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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루찌님의 서재입니다.

드림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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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루찌
작품등록일 :
2023.05.10 19:29
최근연재일 :
2023.10.21 20:00
연재수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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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6
추천수 :
573
글자수 :
79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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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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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4화

DUMMY

후우우우웅-!!




한의 검이 먼저 닿을지, 플리샤보르의 고드름이 먼저 닿을지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더 빨리 시작된 것은 한을 향한 고드름 생성이었지만 그가 휘두르는 검 또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속도였다.




서로를 향한 이 공격의 결과가 북부 대륙과 케인 일행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흔들리는 지형, 하지만 떨리지 않는 움직임.




한은 마지막 순간을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고 그의 검은 매서운 속도로 휘둘러졌다.




카아아아아앙!!!




결국 한 번 더 플리샤보르의 핵에 닿은 한의 묵직한 검은 강렬한 소리를 내며 그것을 완전히 부서 버리고 말았다.




콰드드득- 쩌저적-




챙캉!!!




푸르게 빛나던 녀석의 핵은 한의 검에 산산조각이 나며 한순간에 폭발하듯 깨졌고, 그와 동시에 한을 향해 날아오던 고드름들은 전부 부서지며 무력화되었다.




"허억... 허억..."




가까스로 고드름보다 핵을 먼저 파괴하는 데에 성공한 한.




수많은 전투로 경험이 충분한 그도 지금만큼은 뒤늦게 밀려오는 긴장감과 떨림을 참아낼 수 없는지 거친 호흡을 들이쉬며 주춤거렸다.




아마 그가 조금이라도 경험이 부족했다면, 지금 그 떨림만으로 검을 놓쳐버릴지도 몰랐다.




쿠구구구궁- 쿵-!




그러나 놈의 핵이 파괴된 이상,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심장을 잃은 녀석의 몸은 점차 흔들리며 붕괴되기 시작했고 보호막도 없는 지금 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기 전에 어서 탈출해야만 했다.




타타타타탓!!




다급하게 뛰쳐나가기 시작하는 한.




하지만 이렇게 흔들리는 곳에서 그가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올라왔던 것처럼 얼음 파편을 밟으며 내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까 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




얼음 파편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플리샤보르와 함께 붕괴되며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디딜 곳 하나 없는 허공에서 그대로 떨어져야 하는 아찔한 상황.




그는 다급하게 뛰어올라 무너져가는 얼음 파편들을 밟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 성공... 한 건가...?"




한편 지상에서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케인과 동료들.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한이 플리샤보르의 핵을 완전히 부수길 바라고는 있었지만 그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던 그들.




그런데 밖과 안을 구분 짓던 눈보라가 사라지고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자 한이 성공하고 녀석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궁-!!




그러나 이들도 멍하니 한이 내려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플리샤보르가 부서지며 대지는 쪼개지듯 흔들렸고 더 이상 생명체가 서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녀석이 불러일으켰던 괴수들 또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멍하니 있다간 균열이 생긴 땅 밑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슈하아아아악!!




케인은 서둘러 하늘을 날 수 있는 발라라크를 소환해 냈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올라탔다.




"빨리!!"




아직 한이 내려오지 못했다는 것에 하스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케인은 곧장 발라라크를 부려 얼음 파편들이 떨어지고 있는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후우우우웅!!




후우우웅!!




세 사람을 태운 발라라크가 한을 구하기 위해 상승하는 도중에도 얼음 파편들은 무차별적으로 떨어지며 그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한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 하나 포기하자는 말을 하지도, 그런 마음도 들지 않았다.




오직 모두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희생정신을 가졌던 그를 구하기 위한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사라져 가지만 여전히 거센 눈보라도, 북부 대륙의 한기와 그들을 위협하는 얼음 파편도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피해!!"




슈후우우우우욱!!




치익!




그러나 이 악조건들이 온전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험난한 상황은 한을 구하러 가는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셀리나의 경고에도 무수히 떨어지던 얼음 파편 중 하나가 발라라크의 날개를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그 탓에 커다란 날개에 상처가 난 발라라크는 순간 중심을 잃으며 휘청거렸고 하마터면 녀석의 등에 타고 있던 케인과 하스, 셀리나 세 명 모두 저 까마득한 지상으로 떨어질 뻔했다.




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이 이들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돌아갈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까.




"케인!! 저쪽이다!!"




그때 엄청난 시력으로 주변을 집중해 살펴보던 셀리나의 시야에 얼음 파편과 함께 떨어지고 있는 한을 발견했다.




파편들을 연달아 밟으며 내려오던 그는 어느 순간 더 이상 넘어갈 파편이 없자 그대로 검을 박아 그것과 함께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보호막도 없는 그가 이대로 떨어져 충격을 받는다면 한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이다.




어찌 되었든 한을 발견한 케인은 서둘러 발라라크의 방향을 돌렸고 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파편과 함께 떨어지는 한은 너무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고, 날개를 다친 발라라크의 속도로 한을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이는 듯했다.




"부탁이야!! 조금만 더 빨리!!"




점점 가까워지는 지상.




이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케인은 울부짖든 소리치며 발라라크를 재촉했다.




하지만 현실에는 간절히 기원해도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있었고, 발라라크의 다친 날개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케인이 소리치고 하스와 셀리나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한들, 반쯤 찢겨나간 발라라크의 날개가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날 수는 있다.




"삐뺘랴뾰뾰오오오오오옷!!!"




모두가 한에게 집중해 에아리아의 존재를 잊고 있던 그 상황 속에서도 녀석은 계속해서 케인 일행을 따라오고 있었고, 중요한 순간에 바람을 일으켜 발라라크의 비행 속도를 순식간에 빠르게 만들어주었다.




후우우우웅-!!




그러자 날개에 상처를 입고 뒤쳐지고 있던 발라라크는 폭발적인 속도와 함께 한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떨어지는 얼음 파편들.




케인과 발라라크는 최대한 집중해 그것들을 피해 가며 한에게 다가갔고 그와 꽤 가까워진 순간 케인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여차하다간 케인의 손을 잡으려다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별 다른 방법도 없지 않은가.




한은 추락하는 파편 위에서 발라라크를 향해 높이 뛰어오를 준비를 했고, 이들은 완벽한 타이밍을 맞춰야 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하게 불어닥치는 바람.




곧 지상에 닿기 직전이었고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됐다.




파악!!




한은 단검을 파편에 꽂아 넣었고 그것을 발판 삼아 높이 뛰어올랐다.




"흐읍!!"




타앗!!




한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




모두가 그의 손이 닿기를 간절히 바랐고, 아찔한 순간 속에서 케인의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다.




터업!




"올라와!!!"




가까스로 그들은 한을 구하는 데에 성공했고 떨어지는 파편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다행이야..."




한의 복귀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두 정령들이 싸움을 벌였던 전장을 돌아보았다.




이곳저곳이 얼어있고 녹아있기도 하며 수많은 괴수들과 정령들이 죽어나간 처참하기 짝이 없는 현장.




플리샤보르는 완전히 조각나 부서지고 있었고 아그니는 형제였던 존재의 죽음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의 아그니는 케인의 상상으로 인해 만들어진 가상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형제의 슬퍼하는 그의 마음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이젠 녀석도 보내줘야겠군."




케인은 자신을 대신해 플리샤보르와 대항해 스스로의 손으로 형제를 죽인 아그니를 이제 소멸시켜주려 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런데 그때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순간 케인 일행은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하고 말았다.




"저, 저게... 왜...!?"




그것은 바로 핵이 파괴되고 온몸이 부서지며 그대로 소멸된 줄만 알았던 플리샤보르의 몸체 일부가 남아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 녀석의 핵을 파괴한 거 아녔어?"




좀처럼 믿기 힘든 상황에 케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한에게 물었다.




"분명... 내 손으로..."




직접 핵을 파괴했던 한 또한 쉽게 말을 잇지 못하며 자신의 검과 진동하고 있는 플리샤보르의 몸 조각들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인간을 향한 플리샤보르의 극한으로 치닫는 분노와 증오심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증오의 산물은 지금 주변의 모든 것 아니, 북부 대륙을 통째로 파괴시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은 물론 케인과 그의 동료들도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고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이 힘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플리샤보르!!!!!"




아그니 또한 그것을 발견한 걸까, 녀석은 끝까지 타락한 모습을 저버리지 못한 플리샤보르에게 분한 듯이 화를 내며 그 진동하는 불안정한 물체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그니!!!"




케인은 아그니가 무엇을 하려는지 단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불의 힘을 불어넣어 몸을 크게 만든 아그니.




녀석은 그 불안정한 물체를 커다란 자신의 몸으로 뒤덮어갔다.




"그러다간 너도 죽어!!!"




"... 우리 종족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다른 이가 희생되게 둘 수는 없다."




아그니는 플리샤보르의 분노를 자신의 몸으로 전부 막아낼 생각이었고, 케인은 그를 막으려 했으나 이미 마음을 굳힌 듯해 보였다.




"... 안 돼... 안 돼!!!"




그래, 비록 지금 눈앞에 있는 아그니는 케인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케인에게 있어서 꿈 마법으로 태어난 존재들은 그 이상으로 다가왔고, 이런 식으로 소모품처럼 보내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비극은 늘 생각하는 바와 달리 찾아오는 법.




불타오르며 이글거리는 아그니는 플리샤보르의 잔해를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이내 그것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하고 말았다.




작가 김루찌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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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23.09.10 19 3 10쪽
125 125화 23.09.09 2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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