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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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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6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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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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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감사(2)

DUMMY

텅 빈 로비를 지났다. 불안정하게 걷던 레인은 계단을 휘청거리며 내려갔다.

레인에게 간섭하는 마나가 느껴졌다. 어디서 느꼈던 마나 패턴인데 기억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다양한 사람과 마법서를 접촉하다보니 가물거렸다.

지하 연무장에 도착했다. 연무장 중앙에 선 레인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정신 아닌 데 싸워도 되나.


“···정말 싸워?”


내 말에 비어있던 레인의 왼손에 어느새 마법서 하나가 나타났다. 마법서 표지를 보자 깨달았다. <상급 불의 마수 생태>. 약 일주일 전 2관에 잘못 반납되었던 금서관의 마법서였다.


“나랑 싸워. 싸워.”


내가 주춤거리며 중앙에 섰다. 준비 태세를 갖추기 전에 레인의 마법이 날아왔다. 위력은 강하지는 않다. 연기가 자욱하게 일었다.

실드부터 치자 연기 사이로 레인이 달려들었다. 실드를 손톱으로 마구 긁어내렸다. 레인은 제 손에 실드를 갈아낼 수 있는 손톱이 달린 것처럼 행동했다. 손끝이 뭉개졌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내 동생은, 아무래도 책에 먹혔나.”

“저 책은 단순 마수 생태 이론 서적이잖아요.”


실드에 강화마법을 불어넣었다. 방해하려는 듯 레인이 주먹으로 내려쳤다. 인간 같지 않은 충격량이었다. 클라우드는 어느새 존댓말을 버리고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저런 도서는 봉인서의 일종으로 상급 마수의 마석을 갈아 마법서로 만들지. 상급 마수의 마법을 이용하기 위해 연구한 도서일 확률이 높아.”


마수는 마나를 운용할 줄 안다. 특히 상급 마수 정도면 고위 마법도 사용한다. 북부에서 자주 봤다.

상급 마수는 체내에 작은 마석을 가지고 있다. 시중 다른 마석과 달리 그 마석에 오래 노출되면 마수와 비슷하게 변한다. 지금의 레인처럼.

레인의 뭉개진 손끝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이 정도면 진행이 빠르네요.”

“책이 흡수하지 못한 마석 가루를 마신 거 같군.”

“마석과 레인의 마나 조합이 잘 맞네요.”


내가 방어만 하자 레인은 공격을 멈췄다. 레인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입만 움직여서 말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왜 공격 안 해? 왜 제대로 안 해? 왜 제대로 안 싸워? 봐주고 싸울 만큼 내가 약해 보여?”


레인은 치밀어 오른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다보니 레인은 짜증이 나 주먹으로 미친 듯이 실드를 내리찍었다.


“마법 아카데미에서도 왜 최선을 다해 싸우지 않았어! 내가 우스워 보여? 얼마나 얕보는 거야!”


포효하는 레인의 말을 들은 클라우드가 코웃음 쳤다. 이 상황에서 허세를 부린 티가 났다. 클라우드의 손이 떨렸다.


“멍청한 놈, 그렇게 나약하니 쉽게 정신을 뺏기는 거지.”


아니, 이건 사고에 가까웠다. 그렇게 말하기 전 레인의 눈깔이 클라우드에게로 돌아갔다. 클라우드를 향한 레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짐승이 도약하듯 레인이 몸에 힘을 모으는 타이밍 맞춰 실드로 있는 힘껏 밀쳤다.

무방비했던 레인은 내 반대편으로 튕겨나갔다. 레인은 벌떡 일어났다.

클라우드에게 달려들 기세는 그새 어디로 갔는지 레인이 애원했다.


“형, 내가 이길게. 나도 샤니처럼 잘 할 수 있어. 가문도, 도서관도 형 말대로 내가 잘 돕고 있잖아. 운영 잘 되고 있잖아. 나 잘할 수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나 혼자 할 수 있어.”

“···마법서를 불태워야겠군.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마석가루를 추출할 수 없으니.”


클라우드는 잠시 뜸을 들였다.


“더 늦기 전에 레인의 마나회로를 태우도록 하지.”

“잠깐. 그럼 레인은 다시는 마법을 못 쓰잖아요.”

“본인이 자초한 거지.”

“아냐. 사고야.”


나와 클라우드가 서로를 노려봤다. 다행히 레인은 가만히 서서 입만 놀렸다.

마나회로는 몸 구석구석에 뻗어있다. 없어도 살아 갈 수 있지만, 마법을 쓸 수 없다.

마법사로 자부심이 컸던 레인은 클라우드의 말에 반응 하지 않았다.

점차 언어능력도 떨어져 가는 듯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일단 레인에게서 마법서를 빼앗고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요.”

“전조 현상은 그 전부터 있었겠지. 그 동안 레인이 저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 있나? 책을 떼어놔도 이미 가루를 흡수했다면 마수화는 계속 진행 돼.”

“···마수의 마나를 녹이면 됩니다.”


클라우드는 내 의견에 놀랐다.


“신성한 마나 말인가.”

“초압축한 마나 말하는 건데요.”

“그래. 그걸 마나교 교리에서는 신성한 마나라고 해. 일단 신전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그냥 신성한 마나라고 말해. ···그리고 지금 여기서 쓰는 건 무리지. 시간도, 집중도 부족해.”

“자세한 건 레인 녀석 붙잡고 나서 하면 되죠. 그리고 당신이 못하는 거지, 난 할 수 있어.”


내 손목을 톡톡 쳤다.


“그 상급 마법도구 좀 빌릴게요. 혹시 모르니 저 놈이 케인을 안가지고 있으니까 2관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거 가져와 쓰세요. 내가 케인 쓰면 나중에 길길이 날뛸 테니까요.”

“······.”


클라우드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뻐금거렸다. 이내 내 말대로 클라우드가 팔찌를 풀어 던졌다. 잡아 착용하고 내 마법 반지를 하나 던졌다. 클라우드가 레인을 한번 보고 2관으로 이동했다.


“야. 많이 아프더라도 네 마나회로 지켜줬으니 퉁 치자, 알았지?”


넋이 나간 듯 가만히 있던 레인이 다시 나타난 클라우드를 보고 발광하기 시작했다.


“내거야! 내거야!! 내가 인정해서 받은 거야! 내놔!”


레인이 달려들자 클라우드가 재빨리 케인을 휘둘렀다. 클라우드가 쓴 불화살 마법은 전에 레인이 전에 쓰던 마법보다 강했다.

마법을 피하기 위해 레인은 클라우드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레인 주변의 마나에 불마법이 닿자 더 사납게 움직였다.


“연무장 돌바닥에서 나가주세요.”

“뭐?”

“빨리!”


클라우드는 연무장 일반 바닥으로 뛰어 내려갔다. 레인도 따라 몸을 날렸다.


“시합 시작!”


크리스틴 그때 했던 것처럼 시작을 외치자, 연무장 돌바닥을 중심으로 실드가 생겼다.

크리스틴이 마나를 딱히 움직이지 않고 실드를 만들었다. 언어를 인식해 마법을 발동하다니 특이했다.

감탄도 잠시 연무장 실드에 막힌 레인이 몸을 엎드렸다. 아니, 사족 보행하는 동물처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진행이 빨라. 만약 레인이, 내 동생이 마수가 된다면. 죽여라.”


클라우드는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레인과 마주봤다. 레인의 눈은 짐승의 눈처럼 변했다.

마법서는 레인의 팔에 달라붙어있었다. 강제로 떼다가는 레인의 팔도 마법서도 무사하지 못한다.


“브라이트 신관님, 마법서랑 빌려주신 이 팔찌 손해 배상 하지 말아주실래요?”

“지금 그런 걸 말할 때가···”

“그리고, 끝나더라도 아무에게도 이곳에 있던 일을 발설하면 안 됩니다. 알았죠?”


씨익 웃었다. 연무장 실드가 발동된 순간부터 풀어놓은 내 마나가 이제야 가득 메워졌다.

실드 내부는 마나 농도가 높아져 레인 주변의 불꽃은 더 활발해졌다.

클라우드에게 빌린 팔찌가 새하얗게 빛났다. 내게만 이렇게 보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현상이다.


“빛나서 신성한 마나일까? 인간들은 빛나는 것도 못 보는데 그런 이름을 지었을까. 안 그래요, 브라이트 선생?”

“꺼···져. 크륵.”


마수처럼 변해가는 레인에게도 마나의 흐름이 보이는 지 팔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한 발자국 움직이니 저 멀리 떨어졌다. 경계심이 심하네. 고개를 살짝 까닥였다.


“크악!”


레인의 팔에 붙어있는 마법서가 불타기 시작했다.

풀어놓은 내 마나가 의지대로 움직였다. 스승님 말대로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 훈련은 안하지만!

마나 농도가 마법으로 소진되어 떨어지기 전에 다시 풀었다.


“아파! 아파! 하지 마!”


마법서가 크게 타올랐다. 그 불을 맨손으로 끄려하니 레인의 손은 화상을 입었다.

레인은 시전한 마법사가 죽지 않은 이상 꺼지지 않겠다고 판단했는지 덤볐다.

화상 입은 팔을 내버려두고, 레인은 길게 자란 송곳니로 내 왼팔을 물어뜯었다.

비명을 삼키고 괜찮은 척 말했다.


“내가 경고했지? 아주 아주 아플 거야.”


팔찌를 착용한 오른 손으로 레인의 팔을 잡았다. 빛나던 마나가 레인에게 옮겨갔다.


“끄아아아아악!!!”


레인은 꽉 물었던 것도 놔버리고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마법 반지 한쪽으로 강화마법을 써서 버텼다.


“아! 진짜!”


마법서가 거의 타자 레인은 오른손으로 미친 듯이 날 구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다량의 마나를 감당하지 못한 팔찌에 금가기 시작했다. 마법서가 다 타자 바로 레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될 수 있으면 머리는 안하려고 그랬는데.”


레인은 큰 고통에 비명도 못 지르고 몸부림도 잦아들었다. 레인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으득 소리와 함께 팔찌와 마법반지가 산산조각 났다.

강화마법에 들어간 마나 조절 잘 못했더니 내 반지가···. 갑자기 힘이 빠져 축 처진 레인을 받아들다 넘어졌다. 무거워.


“에구 힘들다, 힘들어.”


올려다 본 레인의 얼굴과 왼팔에 화상이 있었다.


“내가 사고니까 특별히 서비스 해준다.”


아직 풀려난 마나를 끌어다 펜던트를 사용했다. 얼굴의 화상은 사라졌고, 팔도-.

쿵!

연무장 실드 너머에서 클라우드가 주먹으로 세게 쳤다. 저 집안은 성질이 하나같이 급하냐.

팔의 화상은 아직 조금 남았지만 신관 앞에서 대놓고 치유 아티팩트를 사용할 용기는 내겐 없었다.


“로소, 기권합니다~.”


손을 팔랑거리며 말하자 연무장 실드가 사라졌다.

이야, 말로 하니 편하네. 클라우드가 레인을 들어 여기저기 확인했다.

가벼워진 틈을 타 일어났다.


“약간 걔 팔에 화상이 생겼는데 보이는 곳이 아니니까 봐주세요.”

“······.”


클라우드는 내게 할 말이 많아보였다. 내가 선수를 쳤다.


“이거 다 비밀이에요. 아시죠? 마법서도 그렇고. 팔찌도 봐주시는 거예요.”

“······알겠어. 먼저 일어나지.”

“마수의 마석가루를 다 태우지는 못했어요. 시간을 들여서라도 좀 더 후속처리가 필요해요. 명색이 신관이니까 잘 처리하실 줄 아시죠?”


클라우드는 끄덕이며 제 동생을 업었다. 연무장의 문턱을 나가기 직전에 클라우드는 멈췄다.


“내 동생을 도와줘서 고마워.”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이동마법으로 연무장을 떠났다. 나도 가야-.


“아, 내 반지! 돌려받았어야 했는데!”


연무장 마법도구라도 잠깐 빌려서 집에 가려했지만 연무장 마법도구에 반출금지 마법이 걸려있었다.

물먹은 옷처럼 무겁게 연무장 바닥에 누웠다.


“누가 나도 집에 데려다줘.”


물론 아무도 없었기에 조금 더 쉬다 집까지 걸어갔다.


*


너무 무리했다. 스승님이 내준 훈련을 안 한 기간이 세 달째였었다.

몸이 시위하듯 온 통 욱신거렸다. 그리고 잊은 게 있었으니.


“오늘부터 혼자요?”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브라이트 선생님이 더 이상 봉사활동을 못 하신다 그러는데.”


어제 시간이 늦어 마석 시장에 가질 못했다. 도서관에 있는 하급 마법도구를 써야하고, 몸도 아픈데 혼자?!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일주일 쯤 구르니 익숙해지더라. 마석 시장에도 가야하는 데 매번 때를 놓쳤다.

유일한 내 휴식기간인 정기휴관일.


“젊은이, 빨리 옮기지 않고 뭐해?”


금 같은 휴일에 나는 또 도서관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작가의말

내일부터 한 편씩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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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9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2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 감사(2) 21.05.21 75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5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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