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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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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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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890

작성
21.05.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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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도둑?

DUMMY

공지사항 발표 직후 도서관 사람들은 크리스틴의 명령에 따라 영상저장구를 창가, 복도 등에 설치했다. 나와 레시아는 숀 카이네의 감독 하에 1관 곳곳에 설치했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 군요. 이렇게 쓰일지는 몰랐지만, 도움이 되다니 기쁩니다.”


숀 카이네는 손수건으로 눈을 콕콕 눈물을 찍었다. 책 도둑은 1관의 일반도서만 훔쳐 주로 1관에 영상저장구를 설치했다.

영상저장구는 수정구처럼 생긴 마법도구를 중앙에 두고, 주변에 하급 마석들을 연결했다. 덕분에 특별한 날 꾸미는 장식품 같이 화려했다.

마법으로 몸을 띄우며 천장에 영상저장구를 붙이는데 숀 카이네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아! 좀 더 오른쪽으로 설치하는 게 낫습니다. 옆에 마력 보충용 마석도 제대로 달아주세요!”

“이렇게 화려하면 영상저장구를 보고서 피하겠는데요?”


투덜거리면서 다시 달았다. 하나 달고 레시아는 숀 카이네에게 다가가며 영상저장구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또, 1관에 설치된 영상저장구 위치를 살폈다.

대답해주던 숀 카이네는 고개를 저었다.


“저게 영상저장구라는 건 도서관 식구들과 윗분밖에 모르지 않습니까? 남들이 보면 그냥 비싼 장식처럼 보일 겁니다.”

“저장구라고 하니, 어딘가에 저장하는 매체가 있을 텐데. 이렇게 시제품이 쓰이는 걸 보니 궁금해지네요. 나중에 시간 되시면 사용법 알려주실래요?”


레시아가 영상저장구에 관심을 보이자 숀 카이네는 아주 기뻐보였다. 연구배경부터 또 나불대기 전에 내가 냉큼 말했다.


“거기 두 사람, 저거 먼저 설치하는 것부터 하지 않을래요?”


입만 움직이던 숀 카이네가 멋쩍게 웃었다.


“여긴 잘하고 계시니 그럼 전 다른 곳에 설치 잘 하고 있나 확인하러 가겠습니다.”


냉큼 숀 카이네는 로비로 도주했다. 쯧.


“이거 설치 귀찮다고 도망가기는.”

“로소, 넌 이거 사용법 알아?”

“대충. 예전에 설계도면 봤었거든. 근데 왜?”

“궁금하잖아.”


이놈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충 넘어가려했다. 거짓말을 해도 마나가 잠잠한 녀석이라 진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레시아에게 맞춰 주기로 했다.


“근데 왜 도둑이 1관 일반도서만 훔쳐갔지? 돈 되는 건 2관 마법서랑 금서관 책 아냐?”

“마법서랑 금서에 비하면 싸더라도 일반도서도 비싸지. 마법서랑 금서를 훔치면 우리끼리 이러고 있지 않고, 왕궁에서 바로 경비대와 기사단까지 동원 할 수도 있어.”


내가 화제를 바꾸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고민이 많은 척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면 들키지 않고 오가는 방법이 1관에 있다던가? 그래서 가까운 책을 훔칠 수 도 있고. 잡아봐야지. 근데 그렇게 되면 오가는 방법을 그동안 방치한 내가 1관 책임자니까 책임을 져야겠지.”

“도서관 근무자가 2년 동안 못 찾았는데 찾은 사람이 더 용하다.”

“도둑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훔치니까.”


이야기하며 설치를 끝냈다. 숀 카이네를 찾자 연구실 하나를 점령했다. 연구실 안 테이블 위에는 영상저장구들을 쭉 줄지어 있었다.


“이걸로 실시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돌려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저장기간은 짧지만 그건 곧 늘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안중에도 없이 숀 카이네는 크리스틴 옆에서 쫑알거렸다. 퇴근해도 좋다고 리콜 팀장에게 허가를 받고 레시아와 퇴근했다.

휴관일인데 일했다니! 내일도 출근이라니! 괴로워하는 나를 레시아가 놀렸지만 너도 출근이란다.


*


벌써 5번째였다. 하루 종일 숀 카이네가 2관을 들락거렸다. 아직 영상저장구가 시제품이라 그런지 자주 영상이 끊긴다고 했다.

이용자들도 천장의 장식을 자꾸 달았다가 뺐다가 반복하니 궁금한 눈치였다.


“저러다가 장식이 아니라 영상구 일종이라는 거 알게 되는 거 아냐?”

“그러면 더 이상 도둑이 안 들겠지. 아마”

“그건 그렇지만.”


레인은 2관 소관이 아니라고 넘겼다. 일도 내게 넘겼다. 젠장. 저 물 흐르듯 일을 떠넘기는 솜씨를 따라갈 수 없었다. 배가하러 서가 복도로 들어섰다.


“어, 왜. 왜 밝지?”


평소라면 마석의 빛에 의존해야할 서가 복도가 너무 밝았다.

빛 들어온 곳으로 서둘러 가보니 서가 복도 가장 끝 쪽에 창문 나무 덮개가 열려있었다.

이, 이게 왜 열려있지. 언제부터 열려있었지.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 아침에 환기 시켜서 열린 거겠지. 아냐. 아닐 거야.”


휴관일 때 닫혀있었던 거 같은데. 열려있다면 누가 말했겠지. 책임자니 책임져야지. 하는 레시아의 목소리가 울리는 거 같았다.

더 이상 빚은 사양이란 말이다!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창문으로 도서관 정원이 보였다. 밖에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내다봤다.

여러 사람이 정원을 거닐고 있거나 구경하고 있었다. 수상한 사람, 없군.


“어?”


창문 나무 덮개를 닫기 직전 구석 수상하게 웅크리고 있는 인영을 봤다. 왜 풀숲 쪽으로 쭈그리고 있지.

아직 도서관이 안 끝나서 도둑인지, 이용자인지 확신이 안 간다. 저 사람이 수상쩍어도 증거가 없었다. 일단 창문 단속부터 단단히 했다.


“책한테 자장가라도 불러주고 왔어, 로소선생?”


배가하다 남은 책을 레인에게 던졌다. 재빨리 창가로 붙어 그 사람의 동향을 살폈다.


“일하다 미쳤나, 로소선생. 창가가 아니라 서가 가서 일해야지.”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냐.”


레인이 이거 하라고 하면 끝내고, 창가로 달려가기를 반복했다. 정신차려보니 마감도 나 혼자 다한 상태였다. 나쁜 놈.

모든 이용자가 나가자 바로 정원으로 이동마법을 썼다. 그 사람은 쭈그리고 있었다. 그 등에 대고 외쳤다.


“이용자는 모두 나가주세요!”


외치고 후회했다. 갑자기 공격하면 어쩌지.

슬쩍 마석반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공중으로 띄워버리면 몸을 가누기 힘들겠지.

바스락. 풀숲에서 일어난 사람은 생각보다 작았다. 뒤돌아 날 보자 반가운 아이는 제자리에서 깡총 뛰었다.


“형-이 아니라 선생님!”

“골렘 꼬마?”


마법 쓰기 직전에 멈췄다. 내가 전에 알려준 이름으로 안 불러줘 속상한지 아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글래드 라고 알려드렸잖아요. 아가도 아니고, 꼬마도 아니에요!”

“그래, 글래드. 도서관 마감 시간 되었으니 이제 집에 가자.”


도둑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다. 아니지 오히려 작은 몸으로 틈에 요리조리 들어갈 수 있지 않을 까.

리콜 팀장이 말하길 뭔가 전적이 많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생각하는 동안 글래드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 큐 선생님께서 기다리라고 하셔서요.”

“오늘은 출근하셨구나. 날도 더워지는데 도서관 안에서 기다리지?”


갑자기 글래드가 하급 수정구를 내밀었다.


“큐 선생님이 시킨 거 연습하고 있었어요. 도서관 내에서는 이용자들은 마법 금지잖아요.”

“큐 팀장님이 네 스승이시니?”

“아직 제 고용주께서 거절하셔서 확정된 건 없지만 제 마법 연습을 봐주고 계셔요.”

“고용주?”

“고용주께서 말한 도서를 살펴서 말한 거를 필사해오고 있었어요. 어릴 때 엄마가 글 알려주셔서 이렇게 나마 일 할 수 있게 된 거죠. 사고 쳤지만.”


애기가 어릴 때를 말했다.


“골렘 말고 무슨 사고?”


슬쩍 떠보자 글래드는 어깨를 과장되게 으쓱였다.


“마법서를 주로 필사를 했는데요. 가끔 마법이 발동 될 때가 있어요. 큐 선생님은 그게 마나추적···? 뭐라고 했어요. 마법에 재능 있으면 이따금씩 일어난댔어요. 제가 재능이 있다는 거죠.”

“맞아. 마법서에 마나 축적으로 마법을 발동하는 건데. 고의적으로 쌓지 않는 이상 자연적으로는 주변 사물의 영향으로 쌓이는 속도가 달라져.”


조금 길어진 설명에 흐릿해진 글래드의 표정을 보고 재빨리 덧붙였다.


“네가 마나 보유량이 많다는 소리지.”


글래드는 웃음을 감출 줄 몰랐다. 마법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니까. 글래드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로소 선생님은 평민이랬죠? 근데 마법사에요?”

“응. 영지에서 추천해서 마법 아카데미에 들어갔거든.”

“어디 출신이에요?”

“서부 쪽. 너도 추천받으면 들어갈 수 있어. 큐 팀장님이 도와줄 거니까.”


응! 글래드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하급 수정구를 내밀었다.


“여기에 마나를 집어넣으라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번에 실드 마법 연장 한 건 어떻게 했어?”

“그냥 잡고 있으니까 됐는 걸···.”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글래드는 하급 수정구로 내 팔을 톡 건드렸다.


“도와주면 안돼요?”

“마법 스승과 제자를 맺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무시하고 그 제자에게 마법을 알려주면 무례한 거야.”

“왜요?”

“전쟁으로인해 마법이 발전했어. 함부로 내 마법을 알려주고 다니면 금방 간파당하잖아. 그러니 믿을 만한 소수에게 내려주는 거지. 또, 자신의 세계를 공유한다고 해야 하나. -짧게 말하자면, 못 가르쳐줘.”


힝. 글래드는 보란 듯이 하급 수정구에 그대로 마나를 넣었지만 금세 흩어졌다. 하급 마법도구는 따로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마나가 금방 흩어지지.

힐끗힐끗 글래드가 쳐다봤다. 으음.


“큐 팀장님한테 비밀이야.”

“네!”


글래드에게 하급 수정구를 받아 한 손으로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법도구에 마나를 넣고, 고정시키는 게 가장 기본적인 수련 방법이야. 나중에는 여기에 마나의 속성별로 분류할 수 있어야 돼.”

“속성···이요?”

“불, 물, 공기, 대지로 크게 나뉘는데 속성이 마나랑 똑같다는 건 아니야. 음, 불속성 마나랑 불이랑 같다는 건 아니야. 마나가 불 같이 온도를 높이거나, 태우거나 할 때 쓰이는 거야. 쉽게 말하면 불처럼 보이지만 불은 아니라는 거야.”


글래드는 혼란스러워보였다. 왜 이해를 못하지. 아예 다른 노선으로 틀었다.


“마법 아카데미 2학년 과정이긴 한데, 불 속성 마나만 집약하면.”


하급 수정구가 붉은 색으로 일렁였다. 글래드가 감탄을 했다.


“색이 변하지? 그래서 속성마법을 쓸 때 한 속성으로 지나치게 치우지게 되는데 마법진 색이 변하기도 해.”

“마법 아카데미 1학년 때는 뭐해요? 내년에는 마법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어요!”


마법 아카데미는 12살 이후에만 입학을 허가한다. 글래드가 최소 11살이라니 생각보다 나이가 있네.


“네가 지금 연습하고 있는 거. 1학년 때 배워도 1년 내내 못하는 애들 있어. 마법 아카데미라고 해도 마법 외에도 다른 것도 배우니까 큐 팀장님이 하라는 거 연습하는 게 낫지.”

“이거, 어려운 거였네요.”

“하루 만에 안 되지만 갑자기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한 번 성공하면 금방 익숙해지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알았지?”


글래드는 끄덕였다. 정원 입구 쪽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큐 팀장이 보였다. 냉큼 인사하자 글래드도 얼결에 나 따라 인사했다.


“지난번에 인사를 못했군요. 골렘에게서 글래드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로소 선생.”

“아이를 구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좋은 자세네요. 그런데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왜 도서관에 남아있죠?”


압도적인 덩치로 날 날카롭게 노려봤다.


“도서관에 도둑이 들었다고 해서 정원 쪽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글래드를 만났고요.”

“맞아요! 로소선생님이··· 다음에 먹을 거 사준댔어요!”


글래드가 사실대로 고하려다가 빨리 말을 바꿨다. 큐 팀장은 내 손에 있는 하급 수정구를 내려다보다 빙긋 웃었다.


“시간이 되면 로소 선생과 글래드를 식사초대 해야겠군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 글래드. 가자.”


큐 팀장은 먼저 몸을 돌려 앞서 나갔다. 그 사이에 글래드에게 몰래 하급 수정구를 넘겼다. 글래드는 비밀 만든 게 즐거운지 연신 입가에 검지를 댔다.


“로소 선생님께서 아직 모르시는 거 같지만.”


큐 팀장은 뒤도 돌지 않고 말했다. 역시 가르쳐 준 거 눈치챘네. 모른 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팀장님.


“도둑, 잡혔습니다.”


잠깐? 뭐라고요?


작가의말

저녁 7시쯤 한 편 더 올라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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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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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9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2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2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5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5 5 12쪽
» 도둑? +1 21.05.18 74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3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50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8 11 11쪽
1 시작 21.05.12 54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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