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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668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17 19:02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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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연체 도서(4)

DUMMY

내게 성큼 다가와 손수건을 뺏어갔다. 손수건에는 소필라 영애의 이름이 자수되어있었다. 왕자는 재빨리 도서관을 뛰쳐나갔다. 나도 황급히 왕자의 뒤를 쫒아갔다.


“같이, 가요!”


지치지도 않는지 시장 거리 중반까지 쉼 없이 뛰었다. 분명 같이 뛰었는데도 왕자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거친 숨을 내쉰 나를 보다 못해 왕자가 한마디 했다.


“도서관에 앉아만 있으면 근육에 좋지 않아.”

“앉아만 있지 않거든요. 열심히 움직입니다.”


인파 때문에 걸으면서 숨을 골랐다. 저녁 시간이라 사람 가득한 시장 속에서 소필라 영애를 찾아 부지런히 걸었다.


“저기!”


절세미인은 어딜 가나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긴 다들 소필라 영애가 지나가면 한 번쯤 뒤돌아보니 눈에 안 띄기 어렵지. 왕자는 저 멀리 있는 뒤통수에도 뭐가 좋은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 금방 눈살을 찌푸렸다.


“저 망나니 같은 놈들이.”


소필라 영애 뒤를 밟는 불량배 여럿이 보였다. 어슬렁어슬렁. 소필라 영애와 다른 이유로 인파가 그들을 피했다.

황급히 따라 붙으려 뛰었다. 이 상황을 눈치 못 챘는지 소필라 영애는 바로 옆 외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왕자님이라도 먼저 따라가세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왕자 혼자 뛰어가니 벌써 골목입구에 도착했다. 우당탕! 기물이 파손 되는 소리가 골목 밖까지 들렸다. 힘내세요, 왕자님!

겨우 골목에 진입하자 불량배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기절했는지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을 까뒤집고 있었다.

골목 안쪽에 서있는 사람은 소필라 영애와 왕자뿐이었다.


“아까 연체 도서 처리해주던 그 도서관 사람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소필라 영애가 나와 왕자를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봤다.


“상당히 타이밍 좋게 나타나셨네요.”


이 상황이 고의적이라 생각했는지 소필라 영애가 빈정댔다. 내가 서둘러 변명했다.


“아닙니다! 소필라 영애께서 떨어트린 손수건을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가져다 드릴 수 있을 거 같아 따라왔습니다.”

“마나신의 이름을 걸고?”

“마나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국교의 주신의 이름을 걸자 소필라 영애는 주먹 쥔 손을 내렸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옷에 붙은 먼지를 가볍게 털었다.

왕자는 말없이 불량배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포박했다. 왕자를 돕기 위해 마석반지를 착용했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은 제1왕자님이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왕자님께서 발견하셨습니다. 꼭 가져다 드리고 싶다고 하여 모르실까봐 제가 따라왔습니다. 그래도 왕자님이 여기 계서서 다행이네요.”

“네?”


말이 꼬이는 걸 느끼고 재빨리 불량배를 가리켰다.


“왕자님께서 불량배들을···.”

“내가 아닐세.”


왕자는 어쩐지 들떠보였다.


“역시 엘렌 소필라. 당신의 소문을 익히 들었습니다.”


나도 소필라 영애도 당황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왕자는 골목이 울리도록 소리쳤다.


“엘렌 소필라 당신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며 선언했어. 구혼자 모두를 때려눕히고 지금까지 승리만 거머쥐었지!”


외모만 유명한 게 아니었네. 이 불량배들도 소필라 영애가 때려눕힌 거였네. 왕자의 비이성적 행동에 소필라 영애는 다시 경계했다. 왕자는 높은 텐션에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였다.


“왕자님! 차! 차 마시자고 해야죠!”


내가 다급하게 옆에서 속삭였지만, 왕자는 들리지 않았다.


“나에게 영애와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미친. 소필라 영애가 자기를 이겨야 결혼하겠다고 했다면서! 겨루자니! 처음 본 인간에게 청혼을 하자고 달려드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왕자님이라고 저는 봐드리지 않습니다.”

“물론이지.”

“지금 이겨봤자 딴 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정식으로 청해주시고, 증인도 세워야 합니다.”


소필라 영애는 자신만만했다. 왕자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언제든 이동마법을 쓸 수 있게 왕자의 망토를 살짝 잡았다. 이후 불경죄든 뭐든 왕녀님께 달려가서 살려달라고 해야겠다.


“단순 겨루는데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네? 청혼 아니었나요?”


내가 놀라 묻자 왕자는 입을 빼죽 내밀었다.


“언젠가 할 생각이지만 이런 골목에서 청혼을 할 만큼 낭만이 없지 않아. 하지만 답지 않게 너무 흥분한 점에 대해 사과하겠네.”

“괜찮습니다. 왕자님.”

“난 아직도 무도회장에서 지나치며 본 그 드레스 밑에서 모습을 가린 채 꿈틀댄 영애의 견갑골 근육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하네.”


그 무슨 변태 같은 말씀이십니까. 소필라 영애의 표정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왕자는 소필라 영애가 한 걸음 물러서자 한 걸음 다가갔다.


“웬만한 기사단보다 검술과 궁술도 대단 하다고 들었다. 단련방법을 내게도 꼭 알려다오. 그런 완벽한 근육은 기사단 내에서도 드물어.”


소필라 영애는 기분이··· 나아보였다.


“왕자님께서도 궁술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궁술은 자네의 소문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겠지.”

“나중에 집으로 서신을 보내 제대로 된 시간을 잡아보도록 하죠.”

“물론이지!”

“날이 어두워졌으니 오늘은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소필라 영애는 수줍어하며 인사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어디서 수줍어할 포인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소필라 영애는 쓰러진 불량배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골목을 떠났다. 왕자는 소필라 영애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애틋하게 바라봤다. 누가 보면 벌써 연애하는 줄 알겠어요.


“아, 손수건.”

“손수건은 내가 이후에 주도록 하지. 어서 초청 편지를 작성해야겠어. 이 곳 뒷정리를 부탁하네.”


왕자도 곧 골목을 빠져나갔다. 난 불량배들이 깨기 전 영상구로 수도 경비대에 연락해 무사히 체포했다.


*


봄꽃을 보며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름이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도서관도 여름을 맞았다. 서가 복도에 있는 겨울용 마석을 여름용 마석으로 갈아 끼운다고 했다.

이런 소소한 일에 쓸 마법이 없어서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지. 교환한 겨울용 하늘빛 마석을 자세히 보니 마법진이 새겨져있었다.


“마석에 새겨진 마법진은 어떤 마법이에요?”


옆에 서있던 누군가에게 물었다.


“넌 그것도 모르냐.”


레인 브라이트였다. 마석을 살펴보느라 누군지 못 봤는데 하필. 다행스럽게도 레인은 자신이 잘난 체 할 수 있는 기회라면 놓치지 않고 뽐낸다.


“겨울용 마석에는 따듯하게 온도 조절을 하고, 습도를 높여 적절한 책을 보존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지.”


옅은 주황빛 도는 여름용 마석 내부를 살펴보았다. 마석에 새겨진 마법진은 비슷해보였다.


“여름용 마석은 반대로 온도와 습도를 낮추며 일정하게 유지하지.”

“마법에 쓰기 적당한 마나를 함유한 마석에 마법진을 새기면 효율이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마석을 쓰는 곳은 처음 보네요!”


숀 카이네는 아직 연구보조원 자격이지만, 사회봉사로 휴관일마다 나와 일했다. 레인이 한심한 얼굴로 봤다.


“도서관에서 이런 중급 마석을 사용해서 교환하는 겁니다. 왕궁의 규모가 되면 최상급 마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환 할 일이 없죠. 일정 온도, 습도가 되면 자연적으로 변할 테니까요.”

“도서관은 왜 중급 마석을 쓰나요? 한 번 살 때 좋은 걸로 바꾸면 이런 일 안 해도 되잖습니까?”

“도서관의 장서량을 보십쇼. 고작 2년 만에 이걸 다 구입했을 거 같습니까? 어디서 기부 받거나 돈 주고 대여한 거지. 그렇게 돈 쓸 일 많은데 최상급 마석은 어떻게 삽니까? 최상급 하나면 중급 마석 열개를 사는데.”


결국 도서관에 돈이 없다는 소리였다. 숀 카이네도 알아들었는지 침울해져서 마석을 갈았다. 큰 바구니에 금세 마석이 수북하게 쌓였다.


“거의 다 찼으니 이거 먼저 겨울용 마석 반납 하러 다녀오겠습니다.”


바구니를 들고 로비로 이동마법을 썼다. 리콜 팀장이 반납 들어온 마석 개수를 세고 있었다.


“2관 반납할 마석은 이쪽으로 주세용.”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테이블 위로 우르르 쏟아 부었다.


“2관은 어디까지 진행했나용?”

“절반 쯤 했습니다. 다른 곳은 다 했나요?”

“자료실 중 2관이 제일 넓으니까용. 2관이 끝내면 직원회의 하신대용.”

“알았습니다.”


빈 바구니를 가지고 다시 복귀해 마석을 수확했다. 평소에도 먼지를 털어내는데 어디서 이렇게 먼지가 나오는지. 우리 셋은 먼지투성이가 되었다. 레인이 싫은 표정으로 장갑을 벗어 털어내는데 먼지가···.


“아, 끝나면 직원회의 한데.”

“여기서 직원은 너 뿐이거든?”


생각해보니 레인도 봉사 활동자였다. 머쓱하게 둘에게 인사하고 로비로 나왔다. 마석을 쏟았던 테이블은 깔끔하게 비워졌다.


“다했으면 바구니는 저리 잠시 두고 와서 회의 하지.”


테이블 둘레에 앉은 인원은 꽤 됐다.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이제 한 달 넘게 일했으니 인사 해야지. 이쪽 팀은 처음 보지? 수서 팀일세. 팀장은 래넌 팀장이지. 래넌 팀장은 오늘도 출장이라 없어.”

“2관에서 일하고 있는 로소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건조하게 박수를 쳤다. 다들 피곤하신가보다.


“근데 자네, 회의인데 필기할 거리 하나도 안 가져왔나?”

“아, 마석 교체작업하고 바로 오느라.”


리콜 팀장의 눈치를 봤다. 금방 화낼 거 같은 리콜 팀장은 의외로 화내지 않고 말했다.


“됐네. 다음에는 꼭 가지고 오도록 하고. 오늘은 주의사항과 공지사항을 몇 개 말할 테니 잘 기억해두게. 레시아 선생이 친하니 모르는 거 잘 알려주도록 하고.”


리콜 팀장의 친절에 당황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술렁이는 테이블 위로 리콜 팀장이 서류 더미로 내려쳤다.


“조용하고. 우선 왕자님께서 장기 연체로 도서관에 피해를 끼쳐 사과의 의미로 기부를 하셨다. 이번에 들어온 기부금으로 단델리온 선생이 추진하려던 프로그램. 예산이 확보 되었으니 2분기부터 시행하게.”

“와! 왕자님, 감사합니다! 마나신이여,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델리온이 세레모니를 하듯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애들에게 글 가르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을 했다.


“그럼 이제 곧 여름이 돌아오는데. 처음 맞는 사람이 있으니 공지 하지. 이른 아침에 환기 시킬 테니 그동안 절대 창문 열지 말게.”


리콜 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벌레가 들어와 책과 서가가 상하니 여름엔 절대 열지 말게. 망할 벌레들 같으니라고.”

“열람석에는 마석이 없잖아요? 더울 텐데 어떻게 창문을 안 열죠?”


리콜 팀장이 질문 나를 가리켰다.


“로소 선생은 마법사니까 마법으로 해결하게.”


수동으로 더울 때마다 내가 마법을 쓰라는 이야기였다. 중급 마석보다 마나 포션 값이 더 싸긴 하지.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도서관이었다. 마나 포션 중독으로 쓰러지면 배상해주려나.


“마지막 공지는 크리스틴 선생.”


리콜 팀장이 전달을 건넸다.

쾅! 크리스틴이 제자리에서 일어서 테이블를 내려쳤다. 테이블에는 금이 선명하게 났다. 낯은 웃고 있는데 분노기색이 역력했다.


“도서관에 도둑이 들었어용. 피해 권수만 해도 1관에만 3권이 넘어가용. 아직 실험단계지만 영상저장구를 사용할 거에용. 모두 협조 바래용.”


거절하면 죽이겠다는 눈을 하면 협조가 아니라 협박 아닌가. 물론 입 밖으로는 얌전하게 네 하고 대답했다.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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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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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8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1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69 6 12쪽
16 강도!(3) 21.05.20 69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6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69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1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7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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