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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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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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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글자수 :
29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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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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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불타는 보육원(1)

DUMMY

“끝나고 같이 문집 작업할 로소 선생님 구해요.”

“저요?”

“어휴, 고마워요. 크리스틴 선생님이랑 같이 할 거니까 짐 챙기고 로비에서 해요~.”


퇴근 직전 내 앞에 단델리온이 나타났다. 문집 작업을 도와달라며 하더니 픽 나가버렸다.

난 집에 가고 싶다고. 그런데 무슨 문집이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2관의 문단속하고 로비로 나섰다.


“거봐용, 로소 선생님은 도와주러 올 거라니까용.”

“자자, 로소 선생님은 이쪽에 앉아서 각 파트별로 목록의 이름순대로 정렬해요.”


좁은 로비 데스크에 나, 크리스틴, 단델리온 세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의 글을 정리했다.

마수 사냥꾼이 되고 싶다! 강해져서 다 이기고 싶다! 아래에 작게 필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렇게 가끔 아는 이름 나오면 반갑기도 하네.

셋이 조용히 작업을 했다.

그러다 입이 간지러운 단델리온이 슬쩍 수다를 시작했다.


“나 어제 진짜 싸움 나는 줄 알았잖아. 아이리스 선생님을 리콜 팀장이 엄청 쪼아댔대요. 쥐 때문에 미쳐서 보안점검도 안했다고. 아이리스 선생님은 했다고 하고.”

“정말 무슨 소리래용. 아이리스 선생님은 그 때 저랑 같이 퇴근하기 전에 점검하러 금서관에 내려갔는데용.”


단델리온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공작이 리콜 팀장에게 말하길, 아이리스 선생님이 무슨 일을 안 해서 저주가 활성화 된 거 아니냐고. 리콜 팀장은 거기서 장단 맞추면서 그렇군요 그렇습니까 이러고.”


결국 공작은 내 말을 제멋대로 이해했다. 오해 풀어줄 걸 그랬나.


“아이리스 선생님은 야근도 진짜 많이 하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래용. 도서관 안 뛰쳐나가는 게 대단하네용.”

“아이리스 선생님이 진짜 화를 꾹 참는데, 왜 그렇게 까지 참는지. 이직 할 때 소개장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어휴, 평민 마법사는 그런 게 참 힘들어 그치, 로소 선생님?”


왜 갑자기 불똥이 내게로 튀나.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보고 크리스틴이 새침하게 말했다.


“그걸 왜 로소 선생님께 물어보세용. 로소 선생님은 그 대공님의 제자잖아용. 소개장 없어도 북부에서 모셔가려고 하죵.”

“아 맞아. 자꾸 잊어버리네. 그래도 로소 선생님은 도서관에 있어요. 어디 가면 호구처럼 일만 하다가 생 마감할 거 같네.”

“저, 거절 잘하는데요.”


비웃은 단델리온이 내가 착실하게 작업하고 있는 문집 내지를 가리켰다.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


“여러 가지 배워가며 해보면 좋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해요. 내일 마수 잡으러 빠진다면서요? 신입이라고 아주 리콜 팀장이 뺑뺑이 돌리네. 왕궁 마법사 놈들 빈 시간에 맞춰서 우리가 시간 빼는 게 맞냐구~. 그럼 2관은 누가 봐줘요?”

“브라이트 선생님이 오전에 봐주고, 리콜 팀장님이 오후에 내려와서 데스크 보신대요.”


대신 다음 날 아침에 내가 일찍 나와서 도서 배가를 해야 할 인물 조합이다.

배가 좀 해줘라.


“참참, 브라이트 선생님이 마법중급반 운영 도와준다고 하셨어요. 로소 선생님이 말해줬다면서~? 아쉽게도 이번 분기에는 못 열지만 고마워요.”


레인도 같은 소리를 했던 거 같은데. 아리송해 보이자 크리스틴이 설명해줬다.


“신청 하던 애들이 추수 끝날 때까지 못 나와용. 일해야 하거든용. 대신 작년에 프로그램 진행 예산으로 축제 예산에 썼어용.”

“이번 축제 때도 도서관에서는 뭐 진행해요?”

“작년에는 견학, 전시, 일일 체험 등등했어요. 다만 올해는 도서관 근무 일일 체험은 반려당해서 좀 더 지켜봐야하고요.”


축제기간에 생각보다 많이 진행하네. 이제 문집 내지 순서 검수작업만 남았다. 무슨 말하려는지 크리스틴이 슬쩍 내 눈치를 봤다.


“로소 선생님은 연구주제 한창 찾으셨는데 어떻게 됐나용?”

“어, 요즘 방화 사건을 자주 보여서 자동소화장치 어떤가요.”

“그 소재~ 방금 생각한 거 같은데~?”


뜨끔했다. 요즘 연구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단델리온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정 안되면 내년 겨울 끝에 열리는 연무 대회는 어때요? 거기 준우승 까지 해도 실적으로 취급해주더라.”

“그거 연구실적 입력기간 마감 직전 아니에요? 하다하다 안되면 신청해볼게요.”


그 말을 웃던 크리스틴은 내게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 도전 받아드리죵.”

“크리스틴 선생님이 작년 우승자인데 둘이 싸울 수도 있겠네요. 파이팅~!”


지난번에 강도들을 때려눕힐 때 주먹이 꽤 매워 보이더라.


“여기 다 끝냈으니 전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꼭 연구 주제 열심히 찾아야지.


*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법사님!”

“안녕하십니까.”


또 사수 경비대원과 신입 경비대원이었다.

대장은 지난 숲 마수사건 때문에 바빠져 못나온다고 했다.


“그 숲 방면에 곰 목격담이 들어와서요. 사냥꾼들이 잡으러 가는데 마수 나오면 큰일 나잖아요.”

“그 마수라면.”

“뭔가 아는 게 있으세요?!”


신입 경비대원이 눈을 반짝였다.

그 마수라면 다른 숲에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만 하려던 게.

적당한 변명이 흘렸다.


“혼자 안 될 거 같아서요. 저 혼자 도망이라면 가능하지만.”

“이잉. 저도 같이 데리고 도망가 줘요~.”


신입 경비대원이 징그럽게 굴자 사수 경비대원이 끌어냈다.

거대 늑대랑 이야기 했으니 저번 같은 일이 안 벌어지겠지.

조금 빨리 끝내서 집 가서 쉬고 싶다. 사냥꾼들이 허가 받은 사냥터에 도착했다.

마수가 있는 지 살피기 위해 토끼 골렘이 인근을 발랄하게 뛰어다녔다.


“어? 거기 누구요?”


뒤를 돌아보니 활, 검과 창으로 무장한 사람무리가 있었다. 사냥꾼들이었다.


“그 마수 때문에 온 사람들이구만. 다들 인사해~.”


사냥꾼 무리가 나지막하게 웅성거리듯 인사하자 우리도 인사했다.


“사냥 허가서와 당신 신분증 보여주세요.”


사수 경비대원이 건네받은 사냥 허가서와 신분증을 살폈다.

별다른 문제를 없어 사냥 허가서와 신분증을 돌려줬다.


“그럼 우리는 사냥가리다.”


신입 경비대원이 사냥꾼 무리의 두목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신나게 물었다.


“저희 쫒아가서 구경해도 될까요?”

“흐음. 방해만 하지마쇼.”


내 퇴근은! 이미 사냥꾼들은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우리 발 밑에 있던 곰발자국을 보고 길을 찾아 갔다. 우린 그 뒤를 따라갔다.

정신 사나운 토끼 골렘은 사수 경비대원의 자루 속에 이미 들어갔다.

곰의 흔적을 되짚어가며 숲 속을 걷다 신입 경비대원이 그새 속삭였다.


“지난번에 사냥꾼 여관에 못 갔잖아요. 오늘은 꼭 거기서 뒤풀이해요!”

“뭐? 사냥꾼 여관?”


험악한 사냥꾼 하나가 반응했다. 입을 다문 신입 경비대원이 사냥꾼의 눈치를 살폈다.


“거기가면 육포랑 훈제 고기만 먹어. 맥주는 맛없어.”

“무슨 소리야. 난 먹을 만하던데.”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그때 맨 앞을 걸어가던 두목이 멈췄다.

조용해졌다. 활을 있는 자들은 활을 일제히 꺼냈다.

저 멀리 곰이 보였다. 우리가 시끄러웠을 텐데도 곰은 가만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목도 이상하게 느꼈지만 신호를 내렸다.


“도망간다! 따라잡아!”


창과 검을 가진 사냥꾼들이 날아오는 화살에 깜짝 놀라 도망가려던 곰에게 달려들었다.

곰이 앞발을 들어 후려쳤지만 사냥꾼들은 피해가며 곰의 숨통을 끊었다.


“웬일로 운이 좋냐. 곰이 한눈 팔고 있었네.”

“형님! 형님!”


다급한 사냥꾼의 목소리에 두목이 본 곳은 새까만 여우였다.

사냥꾼들이 하는 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여우에게서 마나가 느껴졌다. 마수를 발견하자마자 마법 준비하고 있었다.


“도망도 안가고 나 잡아주십쇼 하고 있네.”

“잠깐! 건들지 마세요! 마수에요!”


사냥꾼들은 얼어붙었다. 여우만큼 작은 체구긴 해도 마수는 마법을 쓸 수 있다.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았다.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사냥꾼 하나가 입을 빼죽였다.


“짐승이랑 다를 바가 없어-.”


여우 마수는 바닥을 박차고 먼저 입을 뗀 자에게 달려들었다.

몰래 바닥 깔아둔 마법을 발동했다.


“크윽!”

“!”


화염 벽이 사람과 마수 사이를 갈랐다.

화염 벽과 가까웠던 사냥꾼이 쓰러지자 다른 이들이 재빨리 쓰러진 사냥꾼이 불속에 빠지기 전에 빼냈다.

마수는 바로 방향 전환해 나와 멀리 떨어진 사수 경비대원에게 달려들었다.

사수 경비대원의 다리에 두른 아머가 순식간에 찌그러졌다.


“마법사님!!”


내게 도움을 청한 신입 경비대원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수의 꼬리를 잡아당겼다.

마수는 사수 경비대원의 금속 아머를 더 세게 물었다.


“아악!”

“제가 신호하면 장비 풀고 떨어지세요!”


꼬리를 쥐었던 신입 경비대원의 찢어진 장갑 아래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타이밍을 재며 마법을 준비했다.

난 천천히 다가가 마수 몸통을 쥐었다. 마수가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비틀어댔다.


“지금!”


신입 경비대원이 꼬리에 손을 떼고, 사수 경비대원은 아머의 고정 끈을 끊고서 마수와 떨어졌다.


“!!”


마수는 날 물려고 했으나 내 손과 함께 절반이 불탔다.

마수는 이내 축 쳐지더니 먼지처럼 흩어졌다.

내 손에는 흑연 비슷한 그을림이 묻어났다.


“뭐지? 마수가 아닌가?”

“배운 마수랑 다르긴 해도 마법도 썼는데. 으으.”

“손 이리 줘보게.”

“전 멀쩡하니 경비대원들부터 봐주세요.”


흑연만 묻은 손을 보여주자 사냥꾼들은 경비대원들에게 다가가 상처를 봐줬다.

내가 알던 마수가 아니다.

마수도 다른 동물처럼 죽으면 시체가 남는다. 마석, 가죽, 고기, 뼈 등을 남긴다.

고작 이런 화력에 먼지처럼 사라지다니. 혹시 스승이 또 뭔가를 했나?


“이야~ 그건 그렇고 마법사를 가까이서 보니 굉장하네!”

“내가 뭐라고 했어. 전쟁 때 마법사들 없었으면 우리도 죽을 목숨이었다니까.”

“그 놈의 전쟁 무용담. 지긋지긋하네. 나도 거기 있었거든! 그래도 마법사들이 이정도면 마나 신께 선택받은 신관님들은 더 강하겠지?”

“아무렴 당연한 말을 하고 그러냐.”


사냥꾼들은 마법사가 아닌 자들은 신관이 마법사와 같다는 사실을 못 알아챘다.

국가적으로 감추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사냥꾼들은 마법사대 신관을 가상으로 싸움 붙이며 입을 놀렸다.

난 토끼 골렘을 꺼냈다.


“전 인근에 다른 마수가 있나 확인하고 올 테니 정리 좀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요~.”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사냥꾼 무리를 뒤로 한 채 주변 수풀을 돌았다.

여우형태라서 무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산책하듯 토끼 골렘과 인근 한 바퀴 돌고 갔더니 신입 경비대원은 사냥꾼들과 친해져있었다.


“마법사님, 이분들이 사냥꾼 여관에 가면 맥주 사주신 대요!”

“일단 내려가요.”


얼마나 사교성이 좋은 거지.

사냥꾼들과 곰의 사체와 다리를 다친 사수 경비대원을 데리고 수도 정문에 도착하니 해질 무렵이었다.

나중에 사냥꾼 여관에서 보기로 하고 사냥꾼 무리와 헤어졌다.


“이번에도 마수가 나타나서 경위서 작성해야한다니.”

“그래도 이번에는 짧게 나타나서 해치웠잖아요.”

“사체가 없어서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돈 안 나오나.”


밤이 되어서야 간신히 사냥꾼 여관으로 향했다.


“왜 이제 왔어~!”

“마셔마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냥꾼들이 격하게 환영해줬다.

마수를 잡은 나에게 마수에 대해 자세히 묻기도 하고, 도서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답해주는 사이 밤은 깊어갔고, 내일 출근에 생각이 미쳤다.

조금 더 있어도 될 거 같지만 일어서기로 했다.


“사냥에 관심 있으면 다른 팀말고 우리한테 연락 줘~. 처음 볼 때부터 사냥 잘 할 거 같더라.”

“어이고? 처음에 비실이가 무슨- 읍.”

“허허 무슨 소리가 들렸나~.”


간신히 빠져나와 바람 쐴 겸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어쩐지 저쪽이 하늘이 밝네. 타는 냄새도 나고. 우엑.

아무 담벼락을 잡고 헛구역질을 했다. 타는 냄새는 끔찍하게 싫다.

술 취해서 탄내를 맡,


“···도서관?”


최근에 들어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맷이 어두운 골목에서 뛰쳐나왔다.

며칠 전 한밤중 도서관에 침입했던 아이들 중 하나.

얇은 잠옷 차림의 맨발이었다. 맷은 울음과 가쁜 숨에 헐떡였다.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맷의 옷에서는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 보육원이 불타고 있어요.”


작가의말

내일부터 7시 50분으로 연재시간을 변경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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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반역자(3) 21.06.20 18 2 13쪽
47 반역자(2) 21.06.19 16 0 13쪽
46 반역자(1) 21.06.18 16 0 13쪽
45 스파이(2) 21.06.17 19 0 13쪽
44 스파이(1) 21.06.16 20 1 13쪽
43 연무 대회(3) 21.06.15 19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41 연무 대회(1) 21.06.13 35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29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8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2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4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2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9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39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29 4 13쪽
» 불타는 보육원(1) 21.05.31 31 4 13쪽
27 쥐구멍(3) 21.05.30 38 5 14쪽
26 쥐구멍(2) 21.05.29 31 4 14쪽
25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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