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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방구석 타워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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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4.05.22 09:25
최근연재일 :
2024.07.06 22:2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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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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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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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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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2쪽

34화 : 익숙한 냄새

DUMMY

34화 : 익숙한 냄새




쏴아아아-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노준영은 정수리를 긁으며 한탄했다.


비가 오는 날, D등급 게이트 폭주 방어조로 지원가는 중이었다.


“야, 신입. 얼굴은 폭삭 늙어가지고···. 짐 들고 재깍재깍 안따라와?”


“아, 예예. 죄송합니다. 선배님.”


노준영은 눈치를 싸악 보며 황급히 뒤따라갔다.


분명 2주 전만 하더라도 그는 E급 헌터 치고 잘나간다고 생각했었다.


대한민국 랭킹 8위 길드, 샤벨타이거의 길드원이었고, E급 파티장이었다.


하지만 신입 하나 잘못 받아서 개고생하다가···. ‘F급’을 만났다.


정확히는 그가 소환한 타워를 경험하게 된 것.


그 일 때문에 팀 해체 위기에서 ‘F급’ 전담팀 팀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단 1주 만에 샤벨타이거와 ‘F급’의 계약이 만료되고.


노준영은 실직자가 되었다.


할 일 없이 집에만 있으니 머리만 더 긁게 되고, 떨어져나가는 머리카락도 많아질 뿐이었다.


최소한 머리카락이 다 날아가기 전에···.


‘결혼은 해 봐야 할 거 아냐!’


숫총각의 간절한 외침 때문일까.


노준영은 헌터로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다 했다.


특히나 자신은 닉네임 ‘F급’ 헌터에 대해선 전문가였다.


F급이 무엇을 선호하는 지, 싫어하는 지 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 외에도 밤을 샐 정도로 헌터와 관련된 온갖 정보를 습득했다.


그 결과, 커뮤니티나 뉴스에서 나오는 F급에 대한 이미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구석 폐인 느낌. 집 밖으로 나가기 싫어하고, 사람들이랑 말 섞는 것조차 귀찮고 꺼려하는 스타일.’


F급 활동 처음 당시, 황금사자 길드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


자꾸 인싸처럼 우대해주려고 하니 더 급이 낮은 샤벨타이거에 온 거였다.


홍화길드의 길드마스터 자리를 받지 않은 이유?


사람과의 접촉을 아예 만들지 않고 싶어하니까.


관련된 정보를 아나운서 출신인 인터넷 방송인 김지우에게 모두 맡긴 이유?


신비주의 컨셉으로 나가되 귀찮게 구는 인간들의 어그로를 김지우에게 다 맡겨버린 것이다. 후원금도 줬으니 그게 수고비일 터.


이 모든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오롯이 노영준의 노력이었다.


김지우의 방송을 꾸준히 보고, 홍화길드 마스터와 대화도 했고, F급과 관련된 영상을 반복 시청했다.


눈치가 빠른 노준영은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F급 님은 최소 D등급, 혹은 C등급 게이트 폭주를 몇 번 더 막아낼 거야.’


성장형 스킬이기에, 새로운 영웅이든 타워든 경험치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한 주 동안 같이 활동하며 남들은 잘 모르는 소드 타워, 애로우 타워를 활용한 걸 봤기 때문이었다.


“야, 막내! 두 번 말하게 할래?”


“죄, 죄송합니다!”


그렇기에 E급인 자신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D급 파티에 꼽사리 껴서 폭주 방어조 임무에 들어가는 것.


정말 운이 좋다면 F급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추가 지원 요청이 있었기에, 급하게 인원을 더 모집하느라 들어간 자리였다.


자신을 포함한 10명의 헌터가 질퍽해진 등산길을 오르는 순간···.


“어? 이 냄새···.”


“막내! 내 말 무시하냐?”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익숙한 냄새가 나서요.”


아주, 익숙한 화약 냄새였다.


“비가 오는데 무슨 냄새가···.”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뭐, 뭐야?”


엄청난 굉음과 흔들리는 지축에 D급 헌터들이 깜짝 놀라 몸을 수그렸다.


하지만 노준영은 도리어 어깨를 활짝 폈다.


“F급 님!!!”



***



“이런 미친···! 타워 때문에 우리한테 오잖아!”


“아우우, 태호 오빠! 나 좀 붙잡아 줘! 파티 하나밖에 없는 빙결술사 이렇게 내팽개칠거야?”


“그러니까 누가 한가하게 영상이나 찍으래?”


“그게 문제야? 오빠가 네펜더스 콩알탄 안맞으려고 빨리 가니까 그렇지! 검사면 파티원을 지켜줘야 할 거 아냐!”


“내가 무슨 탱커 포지션인 줄 아냐?”


홍태호는 뒤에서 끈질기게 달라붙는 늪지 엔트를 쳐다봤다.


거대한 나무가 두 다리로 걷는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봤자 C-B등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


사실 잡으라고 하면 못 잡을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여기 있는 B급 파티원 모두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탱커 포지션이 없는, 5딜러 파티 구성이었으니까.


“오빠! 저기 앞에 사람들 있는데? 무슨 이런 날씨에 등산을···!”


“제길···. 헌터다.”


홍태호는 이세희의 말에 파티원들을 세웠다.


어떻게 하지? 늪지 엔트를 봤으려나? 도망치고 있다는 걸 들키면 나중에 헌터관리국에 찍힐 텐데? 상관없는 사람인 척 할까?


그래, 어차피 우리 정체를 알지도 못할 텐데···.


홍태호가 마음을 먹은 순간, 우의를 뒤집어 쓰고 오는 10명의 헌터들 중 한 사람이 빠르게 뛰어왔다.


“허억, 허억. 안녕하세요! 혹시 F급 헌터님과 함께 하시는 분들이신가요?”


“······뭐요?”


“어? 아닌가? 이상하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남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남자는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고, 코를 킁킁 하고 냄새를 맡더니 눈빛이 변했다.


“잠깐만요. 혹시 홍태호 헌터님 아니세요?”


“저를 아세요? 아니, 그게.”


“맞구나! B급 헌터 홍태호 님! 옆에 계신 네 분들도 그럼 모두 같은 B급 헌터 팀원분들 맞으시죠?”


홍태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항상 인기와 관심을 즐기던 그였다. 비 내리는 산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말에 습관적으로 인정해 버린 것.


“아니, 그러니까···.”


“우와! 역시, 홍태호 님이시군요! 그 유명한 닉네임 ‘F급’ 헌터님이랑 같이 방어조 임무도 하시고! 선배님들! 여기 B급 헌터님들 계십니다!”


홍태호가 뭐라 말을 할 새도 없이 남자는 다른 헌터들에게 외쳤다.


“참, 제 소개를 안했군요. F급 헌터 전문가, 노준영이라고 합니다.”


“······뭐요?”


도대체 저런 소개는 뭐란 말인가.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또 다시 울린 폭음에 홍태호와 다른 이들도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노준영이라 소개한 사내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피고 상황을 살폈다.


“저건 늪지 엔트랑 네펜더스인데···. 마치 F급 님이 쏜 불길을 피해 도망치는 느낌이고. 아하···. 알겠다.”


노준영은 아래에 있는 나머지 헌터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선배님들! 여기 계신 B급 헌터님들께서 휘말릴까봐 걱정되서 저희에게 오셨답니다! 저희는 네펜더스들 빠지는 놈 없게 포위만 하고 B급 헌터님들 활약상 보면서 한 수 배우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예? 저희 위험해 보여서 경고하려고 직접 내려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저는 E급이거든요. 저놈들 최소 C등급 게이트에서 나오는데···. 아무래도 D등급이 아니라 변이로 C등급이 된 거 같군요. 그러니 폭주했지.”


노준영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여튼, F급 님과 함께하시는 분들 만나 영광입니다. 벌써 늪지 엔트가 가까이 왔으니 처리하시고 난 다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저도 F급 님과 이야기 좀 나누고 싶은지라···. 저기 아래 저희 일행들한테는 제가 다시 설명 자세히 하겠습니다.”


“어, 그러니까······.”


홍태호는 노준영이라는 사내의 쉼없이 몰아치는 빠른 말에 정신이 어질했다.


마치 입에 모터라도 달린 사람 같았다.


“아! 저 쪽에 폭탄 타워 소환하셨구나.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쇼!”


노준영이 떠나가자.


“······태호 오빠, 우리 어떻게 해?”


“하, 날씨 참 좆같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포션 챙겨라.”


홍태호가 이를 짓씹었다.


5딜러 파티 조합 구성원으로 원거리 공격이 먹히지 않는 늪지 엔트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쥐들처럼, 다섯 명은 서로를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



노준영은 가슴이 뛰었다.


“허억, 허억.”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설마 했는데 진짜 F급을 만나다니!


10인으로 이루어진 D급 파티에서 유일한 E급 땜빵이었던 노준영이었다.


당연히 파티를 운영할 권리도, 권한도 없었다.


그저 그가 가진 건 정보와 입담 뿐.


열심히 선배들에게 입을 털었다.


앞에 있는 몬스터는 B급 헌터들이 정리해 줄 거고, 우리는 F급의 보조를 도우면 손쉽게 방어조 임무를 끝마칠 수 있을 거라고.


날씨도 좋지 않고, 늪지 엔트의 모습을 확인한 선배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노준영은 자유롭게 F급 헌터가 소환한 타워를 찾아 달렸다.


분명, 전처럼 2글자씩 전할 말이 있을 지 모른다.


“후우우···.”


그렇게 질퍽이는 산비탈을 달려가 타워가 소환된 곳에 도착했다.


“미쳤다···. 이거 폭탄 타워 세 개잖아.”


2층 짜리의 건물, 아름답고 우직하게 곧추 선 포신, 조약한 쓰레기 위장까지.


분명, F급이었다.


폭탄 타워가 세 개 소환됐다는 뜻은, 그의 능력이 훨씬 더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미친 능력. 뉴스에서, 외신에서 F급 님을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새발의 피.


앞으로 F급은 더 대단해 질 게 분명했다.


노준영은 침을 삼키곤 마음을 확정했다.


F급을 저가매수 하기로.


이미 고점이라고 다들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떡상할 여지가 많은 폭등 기술주와 비슷한 개념.


그러니 어떻게든 F급에게 들러붙어서 헌터 생활을 유지해 보리라.


“저, F급 헌터님? 저 노준영입니다! 전에 샤벨타이거에서 활동하실 때 수행했던 사람이요. 혹시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전처럼 글자로 보여주시겠어요? 시키는 일은 다 하겠습니다!”


두근. 두근.


노준영은 설레는 마음으로 F급의 응답을 기다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바람] [마법] [있?]


글자를 본 노준영은 지난 날의 기억이 단번에 떠올랐다.


자이언트 스파이더 퀸이 나왔던 게이트 방어조 임무 당시.


화염병이 날아가 터지고, 풍속 마법을 사용해 바람을 일으키고 거미떼를 한번에 몰살시켰던 경험.


“아아···. 저번에 자이언트 스파이더 퀸 때처럼 바람 마법 쓸 수 있는 헌터 있냐는 질문이시죠?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에 찾아내면 바람을 어느 쪽으로 불게 할까요?”


이번에는 노준영의 질문에 빠르게 답장이 왔다.


[하늘] [구름] [없애]


“······구름을 없애라고요?”


아니, 그건 좀.



***



붉은색 게이트가 다시 한 번 일렁인다.


그 다음에 나타난 건 망토를 뒤집어 쓴 고블린 한 마리.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보다 키가 작은 고블린과는 달랐다.


2m가 넘는 신장과 쭈글쭈글한 손가락, 그리고 휘두르는 나무 지팡이까지.


고블린 주술사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잦아들던 빗줄기가 거세졌고.

빗물이 고인 곳이 늪지대로 바뀌었으며.

개구리 부화장에서 개구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굴! 개굴!


[영웅, 세레나 윈드워커가 죽음의 늪 효과를 받습니다.]

[영웅, 콜린 아이언폴이 죽음의 늪 효과를 받습니다.]

[상태이상 효과가 적용된 수만큼 1분 당 체력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바라보는 세레나는 다른 것에 집중했다.


익숙한 냄새.


처음부터 맡았던, 죽음의 늪을 만들어내는 악한 고블린 주술사의 냄새.


하지만 그냥 익숙한 냄새가 아니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지난 날이 떠오를 정도로 똑같은 냄새.


“어이, 귀쟁이. 갑자기 왜 그래?”


세레나의 흔들리는 동공을 본 콜린이 물었다.


“분명···. 우리 일족이 죽였을 텐데···? 제가 헛 것을 보고 있는 건가요?”


동생의 생명을 대가로 결국 죽이는 데에 성공했던-


비탄의 늪의 주인, 고블린 여왕 그루미가 분명했다.


“헛 것은 무슨···.”


콜린은 세레나의 표정을 보곤 말을 멈췄다.


온순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인 엘프.


하지만 그 엘프들이 숲을 침범한 적에게는 잔혹한 사냥꾼으로 바뀐다.


그리고 세레나는 콜린이 봤던 엘프들 중 가장 사나운 눈빛으로 고블린을 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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