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676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20 19:02
조회
69
추천
6
글자
13쪽

강도!(3)

DUMMY

얼음이 살갗을 에는 듯, 고통에 몸을 움츠렸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는지 펜던트가 자동으로 발동했다. 작은 덩치는 나이프를 고쳐 잡고 내리찍었다.


“너라도 죽어!”


그 순간 바닥이 빛났다. 익숙한 빛 무리가 사라질 때는 작은 덩치도 사라졌다.


“두 사람 괜찮으세용?!”


로비 쪽을 보자 크리스틴이 로비 데스크 위에 있던 조각상 마석을 붙잡고 있었다. 강제 이동마법이었다. 근데 덩치가 밖으로 나갔는데 괜찮나.

글래드가 어쩔 줄 몰라 발을 굴렀다.


“한끗 차이로 옷만 갈랐어. 걱정 안 해도 돼.”

“여기 핏자국이···.”

“아, 아주 얇게 스쳤나봐! 아프지도 않아.”


다시 울먹이는 글래드를 데리고 로비로 나갔다. 레시아와 하늘에서 떨어진 아저씨가 남은 덩치들을 제압했다. 아이리스가 밧줄을 가져오자 꽁꽁 묶었다. 계단에서 헐레벌떡 리콜 팀장이 내려왔다.


“리콜 팀장님은 왕궁에 보고하세용. 제가 쫒으러 갑니다.”


크리스틴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덩치가 무섭지도 않은지 쫒아가겠다는 크리스틴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도서관에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으니 산 채로 잡아오게.”


아저씨는 오히려 추가 주문을 했다. 크리스틴은 끄덕이며 뛰쳐나가려했다. 크리스틴이 손대기 전 현관문이 열렸다.


“뭔가 큰일이 있었나보군요.”


빙긋 웃는 신관이 들어왔다. 신관이 손짓하자 밖에 있던 무장한 자들이 들이닥쳤다. 제압된 강도들을 빼앗다시피 체포했다. 아저씨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갑자기 무슨 짓입니까!”

“관장님께서 괘념치 마십쇼. 노략질하려다가 실패한 자들을 현장에서 바로 잡았으니 지금 재판장으로 데리고 가려합니다.”


아저씨가 아니라 관장이었구나. 큰일 날 뻔했네. 신관은 리콜 팀장을 향해 거만하게 말했다.


“리콜 팀장님과 연락하고 난 후, 저 선생이 도서관에 도착하지 않았는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심려되어 왔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걱정이 현실이 되었군요.”

“그럼 이미 다 제압했으니 저희가 압송하겠습니다. 그러니 신전경비대를 물러주시죠. 여긴 왕립도서관입니다.”

“신전경비대가 아닙니다. 수호기사단입니다.”


신관의 비아냥대는 말투가 완연했다. 신전의 수호기사단은 재판업무를 이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왕궁에서 하사한 기사단이었다. 즉, 저들을 재판장에 바로 끌고 가겠다는 말이었다.


“잠깐만요! 아직 계획을 기획하던 ‘형님’이나, ···도움을 준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끼어들자 관장과 신관의 시선이 쏠렸다. 도서관 내부정보를 누가 제공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나를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두렵겠죠. 아직 범인이 다 잡히지 않았으니.”


내게 공감하는 척 내게 다가왔다. 신전에서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이 느껴졌다.

두려움에 글래드가 내 쪽으로 몸을 붙였다.


“기도해드리겠습니다. 마나신의 가호가 깃들면 상처에도 효과가 있지요.”


상냥한 척 웃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마법도 아니고 어떻게 상처에 효과가 있냐.


“그런 효과 없는 거 뻔히 아는데 쇼하지 마!”


내가 소리 내서 말했나싶어 순간 입을 막았다.

땀투성이인 큐 팀장이 수호기사단을 거칠게 가르며 나타났다. 큐 팀장은 신관을 노려보다 글래드를 발견했다.


“글래드, 괜찮니?”

“네, 선생님.”


얼마나 다쳤나 글래드를 살펴보던 큐 팀장이 글래드의 붉은 양 손목을 발견했다. 부들부들 떨던 큐 팀장은 서늘하게 말했다.


“갑자기 도서관에 이동마법이 안 되서 뛰어왔더니. 이게 무슨 일이지.”

“강도가 들었어요! 칼도 들고.”


글래드는 자신한테 그런 줄 알고 열심히 변명했다. 정작 대답해야할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도경비대는 어디가고 수호기사단이 와있어? 지들 영역범위가 아니라는 것도 모른대?”


큐 팀장이 리콜 팀장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저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겠지. 신관도 알고 있는 지 불쾌해했다.


“도와주러 온 사람들에게 너무 하군요. 예의도 없고.”

“도와주러왔다고 하면 무조건 저자세로 나가야하나? 그게 우리한테 진짜 도움일지, 엿일지 어떻게 알고. 그리고 사기 치려면 제대로 치던가. 마법사 앞에서 마나신의 가호 운운하긴.”


큐 팀장도 신관도 마주보며 으르렁거렸다. 신전에서는 약초와 약을 병행해서 치료해준다. 마나신의 가호라는 것도, 말 뿐이라는 걸 마법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많은 마법 중 치유마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예전에는 강성했던 왕국의 주 마법이었으나 멸망했다. 이후 세운 왕국에서 그 왕국 관련 물품을 싹 다 불태웠다고 한다. 덕분에 남아있는 치유마법 비전서도, 아티팩트도 몇 없다.

발동 후 차가워진 내 펜던트가 있는 부위를 괜히 눌렀다.


“그럼, 기도는 애석하게 못 하게 되었지만 쾌유를 빕니다.”


기 싸움을 하던 신관은 수호기사단을 이끌고 다시 돌아갔다.

강도들도 끌려가니 도서관은 순식간에 비었다. 큐 팀장은 내 몰골을 보더니 혀를 찼다.


“난 치유 마법이나 기도 할 줄은 모르지만, 기가 막히게 잘 드는 약을 가지고 있죠. 약 가져올 테니 여기 있어요.”

“저보다 레시아가 많이 다쳤습니다. 그쪽 먼저 봐주세요.


얼굴이 땡땡 부은 레시아 쪽을 가리켰다. 큐 팀장은 내 가슴팍에 난 옅은 선을 빤히 쳐다봤다.


“퍽도 그래 보이네요.”


큐팀장은 내게 약을 건네고, 글래드를 1관에 앉혔다. 난 받은 약을 레시아에게 던져주고 관장에게 말했다.


“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잘됐군. 나도 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리콜 팀장은 뒷수습을 하고 보고하러 오게.”


이동마법 도착지는 어디로 해야 하나 했는데 관장이 계단으로 걸어 올랐다. 나도 뒤따라갔다. ······3층이 이렇게 높았나. 숨을 몰아쉬자 관장이 웃었다.


“운동을 해야겠구먼.”

“···그런 소리는 많이 듣습니다.”


운동하기 싫어서 문제지. 양쪽 문 활짝 열려있는 관장실에 들어갔다. 관장실 내부를 둘러보니 딱히 귀한 게 보이지 않았다.

덩치들은 뭘 탐내서 그렇게 레시아를 팬 거지. 관장은 손수건을 꺼내 물을 묻혔다.


“다들 기지가 좋더군. 내 쪽으로 강도를 데려오다니. 여기 손수건.”

“감사합니다.”


중요한 뭔가가 관장실에 있는 게 아니라 잡으려고 유인한 거였구나. 하긴, 주먹이 좀 세더라.

물 묻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볍게 닦았다. 손수건에는 피와 먼지가 묻어나왔다. 음, 나중에 빨아서 드리자.

관장은 신경 쓰지 않고 어느새 술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 북부에서 왔다고 그랬지?”

“네. 고향은 서부 쪽입니다만 스승님이 북부에 계셔서 그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나도 스승님이 북부에 계시지. 혹시 ···아닐세.”


궁금하게 말을 했으면 끝까지 말해줘. 관장은 상념에 빠져 술을 푹푹 마셔댔다.

관장의 눈치를 보다 먼저 입을 뗐다.


“이번 일, 신전에서 벌인 거 같습니다.”


신전에 도착해서부터 신전에서 준비한 마차에 올라타기까지의 일을 모두 말했다.

관장은 모두 듣더니 술병을 책상 위로 내리찍었다. 술병이 터지지 않은 게 용할 지경이었다.


“아주 제대로 얕보였군.”


똑똑

리콜 팀장이 관장실에 들어왔다. 내 옆에 소파가 꺼져라 푹 주저앉았다.

리콜 팀장은 오늘 영상구 너머로 봤던 얼굴보다 더 질려있었다.


“관장님,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신전에서 이번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사라진 물건에 대한 값과 배상을 모두 받을 거라고 하더군요.”

“왕궁에서는?”

“사라진 물건을 찾는 수색대를 편성해준다고 합니다.”

“신관 놈들. 갈수록 더해지더니 아예 도서관을 없애고 싶어 하는군.”


내가 들어도 되는 내용인가. 조심스럽게 리콜 팀장에게 물었다.


“도서관이 없어지나요?”

“그렇지! 자네 혹시 중간에 깨어나서 본 풍경 같은 거 기억하나? 아주 조금이라도 좋네.”

“물건을 못 찾으면 망하나요?”

“당연하지! 신관 놈들이 그걸 한꺼번에 청구하면 도서관이 버틸 수가 없어.”


이제야 들어온 지 두 달쯤 되어 가는데 도서관이 망한다고? 안 돼! 지금 힘들더라도 어쩔 수 없다.


“제가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제 마나의 흔적을 되짚어서 가면 되니까요.”

“그게 되나?”


관장의 물음에 내가 끄덕였다. 리콜 팀장은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귀를 후볐다. 내가 벌떡 일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흔적이 약해지니까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그럼 영상구를 하나 챙겨가게. 나중에 수색대와 합류하지.”


새삼 주머니에 깨진 하급 수정구조각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층에서 내 마법도구도 챙겨가야겠네. 그대로 관장실을 나왔다.

얼굴에 약 바른 레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1층에서 내 마법반지와 영상구를 건넸다.


“피곤하면 내일 해.”

“너야 말로 얼굴이 말이 아니잖아. 신전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지.”


레시아는 잠시 생각하다 주변에 안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강도들은 신전에서 데리고 갔으니, 임시 유치장에 넣었다가 내일 동트자마자 재판을 시작할거야. 최대한 빨리 열고 처형할 거 같아. 그러니 집 가서 쉬어.”

“이것만 하고.”

“너, 강도 얼굴 봤잖아. 위험하다고.”

“이제 마법 쓸 수 있는데? 원래라면 도망도 잘 치거든. 걱정 마.”


레시아 손아귀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내가 흘린 마나의 흔적을 찾아 더듬더듬 살폈다.

기절하면 평소에 잘 간수한 마나가 새어 나온다. 외부에서 마나의 흔적 찾기란 모래에서 보석 찾기랑 비슷하지만.

미량이긴 해도 나같이 눈으로 마나를 구별 할 수 있으면 이게 가능하긴 하다.

마차가 다녔던 길을 한창 걸었더니 영상구에 빛이 들어왔다.


-로소 선생, 어디지?

“리콜 팀장님, 지금 외곽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제가 여기 지리를 잘 모르네요. 보고 와주세요.”


영상구를 번쩍 들어 빙그르 돌았다. 충분히 주변이 보였겠지? 리콜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눈에 익은 곳이 보이는 군. 거기에 있게. 제1왕자님께서 직속 기사단을 보내주셨으니 곧 도착할 걸세.


영상구가 끊기고 잠시 기다리자 말을 탄 기사들이 나타났다. 맨 앞에 선 기사가 말을 세웠다.


“당신이 아카시아 도서관의 로소인가?”

“네. 흔적이 사라질 거 같으니 서둘러 이쪽으로 가시죠.”

“말을 타는 게 더 빠를 테지. 어서 타게.”


기사가 말을 내 앞쪽으로 데려가자 말이 투레질하며 거칠게 거부했다. 기사가 당황하며 발로 재촉했지만 앞발까지 들어 위협했다.


“괜찮습니다. 저 어차피 말도 못 타요.”

“그, 그럼 출발하게.”


조금 빠르게 걷자 뒤에서 느릿하게 말 탄 기사단이 따라왔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한창 걸어 성 외곽에 도달했다.

흔적은 여기서 끊어졌다. 내 마나가 조금 고여 있었다.

정비된 도로도 끝나 마차바퀴자국도 남아있었다. 마차를 여기에 정차하고 물건을 나른 듯했다.


“마차는 여기에 정차했고, 외곽인데 다량의 마석의 마나가 저기랑 저기 집에서 흘러나옵니다.”


내 설명을 듣자 기사단이 가장 가까운 집 포위해 급습했다. 한창 소란피울 때 리콜 팀장이 나타났다.


“허, 정말 찾았네.”

“좀 더 지났으면 못 찾았을 겁니다.”


사람들이 끌려 나오고, 곧이어 아티팩트와 책들도 나왔다. 물건들을 후방에서 따라오던 마차에 조심스레 쌓았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도서관은 내일 임시 휴관하기로 결정했네. 자네는 정오쯤에 도서관에 출근하면 되네. 그전에 재판 때문에 먼저 소환될 수 있으니 준비는 해놓게.”

“잠시, 이쪽으로 오셔서 품목과 대조해주시겠습니까?”


리콜 팀장이 내 등을 툭 쳤다.


“이제 내가 처리 할 테니 집에 들어가게. 오늘-어제 고생했네.”


불렀던 기사에게로 리콜 팀장이 걸어갔다. 그제 날짜가 바뀌었구나.

집으로 이동마법을 써 돌아왔다. 씻어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침대에 누웠다. 조금만, 있다가 씻어야지.

잠깐 눈감았다 떴는데 출근시간이 코앞이었다. 서둘러 씻고 도서관에 갔다.

강도단은 밤새 재판을 받고 모두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거대 마수(1) 21.05.27 38 5 13쪽
23 드래곤 21.05.26 51 5 13쪽
22 정찰대(2) 21.05.25 43 6 13쪽
21 정찰대(1) 21.05.24 51 6 12쪽
20 스승님 21.05.23 56 7 13쪽
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17 감사(1) 21.05.21 70 6 12쪽
» 강도!(3) 21.05.20 70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7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2 5 11쪽
7 연체 도서(1) 21.05.15 102 4 11쪽
6 영상저장구 21.05.14 125 5 12쪽
5 결투 +1 21.05.14 149 6 12쪽
4 골렘(3) 21.05.13 204 7 12쪽
3 골렘(2) +1 21.05.13 254 8 12쪽
2 골렘(1) 21.05.12 357 11 11쪽
1 시작 21.05.12 547 2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