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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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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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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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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무 대회(1)

DUMMY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 연무 대회 예선을 시작했다.

그 전에 연무 대회 때문에 근무시간 조정을 위해 도서관에 보고를 하니.


“그 크리스틴 선생이 나간다던 대회? 그 시간에 연구를 하는 게 나을 텐데.”

“로소 선생님이 연무 대회에 나가신다고요? 뭐··· 힘내세요.”


이딴 소리나 듣기 했지만 난 급했다.

최소 준우승을 하지 않으면 도서관 근무 재계약은 물 건너간다.

도서관 근무 계약이 끝나면 북부로 끌려간다.

자신의 제자라고 대놓고 공표했으니 다시 북부로 돌아간다면 원래 하던 일에 스승의 대외업무까지 맡아 할 수도 있다. 안 돼!

땡땡땡땡! 주위를 집중시키는 날카로운 금속소리가 들렸다.


“조용. 조용! 규칙 설명해드릴게요.”


거대한 지하 대기실 단상에 올라간 사람이 외치자 소란이 수그러들었다.

지하 대기실에 모인 대다수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까 귀 기울였다.

이 많은 사람들 모두가 예선전을 치루기 위해 모였다.


“여기 모르고 모인 사람 있나!”


한쪽에서 와하하 웃었다. 단상 오른 사람은 못 들은 체하며 설명해줬다.


“다들 아시다시피 무구사용이 가능하지만 날은 벨 수 없는 상태여야 합니다. 없다면 주최 측에 빌리세요. 마법사용 가능합니다! 대신 마법 도구 2개 이하에 미리 등록하신 것만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커다란 자루를 치켜들었다.


“번호대로 나와서 자루에 있는 볼을 잡아 나온 글자 예선 블록으로 가시면 됩니다. 자자 먼저 1번부터 20번까지 줄 서세요~.”


내 번호는 52번이었다. 아직 차례가 아니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누가 규칙을 모르냐 비웃던 무리가 있었다. 힐끔 보니 다들 나보다 앞 번호였다.


“이제 20번부터 40번이요! 미리 줄 설 준비해주세요.”


그들도 꾸물거리면서 20번에서 40번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50번 대 줄에 미리 서있는 데 커다란 목소리가 대기실을 쨍쨍하게 울렸다.


“그런데 마법 써도 된다니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불공평합니다!”

“쯧쯧쯧 너 아직 마법사들랑 못 싸워봤구나?”

“싸우긴 왜 싸웁니까. 전쟁에서 그 큰 바윗덩이로 쾅쾅! 하는데. 멀찍이서 보기나 했지. 여기 용병 중에 그거 안본 용병이 어디 있겠습니까?”


혀를 차던 자는 전 용병에게 뭉뚝한 검을 겨눴다. 그가 겁먹자 히죽 웃었다.


“마법사는 느려. 마법을 쓰는데 한 세월 걸린다고. 그전에 가서 다리 부러트리면 끽도 못하고 항복 외치거든. 자 봐라. 어디에 마법사가 있냐. 다 쫄아서 못나오지.”


옆줄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나상태를 보니 당신 뒤 번호 사람도 마법사인데요.

그 사람은 전 용병무리의 말을 듣고 괜히 다리를 조물조물 거렸다.

뽑고 자기 블록으로 가는 건 순식간이었으니 내 차례도 왔다. C블록.


“다른 블록은 아직 남았는데 C블록은 거의 다 찼네.”


C블록에 올라가니 아까 본 전 용병무리 중 두엇이 보였다.

그리고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어어~ 마법사님이잖아! 아, 그렇게 수상한 사람 보듯 하지 말라고.”


하고 팔에 찬 여우가죽 팔찌를 보여줬다. 사냥꾼이었다.

엉거주춤 인사하자 사냥꾼이 하하 웃었다.


“용병 선발전에는 마법사님이 어쩐 일이신가.”


용병 선발전? 단순 연무대회가 아닌 건가.

하긴 그러기엔 어느 기사단의 기사 하나라도 보이지 않았다.


“전 우승이 필요해서요.”

“다들 그렇겠지! 여기도 우승해서 좋은 조건으로 영주에게 고용되고 싶은 사람투성이니 누가 안 원하겠는가.”

“고용이요?”


사냥꾼이 내 옆으로 와 블록 주변을 쭉 둘러보게 했다.

기사단과 용병으로 가득한 곳에서 좀 차려입은 자들도 몇 보였다.


“이런 대회를 열어서 볼거리랑 영지 지키기 위한 병사를 고용하기 위해서지. 전쟁이후 남아도는 용병 중 좀 쓸 만한 걸 걸러보겠다 이거야.”


차려입은 자들이 근처에 간 블록은 몇 인간들이 뽐내듯 서있었다.

사냥꾼이 혀를 찼다.


“나처럼 빨리 직업 바꾸지. 뭐처럼 힘들게 용병을 고수하나 몰라.”

“그럼 아저씨는 왜 여기에 참가했어요?”


사냥꾼은 머쓱해져 머리를 긁었다. 그의 시선이 다른 블록을 향했다.

같은 팀의 다른 사냥꾼들이 보였다.


“요새 마수가 자주 나와서 사냥이 전면 금지돼서 상금 노리러 왔지. 근데 난 망했네. 마법사님을 만나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전 용병무리 중 하나가 코웃음을 쳤다.

나대신 욱한 사냥꾼이 뭐라 말하기 전 C블록 위로 기사 한명이 올라왔다.

오늘은 아는 얼굴이 많이 보인다. 소필라 영애였다.

연무대회에 출전했나.


“예선 규칙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참가자가 아니라 진행자로 투입된 듯했다.

소필라 영애는 예전과 달리 굳건한 표정과 그을린 피부로 영애보다 기사 호칭이 더 잘 어울렸다.

간단한 무장을 하고 있는 소필라 기사는 오른쪽 팔에 붉은 리본을 매고 있었다.


“한 블록 당 한 사람만 본선 진출이 가능합니다. 기존 규칙에 더해 제게서 이 리본을 뺏으면 됩니다.”

“이 인원을 기사님 혼자 막으시겠다? 다른 곳은 두세 명이 하는데?”

“이 블록 밖으로 떨어져도 탈락입니다. 모두 준비해주시고 신호가 울리면 시작입니다.”


전 용병은 소필라 기사의 말에 헛웃음 쳤다. 소필라 기사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후회나 하지마쇼!”


나도 소필라 기사가 강하다고 들었지만 직접 보지 않아 걱정이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지자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와.”

“저 기사님은 봐주는 것도 없으시네요.”


사냥꾼이 내 뒤로 와서 오돌오돌 떨었다. 저리가세요.

시작 신호와 함께 덤볐던 전 용병무리는 소필라 기사의 기술로 모두 블록 밖으로 밀려나갔다.

한낱 허수아비 다루듯 한 순간에 다섯이 넘는 사람이 탈락하자 남은 인원이 바짝 긴장했다.

다른 블록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누, 누가 먼저 가서 공격해보세요.”


한동안 대치하던 상황에서 날 없는 단검으로 휘적거리던 사람이 말했다.

그 말을 신호로 소필라 기사가 달려들었다.

난 타이밍 맞게 이동마법으로 소필라 기사가 있던 자리로 재빨리 옮겼다.

내 뒤에 있던 사냥꾼이 블록 밖으로 던져졌다.


“혼자 도망가는 게 어딨나.”


사냥꾼은 내게 원망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애초에 한 명만 올라가는 거라고.


“후우. 이것도 꽤 힘드네요.”

“그래? 이거나 먹어라!”


사내는 이번에는 서넛을 탈락시킨 소필라 기사 뒤에서 태클을 걸었다.

소필라 영애는 몸을 살짝 피하며 다리를 걸었다.

사내의 팔을 낚아채 잡아당기자 사내는 블록 밖으로 넘어졌다.

이후 불꽃 마법이 소필라 기사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아 깜짝이야.”


소필라 기사는 손목의 기갑으로 마법을 간단히 튕겼다. 마법 방어력이 있는 방어구였다.


마법을 쏘던 여자는 기겁했다.

그녀의 옆 사람도 바로 날카로운 물 마법을 날렸다.

생각보다 마법사 참가율이 높네. 물론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으악!”


이제 블록에는 대여섯 정도만 남았다. 소필라 기사는 허리춤에 찬 목검을 꺼냈다.


“슬슬 힘에 부쳐가니 봐주지 않겠습니다.”

“안 봐준 거 같은데.”


옆 사람이 중얼거렸고 나도 동의했다. 어딜 봐서 봐준 건지.

소필라 영애는 목검을 휘휘 내저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한명이 대뜸 검으로 막아섰다.

블록 밖에서 심사하던 기사 하나가 와서 소리쳤다.


“소필라 경! 의욕에 넘치는 건 좋지만 누군가는 올라가야하네!”


저기 소필라 기사님, 동료의 말을 적당히 넘겨듣지 말아주시겠어요?

목검이 얼마나 단단한지 무딘 날의 검의 이가 빠질 때까지 내려쳐도 목검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걸 들고 있던 자는 대가리가 깨져서 떨어졌다.

난 이대로 도망치다가 좀 지킬 때 움직여야지.


“저, 항복이요.”

“저도.”


남아있던 자들은 근성 없게 블록 아래로 뛰어내렸다. 강화마법을 둘렀다.


“혼자 남으셨네요.”


소필라 기사는 제자리에서 본인의 장비를 확인했다.

나도 주변의 단검을 하나 주웠다. 날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정도면 시선 끌기 충분했다. 발을 바닥에 슬슬 문질렀다.


“왕세자님께서 당신 제법 강하다고 하더군요.”

“아뇨? 아닌데요.”


오히려 왕세자가 소필라 기사를 칭찬했지.

다가오던 소필라 기사가 목검을 치켜들며 다가왔다. 먼저 실드를 펼쳤다.

소필라 기사는 강했다. 하지만 마법에도 과연 강할까. 잘못하다가 골로 보낼 수 있다.


“마법 쓸까 말까 고민하는 거라면, 쓰세요. 최선을 다해서 덤벼.”


소필라 기사의 눈에는 희열로 가득했다.

다음 날 또 싸워야 하는 나에게는 피로도가 적게 적당히 싸워야 한다.

아니 애초에 나만 남았는데 리본은 그냥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올 생각이 없다면 제 쪽에서 가죠.”


목검으로 실드를 한순간에 여러 번 쳤다.

깨지는 타이밍에 맞춰 화염벽을 세웠다.

화염벽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위력은 약해지지만 소필라 기사의 시야를 막았다.

무엇보다 뜨겁다면 본능적으로 물러서길 마련!


“하이얍!”


소필라 기사는 화염벽에 돌진했다. 기갑이 옅게 빛났다.

쇄골을 찔러오는 목검을 단검으로 밀어냈다.

단검의 날이 없었는데 소필라 기사가 찔러오는 기세 목검이 깎여 나갔다.

날리는 톱밥을 구경할 틈 없이 소필라 기사의 팔에 묶인 리본에 손을 뻗었다.


“어딜!”


소필라 기사는 몸을 틀어서 팔꿈치로 내 손을 떨쳐냈다.

재빠른 몸의 전환에도 몸의 중심은 흩어짐 없었다.

내가 수를 쓰지 않았다면 말이다.


“윽! 이게.”


소필라 기사가 발을 내딛은 곳은 내가 마법으로 땅을 파고, 환영으로 덮어뒀다.

몰래 파야 해서 손가락 한마디 정도밖에 땅의 단차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효과는 충분했다.


“리본은 이제 제겁니다!”


소필라 영애는 리본을 낚아채는 내 손을 잡으려 손을 휘저었다.

바람 마법으로 리본의 매듭을 잘라 풀어헤쳤다.

리본은 바람을 타고 유유히 빠져나와 내 손에 쏙 들어왔다.

주변에 서있던 다른 기사가 선언했다.


“마지막 C블록에서는 로소가 올라갑니다.”

“소필라 경, 어서 내려오십시오!”


소필라 기사는 시근덕거렸다. 그대로 내려갈 줄 알았는데 예를 취했다.

나도 얼결에 인사하자 소필라 기사는 한 번 웃어주고 내려갔다.


“패기 넘치는 건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고···.”


선언한 기사가 소필라 기사를 혼냈다.

그렇지 일하고 있는데 신나게 싸우면 안 되지.

다른 안내원을 따라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 안에는 5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있었다.


“내일 본선에 진출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밝은 안내원과 달리 좌중은 싸늘했다.

옆에 있는 이놈이 나랑 싸울 상대인가 열심히 곁눈질로 살피는 게 보였다.

처음 도착했던 대기실과 달리 의자를 내주었다.

내가 제일 꼴찌였는지 앉자마자 설명이 시작되었다.


“내일도 같은 규칙으로 대전을 합니다. 내일 하루 동안 준결승까지 지체 없이 쭉쭉 진행합니다. 별다른 규칙도 없고, 다른 궁금한 거 있으신 분?”

“이 인원에서 준결승이라니 체력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해요?”

“내가 지치면 남도 지친다! 그걸 이겨내야 승리합니다! 컨디션 관리도 자기 몫이죠.”


안내원은 발랄하게 대답했지만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 인원이라면 몇 번을 싸워야 하나.


“이 인원으로 계산해봤는데 한명이 부전승으로 올라가던데 그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 마십쇼! 작년 우승자의 참가로 준결승에는 4명이 남습니다.”


작년 우승자는 크리스틴이었다고 들었다. 내일은 크리스틴을 볼 수 있겠네.

무기와 부상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되는지, 대진표는 어떻게 되는 지.

여러 개의 질문이 오갔다. 질문 열기가 사그라들자 안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러분! 내일 7시 집합 때 봐요~.”


예선의 소필라 기사가 제일 큰 난관이고, 나머지는 간단하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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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반역자(2) 21.06.19 15 0 13쪽
46 반역자(1) 21.06.18 16 0 13쪽
45 스파이(2) 21.06.17 18 0 13쪽
44 스파이(1) 21.06.16 19 1 13쪽
43 연무 대회(3) 21.06.15 19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 연무 대회(1) 21.06.13 34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29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7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1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3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1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8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38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29 4 13쪽
28 불타는 보육원(1) 21.05.31 30 4 13쪽
27 쥐구멍(3) 21.05.30 38 5 14쪽
26 쥐구멍(2) 21.05.29 29 4 14쪽
25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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