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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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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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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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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찰대(1)

DUMMY

퇴근 전, 사무실에 이번 달 2관 통계자료를 제출하러 갔다. 큐 팀장은 출장을 가 사무실 자리를 비웠다.

자료를 받은 리콜 팀장은 흘러가듯 내게 말을 걸었다.


“이제 마수 토벌대 편성을 해야 하네.”

“그렇군요.”


리콜 팀장은 토벌 하러 자주 다니나 보다. 설마 같이 가자는 건가.

내 무심한 대답이 거슬렸는지 리콜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곧 수확시기가 다가오니 수도의 인근 숲이며 산을 싹 돌면서 ‘우리’가 마수 토벌 하러 나서네.”


리콜 팀장은 ‘우리’에 특별히 힘을 실어 말했다. 나보고 토벌 가라고 말하는 거구나.

난 못 알아들은 척했다.


“도서관에서도 마수 토벌일도 하는 군요.”

“단순 왕궁 마법사로서 참가하는 거지. 올해는 자네도 참가하게.”


그 말은 도서관 업무와 무관한 왕궁 업무근무라는 소리였다. 리콜 팀장은 서류 묶음을 하나 꺼냈다.


“일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영지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수확 시기에 더 바쁘니까 돈만 내면 안 올 수 있다네.”

“돈을 내야하나요?”

“못 올 거 같으면 내야지. 왕궁 마법사로서 의례적 행사라네.”


내가 돈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리콜 팀장은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왕궁에서 파견 보내는 거니 군사는 나오겠지만, 마법사를 관리 감독하는 마탑에서도 지원 나오나요?”

“자네도 알다시피 마탑은 지난 전쟁으로 소모가 덜 회복이 되었어. 마탑은 무너졌고 3년 동안 내부 분열이 일어서 새 마탑주가 고생을 하고 있지.”


리콜 팀장이 서류 묶음에서 한 페이지를 내게 보였다.


“축제 전까지 어느 날짜에 배정 될지 모르니 시간을 비워두게. 여기에는 알았다고 사인 해주고.”


리콜 팀장이 내민 서류를 의심의 눈초리로 읽었다.

마수 토벌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며, 미 참석 시 발생되는 금액이 적혀있었다. 반드시 참가하라는 액수네.


“왕궁 시설 유지 때문에 왕궁 내부에 있는 마법사들이 먼저 날짜를 선택하네. 너무 유념해두지 말게나.”


리콜 팀장은 내가 기분나빠한다고 생각하는 지 날 달랬다. 음, 이거 스승 때문인가. 적응 안 되네.


“돈이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야죠.”


사인을 하자 리콜 팀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크리스틴이 들어왔다. 손에 들린 서류를 보니 그녀도 통계 자료를 제출하러 왔다.


“안녕하세용, 로소 선생님.”


리콜 팀장이 내민 서류를 크리스틴은 자세히 보지도 않고 사인했다. 바로 돌아 나온 크리스틴과 3층 사무실에서 나왔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지나치며 인사하는 사람에게 얼결에 인사했다.

아직도 다른 사무실에 근무하는 도서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 달에 와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 중 모르는 얼굴이 더 늘었다. 기분 탓인가.


“기분 탓 아니에용.”


바로 이동 마법 쓰려고 했는데 크리스틴이 자연스럽게 계단으로 유도했다.


“이번에 장기 봉사자를 뽑았거든용. 보증인 있으면 입장료 면제! 평민도 귀족 보증인 1명이나 같은 평민 10명의 보증이 있으면 가능!”

“근데 왜 2관에는 봉사자가 할당이 안 되었을까요.”


크리스틴은 어떻게든 2관에 인력이 들어오길 바라는 나를 짠하게 바라봤다.


“제정신인 마법사가 장기 봉사 활동을 하러 올 리가 없잖아용.”


···맞는 말이었다. 레인은 특수한 상황이었으니 제외하면 거의 없지 않을까.

비마법사 장기 봉사자는 프로그램 같은 행사를 운영하거나, 약간의 육체적 노동과 단순 반복 작업이 필요할 때 제외하고 시간대로 편성하여 돕고 있었다.


“새로 사람은 안 뽑아준대요?”

“작년부터 제가 바라는 바인데 직원 모집 냈을 때 금액보고 아무도 안하더라고용. 지금 딱 한 사람만 일하고 있네용.”

“네···.”


나였다. 그런데 레인이 나가서 다시 제자리걸음이었다. 레인은 봉사자였으니 오히려 한 명의 인력비용이 더 나갔다.

사이좋게 1층까지 내려와서 이동 마법을 쓰려던 그때 누군가 날 불렀다.


“로소 선생님 맞네-요.”


아, 어디서 보긴 봤는데. 크리스틴이 내게 속삭였다.


“‘기초 글 읽기’반에 들어가겠다는 분이셨는데 취소하셨어용. 그때 로소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는데 까먹었네용.”


크리스틴 덕분에 어렴풋이 생각났다. 신전에서 빵 주던 어르신이었다.


“제가 2관에 갈 일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그때 신전에서 운영하던 글방에는 결국 못 들어갔어-요.”


노인은 어째서인지 말끝마다 YO를 붙이고 계셨다.


“그때처럼 말 편하게 하세요.”

“그땐 신전이었지만, 여긴 도서관이잖수. 도서관에서는 서로 존댓말 해야 한다고 들었지-요.”


존댓말 안 하는 인물 몇 명이 떠올랐다. 크리스틴은 고개를 주억였다.

노인은 제 입에 존댓말이 잘 안 붙는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워했다.


“로소 선생님 말대로 와서 글 배우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애들 우선이라 안 된다고 했었는데, 담당 단델리온 선생님에게 진짜 열심히 하겠다고 했더니. 된다고 했어-요.”

“어? 방금 취소했다고 들었는데요?”


크리스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조금 부끄러운 듯 수줍게 말했다.


“마감 후 자리가 남는다면 들어도 된다는 조건이었어-요. 마감하고 다음날 한 애가 와서 듣고 싶다고 하는데. 나 같은 노인네보다 아직 창창한 애가 들으면 좋으니까.”

“다음에는 꼭 들으세요.”

“아냐,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집에 있는데 단델리온 선생님이 찾아왔더라고. 자원봉사 하라고.”


아니 그 사람. 어르신한테 무슨 권유를.

노인은 자연스럽게 반말했지만 스스로 아직 눈치 못 챘다.


“프로그램 자원봉사 해서 자길 도와주면 글 기초반 수업 들을 수 있댔어. 먼저 와서 준비하고, 마지막에 정리만 하면 같이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했지. 얼마나 좋은 청년이야.”


단델리온은 이제 청년을 지났지만 노인의 눈에는 어려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내 인맥 쥐어짜서 보증인도 구했고. 다른 프로그램도 보조하러 들어갔는데 재밌더라고-요.”


즐겁게 말하던 노인은 슬쩍 우리 눈치를 봤다.


“어쨌든 로소 선생님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좋네요. 마나신께서 축복해주는 거 같아 요즘 더 행복해.”

“다행이네요.”

“내 옆집 사는 사람이 계단에서 굴러서 혼자 못 움직여-요. 저녁 식사는 먹여야지. 난 이만 가볼게요. 조심히 들어가 선생님들~.”


노인은 손인사하며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기운 좋으시네용.”


크리스틴과 나도 헤어져 집으로 왔다. 잊고 지냈지만 봉사활동이라. 마법 아카데미 다니던 시절 하던 봉사 활동이 떠올랐다.

펜던트를 만졌다. 어렸을 적 활동했을 때도 들키지 않았었다. 다시 시작해도 되겠지.

눈에 안 띄게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로브까지 뒤집어썼는데 어설펐다.


“가면.”


가면을 찾았지만 평범한 집에 가면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대충 양피지에 눈구멍, 숨구멍을 뚫었다. 끈과 양피지를 적당히 연결해서 얼추 귀를 걸 수 있었다.

음. 더 어설퍼졌다. 그렇다고 복면을 썼다가 도망친 덩치로 오해 받긴 싫었다.


“이쯤 방면이었는데.”


아까 노인과 악수 했을 때 내 마나를 붙였다. 흔적을 찾아 몰래 이동했다. 어슴푸레한 길거리는 사람이 적었다.

노인의 집 앞에 도착했다. 다친 사람은 노인의 옆집이랬지. 몰래 다가갔다.

도란거리는 목소리가 창문너머로 흘러나왔다.


“얼른 나아서 나랑 봉사활동 다니자. 다들 좋은 분이야.”

“아이고, 언니. 나 이제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꼼짝없이 죽을 거야. 그러니 오지 마러.”

“좀스러운 소리 하지 마. 마나신께서 지켜주실 거야.”


노인 둘이 여름에도 이불까지 꼭 싸매고 누워있었다. 잠들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특기마법은 아니라 약하지만 수면 마법을 걸었다.

집 안에 이동하자 노인 둘이 침대에 사이좋게 누워있었다.


“얼른 치유 하고 나갈게요.”


노인은 언니라고 부른 노인의 머리에 손을 댔다. 펜던트의 힘을 끌어내자 찬 기운이 주위를 감돌았다.


“아, 다 낫게 하면 안 되지.”


오랜만에 타인을 치유하는 데 조절하기 어려웠다. 특히 이 아티팩트는 물 속성 마나를 주로 사용하니까 거부감이 들었다.

치유하던 노인의 얼굴에 나있는 상처가 옅게 자국은 남았다. 한 번에 치유하면 이상하니까 천천히 해야 한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갑자기 잠든 바람에 사고 날 거리 없나 둘러보고 집을 나섰다. 밤은 좀 더 깊어졌다.


“다른 곳도 한 번 둘러볼까.”


상처가 많은 곳은 아무래도 성 외곽에 사는 이들이었다. 성벽 근처 길은 강도 사건 때도 지금도 밤에 거닌 사람은 없었다.

노인의 옆집 다친 사람은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누가 다쳐서 도움이 필요한 지 난 모른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다친 사람 정보부터 구해야겠네.

저 멀리 경비대가 보여 집으로 돌아왔다.


*


“안녕하십니까, 마법사님!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도 경비대원 두 명이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이렇게 빨리 마수 토벌대 결성 될 줄은 몰랐다. 어린 티 나는 경비대원 하나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뭐 묻었나요?”

“아뇨, 어려 보여서요. 왕궁에서 일하신다죠?”

“아닌데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데요.”


이제 막 경비대에 들어온 진짜 어린 사람이 누군데. 다른 한명은 신입 경비대원을 말렸다. 셋이 기다리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들 지각하고 그런가.


“앗. 대장님!”


경비대원 둘은 대장을 보자 경례를 했다. 대장도 거수했다.


“오늘은 신입 교육 겸 하여 간단한 구역 정찰입니다.”


내게 지도를 보이며 설명해줬다. 현재 위치는 수도 외곽 성벽의 관문이었다.

대장이 손가락으로 내린 곳은 인근 밭을 지나 가파르지 않는 산에서부터 쭉 이어지는 숲의 입구까지 이어졌다. 밭과 숲 사이에 풀숲이 있으리라 예상하기 쉬웠다.


“오늘 정찰 지역은 숲 경계와 그 인근 풀숲입니다. 풀숲은 어깨 높이까지 자라기 때문에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근처에는 어떤 마수 종류가 있습니까.”


대장은 내 질문에 빙긋 웃었다.


“여긴 수도입니다. 마수보다는 짐승이 더 자주 출몰하죠. 수도 인근의 마수는 주로 북부에서 서부를 잇는 산을 타서 유입됩니다.”


수도 인근 지도 한 귀퉁이에 살짝 내민 산 능선이 보였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한 번 크게 소탕하고, 북부 대공께서 잘 막아주고 있으니 거의 마수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신 마수가 없으니 짐승이 날뛰고 있습니다. 짐승이 인근 밭을 파헤치는 일이 많아 이렇게 소탕작업을 하는 거죠.”

“그런데 왜 마수 토벌이라고 하나요?”


대장은 거침없는 내 질문에 기가 막혀하면서도 최대한 내 기분을 맞춰주려 했다.


“마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어쩌다 한 번씩 나와 문제가 되죠. 수도 경비대는 순찰과 정찰을 하고, 기사단님과 마법사님들은 아주 가끔 나오는 마수 때문에 지원나와주시는 겁니다.”


차라리 토벌 전문팀을 꾸려서 운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 대장은 내 표정을 보고 부연 설명했다.


“다른 곳에서 지원 나와 주시는 이유야 간단합니다. 실적이 생기니까요. 따로 팀을 만들 여력은 없고, 한 팀의 실적이 쌓이기엔 마수가 부족한 실정이죠.”


납득했다. 실적은 중요하다. 게다가 마수는 가끔 나오니 부담감은 덜한 작업이 될 거라 예상했다.

마나 포션도 괜히 가지고 나왔네. 마나 포션을 가방 깊숙이 집어넣었다. 대장은 가지고 온 주머니에서 뭔갈 꺼냈다.

···토끼?


“두 채 모두 토끼형태 골렘이죠. 마탑에서 비싸게 주고 샀습니다. 이제 이 녀석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운용하시면 됩니다.”


살아있는 것처럼, 두 마리를 동시에요?

미리미리 마나 포션을 꺼내놓자.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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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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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8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2 6 13쪽
» 정찰대(1) 21.05.24 51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5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69 6 12쪽
16 강도!(3) 21.05.20 69 6 13쪽
15 강도!(2) 21.05.20 65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6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6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69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1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6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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