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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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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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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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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감사(1)

DUMMY

신관의 방은 마나신의 조각상과 경전으로 가득했다.

해가 이제야 지평선에서 벗어났다. 밤새 잠들지 못했지만, 신관은 기분이 고양되어있었다. 아직은 옅은 햇볕을 쬐며 눈을 살짝 감았다.

아직 빛이 닿지 않은 신관의 방문 앞에 소리 없이 다른 신관이 나타났다. 눈을 감은 채 신관이 손짓하자 금방 받은 소식을 전했다.


“도서관의 녀석이 강도단 두목을 찾아 처리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주도록 해. 그 녀석 취향은 좀 까다롭지만 역시 쓸만해."

"그게- 지난번과 달리 보상은 지극하게 평범합니다."


신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녀석이 아닌데, 수상하긴 하군. 그럼 나중에 딴소리 하지 못하게 그 보상에 더 얹어서 줘라. 본인도 꼬리 잡힐까봐 걱정이 되긴 하나보군.”


입 꼬리를 비틀며 웃었다. 신관은 강도단만 잘 처신했다면 뭐든 게 잘 풀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강도 새끼들은 쓸모도 없고, 일 처리도 엉망이야. 그 가소로운 새끼. 신전의 물건은 얌전히 두라고 했는데도 감히 빼돌리려고 해? 시체는 확인했나?”

“네. 근데··· 그 녀석이 시체 훼손을 좀 심하게 해서.”

“혹시 다른 시체를 위장했을지도 모르니 신원 파악 다시 해라. 맞으면 변사체로 위장하여 잘 처리해.”


일반 변사체라고 꾸미기에는 지나치게 시체가 훼손되었지만, 보고하는 자는 긍정만 대답해야했다. 신관은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다음 안건을 보고해야 했지만 우물쭈물했다. 이 안건은 신관이 싫어하는 주제였다.


“밤사이 단독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새벽 동트자마자 사형을 집행하여 다른 신관들이 항의하고 있습니다.”

“왕궁에 빌붙어 먹을 생각만 하는 버러지들 같으니라고. 그러면서 신관 신분으로 내가 노력해 얻은 단물을 빨아먹다가 이럴 때만 꼭 걸고넘어지지.”


특히 그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 때문에 왕궁에게 신전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도서관 따위가 세워졌다. 그것만으로도 거슬리는데 이번에 왕궁과 협력으로 자신이 지휘하려 했던 도서관 감사를 맡는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던 신관은 말했다.


“그 녀석에서 도서관 현황을 계속 보고하라고 전해라. 수상한 짓을 하면 처리하고.”

“하는 짓은 늘 수상합니다. 질문에 딱 대답을 해주지도 않고 빙빙 돌리기나 하죠. 그 녀석이 한 번에 대답한 적이 드뭅니다.”


“이제 그 녀석도 우리랑 한 배에 탄 걸 몸소 느꼈으니 알아서 사리겠지. 이렇게 된 이상 도서관의 자금을 파악해서 최대한도까지 배상을 청구해야지. 이러고도 도서관이 망하지 않나 보지. 하하하하하!”


신관은 도서관에 청구할 금액 생각에 친왕궁세력으로 인한 불쾌감을 모두 날렸다.


*


임시 휴관하는 동안 되찾은 신전 물품을 정리했다. 보관 상자에 곱게 넣고, 도서는 금서관, 아티팩트는 사무실로 옮겼다.

혹여나 아티팩트의 문제가 생겼을까 마탑에 연락해 관련 전문가를 파견받았다. 전문가가 문제없다고 검증을 했다. 관장실에 있던 모두가 안심했다.

덩치들이 알차게 뽑아놓은 2관 마법서들을 배가했다. 또, 가용인원이 모두 달려들어 남은 오후 시간 내내 사라진 도서가 있나 목록 대조를 했다.


수도경비대가 내게 찾아와 따로 진술을 받아갔다. 다른 건 그대로 말했지만, 1관에서 내가 녹인 덩치는 도망쳤다고 증언했다. 녹이다 만 칼도 발견했지만, 아예 모른 체 했다.

다음날, 다들 피로가 덜 풀린 얼굴로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도서관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문이 꽤 퍼졌나 봐요. 이용자들이 자꾸 물어보시네요.”

“닭이 울기도 전에 처형대가 쉼 없이 일했으니까용.”


질문에 시달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1관, 2관 이용자를 모두 만나는 크리스틴은 더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때 2층 공동연구실 앞을 서성이는 리콜 팀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부터 감사 시작하네요.”

“갑작스러워서 걱정이 돼용. 내년 예산이라도 깎이면 어떡해용!”


그건 진짜 큰일이다. 2관의 마나 포션도 다시 사야 하는데 아직 결재가 안 났다. 예산에 문제를 걸고넘어진다면 구매할 마나 포션부터 줄일 게 분명했다.

흰 로브를 입은 사람이 3층 사무실에서 서류 박스를 들고 나왔다. 2층 연구실에 들어가려다가 얼쩡거리는 리콜 팀장 앞에서 멈췄다.


“신전 사람이 팀장님에게 뭔가 말하네요.”

“쫓겨나는 거네용. 감사하는데 앞에서 알짱거리면 당연한 수순이죵.”


크리스틴과 이야기를 하다 힘없이 3층으로 올라가던 리콜 팀장이랑 눈 마주쳤다. 리콜 팀장이 눈을 부릅떴다. 3층 난간에 기대서 도서관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일 안 해?!”

“2관으로 잘못 반납된 도서 가지고 1관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멀어서 내 말은 안 들리겠지만 손에 든 책을 흔들었다. 못마땅해 하는 리콜 팀장을 뒤로하고, 얼른 1관에 책을 가져다주고 2관으로 돌아왔다.

아까 본 흰 로브보다 직급이 높아 보이는 신관 한 명이 레인과 대화중이었다. 데스크 안으로 이동마법을 썼다. 신관의 얼굴이 보였다. 어, 누구랑 닮았는데.


“브라이트-.”


선생님이라 부르기 전에 신관과 레인이 동시에 돌아봤다. 둘이 닮았다. 내가 말을 하지 않자 무슨 일이냐고 레인이 눈을 치켜떴다.

재빨리 레인 쪽에 있는 도서를 가리켰다. 오전 이용자가 잔뜩 반납한 책 사이에 타관 도서가 섞여 있었다. 방금 1관 말고도 금서관 도서도 있었다.


“그, 금서관 책도 지금 다녀올까요? 아니면 나중에 갈까요?”


신관이긴 해도 레인의 가족으로 추정된 손님이다. 잠깐 나갔다가 올 거 같아 자리를 비우면 안 될 거 같았다. 손님이 내게 빙긋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로소라고 합니다. 레인 브라이트 선생님 집안에 신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후작가의 첫 번째 자식이 신관을 하고 있으니 다들 쉬쉬합니다.”


브라이트 첫째는 레인과 달리 웃음이 많았다. 나와 말도 잘 통하는 거 같고. 레인은 손가락으로 금서관 도서를 톡톡 쳤다.

브라이트 첫째는 불만 많아 보이는 레인을 무시했다. 레인도 익숙하다는 듯 굴었다.


“레인과 샤니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저야말로 도움받고 있습니다. 브라이트-가 아니라 레인 선생님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시면 데리고 가셔도 됩니다.”

“근무 중에 그럴 수야 없죠. 그리고 제 업무로 왔습니다.”


업무? 도서관에서 대출할 거라도 있나. 설마. 빙긋 웃은 브라이트 첫째가 불길하게 보였다.


“이번 도서관 감사에 참여한 클라우드 브라이트라고 합니다.”


클라우드 브라이트가 악수를 청했다. 내민 손을 얼결에 잡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레인과 비슷한 눈이 매서웠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당신의 감사 담당이기도 하죠, 로소 선생님.”

“제가 감사 대상이라고요? 처음 듣는데요?”

“지금 들었으니 됐잖습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드 브라이트는 모두 마감한 후에 간단한 면담을 할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하냐. 한숨을 쉬니 레인이 어두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늘따라 유독 말이 없는 레인과 마감을 했다. 평소라면 바로 퇴근했을 레인은 가만히 데스크에 앉아있었다.


“너 퇴근 안 해?”

“네 걱정 따위 필요 없어.”


이 자식이 대답해도 꼭. 클라우드와 같이 퇴근하려고 기다리나.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적당히 인사하고 로비로 나왔다. 까칠한 녀석이 가족은 잘 챙긴단 말이지.

맞다, 잘못 반납된 도서 금서관에 다시 반납해야 하는데. 레인이 남아있으니 대신 반납해주겠지. 태평하게 로비로 나오자 레시아와 크리스틴이 있었다.


“로소선생님, 면담 들어가시나용? 엄청 긴장되겠네용.”

“네. 간단한 면담이라고 해서 걱정이 들지만 별 생각은 없습니다.”

“어머. 잘 모르시나용? 클라우드 브라이트 신관은 심문관으로 유명하잖아용.”

“···어, 사람은 좋아 보이던데.”

“그렇게 보이는 사람은 많잖아.”


레시아와 크리스틴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일단 삐걱거리며 면담 장소로 지정된 곳으로 들어갔다. 괜한 소리를 들어서 더 떨리네. 클라우드는 이미 와 있었다.


“앉으세요. 긴장 많이 하셨네요.”


떨떠름한 표정이 드러났는지 클라우드가 씁쓸하게 웃었다.


“제 다른 직업이 뭔지 들었나 보군요. 확실히 신관보다는 심문관으로 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신관으로서 단순 감사만 나왔을 뿐이니까요. 그럼 바로 질문 시작할까요?”

“네.”


비장한 각오에도 클라우드가 한 질문은 말했던 대로 정말 간단했다. 내 나이, 이름, 출신지, 도서관에 입사한 계기, 추천인과의 사이, 제1왕자에게 기부금을 받게 된 배경 등.

중간에 클라우드는 장난스럽게 우리 샤니는 어떠냐고 물어왔다. 서서히 긴장이 풀어지자 간식도 입에 들어갔다.


“이 쿠키를 직접 구웠습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나눠준답니다. 이번에는 샤니가 로소 선생님이 단 거는 잘 안 먹는다고 해서 특별히 덜 달게 만들었습니다. 어떤가요?”

“맛있습니다.”

“그럼 준비된 질문은 끝났고.”


클라우드가 내 대답을 가지런히 적은 서류에 사인했다. 멀뚱하게 앉아있자 클라우드가 웃었다. 레인과 형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다.


“이 면담이 끝나더라도 아무에게도 이곳에 있던 일을 발설하면 안 됩니다. 또, 감사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 면담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일단 대답을 잘해주셔서 오래 소요되지 않았습니다만, 너무 빨리 끝났습니다. 대충했다고 의심사지 않게 저도 적당히 농땡이를 피우고 싶어서요.”


거짓말이 훤히 보였다. 클라우드는 뻔뻔하게 덧붙였다.


“맛있는 빵과 간식을 제공해드릴게요.”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되죠?”

“제 농땡이에 강제 참가하는 거죠.”


내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클라우드가 문을 가리켰다.


“이제 나가셔도 좋습니다.”


방을 나가자 크리스틴과 레시아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별일 없다고 했어도 상처가 있나 없나 살펴댔다.

2관 문 앞에서 나를 멍하게 쳐다보는 레인이 있었다. 뭔가 레인 상태가 이상했는데, 정확하게 집어낼 수 없었다. 말을 걸어도 무시당해서 그냥 집에 돌아갔다.


*


“그럼 이 일주일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감사도 오늘까지니 합법적인 농땡이였는데 아쉽네요.”

“브라이트 신관님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마감 후 같은 질문을 받고, 같은 답을 반복했다. 그리고 끝나면 어김없이 간식과 수다 타임이었다.

클라우드는 그동안 레인과 동갑이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거절했다. 이쯤 되면 수상하다.


“그러고 보니 레인과 결투에서 이겼다고 신전까지 소문이 파다하더라고요.”

“그렇습니까?”

“저랑도 가볍게 결투하시겠습니까?”

“전 될 수 있으면 누구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평화롭게 사는 게 꿈이죠.”

“그럼 어쩔 수 없죠.”


클라우드가 손을 흔들었다. 그 손목에 마법 도구를 차고 있었다. 모이는 클라우드의 마나가 느껴졌다.

브라이트 집안사람들은 왜 이렇게 쌈박질을 좋아하냐. 공격적인 마나를 애써 무시하고 서둘러 인사했다. 문을 열자 레인이 코앞에 있었다.


"뭐야! 왜 여기 서 있어?"

"형님. 그 결투 제가 대신해도 되나요?"

"아니."

"형님, 그 결투 제가 대신해도 되나요?"


레인은 감정 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평온한 어투와 다르게 눈의 흰자는 실핏줄이 터져 붉었다. 무엇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이길게요."


레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클라우드와 내 대답과 상관없이 홀린 듯 레인은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내가 클라우드를 보자 그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듯했다.


“따라가죠.”


기괴한 레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저녁 7시쯤 한편더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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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온실 21.05.22 70 7 12쪽
18 감사(2) 21.05.21 74 5 12쪽
» 감사(1) 21.05.21 70 6 12쪽
16 강도!(3) 21.05.20 69 6 13쪽
15 강도!(2) 21.05.20 66 5 12쪽
14 강도!(1) 21.05.19 73 6 12쪽
13 보관계약(2) 21.05.19 66 5 12쪽
12 보관계약(1) 21.05.18 74 5 12쪽
11 도둑? +1 21.05.18 73 5 12쪽
10 연체 도서(4) 21.05.17 77 6 12쪽
9 연체 도서(3) 21.05.17 70 6 13쪽
8 연체 도서(2) +1 21.05.15 9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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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21.05.12 547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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