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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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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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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스파이(2)

DUMMY

1층에 내려오니 보좌관로 위장한 스파이가 의자에 묶여있었다.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어딘가 세게 다쳤는지 스파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스파이 근처에서 다들 옹기종기 모였다.


“입 안 열려하겠죠?”

“고문해봐?”

“전생 싫어서 은둔했던 사람이 그런 소리 하니까 웃기네요.”


다른 선생님의 말에 단델리온은 입을 빼죽였다.

스파이는 내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괜히 미안해지네.


“진짜 도둑은 아닌 거 같고. 어쩔 셈이야?”


레시아가 뒤에서 쓱 나타나 물었다.

그 말을 모른 척하려 해도 레시아가 등을 쿡 찌르며 다시 물었다.


“스파이? 저 사람 처음 봤을 때부터 수상한 사람 대하듯 하니 모를 수가 있나.”

“···그렇게 티가 났나.”


괜히 얼굴을 쓸어봤다. 어쩐지 날 계속 피하더라. 레시아도 더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제가 신고했으니 곧 사람이 올 거에용.”


크리스틴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말했다.

다른 이들 몰래 왕녀에게 연락하고 온 듯했다.

1층으로 내려온 리콜 팀장이 스파이에게 몰려있는 인력을 물렸다.


“여긴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하게나. 이러다가 올해 안에 임시휴관 풀 수 있겠어?!”


다들 호기심을 물리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나도 관장실로 다시 올라가려고 했으나 리콜 팀장이 막았다.

스파이와 나, 리콜 팀장이 로비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리콜 팀장이 비장하게 바라봤다.


“심문을 도와주게. 관장실의 도둑이라니 뭘 훔쳤는지 알아내야겠어.”


진짜 눈치 못 챈 건가.


“저보다는···.”

“저보다는?”


아차, 크리스틴을 말하면 안 되겠지.

왕녀의 정보원이니 심문 기술 알 수 도 있을 텐데.

입을 닫았더니 리콜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리콜 팀장에게는 적당하게 둘러댔다.


“그··· 금서 중에 <진실을 고하라, 거짓을 말하게 될지어다>라는 책 있었잖아요. 거짓말 하면 반응하고.”

“그 책을 이용해보자 이건가?”

“뭐 신전에서 이용한다는 <진실의 서>보다는 약해서 마법에 안 걸릴 가능성도 크지만 모르는 일이니까요.”


리콜 팀장은 고심했다. 핑계로 나쁘지 않네. 좋아.

어차피 곧 왕궁 사람들이 와서 잡아가겠지.

눈을 부라리는 스파이에게 똑같이 부라려줬다.


“그럼 금서관 격리실로 데리고 가지. 로소 선생은 저쪽을 잡게.”


리콜 팀장이 격리실로 스파이를 데려가면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는데, 어서 잡으라고 눈짓을 했다.

나도 엉겁결에 스파이를 붙잡고 격리실로 내려갔다.

금서관에 들어서자 아이리스는 책 정리 하고 있었다.


“그 분은 누구신가요?”

“격리실 문 열게. 그리고 아이리스 선생은 <진실을 고하라, 거짓을 말하게 될지어다> 책을 내 이름으로 대출해오게.”


아이리스는 위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랬다.

아이리스는 허둥지둥 금서관 옆에 달린 벽을 밀었다.

짧은 복도가 나왔다.

복도에는 좁은 독방이 셋이 붙어있는 형태로 임시 감옥이라 써도 될 정도였다.

첫 번째 방에 스파이를 두었다.

곧이어 아이리스가 책을 가지고 들어왔다.


“흥.”


스파이는 우리가 들고 온 책을 보더니 코웃음 쳤다.

그래 이정도로 마법으로는 발설은 안한다는 건 알고 있다.

나도 모르고 싶으니 열심히 입 다물고 계세요. 아는 순간 온갖 곳에 휘말릴 미래가 눈에 선했다.

스파이가 물고 있는 재갈을 뺐다.

스파이는 내게 욕하려다가 마법서를 펴자 입을 다물었다.


“그럼 시작하지.”


마법서 페이지 위에 마법진에 자신의 손과 스파이의 손을 올렸다.

옅은 빛이 두 사람 손에 감돌다가 사라졌다.


“뭘 훔쳤나.”

“······.”


스파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야 거짓말인지 아닌지 반응한다.

일부러 스파이가 있는 로비에서 책의 효능을 크게 말하길 잘했다. 못 알아 들었을까봐 걱정했네.

리콜 팀장은 철석같이 이 스파이가 도둑이라 믿는 모양이었다.

몇 번의 물음이 오가는 동안에도 스파이는 침묵을 지켰다.


“아이리스 선생은 위에 왕궁 사람이 왔는지 보고 있게. 오면 이쪽으로 안내해주게나.”

“아, 알겠습니다.”


아이리스가 후다닥 지상으로 올라갔다. 리콜 팀장에게 냉큼 물었다.


“그럼 저도 빠질까요?”

“자네는 남게.”

“넵.”


한결 침착해진 스파이와 우리만 남아있었다.

리콜 팀장은 한숨을 쉬고 마법서를 소리 나게 덮었다.

리콜 팀장이 내게 마법서를 건네주었다.

내가 책을 받아들자 리콜 팀장이 책을 꽉 잡았다. 넘기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그때 옅은 빛이 내 손과 리콜 팀장의 손을 휘감았다. 이것 봐라.


“왕녀님과 대화한 걸 조금 들었네. ···자네가 혹시 스파이인가?”


무슨 헛소리야.

리콜 팀장은 내가 스파이인 이유를 말했다.

왕녀가 도서관에 와서 나를 회유했던 걸 앞부분만 언뜻 들었다.

좋은 방법은 스파이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그렇다고 여기서 아무 말을 안 하자니 의심 살 거 같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마법서가 반응하지 않으니 리콜 팀장이 갸우뚱했다. 좀 더 자신감이 붙었다.


“기밀 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도 마법서는 반응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리콜 팀장은 초조하게 날 쳐다봤다.


“연체 도서 때 왕녀님과 처음 만난 척 했던 건 이런 이유였나.”


아니 그건 진짜 몰랐고.

만약 그런 이유로 내가 모른 척 했다면 왕녀도 날 모르는 척해야 맞지 않았나.

그때 스파이의 낯짝이 밝아졌다.


“그럼, 전 이용당한 건가요.”


갑자기 스파이가 흐느끼면 울었다.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그, 그렇다면 가족들은 약속대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세요!”


리콜 팀장은 스파이의 소울이 담긴 연기에 다시 의심을 시작했다.

이 자식은 지능과 연기력으로 스파이가 되었나.


“자네가 들어오고 얼마 후 도둑 들었던 것도 혹시···?”

“아니에요.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리콜 팀장의 손에서 반응 없는 마법서를 빼내서 스파이의 손을 올려놨다.

스파이는 계속 흐느꼈다.

마법서에 옅게 색이 들어왔다.

내가 가리켰지만 리콜 팀장은 강경하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 거짓 인식 할 대상을 정할 때 색이 들어온다네.”

“그럼 뭐 하러 그 책을 꺼냈어요. 당장 신전 심문관에게 보내버리지!”


저렇게 스파이의 마나가 요동치는데!

거짓말이라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리콜 팀장의 눈에는 저런 마나의 요동이 안보이니까 더 답답했다.

그때 아이리스가 내려왔다.


“왕녀님께서 오셨습니다.”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죠. 이 자를 황궁 지하로 끌고 가세요.”


왕녀는 다급하게 손짓하자 기사들이 스파이를 끌고 갔다.

아이리스가 앞질러서 문을 열어줬다.

왕녀도 따라 나가려 하자 리콜 팀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도 잘할 수 있습니다!”


왕녀가 내가 뭐라도 말했을까 나를 살폈다.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뭘 말인가요.”

“그러니 저에게도 기밀 임무를···!”


아니 저 팀장은 기밀 임무를 받고 싶은 거야?

받아봤자 일만 더하지 않나. 리콜 팀장은 어쩐지 간절해 보이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왕녀가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건···.”


그때 금서관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격리실에 뛰쳐나갔다.

스파이가 난동 부리나. 잘했다, 스파이!

아이리스와 왕궁기사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두고 신전의 수호기사단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중대 범죄자를 인도하라는 대신관님의 명입니다.”

“왕녀님의 명령이 우선이다. 비켜라!”

“마나신의 법도를 지키지 않는 자를 처벌하려는 것이니 비켜야 할 건 저희가 아니지요.”


마나신의 법도를 지키지 않는 자는 이단자들을 뜻했다.

타국에는 마나교가 없었으니 당연히 마나교 신자가 아니겠지.


“대체 어디서 정보가···.”


왕녀는 제 입술을 물어뜯었다.

수호기사단은 왕궁기사단의 도착시간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게 도착했다.

임시 휴관으로 이용자는 없는 상황에서 도서관 내부에 있던 일이 빠르게 신전으로 보고되었다.

도서관에 신전의 정보원이 있다는 소리다.

도서관 인원 중에 제대로 일하러 온 사람이 없나?

그렇다면 이미 신전에서 금서 필사해서 빼돌리는 일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왕녀님···.”

“쉿.”


왕녀도 같은 생각인지 얼굴빛이 파리해졌다.

왕녀의 고민도 잠시 수호기사단에게 스파이가 넘어갔다.

기세등등한 수호기사단 뒤에다가 왕궁기사단이 중지를 날렸다.


“젠장, 저 자식들이.”

“왕세자전하를 모시고 오는 편이 낫겠군요.”

“아닙니다, 왕녀님.”

“그럼, 우리는 돌아가도록 하죠. 로소 선생님은 작업을 계속 해주세요.”


왕녀는 다시 왕궁기사단을 몰고 왕궁으로 돌아갔다.


“자악업?”


여기 팀장님의 오해도 풀어주시고 가세요.


“당연히 근무 말하는 거죠.”

“그래···. 로소 선생은 자리로 돌아가서 일하게나.”


아까보다는 리콜 팀장의 반응이 유해졌다.

지하에서 올라오자 스파이는 어떻게 되었냐는 다른 선생님들의 물음에도 잘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오늘 일하던 자리로 돌아갔다. 관장은 관장실 소파에 앉아 고급 포도주를 물마시듯 마시고 있었다.

이 도서관이 이태까지 잘 돌아가는 기적이 아니었을까?


*


스파이가 잡혀간 후 침묵만 감돌던 관장실에서 근무가 끝났다.

집에 돌아가는 척하고 로비로 돌아왔다.

로비에 아무도 없는 걸 살피고 지하에 내려갔다.

금서관에 들어가니 아이리스가 맞아줬다.


“오늘 스파이 때문에 고생하셨어요.”

“제가 잡은 것도 아닌데요. 그럼 어제 하던 부분부터 시작할까요.”


내가 왕녀에게 부탁 받은 필사를 시작하고 아이리스는 며칠 후 합류했다.

아이리스는 유약해보였지만 해야 할 일이라며 받아드렸다고 했다.


“제가 먼저 필사 시작하겠습니다.”


여러 권을 펴두자 필사실에서 빌린 펜들이 움직였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단순 작업이 최고지.

저녁 한두 시간씩 아이리스와 번갈아가며 필사를 하니 금세 밤이 되었다.


“아이리스 선생님! 아직 있어?”


아이리스가 필사를 시작할 때 누군가 시끄럽게 발을 구르며 지하로 내려왔다.

펜들을 수거하고 필사하던 책들을 빠르게 덮었다.

일단 퇴근 한 걸로 되어있는 지라 들키면 곤란하다.

서가 사이로 몸을 숨기자 단델리온이 금서관 문을 열었다.


“어휴 다행이네.”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오세요.”

“긴급소집이야.”


그 말이 무섭게 내 연락구가 울렸다. 품을 움추려서 최대한 소리를 줄였다.

단델리온이 서가 사이를 보려하자 아이리스가 막아섰다.


“제 연락구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받으셔도···.”

“긴급 소집이라고 했잖아요. 누가 부르시나요. 혹시 오늘 낮에 잡았던 스파이 때문에 저희도 심문?”


집요하게 이쪽을 살피던 단델리온이 대답했다.


“왕궁 마법사들 모두 집합하래. 왕궁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봐.”


그럼 내 연락구도 긴급 소집으로 연락 오고 있는 거네.

멈췄··· 아 멈추라고.


“연락구 계속 울리는 데.”

“제가 여기 있는 줄 모르고 연락하시나 보죠. 그럼 짐 싸고 올라갈게요. 먼저 올라가세요.”

“어어, 그래요.”


아이리스는 단델리온을 떠밀어 내보냈다.

단델리온이 나가자 이동마법으로 금서관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갔다.

이동 마법진의 빛이 완전 사라지자 연락을 받았다.


-왜 이렇게 안 받아?

“레시아 너야 말로 밤중에 무슨 연락이야.”

-왕립도서관 내 왕궁 마법사는 모두 집합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어.


전체 왕궁 마법사는 아닌가.


“모두 집합? 무슨 일인데. 전쟁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이단의 본거지를 알아낸 듯해.


여러 이단이 있고, 오늘도 스파이가 이단 혐의로 끌려갔다.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가슴이 술렁였다.


-국왕 및 상위 신관을 죽인 메리.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는데도 목격자도 겨우 나타난 실정이야.

“그럼 소집한 이유가···.”

-왕궁과 신전 힘을 합해 이단 전부를 해치울 생각이야. 이단의 본거지가 바뀌면 골치 아파지니까.


현상금까지 걸렸구나.

하지만 어머니를 죽이려고 본거지를 치는 행위는 어리석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죽지 않는다.

영상구 너머의 레시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너 혹시 도서관 아니-.

“도서관으로 바로 갈게.”


뚝.

갑자기 목격자가 나타났다니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 가면 또 나를 제외한 이들이 모두 죽을 수 있었다.

이제는 안 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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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반역자(3) 21.06.20 18 2 13쪽
47 반역자(2) 21.06.19 16 0 13쪽
46 반역자(1) 21.06.18 16 0 13쪽
» 스파이(2) 21.06.17 19 0 13쪽
44 스파이(1) 21.06.16 19 1 13쪽
43 연무 대회(3) 21.06.15 19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41 연무 대회(1) 21.06.13 35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29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8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2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3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2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9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39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29 4 13쪽
28 불타는 보육원(1) 21.05.31 30 4 13쪽
27 쥐구멍(3) 21.05.30 38 5 14쪽
26 쥐구멍(2) 21.05.29 31 4 14쪽
25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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