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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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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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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스파이(1)

DUMMY

“우승 축하드립니다!”

“아! 그러면 도서관 재계약 확정이죠?”


도서관 사람들은 나보다 내 우승을 더 좋아해줬다.

임시 휴관이 지속되어 반복된 작업에 지친 이들이 자발적으로 축하해주니 감사···.


“누가 또 나가는 줄 알고 걱정했다구용!”

“그러면 지옥뿐이지. 임시 휴관이 더 즐거울 뻔했다구!”

“로소 선생님이 연구도 안하고 일만 하고 있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나보다 더 내 근무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러긴 했을 테지만.

누구 나가기만 해봐. 꼭 사람 구해 놓고나가.


“에이 섭섭해요? 그래도 재계약하고 월급 더 오를 거니까 너무 섭섭하지 말아요.”

“···많이 오르나요?”

“그렇다고 기대는 하지 말고.”


임시 휴관으로 친해진 다른 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잡담을 했다.

2관 점심시간 교대에 맞춰 먹다보니 늘 혼자 먹어서 아쉬웠는데.

햇볕 좋은 정원에서 점심시간을 즐기니 소풍 온 기분도 났다.


“그런데 로소 선생님이 소드 마스터 인줄은 꿈에도 몰랐네.”

“소드 마스터가 도서관에 둘이나 있으니 든든하네.”

“둘? 누가 소드 마스터인데요?”


난 흉내를 낸 거지만 굳이 밝힐 생각은 없다고 생각해서 얼버무렸다.

그런데 다른 소드 마스터라니. 세상에 셋 있다는 소드 마스터가 도서관에?


“관장님이 소드 마스터잖아요. 지난 전쟁의 영웅!”

“혹시 모르면 간첩인데. 로소 선생님 혹시?”

“아니거든요.”

“알아요. 북부에 처박혀있던 도련님.”


그것도 아니라고.

그나저나 소드 마스터에 북부 출신이면 집사장님과 가족인가.

잠깐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거위 골렘이 어서 빵을 더 내놓으라고 내 손등에 부리를 꾹꾹 눌렀다.


“꽉꽉”

“잠깐 기다려봐.”


골렘인데 먹어도 되냐고.

줄까말까 고민하는 사이 거위 골렘은 내 손에 있는 빵을 혼자 뜯어 먹었다.

밀어내면 내 손을 세게 쪼는 바람에 내버려뒀다. 그래 많이 먹어라.


“로소 선생님은 오후에는 어디서 일해요?”

“저는 관장실이요. 관장실에 있는 책도 확인해보라고 하시네요.”

“우리가 가는 수서실보다는 낫네.”


점심시간이 끝나자 거위 골렘들은 칼 같이 원래 순찰자리로 돌아갔다.

쉬던 자리를 정리하고 관장실로 갔다.

관장실에는 관장과 스파이 보좌관이 있었다. 점심도 안 드시고 일하셨나.


“안녕하세요. 오후에 일하러 왔습니다.”

“저 쪽에 자리를 만들어놨네. 이쪽은 신경 쓰지 말게나.”


관장실 한 쪽 구석에 놓인 데스크를 가리키고서는 관장은 목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그걸 따라 그리고.

그림이 마무리 된다 싶으면 관장이 보좌관에게 이 자세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보좌관은 받아 적었다.

교본 작업이었다.

나도 일해야지. 서가에서 몇 권의 책을 꺼내 데스크 위로 쌓았다.


“이제 교본도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군.”

“아직 한참 남았는걸요.”


귀가 대화에 자꾸 쏠리는 걸 책상 위 도서로 신경을 돌렸다.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었다.

주변 서가를 천천히 살펴보니 관장실에 있는 도서는 다른 자료관에 있던 책의 복본이 많았다.


“지금껏 작업한 페이지부터 한번 확인해야지. 내 데스크에 올려두게.”


보좌관이 작업한 페이지들을 순서대로 정리 시작했다.

내 눈에 익은 제목을 뽑아 목록에서 찾으면 불온서적이었다.

서가에서 닥치는 대로 뽑다보니 상자가 넘칠 거 같은데 더 가져와야 하나.

가득 찬 상자를 들고 데스크 위에 쌓인 책 더미들을 피해 조심히 움직였다.

빈 서가에 기대는 순간, 서가가 기울었다.


“조심하게.”


관장이 날 빼내주지 않았더라면 서가 밑에 깔렸겠지.

책 더미와 서가가 관장실 바닥을 나뒹굴었다.


“아, 감사합니다.”


서가를 세우려보니 무거운 나무로 제작된 서가는 균형이 맞지 않았었다.

아래에 책이 깔렸나.

관장이 내 다리를 빤히 쳐다봤다.


“발목이 부서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군.”


어제 연무대회에서 크리스틴에게 가격당한 발목에 금가긴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두고 갔던 펜던트로 고치긴 했다.

연무장이랑 관객석이 꽤 떨어져있었는데 거기서 보통 안 보이는데.

역시 소드 마스터···. 아니 상관없나.


“이건 무슨 상자인가요?”


보좌관이 무너진 책들을 대충 올려주고 있었다가 서가 밑에 깔려있던 상자를 발견했다.

저거 때문에 한쪽 다리 밑이 살짝 들떠 있어나 보다.

관장은 그 상자를 보더니 손짓을 했다.

달라고 하는 손짓에도 보좌관이 아랑곳하지 않고 상자를 개봉했다.

야 스파이. 미쳤어?


“훈장이네요.”


여러 훈장들이 상자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최근에 받은 듯한 훈장은 먼지가 쌓여있어도 빛이 바라지 않았다.


“그래, 전쟁으로 받은 훈장일세.”

“왜 구석에 박아두고 계세요? 이런 훈장은 잘 닦아서 벽에 걸어두세요.”


보좌관이 꼼꼼하게 훈장 하나하나 살폈다. 관장은 심드렁했다.


“그럴만한 가치도 없는 것들이야.”


관장은 보좌관의 손에서 상자를 채갔다.

거칠게 다룬 상자에서 패 하나가 떨어졌다. 감사패였다.

내 앞에 떨어진 감사패를 주웠다.


“린지아 하이드.”


성이 익숙했다. 관장이 생각날 듯 말 듯 아리송하는 나에게 말했다.


“모닝 하이드. 내 양아버지이자 스승님이시지.”


집사장의 이름이었다. 관장은 내게서 감사패를 받아 상자 속에 넣었다.

관장이 거칠게 다룬 상자는 일그러졌다.

스파이 보좌관의 눈이 빛났다.


“양아버지요?”

“그래, 고아였던 나를 거둬주시고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으셨어. 다만 소드 마스터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조건과 ···다른 조건이 있었네.”


다른 조건은 스승에게 들은 적 있었다.

스승은 역대 집사장을 모두 소드 마스터로 구성했다. 고아인 인간을 데리고 소드마스터로 키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윗대 집사장에게서 스승의 비밀을 듣게 된다.

스승의 정체를 듣게 되는 순간 북부에 영속 계약을 맺게 된다.

불복한다면 모든 기억을 잃거나 죽게 된다.

지난 스승의 방문을 보면 관장도 스승의 비밀인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말 북부에서 도망 왔었잖아.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궁금해 하는 걸 보니 조건을 알고 있나보군.”

“불편하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파이가 입 떼기 전에 말했다. 내가 선수 치자 스파이는 나를 노려봤다.


“내가 지난 전쟁의 영웅이라는 건 아나.”

“물론입니다.”


스파이가 재빨리 말했다. 관장의 정보를 더 캐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적이 될 수 있는 영웅의 정보를 탈탈 털어갈 셈이냐.


“북부에서는 원래 군자물자만 지원해주기로 했지. 난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는 게 싫었어.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어르신과 스승의 반대에도 전쟁터인 서부로 내려갔다네.”


관장은 이번에는 상자를 서가 위로 던졌다. 잘 안 보이는 서가 위 구석에 처박혔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분들이 반대하는 데 이유가 있었는데. 전쟁이 끝나고도 난 그 후로 고통이었어.”


관장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던 당시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평민 출신이었으니 내가 다른 영지 받는 것부터 귀족들은 반대했어. 왕궁에서는 소드 마스터임에도 작은 기사단을 꾸리는 것도 거절하고.”

“북부로 돌아가지 그러셨어요.”


관장은 서가 옆에 있는 나무 상자를 열었다. 포도주가 가득했다.

맨손으로 한 병을 따서 내게 들어보였다.

거절하자 관장은 그대로 꿀떡꿀떡 마셨다.


“반대를 무릅쓰고 내려왔는데 무슨 낯짝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 어리석었어.”

“그래도 도서관 관장이잖아요.”

“도서관 정식 개관이 정해졌지만 큰 반발이 있었어. 어느 귀족도 반기지 않고, 신전에서도 건물을 기부를 한 이후로 더 적대적으로 대했고.”


신전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귀족들도 백성에게도 개방하는 도서관이 꼴도 보기 싫은 모양이었다.

귀족이나 신전이나 아주 끼리끼리 노네.


“그러면서 도서관에 글도 잘 못 쓰는 사람을 관장자리에 찬성하는 꼴 보면 그들의 생각이 뻔히 보이지 않나. 내게 공로로 한자리 주기 싫어했는데 잘 처리했다고 귀족들은 자축했을 정도니. 그러다가.”


분노로 말을 쏟아냈던 관장은 포도주로 다시 목을 축였다.

다른 병은 품에 들고 관장실 소파에 가 털썩 주저앉았다. 제대로 드시려고요?

보좌관과 내게 그 앞에 앉으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보좌관과 난 관장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거절하려고 했지. 그런데 왕세자전하께서 직접 부탁하셨어. 도서관에 방패가 필요하다고.”


다시 나와 보좌관에게 병을 들어보였다. 재차 거절하자 관장은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백성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는 전쟁의 영웅. 그 중 한명은 마탑주가 되었으니 이제 나만 할 수 있다고 간곡하게 말해서 어쩔 수 없었지.”


다른 영웅은 샤니 브라이트였다.

왕녀와도 잘 지냈던 거 같았는데 샤니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마탑을 무너트리기 위한 사실은 알고 있는지, 아니면 같이 무너트리려는 계획인건지.


“도서관에 일할 사람 구하는 것도 고역이었지. 지금도 그러지만. 귀족과 신전을 등져도 좋을 사람들을 모으는데 정말 끔찍하게 힘들어. 그래도 2년이나 버텼으니.”

“월급을 너무 짜게 줘서 안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있고.”


연무대회에서 고용되기 위해 자기 어필에 나선 마법사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왜 도서관에 안 오나 했더니 다른 귀족들에게 밉보여 출셋길이 막히는 것만은 싫었던 모양이었다.

돈 문제도 있고···. 아니 그게 좀 크긴 하지.

돈 많이 준다고 하면 누가 거절하겠는가.


“도서관 예산도 생각보다 적어서 내가 받은 매해 받는 공로금을 대부분 예산으로 기부로 돌리고, 반대하는 치들에게 가서 계약을 빙자한 청탁을 해야 하고.”


포도주 두 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이야기 듣다보니 나도 답답했다.

그런데 스승이 관장에게 술도 못 마신다고 한 거 같았는데 엄청 잘 마시잖아.


“너무 싫어서, 술로만 살았는데. 작년에 대공 어르신이 오셔서 내가 하고 싶은 거 잘해보라 하시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지 않던가. 스승님도. 이제 좀 일이 풀린다 싶었는데.”


포도주 빈 병이 보좌관 머리에 꽂혔다.

네? 네?

당황한 마음에 일어섰는데 네?

파열음과 동시에 관장은 보좌관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그런데 버러지가 도서관에 들어와 물을 흐리다니.”

“자, 잠깐 무슨 소리를···.”


스파이가 말더듬거리며 관장을 밀치려하자 관장실 밖으로 내던졌다.

보좌관은 관장의 어마어마한 힘에 의해 난간을 넘어 허공을 날았다.

이렇게 던지는 게 버릇인가.


“으아아악!”


사람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도서관 중앙은 소란이 일었다.

서둘러 3층 난간에서 로비를 내려다보니 보좌관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다 어깨를 부여잡고 모인 사람을 헤쳐 나아가며 현관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종잡지도 못하고 3층과 도망가는 보좌관을 보기만 했다.

어쩔 수 없네.


“도둑이야! 저 사람 도둑이에요!”

“뭐 도둑?!”


도서관 사람들의 눈이 돌아갔다. 아, 도둑에 민감했었지.

결국 크리스틴의 손에 잡혀서 로비 중앙으로 끌려왔다. 도둑이긴 하지, 정보도둑.

레시아가 다가가 보좌관의 몸을 탈탈 털기 시작했다.

곳곳에 무기, 마법도구, 수첩 등이 쏟아져 나왔다.

압수해서 스파이라는 증거로 제출해야지.


“도, 도둑이라고!”


관장실 옆 사무실에서 리콜 팀장이 튀어나왔다.

로비를 가리키자 리콜 팀장은 콧수염을 꿈틀대며 분노를 표했다.

옆에 그림자가 지더니 관장이 나를 내려다봤다.


“도둑은 맞잖아요. 수도경비대에 신고할까요, 아니면 왕궁에 보고부터 할까요.”

“보고는 소란피우는 순간 이미 올라갔겠지.”


관장은 정보원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했다. 나도 관장을 똑바로 쳐다봤다.


“스파이인건 어떻게 아셨어요?”

“북부에서 배웠지. 잡상인을 구별하는 건 집사의 덕목이라면서.”


진중한 집사장님이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졌다.


“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가.”

“···어, 도서관에는 적이 많구나? 출세는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정도요?”

“북부의 후계자인데?”

“말만 그렇지. 또 스승님이 영주 해먹을 텐데요. 전 그냥 눈속임용.”


동시간대에 후계와 스승이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야 하니 눈속임용이 맞다.

그리고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내가 질색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웃던 스승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로소 선생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관장은 그제야 슬쩍 웃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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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반역자(3) 21.06.20 18 2 13쪽
47 반역자(2) 21.06.19 16 0 13쪽
46 반역자(1) 21.06.18 16 0 13쪽
45 스파이(2) 21.06.17 19 0 13쪽
» 스파이(1) 21.06.16 20 1 13쪽
43 연무 대회(3) 21.06.15 19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41 연무 대회(1) 21.06.13 35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29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8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2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4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2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9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39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29 4 13쪽
28 불타는 보육원(1) 21.05.31 30 4 13쪽
27 쥐구멍(3) 21.05.30 38 5 14쪽
26 쥐구멍(2) 21.05.29 31 4 14쪽
25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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