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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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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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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
글자수 :
7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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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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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35화

DUMMY

촤아아아아!




북해의 물살을 가르며 남부 대륙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바실리 호.




그런데 그런 기세와는 달리 이 바실리 호에는 많은 이들의 근심이 담겨 있다.




롭스를 통해 남부 대륙으로 밀항하려는 자들과, 마지막으로 남은 악몽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동료들에게 말하지 않은 케인의 근심이 말이다.




케인은 언제 말을 꺼내야 할지 타이밍을 미처 잡지 못 하고 있었고 그저 계속해서 배 이곳저곳을 어슬렁거릴 뿐이다.




"케인, 뭔가 문제라도 있나?"




그런 케인의 모습을 발견한 셀리나가 그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읽고 다가왔다.




"아, 아니..."




아직은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일까, 케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둘러대려 했지만 그녀의 예리한 감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기는. 우리에게까지 숨기는 게 있는 건가."




셀리나는 무언가 할 말이 있음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 하는 케인의 모습에 조금은 서운한 감이 있는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흐음... 그게..."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어디 현실이란 것이 그런 여유를 줄 정도로 너그러운 녀석이던가.




그렇게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탓할 거라면 케인은 감정을 쉽게 숨기지 못하는 자신의 표정과 행동을 탓해야 할 것이다.




"둘이 여기서 뭐 해?"




케인이 어렵게 입을 떼려던 찰나, 선실에 있기 찌뿌둥해 밖으로 나오던 하스가 이들을 마주쳤다.




"쳇. 어쩔 수 없군."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은 의외로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올 때가 많다.




케인은 하스까지 등장한 지금이 일행들에게 마지막 남은 악몽, 그러니까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적절한 순간이라고 판단했고 머리를 부산스럽게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사실 너희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절로 한숨이 나오는 무거운 이야기.




그만큼이나 바닥에까지 닿을 만큼 무거운 케인의 목소리는 듣는 두 사람을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만들었다.




"뭔데 그렇게 무게를 잡아...?"




불길한 징조를 느낀 하스가 조심스레 물었고 케인은 마저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회수해야 할 악몽은 하나뿐이야. 그런데 그 남은 악몽에게 좀 문제가..."




"아오! 뜸 좀 들이지 말고 그냥 말해!"




계속해서 머뭇거리는 케인의 모습에 이제 하스는 걱정보다 답답함이 앞서 소리쳤다.




"드래곤!! 드래곤이라고!!!!!"




케인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소리치는 하스에 울분을 토해내듯 더 큰 소리로 받아쳤다.




"...?"




케인이 소리쳐 놀란 것일까, 아니면 남은 악몽이 드래곤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일까.




뭐가 되었든 지금 그들에게는 침묵이 찾아왔고 북부에서 멀어진 지도 꽤 되었음에도 한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케인... 지금 뭐라고..."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뗀 셀리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하스 또한 당황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




"... 하아... 마지막 남은 악몽이 드래곤이라고 이 녀석들아..."




결국 마지못해 사실을 털어놓은 케인.




이것은 그에게 일행과의 작별을 의미하는 행동일 수도 있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으니 분명 그럴 것이다.




"너무..."




힘겹게 굳은 얼굴에서 입을 떼는 하스.




너무 버겁다, 혹은 너무 강할 것이다와 같은 말을 하려는 걸까.




"그래... 너무..."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케인의 예상을 완전히 깨부수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너무 설레잖아...?"




"... 뭐?"




케인의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하스의 발언.




"너 미쳤냐...?"




케인은 그런 하스를 보며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고는 셀리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 또한 케인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무표정한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셀리나...?"




"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인이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여전히 무덤덤할 뿐 케인이 예상하던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이라니까...?"




자신이 말한 드래곤이라는 단어가 동료들의 귀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 케인이 다시 그 존재의 이름을 거론했다.




"..."




"그러니까, 너무 설레지 않냐? 우하하핫!!"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고 하스는 오히려 더 신난 듯했다.




"맙소사..."




이제는 그들이 아예 실성을 한 것이라 생각 드는 케인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퍽 내쉬었다.




"푸흣."




그런데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셀리나.




"케인,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냐."




"... 걱정되는 게 당연하잖아. 드래곤이라고. 플리샤보르와도 그렇게 고전했는데 녀석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존재야."




"그래서?"




셀리나의 물음에 케인이 대답하자 하스가 끼어들며 또 물었다.




"그래서라니... 죽을 수도 있..."




"언제는 안 그랬냐?"




"... 뭐?"




"우리가 언제는 목숨 안 걸고 싸워왔냐고."




하스는 이미 그가 어떤 것을 우려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조금 전의 흥분은 그를 조금이나마 안심시키려 한 행동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불안한 케인의 마음을 완전히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앞서 말했듯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런 생명체가 모두에게 우호적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지금 세상 어딘가에 나타나 있는 드래곤은 악몽의 존재이다.




어쩌면 카츠처럼 적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무척이나 희박했고 오히려 세계를 멸망시키는 쪽이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지만..."




드래곤의 이야기가 나오니 평소와는 달리 자신감을 잃은 케인의 모습에 이번엔 셀리나가 끼어들었다.




"케인, 지금까지 무척이나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너와 하스는 더 많은 싸움을 함께 했겠지. 하지만 우리가 계속된 승리를 해올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




"만약 우리가 포기했다면, 하스의 검을 만들 수 있었을까? 팔라디리아를 정화할 수 있었을까? 더 나아가서 판타나와 북해, 북부 대륙을 악몽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을까?"




셀리나의 차분한 목소리는 케인의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네 말이 맞아."




"지금 네가 두려운 게 뭔데? 세상이 멸망하는 것? 네가 죽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죽는 거냐?"




하스가 셀리나의 말을 이어받아 물었고 케인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로 인해 벌어지는 게 두려워. 나 때문에 세상에 종말이 찾아오고 너희가 죽는다면 그것만큼 괴로운 현실은 없을 거야."




케인의 말대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에게 무척이나 끔찍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해 볼 본인의 행동에 의한 아찔한 결과.




하지만 누구든 쉽게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답을 들은 셀리나와 하스의 생각은 달랐다.




"인마, 세상에 악몽이 퍼져나간 게 네 탓이냐? 어느 날 보니 다 깨져있었다며."




"... 내가 애초에 그것을 보관해두지 않았더라면..."




"야. 그런 식이면 끝도 없어. 애초에 누군가 그런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아니 애초에 인간이 꿈을 꾸지 않는 생물이었더라면? 잠을 안 잤더라면?"




"하스의 말이 맞다 케인. 벌어질 일은 어떻게 해서든 벌어진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맡은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거다. 그리고 언제 우리의 목숨을 네가 강요한 적이 있던가?"




셀리나의 말대로 지금까지 그와 함께 해오며 위험한 싸움에 뛰어들었던 것은 오직 하스와 셀리나의 순수한 선택이었을 뿐, 케인이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말은 또 한 번 그와 함께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후우..."




이전 같았더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으며 이들의 선택을 존중해 줬을 케인.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만큼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너를 따르는 건 우리의 선택이고 네겐 그것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




셀리나의 말에 케인은 그 어떤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가 사실만 이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걱정 가득한 케인이 느끼기에도 이미 그들의 마음은 너무나 확고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러한 하스와 셀리나의 결정을 무시하고 원래 마음먹었던 대로 강제로 두 사람을 떠나보낸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보다 끔찍한 일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결국 케인은 완강한 그녀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하스는 이제야 만족스러운 듯 팔짱을 끼며 말했고 셀리나도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쏘아붙이듯이 말하기는 했지만 두 사람도 자신들을 걱정하는 케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드래곤은 어디 있는데?"




본론이 끝나자 새로운 주제를 꺼내는 하스의 물음.




"... 그게..."




그런데 그의 질문에 케인은 고장 난 듯 또 한 번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난 악몽들은 전부 원래 녀석들이 살고 있었거나 죽었던 곳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은 각각 자신의 둥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곳이 그들의 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드래곤의 둥지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등장하기 때문에 어디 근처에 있다는 소문도 없었다.




즉, 세계 모든 곳을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는 존재.




하지만 그들에게는 세계를 누빌 시간이 없었다.




아마, 그러기 전에 잠에서 깨어난 악몽의 드래곤이 세계를 덮칠 테니 말이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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