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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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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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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글자수 :
29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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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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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도!(1)

DUMMY

리콜은 책상을 떠날 수가 없었다. 리콜은 신전으로 쫒아가 무슨 일을 꾸미냐고 대놓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도서관 감사 때문에 골머리 썩고 있었다.

마법서 도난 문제니 자료실과 거액 기부금으로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감사라고 대충 예상하고 있었을 뿐이다.


“으, 망할. 망할! 왜 이런 갑자기 감사한다고 난리야.”


책상 옆 수서 팀장인 큐 팀장도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었다. 수서 팀은 도서관에서 가장 큰 예산을 운용하고 있었다.

서적마다 가격이 다르니 영수한 부분과 장부에 작성한 부분이 오차가 생기지 않게 반복 검수와 검산했다.


“관장은 어디갔냐.”

“관장님이 네 친구냐.”

“어. 우리 술친구잖아. 몰랐냐. 아주 절친이다. 주당도 그런 주당이 없더라.”

“작작 좀 먹어라. 그리고 도서관이니 호칭은 제대로 부르시죠, 래넌 팀장. 관장님은 옆방에 계십니다.”


관장은 어제부터 쉼 없이 술을 퍼마셔 관장실 소파에 누워있었다. 애초에 글 읽기만 가능한 사람이라 이런 일을 도울 수 있을 거라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도서관은 인력이 부족했다. 리콜이 언제나 느꼈던 사항이었다. 마침 손에 들고 있는 서류에는 작년 인건비가 적혀있었다.

마법도 있는데 이 정도 인원인데도 굴러가니까 괜찮지 않을까하며 리콜은 외면했다. 손바닥 뒤집듯 돈을 보니 고용에 대한 욕망은 사그라들었다.


“아악! 안 맞아. 숫자가 안 맞아! 영수증이랑 달라. 뭐지. 뭐가 맞지.”

“내가 다 헷갈리니 차라리 구매한 곳에 물어보게!”

“그래, 몸을 움직이는 게 낫지. 나 갔다 온다.”


큐 팀장이 마법을 써 사라졌다.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사무실의 다른 인력은 1관과 2관에서 보내 각 관의 미비한 서류를 채우러 나갔다.


“···로소선생은 아까 연락하고, 왜 연락이 안 돼.”


퇴근시간인데 연락이 없는 거 보니 아직 검수 중인가 싶었지만 리콜은 로소의 근무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로소는 마법 아카데미에서 졸업하자마자 스승 밑에서 구르며 산 속에 처박혔다고 들었다. 그런 것 치고 사람들과 관계도 나쁘지 않고, 마법 능력도 레인 브라이트 후작에게 밀리지 않았다.

최대한 일 안하려고 뺀질거리는 점이 리콜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막상 일을 하면 노력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럼, 신전에······.”


영상구에 걸자 바로 연락을 받았다. 담당 신관이 리콜에게 웃어보였다.


-무슨 일이신가요, 리콜 팀장님.

“로소 선생님과 연락이 안 돼서 연락드렸습니다.”

-그 선생이라면 물건 가지고 도서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옮기는 작업을 오늘 내로 끝내기를 원하셔서, 마차에 짐과 함께 타고 가셨답니다.


로소는 분명 일할 때 열심히 하지만, 퇴근이 걸리면 온 힘을 다한다. 아마 오늘 내로 일을 마무리 하고 싶어 하는 건 로소가 아니라 신전 측 일 것이다.

속으로 추측하며 리콜은 겉으로는 의아해하는 티를 냈다.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제가 다시 로소 선생에게 연락해보도록 하죠.”

-당신에게 마나가 깃들기를.


끊긴 영상구로 다시 로소에게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여러 가지 가설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역시 평민에게 그런 희귀한 걸 맡긴 게 잘못이었나.”


신전에서 청구할 까마득한 손해배상액을 떠올리며 리콜은 잠시 눈을 감았다.

똑똑.


“팀장님. 도서관 앞에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잠깐 잠이 들었던 리콜은 퍼드득 일어섰다. 깨워준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바로 현관으로 내려가지.”


지팡이를 들고 로비로 이동마법을 썼다. 현관문을 열자 마차 세 대가 줄지어 있었다. 크리스틴이 첫 번째 마차 문을 열어보고 있었다.


“안에 아무도 없고 상자만 있어용.”

“로소 선생이 마차만 보내고 퇴근했나보군.”


본인이 퇴근시간 되면 바로 퇴근하라고 했지만 이렇게 경우 없이 간다고? 심지어 시간도 오래 걸렸다. 리콜이 마차 몸체를 두드렸다. 하지만 따로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일단 상자를 모두 로비로 옮기고 이후에 분류하지.”

“넹~.”

“아이리스 선생은 아직 1관 그레이스 선생이 퇴근 안했으니 이리 불러오게.”

“알겠습니다.”


걸어 내려오던 아이리스는 1층에 도착하자마자 1관으로 갔다. 크리스틴과 리콜은 부지런히 마차의 짐을 내렸다.

귀하신 상자를 하나하나 손으로 내리니 다시 인력 부족을 몸소 느꼈다. 크리스틴이 투덜거렸다.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용. 하나같이 마나에 민감한 것들이라, 에휴.”

“많네. 이거 다 안쪽으로 옮기면 되죠?”


타이밍 좋게 나타난 레시아와 아이리스가 그들이 마차에서 내린 짐을 도서관 로비로 옮기기 시작했다.

두 번째 마차까지 짐을 다 내리자 리콜이 숨을 골랐다. 크리스틴은 큰 상자를 이리저리 들었다.


“이상하게 상자 사이즈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워용.”

“뭐? 크리스틴 선생이라 가볍게 느껴지는 거 아냐?”

“그래용, 팀장님은 모든 게 다 무거울 나이니까 모르시겠죵.”


다시 하차작업을 했다. 리콜도 신경을 세우고 상자를 들어보니 가벼웠다. 상자 자체가 무거운 감 있어서 빨리 눈치 채지 못했다.


“어? 이거. 영상구 아니에용?”


세 번째 마차의 상자를 거의 내리자, 마차 바닥에 굴러다니던 영상구가 모습을 보였다. 불연 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크리스틴이 마차로 뛰어 들어갔다.


“여기에 핏자국-.”


크리스틴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원 쪽이었다. 리콜은 재빨리 자신의 마법도구인 지팡이를 꺼냈다. 크리스틴도 주먹을 꽉 쥐었다. 리콜은 마법을 미리 준비 하려 했는데. 마나가 모이지 않았다.


“하필 꼬마가 봐서. 성가시게 됐네.”


복면을 쓴 덩치들이 정원 쪽에서 어슬렁거리며 마차가 주차된 현관으로 왔다. 덩치 하나에게 글래드가 붙잡혀있었다.


“거기, 두 사람. 일단 도서관 안으로 들어갈까?”


덩치가 칼로 휘적휘적 글래드 앞에서 흔들었다. 리콜이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지만 그날따라 도서관 인근에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너희 어차피 지금 마법도 못쓰니까 수작부리지마.”


히죽이는 다른 덩치가 들고 있는 것은 마법교란장치였다. 한 대도 아니고, 세 대. 마법금지구역에 쓰이는 장치로, 마나가 마법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교란을 준다. 하는 수 없이 크리스틴과 리콜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벌써 끝이에요?”


안쪽으로 옮기던 레시아가 나오려다가 멈췄다. 덩치들을 본 아이리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덩치 둘이 칼을 들이밀었다.


“도서관에 사람들을 모두 이쪽으로 데리고 와.”

“지금 퇴근시간 훌쩍 지나서 이게 전부야.”

“어차피 남아있다고 한들 마법사들 아냐? 이거면 끝나지.”


덩치가 마법교란장치를 툭툭 쳤다. 아이리스는 울 것 같았다. 크리스틴이 아이리스 옆으로 가 토닥였다.

그때 글래드가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글래드를 붙잡고 있던 덩치가 마법교란장치를 하나 잡았다.


“선생님! 형, 형이!”


글래드의 손가락질 끝에는 따라오는 덩치 어깨에 걸린 로소가 있었다. 로소와 글래드는 1관으로 옮겨졌다.

로소를 옮긴 덩치는 다시 로비로 나왔다. 몸집이 제일 작은 덩치가 박수를 쳤다.


“자, 인질들은 1관에 따로 둘게. 너희들이 소란피우거나 허튼 짓하면 쟤네 목 날아가. 이해하기 참 쉽지?”


말이 끝나고 작은 덩치가 턱짓을 하자 한명이 포대자루를 꺼냈다.


“일단 여기에 너희가 가진 마법도구부터 넣어. 마석도 있으면 다 넣어. 싹 다 넣어.”

“형님, 아주 싹싹 긁어먹네요.”

“야 이 녀석아. 이럴 때 시간 대비 싹 쓸어 담아야 하는 거야. 아 참 그리고 여기 금서관이라는 게 있다던데.”


금서관 담당인 아이리스가 어깨를 튀며 놀라자 작은 덩치가 다시 턱짓했다.


“금서관에 중요한 게 많다던데 앞장 서.”


아이리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떨었다. 안 움직이자 주변 덩치들이 칼이나 창을 바닥에 두드리며 위협했다. 싫은 소리가 로비를 울렸다.


“미리 발급 받은 허가서 없으면 금서관에 출입 불가해용.”


크리스틴이 아이리스를 감쌌다.


“어엉? 우리가 허가 받고 온 줄 알아!”

“도서관 자체가 그렇게 지어졌어용! 우겨도 그냥 들어갔다가 당신들은 죽음만 당할 거예용.”

“그럼 그 허가서 만들어.”

“발급권한은 저밖에 없기도 하지만, 만드는데 최소 1주일은 걸려용. 허가서 한장 한장이 다 마법이 걸려 있니까용.”


리콜은 크리스틴의 말에 거짓이 있었지만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틴의 서슬에 작은 덩치는 입맛만 다셨다. 금서관의 도서면 부르는 게 값이라 아까울 노릇이었다.


“그럼 마법서가 2관이랬지? 너 일어나서 2관 열어. 너도 따라가서 마법서 가지고 나와. 너흰 감시하러 따라가.”


지목받은 크리스틴과 아이리스가 2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덩치 둘도 마법교란장치 하나를 들고 따라 나섰다.


이제 로비에는 명령을 내리는 작은 덩치 외에 세 명의 덩치가 있었다. 마법교란장치도 하나 건재했다. 레시아는 추가 인원이 있는지 살폈다. 작은 덩치는 심심한지 살살 약올렸다.


“마법사들은 다 비실거리면서 다 남의 돈 먹으면서 떵떵거리더라. 그리고 이렇게 마법도 못 쓰면 사람 눈치나 보고 말이야. 귀족도 아닌 것들도 귀족 행세하는데. 마법 그거 뭐가 대수라고.”

“맞습니다, 형님!”


튼튼한 두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타격이 없었다. 작은 덩치 형님은 로비에서 가장 가까운 기둥에 달린 영상구를 가리켰다.


“저거 영상구라며? 저거 있으면 얼굴도 찍혀서 저장된다며? 세상 신기해.”

“어디서 들었어? 금서관도, 영상구도.”

“네가 알 것도 없거니와. 어디서 반말이야?”


주변 덩치가 창 자루로 레시아 머리를 후려갈겼다.


“될 수 있으면 인명 피해를 입히지 말라고 그랬는데- 이렇게 반항하니 어쩔 수 없지 않냐?”

“맞습니다, 형님!”


레시아는 태세를 바꿨다. 얻어맞았는데도 되레 레시아는 웃으며 말했다.


“알려주면, 나도 좋은 거 알려줄까 해서. 금서관 말고 도서관의 다른 아티팩트 보관 장소.”



*


아이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또 악몽을 꾸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지긋지긋해.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무거웠다. 울음소리는 점차 선명해졌다.


“형! 로소 형! 큐 선생님···, 흐엉.”


선생님. 꿈이 아니었다. 악몽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나빴다. 울음범벅인 글래드와 눈 마주쳤다. 찌푸린 얼굴을 폈다.


“흐에어엉, 죽은 줄 알았어요.”


글래드를 토닥여줬다. 마차를 타고 바로 얻어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돌머리 일어났냐.”

“···돌머리 아니거든.”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자기네가 잘 못 때려놓고 왜 나보고 돌머리래. 때리는 솜씨를 보니 동네 건달이었다.

그런데 마나교 물건을 건들다니 미쳤나봐. 주머니를 뒤적이자 덩치가 웃었다.


“마법도구는 진작 압수했지. 저거 보이냐. 저게 마법 못 쓰게 만드는 도구라는데 진짜냐?”


그의 말에 한 번 마나를 모았다. 장치가 하나라면 내게 문제는 안 되지만 좀 떨어진 곳에 더 있었다. 두 개쯤? 덩치가 코앞에서 칼을 바닥에 내리쳤다.


“야, 돌머리 굴리지 말고. 너희는 인질이니까 가만히 있어.”

“여기··· 도서관이네.”


1관은 낯설게 양초와 마법교란장치의 빛만 있었다. 인질이라면 도서관에서도 강도질을 이어가고 있다고 눈치 챘다.

훌쩍훌쩍 소리를 내며 떨고 있는 글래드를 안아줬다. 로브 아래 단단한 게 느껴졌다. 아직 울음기가 남아있는 글래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수정구 아직 안 뺏겼어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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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8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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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스승님 21.05.23 55 7 13쪽
19 온실 21.05.22 69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69 6 12쪽
16 강도!(3) 21.05.20 69 6 13쪽
15 강도!(2) 21.05.20 65 5 12쪽
»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6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6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69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1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6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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