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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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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7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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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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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거대 마수(1)

DUMMY

나도 이용자도 얼빠진 얼굴로 레인을 쳐다봤다.

돈이 흘러 넘치냐 하면 그렇다. 후작가 후계자인걸.

소후작인 레인은 케인으로 가볍게 바닥을 두드렸다.


“도서관을 통해 기부금 내역을 파악해서 댁으로 보내겠습니다. 계약서를 쓰시죠.”

“나, 나참! 누가 진짜로 달래? 저 놈이 사과만 하면 될 걸 이렇게 질질 끌어. 나, 나한테 쿵쿵 책을 던졌잖아!”


비싼 책을 왜 던진다는 말인가!

파인드 마법으로 책이 도착하면서 떨어지는 소리 아냐? 이렇게 하나하나 의심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였다.

성질을 죽이며 애써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 클레임 넣으신 거잖아요.”

“흐음. 또 그러셨군용.”


데스크 안쪽에서 크리스틴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크리스틴의 웃고 있는 얼굴이 섬뜩하게까지 느껴졌다.


“저에게도 불친절하다고 하루 멀다하고 클레임을 넣어서 이렇게 말투까지 바꿔 잖아용. 로소선생님도 한번 저처럼 해보세용. 그럼 저 분께서 친절하게 느끼실지 몰라용.”

“이렇게 장난치듯 하면!”

“그러면 어쩔 건데용? 도서관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관장님께서 받아주신 거잖아용. 그러면서 뒤에서 욕하는 거 뻔히 알고 있어용. 사람이 그러면 안되죵.”

“너희, 이렇게 사람을 몰아가? 내가 가만 안 둘거야! 내가 얼마나 인맥이 많은 줄 알아?”


이용자가 뒷걸음치다 레인이 짚고있는 케인에 발이 걸렸다. 레인은 비웃었다.


“당신, 매너 없기로 소문났더군요. 귀족 사회에서 그런 소문은 치명적이죠. 전 당신을 모릅니다만 제가 자세하게 알기 전에 먼저 도서관을 떠나시는 건 어떠십니까. 아니면 계약서 드릴까요?”

“필요 없거든···요!”


이용자는 서둘러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레인은 입매를 꾹 눌러 웃음을 가리며 표정 관리했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지.”

“부럽네용. 저는 주먹을 휘두르면 모가지가 날아용.”

“크리스틴 선생님, 아까. 말투에 대한 거···.”


내가 슬쩍 운을 떼자 크리스틴은 뭘 말하고 싶은지 눈치 챘다. 손을 내저으며 경쾌하게 웃었다.


“이 말투는 이제 제 입에 착 붙어서 쓰는 거예용.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되용. 싫다고 해도 절 견디세용.”

“그럴 리가요.”

“말이라도 고마워용.”


화기애애한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2관의 문이 열려 이용자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구경하고 있었다.


“2관이 바쁘니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혹시 브라이트 선생님은.”

“봉사활동은 당분간 못해.”


하긴 아직 대충 봐도 케인 없이 레인 혼자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데스크라도!

간절한 내 표정에도 레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2관 문 근처 서있는 이용자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책 좀 찾아주세요.”

“죄송합니다! 얼른 가겠습니다.”

“이따 끝나고 이야기 좀 하지.”

“그래그래.”


레인의 말을 건성으로 넘겼다. 대충 마무리 되자 이용자들이 2관으로 들어갔다.

이동 마법을 쓸까했지만 2관의 문이 그대로 열려있어 닫으러 뛰어갔다.


“아!”


아이와 부딪쳤다. 첫날 성질 부렸던 아무개 공작가의 아이였다.

저번 생각하면 성질 낼 거 같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이는 날 흘겨보긴 했어도 다른 남자와 대화를 우선시했다.


“날 약속도 못 지키는 귀족으로 만들 셈이야!”

“안됩니다, 도련님. 가정교사가 내일 방문하는데 숙제는 다 해야죠.”

“그럼 도서관 닫기 전에 와서 숙제한다고 약속할게! 빨리! 빨리 가야해!”

“진짜입니다?”


약속을 한 도련님은 세차게 끄덕였다.

사용인이 도련님의 손을 놔주자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도서관에서 뛰지 마세요.

나도 방금 뛰었지만.


“아, 길을 막아서 죄송합니다.”


내게 사과한 사용인은 늘 앉는 좌석으로 가 앉았다.

나도 2관의 문을 닫고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기다렸던 분들 순서가 오면 찾는 도서와 함께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어휴, 그때 다른 선생님에게 화내는 건 못 도와줘서 맘에 걸렸거든. 이번에는 잘 풀려서 다행이야. 그리고 이번에 선생님까지 그만두면 2관 폐쇄 하는 거 아닌 가 싶어서 걱정되었지.”

“그런 사람은 생각하지도 마세요.”

“힘내세요!”


바쁜 관계로 감사하다며 넘겼지만 어제 오늘 너무 힘들어서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대출 대기 줄이 사라진 건 마감이 직전이었다.

대다수가 나간 열람석을 훑어보다 책 수레를 보고 말을 잃었다.

오늘은 조금만 책 꽂고, 내일의 나에게 나머지를 맡기자.


“죄송합니다만 선생님.”

“무슨 일이신가요?”


아까 그 사용인이었다.

어두운 표정을 보아 짐작하자면 도련님이 숙제를 빼먹고 놀고 있는 듯했다.


“혹시 도서관 다른 곳에 도련님이 계시는 지 확인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리 비울 때 오실 까봐···.”

“잠시 기다려주세요.”


영상구로 크리스틴에게 연결했다. 모른다고 했다.

1관으로 연결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마감하느라 바쁜가 보군.

배가하러 서가복도로 들어가면 영상구가 울려도 모르긴 하지.


“아직 정원도 열려 있으니 일단 마감 때까지 기다려보세요. 끝나면 같이 찾아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포기한 듯 사용인이 숙제가 펴진 자리를 정리했다. 이용자가 다 나갔다. 침울한 한 사람 빼고.

그 도련님은 마감할 때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혹시 숨어들어갔을지 몰라 서가복도를 포함한 2관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일단 2관은 잠가두고 다른 곳을 살피러 가시죠.”

“도련님···.”


크리스틴이 퇴근하기 전에 우리를 발견하고 놀랬다.


“설마 아까 그 애 못 찾으신건가용? 제가 일단 살펴볼게용.”


사태파악이 빠른 크리스틴은 짐을 다시 데스크에 두고, 데스크 위에 있는 조각상 마석에 손을 올렸다.

도서관 바닥을 타고 크리스틴의 마나가 퍼졌다.


“일단 로비는 우리 밖에 없구용. 음···, 1관에는 여럿이 있네용?”

“그럼 그쪽으로 가보시죠. 고맙습니다, 크리스틴 선생님.”

“뭘용. 일단 다른 곳도 찾아보고 있을게용.”


1관에 들어가자 조용했다. 레시아도 자리를 잠시 비운 듯했다.

아니, 아주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에 살금살금 다가가니 아이들이 바닥에 엎어져서 옹기종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로 공격하는 거라니까.”

“잘 봐, 여기에 손톱이 있어서.”

“으악!”


사용인의 기척에 깜짝 놀란 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다른 애들도 돌림 노래를 하듯 소리쳤다.

오가면서 몇 번 본 ‘기초 글 읽기’반 아이들이었다.


“애들아, 도서관 마감시간이니 내일 다시 오자.”

“내일은 수업 없어서 안와요. 1관 멋진 형은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


멋진 형이 된 레시아는 애들을 두고 배가하러 갔나.

한편 도련님과 사용인은 내 뒤에서 몰래 속닥였다. 난 가까이 있어 다 들렸다.


“나한테 도련님이라고도 하지 마. 알았지?”

“그럼 뭐라고 불러야···.”

“이름 불러, 이름!”

“에드가, 뭐해?”


수상하게 속닥이던 에드가 도련님에게 그룹의 한 아이가 물었다.

에드가 도련님의 얼굴은 붉어졌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는 옆에 있는 사용인에게도 누구냐고 물었다.


“사, 삼촌이야. 내가 안 와서 데리러 왔나봐!”

“안녕하세여~.”

“어, 응. 안녕.”


사용인은 뻣뻣하게 애들에게 인사했다. 내 등쌀에 못 이겨 애들이 짐 챙겼다.

바닥에 있던 책을 들었다. <삽화로 알아보는 무서운 마수>.

후루룩 넘겨보니 페이지마다 마수의 그림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하단에는 간략한 설명도 있었다. 이상한 이름이 붙은 마수도 있었다.


“나도 언제 수도경비대가 돼서 마수 다 무찌를 거야!”


갑자기 아무도 묻지 않는 꿈을 외친 아이에게 다들 격하게 동의했다.

그래 애들아, 일단 도서관부터 나가자.

책은 사서 데스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아쉬운 듯 자꾸 뒤돌아봤지만 내가 1관 문을 꽉 닫았다.


“그럼 다음 수업 때 봐~.”

“안녕~.”


아이들은 한창을 현관 앞에서 작별을 나누다가 드디어 떠났다.

사용인도 내게 슬쩍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2층에서는 레인이 구경하고 있었다. 아차. 쟤를 까먹고 있었네.


“세미나실 마감 하는 법은 알고 계시죵? 마감 하고 가주세용. 전 퇴근합니당.”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2층으로 이동마법을 썼다. 레인은 여전히 빈 로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2층 난간에 기댔다.


“이제 곧 잘하는군.”

“네가 있어도 없어도 잘했어.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연무장 때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형님과 후속치료를 진행하며 오랜만에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


옷으로 거의 가린 레인의 왼팔은 화상자국이 남아있었다. 덜 불태워진 마수의 마석가루가 마나회로에 박혀 반짝였다. 아직 치료가 덜 끝난 거 같은데.

레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역시 넌 마나의 흐름이 보이나보군. 내가 마수처럼 변했을 때 보던 세계가 그대로 보이는 거지.”

“마수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는 몰라 대답은 못 해준다만, 마나의 흐름은 처음부터 보였다고 말했어.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침착한 척 말했다. 말끝이 쪼금 흔들렸다. 괜스레 초조해졌다.


“마석 가루도 이제 미량이라 네가 마법을 쓸 때마다 약화 될 테니 괜찮긴 하겠지.”

“난 마수의 마석으로 인한 마수화에 대해 더 연구할 거야. 그 전에 마나가 눈에 보이는 이유를 알게 되겠지.”


레인은 내가 동요하는 꼴을 찾듯 집요하게 노려봤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모양새에 속이 울렁거렸다.

애써 태연하게 있자 레인은 공동 연구실 맞은 편 작은 세미나실을 지목했다.


“다만 대다수의 자료는 금서로 남아있어. 도서관의 한쪽을 빌려 연구실로 쓰려고.”

“그래도 돼?”

“덕분에 기부를 좀 과다하게 하긴 했지. 그래도 다른 곳보다 참고문헌과 일반 장서량이 도서관 쪽이 몇 배는 많고, 실험이 필요할 때는 연무장이 있으니까.”


근무자일 때는 힘들지만, 연구자일 때 도서관은 좋은 곳이니까.


“그렇구나. 그걸 왜 그걸 내게 말해?”

“그 시야로 네가 얼마나 강한지 봤으니까. 그걸 뛰어넘고 싶다.”


모른 체 눈알만 굴리자 레인이 화난 듯 외쳤다.


“내가 패배만 했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오히려 네놈 힘을 코앞에서 실감하니 더 화나! 아슬아슬하게 졌을 때도 다 쇼라는 소리잖아!”

“야, 어릴 땐데 너무 압도적으로 지면 기죽잖아.”

“그런 배려 따위 필요 없단 말이야! 있는 힘껏 싸워야지!”


저 호전적인 성격은 집 누굴 닮은 거야. 아주 삼 남매가 다 싸움꾼이야.

적당히 넘길 화제가··· 아!


“야, 너 마법중급반 맡아주지 않을래?”

“도서관에서는 마법초급반만 개설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마법중급반도 여는데 선생님이 없대. 너 백수잖아!”

“백수 아냐!”

“단델리온 선생님은 실력이 어중간한 사람들은 필요 없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죄송합니다, 단델리온 선생님.

하지만 생각하다보니 이 녀석이 마법중급반에 적합하긴 했다. 무엇보다 백수고.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두어 번이잖아. 매일 연구하는 것보다 대화 할 사람이 있는 게 낫지! 단델리온 선생님이랑 대화해봐. 내가 말은 해놓을게.”

“애들이랑 대화···. 하아. 어차피 3분기에는 프로그램 진행을 못 할 텐데. 일단 생각은 해보지.”

“그럼 세미나실 마감은 알지? 조심해서 들어가렴.”

“야!”


이동 마법으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사람들에게 호의를 떠올렸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 하루 나쁘지 않았지. 레인은 변했나? 똑같이 대하던데.

어제도 잘 못자서 조금 피로했다. 잠깐 누웠다가 씻고, 자야···지.


“···몇 시지?”


깜박 잠든 집안은 어두웠다. 달빛 덕분에 주변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런데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새벽이라도 들렸을 길거리 동물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천천히 밖을 바라봤다. 달 대신 창밖의 샛노란 안광이 밝히고 있었다.

그 마수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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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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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마수(1) 21.05.27 39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1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7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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