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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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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890

작성
21.05.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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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투

DUMMY

그냥 퇴근하고 싶다.

오늘도 무사히 마감을 끝냈는데 왜 나는 집에 가지를 못하는가.

연무장 예약이 안 되어있다고 내빼려고 했는데 이미 되어있단다. 그새 예약했냐.

지하 1층 연무장에 가니, 자주 보지 못하지만 존재만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연무장 바깥쪽으로 삼삼오오 서있었다.

연무장 중앙에는 크리스틴이 있었다. 가볍게 인사하자 크리스틴이 빙긋 웃었다.


“로소 선생님은 샌님인줄 알았는데 먼저 결투도 거실 줄 아시네용?”

“브라이트 선생이 결투 신청했어요.”

“그 브라이트 선생님 얼굴에 장갑을 뽝!!! 하고 소리 나게 던졌다는 소문이 도서관내에 파다하던걸용. 다른 선생님들 구경 오는 것 좀 보세용. 폐관시간 아니었음 이용자들도 바글바글 구경 왔을 걸용?”


그때 레인이 리콜 팀장의 아부를 받으며 연무장에 입장했다.

리콜 팀장은 연무장의 중앙에 올라오지 않았다.

레인을 위한 수건과 물을 미리 챙겨 놓고 안절부절 못하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입모양으로 욕을 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레인이 연무장 중앙에 오자 크리스틴이 손을 들었다.


“저는 이 결투에서 심판을 맡을 크리스틴 바이올렛입니당!”


여기저기에서 잘게 박수쳤다.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연무장 설명을 하자면 결투 시작 시 연무장 중앙 바닥에 깔린 돌을 벗어날 수 없습니당.”


연무장 중앙에 결투 무대는 두 단 높으며 다른 부분과 달리 짙은 바닥 돌로 구분되어있었다.


“기권이나 심판의 판정으로 실드가 해제되고 나올 수 있습니당. 관객석에도 다 실드 쳐져있으나 적당하게 싸워 주세용.”


크리스틴이 손짓을 하자 레인이 머리 높이 까지 케인을 들었다.

나는 반지도 있었지만 먼저 와 빌린 연무장 보급용 완드를 레인을 향해 겨눴다.

본래 마법 도구는 많을수록 동시 사용할 수 있는 마법도 많아져서 결투 할 때는 바리바리 싸들고 시작하는 게 좋다.

그걸 다 쓸 수 있는 역량은 각자에게 달렸지만.

크리스틴이 연무장 밖으로 빠져나가며 손을 내렸다.


“시작!”


시작하자마자 냅다 뛰었다.

레인의 주변에는 불화살들이 생겨 내가 서있던 곳에 발사 되었다.

마법도구는 많을수록 좋지만 성능 좋은 거 하나 만도 못할 때도 많았다.

발뒤꿈치를 스치는 불화살을 피해 구르자 그 위로 레인은 남은 불화살들은 모두 때려 박았다.


“마법 좀 쓰자!”


다급히 완드로 실드를 펼치자 불화살이 실드를 난타했다.

계속 발사하는 불화살에 몸이 조금씩 밀렸지만 불화살의 위력은 점차 약해졌다.

실드 너머 레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주변에서 웅성거렸다.

레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실드 마법 아냐?”

“맞아.”

“왜··· 왜 안 깨져?!”

“그야 강화 시켰으니까?”


미친 듯이 강화시켰다.

실드에 드는 마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유지하는 마나가 더 컸다. 보통은 겹겹이 쌓아서 방어하는 용으로 쓴다.

나도 스승님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썼겠지. 스승은 마나 운용도 제대로 못하는 것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맹비난을 했다.

으. 스승님을 생각하자 몸서리가 절로 쳐졌다.

레인이 지겹지도 않은지 불화살을 만들려고 했다.

실드를 유지하며 신체에 강화 마법을 썼다. 몸에 힘이 돌자 레인에게 달려가 있는 힘껏 부딪쳤다.


“큭!”


휘청거리는 레인을 연무장 경계의 실드에 부딪칠 때 까지 밀었다.

충격이 오자 실드가 옅게 반응했다. 중심을 잡은 레인이 다시 날 밀어냈다.

강화 마법을 다리에 더 집중시켰다.

맞서는 힘이 팽팽해지자 레인은 연무장 실드에 기대며 케인에 마나를 모았다.

보다 더 강한 마법인 듯 했다.


“그거 추천 안하는데?”

“내가 뭘 할 줄 알고?”

“네가 뭘 하든 네 마법에 망할 걸?”


내 조언에도 레인은 빼뚜름하게 웃었다. 아주 속이 배배 꼬였으니 남의 충고도 무시하는 거지, 어휴.


“그건 봐야 알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불기둥이 솟았다.

아니 솟아야 했지만 사방으로 막은 실드에 갇혀 내부를 태웠다.

상황파악을 했는지 불기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릇하게 익은 레인이 비틀거렸다.


“거봐, 망한다고 했잖아.”


한 눈에 봐도 비싼 로브는 그 값을 했는지 여기저기 탔지만, 제 주인은 잘 지켰다.

채신없이 쌍욕을 속삭이는 레인은 다시 케인을 세게 움켜잡았다.

레인이 마법을 쓰기 전 실드와 강화마법을 해제했다.


“뭐하는 거지?”


레인의 양 팔을 잡았다.

단순 힘겨루기에는 져 금방 손이 팽개쳐졌다.

동나가는 마나에 비틀거리는 레인을 다시 세게 붙잡았다.


“누가 항복할 줄 알고?”


희번득 날 쳐다봤지만 마나가 부족한 구워진 사람이었다.

빵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배고파졌다.


“잡아준 거 아냐. 네가 평민 욕을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 없으니까. 근데 내 앞에서는 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마법 아카데미에서 졸업한 지도 7년이 지났으니 철 좀 들어야지.

레인은 내게 잔소리 들어 불편해 보였다.


“하. 그딴 말 하려고 결투 중에 잡은 거냐?”

“이건 충고도 권유도 아냐. 내가 지금까지 결투에서 봐주며 이겼던 건 나한테만 그 지랄했으니까. 그런데 애들을 욕하면서 그러면 안 돼.”

“그럼 뭔데? 개소리?”


손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레인은 내 손이 맞닿은 곳이 뜨거워 인상을 썼다. 곧 로브에서 까만 연기가 나며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마법도 아닌 마나가 로브가 타들어갈 정도로 모였다.

이제 마법을 사용하면 레인은 순식간에 타버린다.


“존중 못하겠으면 그냥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이 상태에서 마법을 쓰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그 정도는 알지?”


레인은 두려워하면서도 노려봤다.

팔을 빼봤자 내가 마법을 바로 쓰면 팔이 날아갈 위력이 나온다는 것쯤은 마법사니까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이 점은 잊은 것 같다.


“나 불 속성 마나에 내성 있는 데 그새 까먹었나봐?”

“내성? 인간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신체보호에 남은 마나를 끌어다 쓴 레인은 땀범벅이 되었다.

있는 힘을 다해 날 밀치자 밀려나간 척 레인의 얼굴을 한방 갈겼다.

엄지 말고 다른 손가락에 반지를 껴야 했는데 아깝네.

다시 밀어붙인 척 때리려니 어느새 다가온 크리스틴이 주먹을 막았다.

벽을 친 듯 찌르르 뼈마디가 울렸다.


“로소 선생님의 승리입니당!”


심판 크리스틴의 선언으로 내 승리가 확정 되었다.

리콜 팀장이 쪼르르 달려와 레인을 부축했다. 연무장을 빠져나가려는 레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다음에 이기면 되죠! 다음에는 책 두 권 분량 변상으로 내기 부탁해요!”


레인이 시근덕거리며 연무장을 나가자 크리스틴이 어이없어했다.


“내기였나용?”

“반쯤은요. 이걸로 한권 분량 돈을 얻었으니까 쏠쏠하네요.”

“왜 제가 다 얄밉죵. 하긴 겸직은 불가능 하니까 이런 걸로 메꾸셔야죵. 아니면 평생 노예처럼 일하실 듯.”

“겸직이 불가능하다고요?”


도서관 휴관일에 맞춰 적당한 소일거리 찾으려했는데 안된다니.

크리스틴이 딱한 눈빛으로 봤다.


“왕궁마법사 소속이라 겸직 안 돼용. 계약서에도 적혀있으니 집 가서 확인하세용.”

“···네.”


*


마법사는 작위는 따로 없지만 지배계층으로 구분되어 이미 지배층이나 작위를 가진 자들에게는 쓸모없다.

신분이 낮은 자에게는 값비싼 기본 재료로 인해 돈이 많이 들어 인기가 없는 직업이었다.


그러다 잦은 전쟁으로 마법의 위력을 알게 된 왕국에서 마법사의 위상은 높아져갔다.

마그노 왕국도 그래서 마법 아카데미를 세우고 전폭 지원하여 마법사 수가 크게 늘었다.

본격적인 마법 연구를 위한 마탑이 세워지며 왕궁과 신전의 이파전이 삼파전으로 변하였다.


마탑에 들어가는 마법사의 수는 어마어마했으니 미소속의 마법사는 자연스레 귀해졌다.

마법사의 급여는 실적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었으나, 왕궁 마법사는 여러 조건에 의해 일정 값을 넘어가지 못했다.

마법 아카데미에서 들을 때까지는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인줄 알아 이상은 몰랐다.

이젠 온몸으로 배우고 있었다.


어제 계약서를 재확인하고 눈뜬 채 밤새웠다.

겸직 뿐 만아니라 세금도 왜 이리 떼어가는 지.

또 매해 연구나 실적 남기라고 해놨으면서 남는 돈으로 연구 할 수 있나? 연구비 지급 하나?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으니 사무실에 가서 물어봐야한다.

물론 이 어색함에서 살아나가면 말이다.


“브라이트 선생···님, 빵 드실래요?”

“······.”


싸늘하게 날 쳐다보는 눈빛이 따가웠다. 마지막에 약 올리지 말걸!

철망 데스크에 둘이 일렬로 앉아 정면만 쳐다보고 있으니 평소엔 우리를 신경도 안 쓰던 이용자들도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도 눈치 봤다. 레인이 그만 두면 나 혼자 이 넓은 2관을 혼자 관리해야 하니까. 그건 안 돼!


“빵···싫으면 마나 포션?”


내 친절한 물음에도 레인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묵묵히 마감을 위해 반납도서를 받으러 다녔다.

아니 내가 무시할거면 닥치라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닥칠 일인가?

나도 마감을 위해 배가하러 서가에 다녀왔다. 칼 같은 마감을 하자 레인은 바로 짐 싸고 나갔다.

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그만 두겠다고 말하러 나간 거 아니지?”


나도 2관의 문을 단속하고 로비로 나섰다.

바로 현관으로 나서는 레인을 보자 안심됐다.

내가 빚 갚고 먼저 퇴사하던가 해야지, 어휴.


“이게 전부 인가요!”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크리스틴이었다.

호통에 저절로 움츠린 몸으로 기둥 뒤로 숨었다. 스승도 아닌데 내가 왜 쫄아! 쫄지 마!

크리스틴의 데스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분노로 일그러진 크리스틴의 표정을 보였다.

음. 내가 끼어 들 상황은 아니지? 뒷걸음질 치자 어깨가 붙잡혔다.


“흡!”


깜짝 놀라 팔을 휘둘렀다가 도리어 붙잡혔다. 괜히 맞을 뻔 했던 레시아가 멍청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여기서 뭐-.”

“야, 쉿! 쉿!”


다급하게 물어보려는 레시아의 입을 막았지만 인기척에 크리스틴이 홱 돌아봤다.


“너 때문에 들켰잖아.”


기둥 뒤에서 나오며 레시아를 탓했다. 레시아는 억울해보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크리스틴에게 무슨 일 이냐고 묻자 힘없이 서있는 남자를 곁눈질했다.


“금서관에 몰래 침입했던 사람을 잡았어용.”

“금서관이요?”

“말 그대로 왕국에서 지정한 금서들을 모아둔 곳이죠. 처음 뵙겠습니다, 로소선생님. 금서관 담당사서 아이리스라고 해요.”


아이리스는 덥지도 않은지 두터운 로브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크리스틴은 주눅 든 사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숀 카이네 씨. 이제 도서관 입장 허가서를 주세용.”

“저 진짜 내용 하나도 안 적었거든요? 한번만 봐주세요.”

“안 본 건 아니잖아용?”


숀 카이네라는 남자는 품에서 입장허가서를 건넸다.

크리스틴이 내용과 숀 카이네의 얼굴을 보며 비교했다.

입장허가서를 데스크 위에 놓인 정교하게 조각된 마석에 올렸다.

크리스틴이 마나를 뿜자 입장허가서는 불에 삼켜졌다.


“현 시간부로 숀 카이네의 입장을 불허합니다.”


냉정히 말한 크리스틴의 마나가 의지에 따라 넓게 퍼졌다. 전체 홀 바닥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이 강한 빛을 냈다.

빛이 사그라질 때쯤 숀 카이네는 사라졌다.


작가의말

저녁 7시즘에 한편 더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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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드래곤 21.05.26 52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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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찰대(1) 21.05.24 52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5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5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3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 결투 +1 21.05.14 150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8 11 11쪽
1 시작 21.05.12 54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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