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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694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15 11:02
조회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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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연체 도서(1)

DUMMY

“그래서 숀 카이네 씨도 도서관에서 일 시작한 거야?”


레시아는 나갈 준비하며 말했다.


“연구 먼저 끝내고 근무는 그 후에 시작하기로 했어. 어제부터 연구 보조는 시작했나봐. 처벌은 사회봉사 정도로 내려왔대.”


레시아 그레이스는 남작령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조퇴해야한다고 했다. 그렇게 나를 1관 데스크에 앉혀뒀다. 부른 마차가 오기 전까지 설명한다며 1관 근무에 대해 빠르게 말했다.

어찌나 간결하게 설명하는 지 시간이 남았다. 레시아에게 그때 쫓겨났던 숀 카이네의 이후를 알려줬다.


“크리스틴 선생님 뒤에 누군지 몰라도 아주 큰가보네.”

“래넌 팀장님 아냐?”

“큐 팀장님이라고 하라니깐. 크리스틴 선생님이랑은 별로 안 친하단 말이야.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로소 선생님?”


레시아가 개구지게 웃었다. 레시아에게 물어보면 이런 저런 정보를 잘 알려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면 귀찮을 게 뻔해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마차가 도서관 앞에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궁금은 무슨. 마차 도착한 거 같으니 빨리 가기나 하셔.”


질색하며 1관 관리인을 내쫓았다. 1관에 찾아온 침묵 속에서 연구레터를 수집해 발행한 간행물을 펼쳤다.

돈 적게 들면서 적당히 실적을 채울 수 있는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연구가 많이 있었다. 내가 정신없이 간행물을 읽고 있었는지.


땡-

철망 데스크에 달린 벨이 울리자 깜짝 놀랐다. 데스크 앞에 사람이 온 줄도 몰랐다. 머쓱하게 웃으며 앞에 사람을 봤다.


“<얼레벌레 여행기 3> 주시겠어요?”


달리는 말 위에서 봐도 절세미인이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한 곳도 요란해지고, 요란한 곳은 조용하게 만들 미모였다. 어쩐지 조용했던 1관이 술렁였다.

나는 일을 해야 하니 여인이 주는 팔랑이는 양피지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파인드 마법을 썼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재차 써도 반응이 없어 대출 목록을 확인했다.

어 왜 없지. 괜히 혼잣말 하며 빠르게 훑었다. 목록에 다행스럽게도 있었다.


“이거 외부 대출 중이네요.”


원래라면 도서의 외부 대출은 안 된다. 하지만 도서관은 왕궁의 소속으로, 왕가의 허가가 있으면 가능했다.

대출기간은 한 달이었다. 한 달 내로 가져오는 게 원칙이지만 잊어버린 사람이 간혹 있었다.


“외부 대출 이라고 해서-.”


입을 꾹 다문 이 절세미인은 화가 많이 나보였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그 책이 지난주에 왔을 때도 미납, 지지난주에도 미납. 반납독촉은 제대로 하고 계신가요?”


1관에서 어떻게 처리 하고 있는지 2관 관리자인 난 모른다. 물론 2관에서도 한 적이 없으니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몰랐다.


“제가 담당자가 아니라서 1관 담당자 오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과 함께 눈앞에서 메모를 작성했다. 메모를 데스크 한쪽에 잘 두며 ‘진짜 미안한데 한번만 봐 주세요’를 얼굴로 표출했다. 미인은 입을 빼죽였다.


“제가 도서관에서 자주 오는 사람이거든요.”


자주 오는 걸로 따지면 나는 매일 온다. 서두만 들어도 봐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사무실로 올라가서 이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깊이 나눠야 할 거 같네요.”


하필 이 미인은 귀족의 영애 같아서 딱 잘라 사무실 출입이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팀장이 귀족들에게 격하게 아부하는 사람이라. 거절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할 지 모른다.

1관의 영상구를 찾았다. 사무실에 누구에게든 물어보는 게 마음 편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제가 사무실로 연락을 드릴게요.”


데스크 구석에 있는 영상구로 사무실로 연락했다. 영상구에 둥글게 리콜 팀장 얼굴이 떠올랐다.

왜 하필. 싫은 티는 내지 못하고 1관의 사정을 말했다. 다 듣고 리콜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걸 혼자 못해서 사무실로 연락해?


내가 독단으로 사고를 수습했다가 도서관에서 고생하고 있다는 걸 잊은 발언이었다. 그때 미인이 철망을 쥐고 얼굴을 바짝 붙였다. 사무실과 연락 중인 영상구에 목소리 난입했다.


“오랜만이에요, 리콜 팀장님. 잘 지내셨죠?”


미인의 목소리에 리콜 팀장이 주변을 살피자 영상구를 미인 쪽으로 돌려 밀었다. 미인의 얼굴이 보이자 리콜 팀장은 흐뭇하게 웃었다.


-소필라 백작가의 영애님 아니십니까?! 아이고, 오셨으면 진작 사무실로 오시지 않고~.


영애였네. 물어보길 잘했다. 속으로 스스로에게 칭찬했다. 리콜 팀장의 콧수염은 기분 좋은 듯 한껏 치켜 올라갔다.


“이 분께서는 절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알아야 할 정도로 도서관에 중요한 인물이었나. 영상구 너머 리콜 팀장의 눈치를 살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참입니다. 결례를 범했군요. 부디 하해 같은 마음으로 용서 해주시겠습니까?


소필라 영애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리콜 팀장이 환하게 웃고는 곁눈으로 날 노려봤다.


-로소 선생, 소필라 영애를 정중히 모시고 사무실로 오게.

“괜찮습니다. 담당자 없이 혼자 근무 중이신거 같은데 저 혼자 올라가겠습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애님.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영상구가 뚝 끊겼다. 소필라 영애는 내게 보란 듯이 미소 지었다. 소필라 영애가 1관의 문을 나설 때까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안정을 위해 간행물을 폈다. 집중하려던 차에 데스크의 벨이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이번에는 미남이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선남선녀 미팅이 1관에서 열렸나. 남자는 날 노려본 채 조용히 있었다.


“무슨 일로-.”

“신성한 도서관에서 어딜 사심가득한 눈으로 뭘 하는가! 자넨 일할 자세가 안 되어있구나!”


그리고 미남은 그렇게 호통을 치고 떠났다. 뭐야 1관 왜이래. 이래저래 마나를 관리해야 하는 마법서가 아니라 좀 편할 줄 알았더니. 2관으로 돌려보내줘.

일진 사나운 날의 불운은 끝난 줄 알았지만 퇴근 직전까지 이어졌다.


“연체자 독촉이요?”


퇴근 전에 1관으로 내려온 리콜 팀장은 일거리를 투척했다.


“생각해보니 정식으로 개관이래 연체자 독촉을 한 적이 없더군.”


개관한지 2년쯤 되지 않았나. 그동안 없었다고? 리콜 팀장은 의아해 하는 내 시선을 못 본 척 콧수염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사람이 부족하니 매번 미뤘었지. 마침 로소 선생도 들어왔고. 업무도 뭘 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연체자 독촉 먼저 하면 좋겠군.”


주절주절 변명이 길어졌다.


“크흠. 그래서 이번 주 내로 1관, 2관의 연체자 목록 정해서 독촉하길 바라네.”


내 대답을 듣기 전에 리콜 팀장은 1관을 빠져나갔다. 이번 주라고 해봤자 앞으로 3일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 몸은 착실하게 1관 마감을 했다.


“어휴, 리콜 팀장님은 로소 선생님도 안 좋아하나 봐요.”


누군가 대뜸 말 걸었다. 이용자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눈에는 익은 얼굴이었다. 레인과 싸울 때 연무장에서 봤었나. 도서관의 선생님 중에 한 분이시겠지 싶어 인사를 했다.


“단델리온 이라고 해요. 도서관 내 행사 담당을 하고 있어요.”

“로소라고 합니다.”

“알지~. 브라이트 도련님이랑 싸워서 이겼잖아요. 도서관에 애들 다니는 거 싫어하는 티 팍팍 내는 사람이라 별로였는데 로소 선생님이 이겨줘서 내가 속이 다 시원했잖아.”


뒤에 반납하러 온 사람이 보였다. 몸집 좋은 단델리온에게 막혀 책을 들고 주위를 서성였다. 단델리온에게 멋쩍게 웃었다.


“제가 마감이라 바빠서 별다른 일 없으시면 이따 들어도 될까요?”

“어휴! 그러네. 내가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나봐. 그럼 내가 도와주고, 우리 끝나고 이야기해요.”


단델리온은 내부 반납된 도서 한 뭉텅이 가지고 서가로 들어갔다. 좋은 분이네.

1관은 일반서만 모여 있었다. 별도 작업이 없이 반납 확인 후 배가만 하면 돼서 더 수월했다. 하지만 마감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권수가 만만치 않았다. 계속 반납이 들어오자 데스크를 떠날 수 없었고, 끝마치는 순간까지 데스크에 앉아있었다.

서가에서 돌아온 단델리온은 쌓인 도서 더미를 보고 질려 고개를 흔들었다.


“여전히 1관은 책을 많이 보네요. 다들 문학을 너무 사랑한다니까. 물론 나도 좋아하지만요. 그래서 내가 도서관에 들어왔잖아. 그래서 말인데-.”


잠깐 이야기 했지만 이 사람은 숀 카이네 같은 부류다. 휘말리면 안 된다. 말만 들어주고 새로운 일 해야지. 노동에 힘들어 풀리려는 눈에 힘을 줬다.

단델리온이 돈 빌리러 온 사람처럼 뜸 들였다. 아까까지 말 잘하더니. 답답해 물꼬를 터줬다.


“1관에 어떤 일로 내려오셨나요?”

“그게 로소 선생님은 2관 담당이잖아요? 혹시 2관에 남은 예산이 있을까 싶어서.”


그냥 돈도 아니고 예산? 횡령하다가 걸리셨나.


“이번 분기에는 서가 몇 개 사서 예산이 남지는 않을 거 같아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매의 눈으로 쳐다보자 단델리온이 몸을 베베 꼬았다.


“작년에 기초마법강의 열라고 명령 내려와서 개설했거든. 인기 많지. 근데 애들이 글을 못 읽으니까 진도가 나가야지 말이야. 그래서 올해는 아예 글부터 배우는 과정을 열려고 하니까 그럴 예산이 어디 있냐며 리콜 팀장이 펄쩍 뛰는 거야. 나한테 예산을 만들어 오래나. 참 내. 나도 리콜 팀장 싫어하지만 그 양반도 나 엄청 싫어하는 거 같아.”


속사포처럼 내리는 말에 끄덕였다. 나 말렸네.


“로소 선생님도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왜 도서관에서 여태껏 연체자 독촉 왜 안하고 있었는데. 왕족이랑 연 있는 사람들이 빌려갔는데 그걸 안준다고 독촉을 한다? 안 그래도 도서관에서 일하면 출세 길에서 나가리 된다, 어쩐다고 소문이 도는데 감히 따질 사람 누구 있겠어. 진짜 출세 길이 막히는 수가 있다니까!”


단델리온은 숨도 안 쉬고 열변을 토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몰랐던 소문이 그런 소문이었군.


“전 그런데 관심 없어서.”

“내가 다 안타까워 그렇지. 브라이트 소후작도 단숨에 제압할 정도면 대단하잖아. 좀 팀장님한테 사근사근하게 굴어봐~.”

“말씀은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잔업을 해야 할 거 같아서요.”


축객령에 단델리온은 아쉽다는 듯 입을 쩝쩝거렸다.


“내가 너무 이야기 했나. 그럼 오늘 야근 잘하고 들어가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1관을 떠나는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졌다. 정시 퇴근은 물 건너갔다. 마침 1관에 있으니 1관 연체 목록부터 확인 해야겠다.


*


이틀 가량 야근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연체 도서가 서가에 있는지 일일이 찾아봤다. 그래도 파인드 마법이 있어서 망정이지.

서가에 잘 못 꽂혀도 파인드 마법으로 잘 찾아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어휴 이걸 어떻게 혼자 서가에서 다 찾아봐.

오늘 오전에 연체자 독촉 우편을 전부 송달했다. 수도에 살아 우편을 금방 받은 사람들이 몇 와서 조용히 반납하고 갔다. 한 사람 빼고.


작가의말

7시쯤에 한편 더 올라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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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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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9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2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2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5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5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 연체 도서(1) 21.05.15 103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8 11 11쪽
1 시작 21.05.12 548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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