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조회수 :
3,767
추천수 :
573
글자수 :
798,492

작성
23.08.24 20:00
조회
18
추천
3
글자
11쪽

109화

DUMMY

쾅!!!




콰드드드득-!




하스가 검을 내리치자 계단처럼 만들어진 얼음 경사로.




그 끝에는 크라켄의 몸통을 앞에 둔 얼음 벽이 있었고, 그 사이로 작살을 찔러 넣는다면 놈의 심장을 앗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남은 심장은 두 개.




하지만 핵심 심장이 카츠에 의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금이라면 남은 두 개의 심장 중 하나만 처리하더라도 녀석의 힘은 현저히 약해질 것이다.




"우오옷!!"




하스의 도움에 크게 감탄한 마키르는 그가 만들어낸 얼음 계단을 미끄러지며 탔고,




주변이 얼음 벽으로 둘러싸인 바닷속에 도착했다.




그 얼음 벽이 결코 얇은 것은 아니었으나 투명한 얼음 너머로 보이는 바닷속은 평소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 바다가 아니었다.




심오하게 꿀렁거리는 크라켄의 촉수들, 파손된 바실리 호에서 떨어져 나간 나무 파편들, 그리고 용맹하게 싸우다 죽은 선원들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이곳.




이제는 그 재앙을 끝내야만 했다.




타타타탓!




마키르는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두운 바닷속에서 놈의 몸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내 두근거리는 저 괴물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두쿵! 두쿵!




마키르가 아닌 다른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는 소리일 것이다.




"흐아아아아압!!!"




웬만해서는 쉽게 뚫을 수 없는 두꺼운 얼음 벽.




하지만 마키르는 해내야만 했고, 그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작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기대, 간절함, 그리고 죽은 동료들로 빚어진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그의 강렬한 기합과 함께 작살이 얼음 벽을 뚫고 크라켄의 심장을 향해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그가 있는 얼음 벽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얼음을 만들어내고, 경사로 위쪽에 서 있던 하스는 흔들리는 진동음과,




안쪽에서 들려오는 마키르의 기합 소리로 그가 크라켄을 향한 회심의 공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콰지지지직!!




마키르의 엄청난 괴력에 반 이상 뚫려버린 얼음 벽.




그러나 그의 폭발적인 힘은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으랴랴랴랴랴랴랴!!!!!!!"




다시 한번 강한 기합과 함께 작살을 더 세게 찔러 넣는 마키르.




콰앙!!




푸슉!!!




그의 분노와 복수심, 그 외 모든 이들의 염원이 빛을 발한 것일까.




어떻게 보면 마키르에게 길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크라켄의 몸을 보호해 주는 것 같았던 얼음 벽은 작살이 관통하며 완전히 뚫려 버렸고,




그 작살은 마침내 크라켄의 심장에까지 닿고 말았다.




"그우우어어어어어엉!!!"




그러자 놈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이 죽음의 바다를 울리게 만들었다.




"주, 죽은 건가?"




놈의 괴성에 어수선해하는 선원들.




물론 크라켄에게는 아직 심장이 하나 더 남아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제 남은 심장이 하나뿐인 녀석은 도망칠 수도 없을뿐더러 이전처럼 위력적인 공격도 하지 못할 것이다.




즉, 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숨이 붙어 있는 채로 멍하니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바실리 호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터벅- 터벅-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마무리만 지으면 될 지금, 어째선지 마키르가 녀석을 끝내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마키르...?"




행여나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일까 그를 걱정스레 불러보는 케인.




그러나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마키르의 표정은 한결 후련해 보이는 듯했다.




"마키르, 어떻게 된 거야?"




케인이 묻자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면 내 동료들의 복수는 충분하네. 무엇보다 나는 너무 과거의 사람이야. 이제 영광은 후대에게 넘겨줘야지."




그는 자신의 손으로 크라켄의 목숨을 끊어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음에도,




아쥴 선장의 후예들에게 그 영광을 누릴 기회를 주려는 것이었다.




"자네가 이 배의 선장인가?"




"..."




그리고 마키르는 롭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작살을 건네주었고, 롭스는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조금 당황한 듯했으나 그의 작살을 마다하지는 않았다.




"가서 놈을 끝장내게. 다시는 뱃사람들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말이야."




꾸드득-




마키르가 건넨 작살은 더 이상 그의 분노를 품고 있지 않았다.




이제 그 작살에는 롭스를 지켜보는 선원들의 존경심과,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영광이 깃들어 있을 뿐이었다.




"아쥴 선장님을 위해."




마키르는 롭스의 모습을 보며 오래전 자신의 선장이었던 아쥴을 겹쳐 보게 되었고,




듬직하고 마초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 과거 크라켄을 토벌했던 그와 모든 선원들을 위해."




롭스는 그런 마키르를 바라보며 오래전 아쥴 선장 토벌대의 영광을 기려주었다.




그리고 이제, 녀석을 완전히 마무리 짓기 위해 하스가 만들어낸 얼음 벽 위쪽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두 개의 심장을 잃은 크라켄은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반쯤 뒤집혀 몸을 수면 위로 띄워놓았고,




바다로 들어가지 않아도 녀석의 심장을 찌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것은 이제 어렵지 않은 행동.




그럼에도 선원들은 모두 긴장한 채 숨죽이며 롭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은 그들에게 영광이라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벅저벅-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롭스의 발걸음이 점차 크라켄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놈은 이젠 지쳤는지 그를 막으려는 미동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바다에 둥둥 뜬 채 그를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처억-




그렇게 롭스는, 놈의 심장 앞에 도착했고 마키르가 건네주었던 작살을 잡아 쥐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망설이는 롭스.




그로 인해 정적이 흐르기 시작한 현장.




롭스가 망설인 이유는 크라켄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그는 놈에게 당한 동료들과 아쥴 항구 사람들, 그리고 그동안 수 없이 죽어나간 뱃사람들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치 그들이 롭스를 지켜본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쉴 새 없이 요동치던 바다는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물결에 비쳐 반짝이는 햇살과 이곳 모두의 폐에 스며드는 짭짤한 바닷바람.




쿠드득-




롭스가 이젠 결심한 듯 작살을 강하게 거머쥐었고 놈의 심장을 향해 그것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푸우우욱-!!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이곳에서 마침내 크라켄의 마지막 심장을 향한 롭스의 작살이 바다의 모두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주게 되었다.




"아아..."




"드디어..."




그 순간 선원들이 느낀 감정은 감격, 기쁨, 안도와 같은 말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들이었다.




촤아아아악-




쿠구구구구구궁-!




그렇게 결국 또 한 번 죽음을 맞이하게 된 바다의 악마 크라켄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조금씩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놈, 놈이 죽었다!!!!!!!!!!"




"... 성공이다!!!!!!!!"




"롭스가 해냈다!!!!!!!!"




그 모습에 뒤늦게 실감이 나게 된 것일까.




선원들 중 한 명이 크라켄의 확실한 죽음에 기뻐하며 소리치자 나머지 선원들도 하나둘씩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




"롭스 만세!!!"




"케인 만세!!!"




"마키르 만세!!!"




크라켄이 죽은 바다 위에서 활약한 이들을 찬양하는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고, 녀석이 지배하던 대양은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찼다.




쿠구구궁-!!




"으아아아악!!"




그런데 그런 기쁨도 잠시, 이들이 크라켄의 죽음에 새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치, 침몰한다!!!"




바로 반쯤 파손된 바실리 호가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이들 또한 크라켄과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하리라.




그야말로 절망적인 순간.




그때, 롭스가 모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배를 돌려라!!!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들이 떠 있는 곳은 넓디넓은 북해의 어딘가였다.




크라켄과 전투를 벌이며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롭스는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롭스의 그런 모습이 선원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울리게 만든 걸까, 그의 명령에 선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향으로 가자!!!!!!"




앞서 말했듯 그들은 자신들이 북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뿐이었다.




하지만 그 선장에 그 선원인 것일까.




그들은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채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힘썼다.




슈하아아악-




그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사이, 깊은 바다로 빠져들어가던 크라켄은 보라색 빛으로 변해 케인의 포션에 담겨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발견한 이는 없는 듯했다.




"휴, 성공이군?"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하스와 셀리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 이제는 돌아가는 데에 집중해야지."




"이거 갈 수는 있으려나...?"




바실리 호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일단은 육지로 돌아가고픈 케인 일행이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았을 땐 상당히 힘들 것 같았다.




"하하하하!! 뱃사람에게 포기는 없다네!!"




그런데 걱정 가득한 이들에게 마키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었다.




"마키르..."




케인은 그런 마키르에게 고맙기도 하며, 멋대로 불러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됐네 케인. 어차피 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내 친구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네."




이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출처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듯한 마키르는 케인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 그를 위로했다.




"이젠 보내주게. 손님에게 맥주를 내어주고 있던 참이라서 말이야!"




그에 더해 농담까지 던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 고맙다 마키르."




그렇게 케인은 자신의 든든한 친구이자 바다의 영웅이라 불렸던 사내, 마키르를 다시 꿈속으로 보내주었다.




슈하아아악-




그리고 이제 그를 포함한 일행들은, 반쯤 부서져 침몰되어가고 있는 바실리 호를 육지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드림 캐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8 138화 23.09.22 17 3 10쪽
137 137화 23.09.21 15 3 10쪽
136 136화 23.09.20 18 3 10쪽
135 135화 23.09.19 18 3 10쪽
134 134화 23.09.18 17 3 10쪽
133 133화 23.09.17 16 3 10쪽
132 132화 23.09.16 17 3 10쪽
131 131화 23.09.15 18 3 10쪽
130 130화 23.09.14 19 3 10쪽
129 129화 23.09.13 20 3 10쪽
128 128화 23.09.12 21 3 10쪽
127 127화 23.09.11 19 3 10쪽
126 126화 23.09.10 19 3 10쪽
125 125화 23.09.09 20 3 10쪽
124 124화 23.09.08 21 3 10쪽
123 123화 23.09.07 19 3 10쪽
122 122화 23.09.06 21 3 10쪽
121 121화 23.09.05 20 3 10쪽
120 120화 23.09.04 20 3 10쪽
119 119화 23.09.03 21 3 10쪽
118 118화 23.09.02 18 3 10쪽
117 117화 23.09.01 21 3 10쪽
116 116화 23.08.31 19 3 10쪽
115 115화 23.08.30 20 3 10쪽
114 114화 23.08.29 19 3 10쪽
113 113화 23.08.28 22 3 11쪽
112 112화 23.08.27 21 3 10쪽
111 111화 23.08.26 21 3 11쪽
110 110화 23.08.25 19 3 12쪽
» 109화 23.08.24 19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