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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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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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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890

작성
21.05.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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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온실

DUMMY

여름에는 잡초가 잘 자란다. 비가 잘 오고, 일조량이 좋으면 더욱.


“휴일에 부른 이유가 정원 잡초 뽑으라고요?”

“지금 일손이 부족해. 온실에서 지금 귀한 약초 기르고 있다고 신경과 인력을 다 거기에 쓰고 있거든.”


언제는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다. 당장 내가 쉬고 싶다고.


“그리고 온실 담당 타라곤 선생님께서 얼마 전 허리를 다치셔서 힘을 못 쓰거든.”

“괜찮으신가요?”

“걸을 수는 있지만 힘을 못 써서 입으로 일꾼들을 괴롭히나 보더군.”


리콜 팀장의 말을 듣고 레시아가 걱정했다.

저놈이 누굴 걱정하는 모습은 또 처음보네. 도서관에 다니더니 새사람처럼 군다.

앞에 놓인 밀짚모자를 고르고 있는데 리콜 팀장이 날 호명했다.


“로소 선생은 온실로 가서 일을 돕고, 나머지 선생들은 정원 잡초를 뽑게.”

“온실에 가면 뭐하나요?”

“타라곤 선생님이 알려주시겠지. 그럼 시작들 하게!”


정원으로 가는 다른 선생님들은 현관으로 나가고, 나는 로비 안쪽으로 들어갔다. 로비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온실로 향했다.


“사람을 뽑더니 제대로 본전을 뽑으려고 하네. 나쁜 팀장.”


아니지. 도서관측에서 보면 리콜 팀장은 열심히 일 하는 인재가 아닌가.

그럼 나쁜 사람. 사람을 좀 쉬게 해줘야지. 투덜거리며 온실에 도착했다.

온실은 도서관과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만 다른 건물이었다. 1관과 2관의 서가 복도 중앙에 유치한 유리 온실은 멀리서 봐도 멋졌다. 온실 문을 열었다.


“와, 입구부터 후끈하네.”


여름의 햇빛이 모두 온실로 모이는 것처럼 열기로 가득했다. 더위를 거의 안타서 다행이지. 온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타라곤 선생님?”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인기척을 따라 깊숙이 들어갔다. 바닥에 깔린 타일 길을 따라 가니 길이 서로 만나는 장소가 나타났다. 그 중앙에 노인이 쭈그려 앉아있었다.


“타라곤 선생님?”


조심스레 내가 부르자 노인은 손짓했다.


“저기 흙 포대 가져와.”

“네? 네.”


낑낑대며 나무에 기대놓은 흙 포대를 끌고 갔다. 내가 하는 꼴을 보더니 노인은 혀를 찼다. 벽돌로 둥글게 쌓은 화단에 내가 가져온 흙을 쏟아부으려 했다.


“제가 할게요.”


노인의 손에서 뺏은 흙 포대는 들어보니 엄청 무거웠다. 아직 덜 회복되어 후들후들 떨며 흙을 쏟아 채웠다. 노인은 로소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가 그 새로 왔다는 친구인가?”

“처음 인사드리네요. 로소입니다. 타라곤 선생님 맞으신가요?”

“응.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도서관 내에서 서로 존댓말을 쓰기로 약속한 거 아니었나.

타라곤은 센 머리만 봐도 60은 넘어 보였다. 쯧쯧. 왜 저를 보고 혀를 차십니까.


“그 콧수염 놈은 이런 비실한 놈을 데리고 뭐하라고 보냈어.”

“저 힘 좀 씁니다. 스승님 영지에서 밭도 갈아봤습니다!”


마법을 썼지만.


“마수 사냥이나 짐도 들어 나르고요!”


이것도 마법을 썼지만.

타라곤은 여전히 날 탐탁지 않았지만 찬 물 더운 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 한번 해봐라.”


툭하니 내뱉은 말에 내가 기뻐하자 타라곤은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젊은이 그건 아나? 온실은 마법 금지 구역이라네.”

“···네?”

“하지만 힘 좀 쓰는 젊은이니 한번 믿어볼까? 저 나무들을 심게 이쪽으로 가져오게.”


이번에는 나무를 옮겼다. 내 허리까지 큰 나무라 옮기는 데 큰 힘은 들지 않았다.

왕실에서 내려준 나무라고 강조하는 탓에 지나치게 조심하느라 신경을 써서 힘들었다.

나무 심는 일은 내게 맡기지 않았다. 타라곤은 다 심자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다른 온실도 가야하니, 빨리빨리 움직이지.”


앞서가는 타라곤의 뒤를 쫓았다. 나무 뒤편에 문이 있었다. 비밀의 문 같네.

온실을 나서자 작은 온실이 여럿 보였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온실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 쭉 약초 재배실이니 마나 운용에 각별하게 주의해주게나.”

“네네.”

“이 약초들은 마법 아카데미에서 부탁받은 약초들이지. 학교 수업에서 쓰이는 녀석들이야. 얘네가 까다로워서 다른 녀석들은 잘 못 키워.”

“오, 저도 거기서 공부했어요.”

“알아, 들었거든.”

“어디서 들으신 거예요?”


타라곤은 내 말을 무시하고 구석에 쌓여있는 작은 병들을 가리켰다.


“이 녀석들 맞춤 특제 영양제지. 어제 다 하라고 했는데 일꾼들이 농땡이를 피우더군.”


타라곤은 영양제 사용법을 시범삼아 보여줬다.


“자네는 영양제 박스로 들고 가서 저 안쪽부터 시작하게.”

“네.”

“절대 마법을 쓰면 안 되고!”

“네네.”


영양제 두 박스를 동시에 들었다가 한 박스를 내려놨다. 타라곤의 눈빛이 차갑다.

거참. 한 번에 두 박스 못 들면 한 박스씩 두 번 왔다 갔다 하면 되지!

한창을 땅만 보고 일했다. 타라곤 눈에는 왜 일꾼들이 농땡이를 피운 것처럼 보이는지 알겠다.

내가 쉴 거 같으면 득달같이 와서 그러면 오늘 내로 못 끝낸다고 하지를 않나.

허리도 못 펴고 해가 중천에 떴다.


“서가 배가도 그렇고, 왜 편하게 할 만한 마법이나 도구를 발명하지 않지.”


타라곤의 허리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게 더 용할 지경이었다.

이쯤 되면 리콜 팀장이 성인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로 보낸 건 리콜 팀장이지만!


“젊은이~.”

“네, 선생님!”

“이것부터 옮겨~.”


이상하게 스승님을 피해 도망쳤는데 스승님 댁에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반항하다가 아주 혼쭐나는 모습이 선해 반항도 못하겠다.

타라곤이 있는 곳에 가자 영양제 박스 밑에 있던 포대더미를 가리켰다.


“내가 자갈로 가져다 놓으랬더니 일꾼이 흙 포대 가져왔더군. 아까 있던 온실 기억하지? 거기에 두고 가져와.”

“···수레는 없습니까?”

“있지.”

“왜 안알려주셨- 아닙니다.”


또 이상하게 레인이랑 첫 날 도서관 와서 했던 대화가 떠오르고 그러네.

여긴 안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해주는 관행이라도 있나.

수레를 끌고 다섯 번째 오가자 타라곤은 불만을 터트렸다.


“시간 낭비야! 내가 젊었을 땐 양 어깨에 두 개씩 올려서 옮겼어!”


제가 선생님 젊은 시절은 아니잖아요. 라고 하고 싶었으나 내 입은 숨쉬기 바빴다.

그래도 이제 한 포대 남았다. 숨을 고르고 있자 타라곤이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젊은이, 빨리 옮기지 않고 뭐해?”


오, 오. 방금 굉장히 스승님 같았다. 몸이 착실하게 포대를 수레에 싣고 다녀왔다.

점심시간이었다. 합법적 휴식 시간이다! 하지만 어디 갈 힘도 없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생했으니 밥 같이 먹지 않겠나.”


처음에 도착한 온실에 들어가니 가장자리에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타라곤은 제 가방에서 빵, 치즈, 잼, 스프를 꺼냈다.

내게 스프 통을 받아 스프를 마법 사용 가능한 온실 밖에 나가서 덥혔다.

그 김에 손에 묻은 이물질을 싹 불태웠다. 그 사이 타라곤은 냉차를 준비해 내 앞에 놔줬다.


“오전에 고생했어. 먹지.”


고기가 없었지만 공짜 식사니 투정은 금물이다. 치즈를 빵에 발라 먹었다. 어?

스프도? 허겁지겁 내게 할당된 식사를 먹었다. 마지막 냉차까지 쭉 들이켰다.


“맛있어요! 다른 빵이랑 다른 거 같은데.”

“내가 풀떼기는 넘버원이거든.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서 맛도 향도 달라져.”


타라곤은 신나게 어떤 허브를 썼는지 내게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얄짤없이 일하러 등 떠밀렸다.

마저 영양제를 뿌리고 자갈 포대 풀어서 화단에 자갈을 쌓았다.


“여기는 마나 포션에 쓰이는 주 약초 재배하는 곳이지. 그냥 씹어 먹어도 되긴 하지만 엄청 쓰니까 그러지는 말게.”

“···체력 회복하는 약초는 없나요.”

“그럼 내가 왕국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겠지.”


일이 끝나자 이 약초 재배실로 바로 끌려왔다. 이번에는 수확용 가위가 주어졌다.


“이 정도 크기 이상의 이파리만 잘라. 밑동 바로 아래까지 자르지 말고. 넉넉하게. 알았나?”

“네네.”


소쿠리가 주어지고 이파리를 수확했다. 한 줄 끝날 쯤에 타라곤이 불렀다.


“으이구. 이파리를 자르랬지 누가 손가락까지 잘라 먹으래!”

“걱정하지 마세요. 이파리에는 마나 안 닿게 했어요.”


타라곤이 연고를 꺼내자 나도 쭈뼛거리다가 장갑을 벗었다. 타라곤이 상처에 물을 붓고 연고를 발라줬다.


“난 원래 치유 마법을 배우고 싶었어. 내가 쥐방울만할 때만 해도 나이 엄청 잡순 치유사가 살아있었거든. 근데 전쟁으로 그 치유사가 죽었어. 치유 마법을 전해줄 사람도, 보고 독학할 지식도 남아있지 않아서 대신 약초학을 배웠지.”


타라곤은 다른 상처는 없는지 내손을 꼼꼼하게 살폈다. 잡담은 멈추지 않았다.


“난 내 약초학으로 조금이나마 사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자만했지. 나중에 보니 약초학이 살린 건 오직 나뿐이었어.”


자조하다가 타라곤은 내 손을 잡았다. 기도 하듯 웅얼거렸다.


“······우리를 살펴주십시오.”

“혹시 플랜에서 오셨나요?”

“젊은이가 망한 플랜 왕국도 아는 군.”


타라곤은 이렇다 확실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일 시작하라는 말도 없고 앉아 있다가 한 구석에 말리고 있는 약초를 봤다.

익숙하다 못해 뇌리에 박혀버린 약초였다. 타라곤은 내 시선이 꽂힌 약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건 원래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건데, 저번 전쟁 때 역병이 돌았잖아. 그 약초만 효과가 있어서 보관방법 연구 중이야. 평범하게 건조하면 썩어버리더라고.”

“약으로 제조해도 한 달 내로 사용해야 하고요.”

“알고 있어?”


내가 약초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니까 타라곤은 약초 옆에 놓인 공책을 가져왔다.

팔랑팔랑 넘어가는 페이지마다 여러 건조를 시도했다 폐기한 방법이 적혀있었다.


“북부에서도 시행한 연구입니다. 스승님 연구에 전 보조로 참가했죠.”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


타라곤은 눈을 반짝였지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세한 건 스승님 연구니 말씀은 못 드리지만, 성과 나오기 전에 제가, 망쳤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내려앉았다.


“···온도, 습도, 공기 중 마나 농도까지 반년 동안 밤낮없이 조절하다가 졸았거든요. 또 겨울이라, 처리할 일이 많아서.”


머뭇거리며 변명하는 자신이 한심해졌다. 몇 시간도 아니고 고작 몇 분 졸다가 반년 치 연구가 날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사죄하러 가야했다.

하지만 졸려 제대로 돌아갈 일 없는 머리는 도망가자고 결론을 도출했다. 그래서 여기에 있고.

다시 생각해보니 미친 거 같다. 타라곤은 내 등을 토닥였다.


“그래도 연구자가 있고, 성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뿐이로군. 약초에 대해서 내가 일인자라고 자부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빨리 아이디어가 안 나오더군. 슬슬 은퇴해야지.”


나이로 치면 스승님이 훨씬 많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은은한 침묵이 감도는 그때 온실 문이 열렸다. 밀짚모자를 쓴 리콜 팀장이었다.


“이 콧수염아! 이런 비실이를 힘쓰는 곳에 보내면 어떡해! 얼마나 힘이 없으면 가위질 하는데 다치나 하고 말이야!”

“자네, 다쳤나?”

“손가락만 살짝 베였습니다.”

“그래. 가 아니라. 타라곤 선생님, 도서관 로브 어디에 있습니까. 손님이 오시니 깔끔하게 해서 입고 계십쇼. 로소 선생 몰골이 그게 뭔가. 가서 세수라도 하게!”


리콜 팀장의 꼴도 만만치 않으면서 지적하고 사라졌다. 타라곤이 버럭 성질냈다.


“아픈 국왕이 도서관에 행차라도 하시냐! 어후. 근데 너는 거울보고 세수라도 해라.”


옷만 내려다봐도 흙투성이였다. 아마 얼굴은···. 쉬어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본관 화장실로 향했다.

팀장들과 관장은 도서관 로브를 입고 현관 문 앞에 서있었다. 활짝 열린 현관 앞으로 이윽고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마차에 그려진 저 문양은.


“스승님?”


나는 못 봤다. 아무것도 못 봤다. 마차 문이 열리기 전에 내적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작가의말

좋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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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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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대 마수(1) 21.05.27 38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2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0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5 7 13쪽
»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69 6 12쪽
16 강도!(3) 21.05.20 69 6 13쪽
15 강도!(2) 21.05.20 65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6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6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69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1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6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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