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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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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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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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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대 마수(2), 쥐구멍(1)

DUMMY

마수가 어떻게 숲에서 내려왔지? 민가는 괜찮나?

퇴근 후 누워있어 그대로 손에 마법도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내가 주먹을 꽉 쥐자 안개가 스멀스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안개가 더 퍼지면 더 있으면 연락도 안 될 터다.

일단 안개를 날리려고 흩어지는 마나를 끌어 모았다.


“어?”


갑자기 마수가 창가에서 멀어졌다. 안개도 조금 멀어졌다. 그 사이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연락구는 먹통이었다.

안개는 그대로였다. 마수는 얌전히 도로에 앉아있었다. 개···같지?

아무도 없는 거리에 집보다 더 큰 개가 앉아있는 모습은 낯설었다.


=···으로, 일···자···해제······.


그때의 숲처럼 짙은 안개가 아니라 안개 틈으로 마수의 마나가 닿았다.

인간 말을 하는 거 같은데 안개가 방해해 못 알아듣겠다.

그래도 마수가 어떻게든 나와 의사소통을 노력을 하니 안개만 없으면 말이 통하겠다.


“해제? 안개를 해제해줄 수 있어?”


마수가 주변 집 쪽을 쳐다봤다. 비현실적인 장면이라 순간 잊었지만 여기는 성벽 안쪽이었다.

주변 이목도, 들키는 순간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거다.

그럼 아예 성벽 넘는 게 낫다. 근데 나 지금 안개 때문에 마법을 못 쓰는데.


“일단 먼저 밖으로 나가있으면 내가··· 걸어서 따라갈게. 숨을 곳이, 그 숲은··· 수도경비대가 있을 테니 어쩌지.”


마수가 다른 민가를 아슬아슬 피하면서 등을 돌렸다.

뭐하는 짓인지 내가 가만히 있자 내 쪽을 슬쩍 쳐다봤다.

뒷걸음질해서 마수는 내 집 창가로 등을 붙였다.

이거, 등에 타라는 건가. 입가를 눌렀다.


“타, 타라고?”


마수가 끄덕이자 창문에서 고민할 필요 없이 뛰어내렸다.

떨어진 등의 털이 워낙 매끈해 떨어질 뻔했지만.

겨우 등에 제대로 타자 마수가 일어섰다. 그리고 수도의 도로 위를 가볍게 뛰었다.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온힘을 다해 마수 털에 매달렸다.


“조, 조금만 천천히!”


마수에게 속삭였지만 들은 체도 안했다.

마수는 성벽도 가볍게 뛰어넘고, 넓은 밀밭 너머의 산을 향해 달렸다. 지난 번 숲과 정 반대편이었다.

털 때문에 정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옆의 시야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저번 정찰 때 갔던 숲보다 훨씬 멀리 있는 숲이었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우아, 우아!”


조용히 해야 하는 점을 잊고 소리를 질렀다.

숲 근처로 오자 마수는 멈췄다. 마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팔이 후들거리며 힘이 풀려 땅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동물 등에 탄 건 처음이야!”


정확히는 마수지만. 마법으로 날아서 고속으로 움직이는 만큼 기분이 좋았다.


=승마는 안 배웠니?


주변의 안개는 싹 걷혔다. 마수가 마나로 소리 비슷하게 울려서 만들었다.

또렷하게 마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동물들이 날 꺼려해서. 이렇게 동물 같은 거랑 교감한 건 처음이야! 이 주변에는 사람 없어?”

=그래.


흥분도 잠깐이었다.

안개가 사라진 틈을 타 연락구를 꺼내 스승에게 곧장 연락했다.

마수는 내가 대놓고 연락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굿독 굿독


“···그래서 저희 지금 서쪽 방면 밀밭 근처 숲에 있어요.”

-아가, 그 애는 네가 치료해줘야 하는 ‘사람’이란다. 네가 그 애를 치료 해주면 다른 봉사 장소를 알려줄 거야. 그럼 봉사활동 열심히 하렴.


그렇게 끊겼다. 사람이라고? 마수는 헉헉거리며 혀를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사람 맞아?

보통의 변신마법은 본인 몸집과 판이한 모습으로 바꿀 수 없었다. 스승이 변신을 도와줬다면 가능하긴 했다.

그렇게까지 변신해서 저질러야 했던 일이 있었을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도망자야? 뭔가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서···.”

=아니, 태생적으로 이런 변신이 가능한 집안이야. 다만, 문제가 생겨서 오니아님께 도움을 받고 있을 뿐이지.


파이 오니아는 스승의 이름이다. 쭈뼛거리며 마수의 상태를 살폈다. 마수의 등은 멀쩡했다. 다만 앞다리와 뒷다리가 상처가 많았다.


=사냥꾼들이 여기저기 덫을 놨어. 사람도 피하고, 덫도 피해야 했으니까.

“마수면 가죽이 튼튼하잖아.”

=그냥 늑대야.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단다. 또 마수용 덫도 있어서 크게 다쳤을 뿐.


그러면서 내 게 내민 오른 뒷다리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파여 있었다.

며칠 된 상처 같다. 아직 이렇게 더운데 구더기 안 생긴 게 기적이었다.

바로 펜던트를 꺼내 치유 마법을 시작했다.

크고 깊은 상처라 펜던트를 잡고 있는 손이 얼어붙을 거 같았다.


“잠깐 쉴게.”


펜던트의 과하게 사용했는지 눈에 냉기가 보였다. 거대늑대는 치유가 덜 된 뒷발로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신기하네. 조금 배고파지긴 했지만 이정도 부작용은 뭐. 모르는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해도 믿겠어.

“마법이야. 마나로 도와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네 육체가 힘내는 거니까 배고플 수밖에. ···쉬는 동안 조금만 쓰다듬어도 될까?”


거대늑대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줬다. 신나게 입가 주변의 털을 쓰다듬었다.

거대늑대는 오묘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아가는 오니아님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 착하구나.


내가 착하긴 개뿔. 벌 받고 있는 거지.

스승님도 그렇지 나 얼마나 욕했으면 저렇게 말하나. 흥, 콧잔등도 촉촉하군.


“아가라고 불리는 건 스승님으로 충분해. 그런데 스승님이 왜 너의 대해 안 알려줬을까. 그럼 보고서도 이것저것 줄여서 썼을 텐데.”

=내가 궁금하다고 했어. 그동안 오니아님에게도 네 이야기 자주 듣고, 잠깐이지만 숲에서 봤으니까. 유명인을 코앞에서 보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거대 늑대가 가볍게 윙크를 했다. 쓰다듬던 늑대의 콧잔등을 두드렸다.


“다시 치유 시작할게. 상처 보여줘.”


한동안 치유마법에 집중하니 나머지 상처도 금세 끝났다.

냉기가 줄줄 흐르는 펜던트를 집게손가락으로 잡았다.

거대늑대는 상처가 있던 자리를 살폈다.


=다음 장소를 알려줄게.


정확한 주소가 아니었다. 성 외곽의 첫 번째 골목의 오른쪽 꺾고···. 어후, 위치 한번 길다.

대충 외우고 가볍게 인사했다. 이동마법이 작동하기 전 거대늑대가 씨익 웃었다.


=금방 다시 볼 거야.


이동마법을 두 번 써 성벽 위에 섰다. 내게 다시 치료 받겠다는 소리인가. 건강하게 살아라.

첫 번째 골목···. 들었던 대로 안쪽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슬쩍 창문으로 내부를 살폈다.

좁은 방안에는 아이 혼자 베개, 담요 하나 없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 집인가.”


창문을 미니 가볍게 열렸다. 몸을 우겨넣어 들어갔다.

약간의 소란이 일어도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겉보기엔 멍과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으으···.”


아이가 배를 감싸고 끙끙거려 살폈다. 내상이었다.

다른 상처를 보면 아이는 주먹으로 마구잡이로 맞았다.

애가 내상을 입을 정도로 누가 팼단 말인가.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미열이 오른 아이의 이마에 펜던트를 댔다. 서늘한 냉기가 흘렀다.

머리카락의 사이의 외상은 보이지 않으니 싹 고치고, 얼굴은 내버려둬야 한다.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게. 내상도 팬던트의 힘으로 치유했다.

상당했던 고통이 덜어지자 아이는 한결 편해보였다. 내일은 좀 배고플 거다.


“이제 끝이야, 꼬마야. 푹 자.”


과다 사용한 펜던트의 냉기가 다시 세게 흘러나왔다.

여름이니 금방 다시 온도가 올라가겠지만, 감기 걸리지 않게 아이에게 저 멀리 있는 담요를 끌어다 덮어줬다.

토닥토닥. 좋은 꿈꾸렴. 이제 집에 가야지.


“···누, 구세요?”


무심결에 뒤돌아봤다. 아이는 졸린 눈을 비볐다. 다시 아이를 등지고 섰다.

갑자기 나오느라 난 가면은커녕 복장도 도서관 근무하던 그 차림이었다.


“돈 줄 테니까, 살려주세요.”


담요를 끌어안으며 아이는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두려워하면서도 말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나는 있는 힘껏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나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안위를 질투하는 자들이 나타나겠지요. 마나 신께서 언제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나 신···?”


여전히 아이에게 등을 보여주면서 살짝 몸을 굽혔다.


“당신에게 마나가 깃들기를.”


마나교의 위상이 잘 먹히는 왕국이니, 예전에도 들킬 거 같으면 신관 행세를 하며 인사말을 써먹었다.

아이가 붙잡을 새라 서둘러 이동마법을 썼다.

도서관에서 자주 입는 로브였는데 아쉽지만 버려야했다. 내 얼굴은 정신도 흐릿했으니 기억 못 하겠지. 아마도.


*


“으아악! 모두 문 닫아요!!”


오늘 도서관의 개관은 아이리스의 비명으로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제 막 입장한 이용자도 다른 선생들도 몰랐다.


“로소 선생님!!! 빨리!”


눈앞에 내 종아리만한 ‘그거’가 들어오기 직전 2관의 문을 닫았다. 잘못 본거겠지?

영상구가 요란하게 울렸다.


-지금 긴급 회의하니 모두 영상구를 틀어놓으세요.


서가 복도로 나가 문을 닫았다. 영상구가 여러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영상구 동시 연결이었다. 리콜 팀장이 심각하게 말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최대한 늦춰보려 했습니다. 올해는 습도조절과 방충에 성공하여···.

-팀장님, 이용자들 기다리고 있는데용.

-쥐가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크기를 보면 외부에서 들어온 걸로 추정됩니다. 바쁜 와중에 미안하지만 쥐구멍을 다들 틈틈이 찾아주세요.


그 크기면 쥐구멍보다 그냥 혼자 문 열고 들어온 수준이던데.

생각해보니 쥐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겠다. 2관에는 안 들어오겠네.


-아직 자료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니 반드시 사수하십시오!


리콜 팀장은 결연해보이기까지 했다.

나중에 건너 듣기로는 작년에 벌레 먹은 책이 한 무더기 나왔단다.

심지어 그 책들이 신전과 계약을 맺고 대여 받은 도서라 꼼짝없이 도서 가격부터 손해배상을 한차례 준적 있다고 했다.

전적이 있으니 리콜 팀장은 강도사건 때 배상금액 견적이 대충 나와서 기절초풍할 뻔했던 거구나.


그래도 오늘은 나랑은 먼 이야기였다. 2관에는 안 들어올 테니까!

적당히 문 오래 열려있으면 문 닫아달라 부탁했다. 나머지는 평범하게 일했다.

퇴근시간에도 집에 갈 생각에 신났는데 아이리스가 다급하게 왔다.


“쥐가 안보여요.”

“나간 게 아닐까요?”

“확인 꼭 해야 해요. 그래서 모두 남아서 찾기로 했습니다.”


내 퇴근은 좀 더 멀어졌다. 2관 문을 단속하고 로비에 모였다.

하루 새 아이리스는 핼쑥해졌다.


“아침에 쥐가 연무장에서 올라오는 걸 봤어요. 제가 소리 지르니까 2관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서 화장실에 들어갔는 데, 분명 들어간 걸 봤는데. 크리스틴 선생님이 화장실을 싹 뒤져도 쥐는 없었습니다.”

“그 마나로 바닥 훅 훑는 걸로 못 찾나요?”

“쥐의 마나가 너무 미량이라 아티팩트나 마법서가 많은 도서관에서는 힘들어용”


결국 한 군데씩 돌아다녔다. 다행인 점은 쥐가 커서 잘 보였다.

또, 내 체질 덕에 구석에서 두려움에 떨던 쥐는 곧바로 튀어나왔다.


“잡았다! 잡았어!”

“아이리스 선생님 저렇게 기뻐 보이는 건 처음 보네용.”


곧이어 쥐구멍도 찾았다. 온실로 가는 복도 구석에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

온실의 물품으로 가려져있었다. 우리는 물품을 옮기는 사이 쥐가 들어온 걸로 추정했다.


“생각보다 큰데, 내일 업자 불러서 막아야겠군. 일단 오늘은 물건으로 막아두지. 이제껏 괜찮았으니 무슨 일 있겠어?”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리스 선생님께서 열심히 뛰어다닌 덕이죠.”


우리는 퇴근하고 6시간도 안 된 새벽에 도서관으로 다시 모였다.

다들 급하게 달려와 차림새가 뒤죽박죽이었다.

마지막으로 연락 받은 내가 물었다.


“애들은 어딨죠?”


쥐구멍으로 아이들이 몰래 들어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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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연무 대회(3) 21.06.15 20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41 연무 대회(1) 21.06.13 35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30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8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2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4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2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9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40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30 4 13쪽
28 불타는 보육원(1) 21.05.31 31 4 13쪽
27 쥐구멍(3) 21.05.30 38 5 14쪽
26 쥐구멍(2) 21.05.29 31 4 14쪽
»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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