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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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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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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73
글자수 :
7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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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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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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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134화

DUMMY

후우우웅-!




"으으으..."




플리샤보르를 무찌르고 조금은 평화로워진 북부 대륙.




조금 늦게 잠들긴 했지만 달콤한 잠을 자며 그 평화를 느끼던 케인 일행을 북부의 차가운 바람이 깨웠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아침이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흣! 차아-"




아침 일찍 뻐근한 몸을 일으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며 방랑자의 삶을 살아오던 한에게는 꽤나 익숙한 순간이었고 그는 누구보다 먼저 힘차게 일어나 자신의 침상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아마도 그에게는 이런 편안한 잠자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아침이었을 것이다.




북부의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한은 뭔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도 있는지 서둘러 여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덜컹-!




그가 여관 문을 박차고 가는 소리에 카운터에 있던 이곳의 늙은 주인장 그라딘은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꿈뻑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은 케인과 그의 동료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척박한 땅 그 자체인 북부 대륙에서 대체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아직 순항선은 뜨지 않았으니 대륙을 넘어가려는 것이다.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그의 행동.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그는 완전히 예상 밖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억-




"흐읍!"




추차차차차찹!




밖으로 나온 그는 상의를 벗어던지더니 차가운 눈을 들어 자신의 몸에 뿌려댔다.




그리고는 그 차가운 것을 그대로 느끼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또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그는, 고된 싸움으로 지쳐 있음에도 늘 해오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었다.




다소 그 방법이 특이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누가 타인의 방법을 나무라겠는가.




"크거거거거걱- 컥!"




반면 이런 날에도 꾸준하게 성실한 한과는 달리 하스는 온몸에 스며드는 한기에도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있다.




플리샤보르와 싸울 때 보다 왠지 더 위태로운 듯한 그의 코골이.




자칫하다간 그대로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 보인다.




쿵!!




그때 그런 하스의 방문을 박차며 들어오는 누군가.




"커컥- 켁!?"




그 소리에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하스도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뜨고 말았다.




"케인? 무슨 일이야?"




이른 아침 하스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케인.




그는 어째선지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쓰!"




그런데 그 상쾌한 표정과는 달리 북부의 한기에 케인의 목은 완전히 잠겨 있었고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크흠! 흠..."




케인은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다시 그를 불렀다.




"하스, 어서 일어나 봐."




"... 무슨 일인데?"




하스가 모르는 흥미로운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는 조금 장난기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이긴? 아직 순항선이 뜰 때까지는 한참 남았는 걸. 못 가본 북부를 돌아다녀봐야지."




그 친구에 그 친구라고 해야 하나.




놀랍게도 한과 케인은 오늘 아침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것처럼 해놓고 정작 별 것 아닌 행동을 했다.




"... 그게 지금 아침부터 할 소리냐...?"




"물론!"




하스는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달콤한 잠을 깨운 케인에게 으르렁 거리는 맹수처럼 화난 목소리로 물었지만 케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가!!!!!!!!!!!!!!! 내 방에서 나가!!!!!!!!"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런 케인의 대답은 하스의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터뜨리게 만들었고, 하스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케인을 쫓아냈다.




"에휴! 그냥 분위기상 한 말이지 뭘 또 여행을 간다고!"




그러고는 한껏 투덜거리며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반쯤 깨버린 잠을 청했다.




쾅!




한편 하스에게 쫓겨나며 여관 복도에 홀로 남게 된 케인.




그는 조금 황당한 얼굴을 한 채 잠시 그곳에 서 있었다.




"흐음..."




자신이 조금 급하게 행동한 것인지 되새겨보는 케인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기 힘든 북부 대륙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까운 일이었다.




가만히 여관에서 쉬며 순항선이 출발하기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 드는 케인은 하스의 방을 지나 셀리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똑똑-




그녀의 방을 두드리는 케인.




왠지 하스의 방을 찾아갈 때와는 달리 훨씬 긴장되고 조심스러워지는 듯하다.




끼익-




그리고 케인의 부름에 천천히 열리는 셀리나의 방문.




그런데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벌써 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 뭐야...?"




예상 밖의 상황에 물음은 오히려 케인 쪽에서 먼저 날아들었다.




"이미 너와 하스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지금 바로 갈 셈인가?"




귀가 좋은 셀리나는 진작에 케인이 자신을 찾아온 의도를 알고 있었고 미리 준비를 한 것이었다.




"... 푸핫!"




그런 그녀의 반응에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는지 케인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한이 돌아오면 나갈 생각이야. 멀리는 아니고, 이 근처에 꽤 멋진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가, 그럼 그동안 주변을 둘러봐야겠군."




케인은 북부 대륙의 여행을 책임져줄 한을 기다린 후에 함께 출발할 생각이었고 셀리나는 그 남는 시간 동안 마을을 구경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지 뭐. 마을에서도 볼 게 충분히 많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한이 돌아올 때까지 마을을 둘러보기로 결정했고 다른 누군가의 방해 없는, 소소한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러 갔다.




마을은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을 때울 만큼의 구경거리는 충분했다.




북해에서만 잡히는 생선들과 이제는 마을에 하나 남은 유일한 대장장이의 장비들.




그리고 허전한 마을 이곳저곳을 가득 채워주는 얼음 조각상들과 눈, 얼음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들.




사람은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었으나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고 밤낮 구분 없이 축제 같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덕분에 케인과 셀리나는 짧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




"그래서, 되려 녀석에게 당했다는 건가?"




"... 면목 없습니다."




한편, 케인 일행이 간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이 켈딘과 카시퀼이 휩쓸고 간 판타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수상한 밀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로브를 뒤집어써 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자들이었으나 고개를 숙인 채 지위가 더 낮아 보이는 이는 얼추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큼지막한 체격에 가면을 쓰고 있는 그.




얼핏 보아도 지난번 아쥴 항구의 여관에서 케인을 습격했던 그 텔레포트 마법사임이 분명해 보였다.




"... 녀석이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거다."




"물론입니다."




"케인 에슈테르... 그분이 다시 세상에 강림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케인을 노리는 듯한 그들.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악몽 이외에 또 다른 위협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정작 그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




다시 북부 대륙으로 돌아와 케인 일행.




하스를 제외한 그들은 북부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했다.




케인과 셀리나는 가이드 역할을 해 준 한 덕분에 기대했던 이상으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반면 게으름을 피우느라 함께 가지 않았던 하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뒤늦게 아쉬워했다.




그 후로도 그들은 남는 시간 동안 마을에서 가까운 북부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고 롭스와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다.




"정말 같이 안 가는 거냐?"




순항선을 타기 전 어쩐 일인지 둘로 나뉜 한과 케인 일행.




하스가 한 번 더 그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돕기로 한 건 플리샤보르 까지였으니까. 그리고 이곳에서 조금 더 볼 일이 남아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은 북부 대륙에 남아 여행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 한의 결정에 하스는 아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




"한."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케인과 한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잠시 지켜보았다.




얼핏 보기에는 조금 아련한 장면.




하지만 케인에게는 그 어떤 아쉬움이 없었고 그 이유는 케인이 한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에 있었다.




이제 남은 악몽은 바로 드래곤.




존재만으로도 모든 종족을 차별 없이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것은 주변 사람을 끌어들이기에 너무나 위험한 상대였고 케인은 그 사실을 일부러 한에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짐을 더는 그에게까지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스와 셀리나에게도 마찬가지로, 순항선을 타고 돌아가며 슬쩍 이야기를 꺼내볼 생각이었다.




만일 남은 상대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 험난한 여정에 끼어든다면, 마법을 이용해 강제로라도 떨어뜨려놓을 각오로.




그만큼 오랜 친구 한을 제외하고서라도 하스와 셀리나는 이제 케인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는 듯했다.




"그럼 다들 조심히가. 이제 크라켄은 없겠지만 말이야."




"풋. 너도 마찬가지야. 플리샤보르도 없겠지만."




한과 케인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넸고 하스와 셀리나도 그에게 손을 흔들며 남부 대륙으로 돌아가는 배에 승선했다.




촤아아아악-!




그들이 배에 올라타자마자 완전히 수리가 되어 또 한 번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바실리 호는 남부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드래곤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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