09 07:45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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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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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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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범경기(3)

DUMMY

16.


쇄애애액!

퍼어억!


잭 톰슨이 던진 공이 미트에 들어오는 순간 울려 퍼진 굉음.

그 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이제 막 투구를 시작한 투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가슴에서 불타는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살아났어!”

“잭이 돌아왔다!”

“캬.”

“공 좋네!”


팬들도 기뻐했다.


게다가 타자에게서 도망치는 공도 아니다.

내가 요구했던 코스 그대로였다.

한가운데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온 공.

되살아났는지 아닌지는 공을 받는 포수가 제일 잘 안다.

심판의 판정은 당연하게도.


“스트으으라이크!”


나는 완벽히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 하나.

스킬 한 가지 더 있었지.

깜빡 잊고 있었군.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스킬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를 크게 외치시면 됩니다. 경기장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게요.]


내 물음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서 알려 주었다.

흠, 하지 말까?


다른 선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지?


나 혼자 소리를 지르면 미친놈 취급받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데, 문득 오션스 2군에서 강해상 선배가 했던 플레이가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소리를 지르며 팀원을 격려하곤 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나는 무언가에 취한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배에 힘을 주고 있는 힘껏 크게 외쳤다.

경기장에서 쩌렁쩌렁 울리도록.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행동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일순 경기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잼민이나 할 법한 행동 아닌가.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시선이 느껴져 덕아웃을 보자 김류진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따봉을 보내고 있었다.

나 잘한 거 맞겠지?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1Lv의 스킬이 적용됩니다.]

[경기 중 1회에 한하여 수비수들의 능력치(민첩성, 캐치, 다이빙, 침착성, 집중력, 수비 범위, 주력, 순간속도 등)가 크게 향상됩니다.]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 머리 위에 야구 유니폼을 입은 작은 정령 같은 게 나타나 머리 위에 뭔가를 뿌리고는 사라졌다.


“어?”


워낙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

홀로그램처럼 반투명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게임 속 성직자가 다른 유저들한테 축복을 걸 때 표시되던 것과 비슷하다.


‘뭐지?’


지금은 저 헛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당황스럽긴 한데 비현실적인 걸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이 위기부터 극복하고 보자.

나는 잭 톰슨에게 사인을 보냈다.


‘던져!’


몸쪽 아래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반 개 정도 걸치는 공.

잭 톰슨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 낼 생각이군.’


잭 톰슨이 이를 악물며 공을 던졌다.


***


따악!


-쳤습니다! 빗맞은 공은 내야 땅볼! 바운드된 공이 1루와 2루 사이!

-1루수 샘 워커 정면!


“던져! 던져!”

“홈으로!”

“잡아!”


선수들이 소리를 지른다.

1루수 샘 워커의 표정이 굳어졌다.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을 잡은 다음 홈으로 송구해야 한다.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몸이 따라 줄까?

아직은 쌀쌀한 3월 날씨임에도 등 뒤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

긴장한 탓이다.

수비 상황만 되면 이랬다.

특히나 공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 때면 더욱 그랬다.


‘피하자!’


마침 내야 수비에 집중하라는 감독의 지시.

평소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선수들.

주위엔 자신 말고도 다른 선수가 있다.

몸을 피하면 대신 공을 잡고 홈으로 송구해 줄 것이다.


되려 어설프게 공을 잡는 건 방해다.

차라리 아예 공을 피해 비키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수비를 못하는 건 다 알고 있어.’


어차피 단장도 타격 하나만 보고 자신을 데려온 것 아닌가.

1루수도 아니고, 포수 출신.

실수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감독도 그걸 알고 전진 수비하라고 지시를 내렸겠지.

그렇게 한 발자국 물러나려 할 때였다.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방금 전 김성준이 했던 말이 뇌리에 번개처럼 날아와 꽂혔다.

평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승리를 향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였다.

동시에 신념이 담겨 있었다.


‘······.’


정말 도망치는 게 옳은가.

이게 맞는 것인가.

아니다.

샘 워커는 정답을 알고 있었다.


‘점수를 내주지 않으려면 내가 공을 잡고 홈으로 송구해야 돼!’


0.01초의 차이로 결과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확실하게 아웃을 잡으려면 자신이 잡고, 홈으로 던져야 한다.

뒷사람이 잡고 던지면 늦는다.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숨을 쉬듯 반복했던 일.

그런데 손이 벌벌 떨리고 발이 벌벌 떨린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땀은 한여름 땡볕 아래에 있는 것처럼 흘러내린다.

그러면서 부상당했던 끔찍한 순간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괴상한 각도로 꺾였던 팔.

기억에서 도려내고 싶었던 기억이다.

참을 수 없었던 통증.

그 이상으로 괴로웠던 재활 치료.


‘···안 돼. 난 못해.’


그 순간 김성준과 눈이 마주쳤다.

한쪽 손을 흔들며 반대쪽 손은 미트를 들고 있다.

공을 던지라는 제스쳐.


샘 워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망했다는 눈빛을 보내 오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엔 비웃음도 느껴졌다.

단지 대놓고 뭐라 하지 않을 뿐.


그런데 김성준은 달랐다.

공을 받고 던져 줄 거라 믿고 있는 반응이었다.

갑갑하다.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몸인데.


그런데 저런 눈빛을 보낸다고?

저 동양인 선수는 바보인가?

이미 몇 번이나 도망치는 모습을 봤는데?

녀석도 내 능력을 알고 있을 텐데, 왜 자신을 신뢰한다는 듯 보고 있는 걸까.


문득 샘 워커는 생각했다.


‘난 왜 여기에 있는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물론 그것도 있다.

돈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니까.

자신이 아니더라도 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야구 선수.

돈 하나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명예?

반은 맞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다.

팔이 꺾이고, 땀을 흘리고, 맛있는 것과 술을 제한해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야구가 좋으니까!’


이렇게 도망치기만 해서는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없다.

머릿속에서 처음 홈런을 쳤을 때를 떠올렸다.

그날 샘 워커는 다짐했다.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그런데 지금 자신은 어떠한가.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타격만 잘하면 된다고? 이딴 마음가짐으로 지명타자를 해 봤자 의미가 있어?’


뭐라도 해야만 한다.

고민하던 샘 워커가 눈빛을 굳혔다.

야구를 계속하려면 저 공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으아아아아!”


샘 워커는 괴성을 질렀다.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동시에 가슴속 응어리진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발이 움직였다.


탁.


그게 시작이었다.

손을 뻗어 공을 잡고 던졌다.

물 흐르듯 수려한 움직임.

지금껏 야구하면서 수만, 아니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반복했던 동작이었다.


전력을 다해 홈으로 송구.

공은 레이저처럼 날아갔고.


쇄애액!


김성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트를 낀 손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샘 워커는 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도 못 잡을 폭투와 실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던 김성준이라면 개똥같이 던져도, 찰떡같이 잡아내리라 믿었다.

대신 몸을 돌려 1루를 향해 움직였다.


“아웃!”


홈에서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


김성준이 잘 잡아낸 것이다.


“아웃!”


이어서 2루 쪽에서도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김성준이 공을 받아 아웃 하나를 잡고, 2루로 송구한 것이다.


‘역시.’


1루 베이스를 밟은 샘 워커는 그제야 2루를 바라봤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자신을 향해 손짓하면서.


“던져!”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타자가 1루에 도착하지 않은 것이다.


2루수가 퍼뜩 공을 던졌다.

그런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높게 뜬 공.

평소라면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잡지 못했을 공.


그러나 샘 워커는 침착하게 살짝 뛰어올라 공을 잡았다.

착지하면서 베이스를 거칠게 밟았다.


팍!


그때 공과 함께 거의 똑같은 시간에 들어온 타자.

샘 워커는 심판을 간절히 바라봤다.

제발.

찰나의 순간이 억겁의 세월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심판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아웃!”


그 판정에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


“우와아아아!”

“이거지!”

“나이스!”

“샘!”

“이야아아아!”


관중석 역시 마찬가지.

홈 팬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고, 원정 팬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림 같았던 3병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것이다.

샘 워커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토해 낼 수 있었다.


‘내가 해냈어!’


***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샘 워커의 트라우마가 극복되었습니다.]

[동료의 트라우마를 이겨 내는 데 크게 이바지를 했으므로 특전 보상이 주어집니다.]


“···?”


경기가 끝나고 눈앞에 뜬 메시지다.

당황스럽군.

난 딱히 한 게 없는데?

스킬을 사용한 것 말고는?

트라우마를 극복한 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길래 메시지가 뜨는 거지?

버그인가.


[‘우리의 수비는 강하다!’, 1Lv 스킬이 3Lv로 상승합니다.]

[5Lv이 되면 경기 중 2회 사용 가능합니다.]


스킬 레벨이 한 번에 2나 올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

당황해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샘 워커가 굳은 얼굴로 다가왔다.


“고··· 맙··· 슴니다.”

“!”


놀랍게도 샘 워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영어가 아니었다.

어설픈 한국어였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정말 고맙다.”


그가 다시 영어로 말했다.

부드럽고 정중한 말투.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저 대단한 얼굴을 마주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샘 워커도 이해해 주겠지.


그런데 한국어는 어떻게 하는 거지?

누가 알려 줬나?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

당혹스럽다.


“난 딱히 한 게 없어요.”

“아니야. 넌 내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힘을 주었어.”

“?”

“네 덕분에 6회 초 병살을 잡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 끝이 떨린다.

마치 울음을 참는 사람처럼.

놀라서 샘 워커를 바라보자 눈시울이 살짝 붉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표정까지.

물론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대단한 얼굴에 다시 시선이 내려갔다.


“이건 네가 만든 거나 마찬가지야.”

“그건 아니죠.”

“···?”


묘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샘 워커의 눈빛을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

솔직히 마음 같아선 이 자리를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때로는 살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거예요.”


이건 사실이다.

모든 수비수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 몸처럼 움직였을 때나 나오는 게 3병살이다.

혼자선 아무리 잘해도 해낼 수가 없다.


그 순간 샘 워커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커헉!”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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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5위 경쟁 +2 24.08.07 113 7 12쪽
27 웨어울프(4) +2 24.08.06 121 6 13쪽
26 웨어울프(3) +2 24.08.05 134 6 17쪽
25 웨어울프(2, 수정) +3 24.08.04 146 5 14쪽
24 웨어울프(1) +2 24.08.03 164 6 12쪽
23 김재춘(3) +2 24.08.02 157 7 12쪽
22 김재춘(2) +3 24.08.01 161 9 12쪽
21 김재춘(1) +4 24.07.31 172 7 12쪽
20 개막전(4) +2 24.07.30 184 7 12쪽
19 개막전(3) +2 24.07.29 188 7 13쪽
18 개막전(2) +2 24.07.28 193 7 12쪽
17 개막전(1) +3 24.07.27 193 6 12쪽
» 시범경기(3) +4 24.07.26 186 8 11쪽
15 시범경기(2) +3 24.07.25 202 7 11쪽
14 시범경기(1) +2 24.07.24 209 6 11쪽
13 계약(2) +2 24.07.23 207 7 11쪽
12 계약(1) +2 24.07.22 222 9 12쪽
11 연습경기(1) +3 24.07.20 243 6 12쪽
10 잭 톰슨(2) +2 24.07.19 243 8 13쪽
9 잭 톰슨(1) +1 24.07.18 257 8 14쪽
8 스프링캠프(3) +1 24.07.17 331 10 12쪽
7 스프링캠프(2) +3 24.07.16 293 12 15쪽
6 스프링캠프(1) +2 24.07.15 313 8 12쪽
5 피닉스(1) +2 24.07.13 315 8 15쪽
4 김류진 감독(2) +2 24.07.12 352 9 15쪽
3 김류진 감독(1) +1 24.07.11 354 8 13쪽
2 김성준(2) +1 24.07.10 402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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