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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 서재

방구석 타워 소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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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연어
작품등록일 :
2024.05.22 09:25
최근연재일 :
2024.07.06 22:2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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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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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4,255

작성
24.06.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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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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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글자
12쪽

25화 : 하룻밤

DUMMY

25화 : 하룻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밤.


남녀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에 적절한 순간.


나는 영웅 소환 직전 읽었던 팁 문구를 떠올렸다.


“세레나. 왜···. 내 소환에 응답한 거예요? 여기에서 활약하면 본래 세계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만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본인에게 직접 듣는 게 제일 정확할 터.


“아아, 긴 이야기가 되겠네요. 어디서부터 해야 할 지···. 먼저, 저희 일족인 윈드워커 일족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윈드워커 일족은 네 그루의 세계수 중 서쪽을 담당하는 일족이었어요. 세계수를 지키는 엘프 일족인 셈이죠.”


“하지만 블랙드래곤, 카프로타르가 저희 일족의 터전을 불사르고 세계수를 파괴하려고 했어요.”


“몇날 며칠을 싸웠을까요. 카프로타르의 하수인인 고블린 부족들을 끊임없이 막아내다가···. 결국 막아내는 데에 실패했죠.”


세레나는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일족의 장로로서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죠. 세계수의 씨앗을 챙겨서 일족 모두를 이끌고 도망쳤어요.”


“아주, 아주···. 끈질기고, 끔찍하고, 간절했던 도피였죠.”


나는 차마 그 과정에 대해 묻진 못했다. 말투에서도, 얼굴에서도 수 많은 동족들을 잃었을 게 보였으니까.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조차 보기 어려운 광야에 터전을 잡았어요. 그 곳에 세계수의 씨앗을 심고, 숲을 가꾸고자 노력하던 와중이었죠.”


“하지만, 카프로타르는 저희가 세계수 씨앗을 가져간 걸 눈치챘나봐요. 숲도 없는 곳에서 끊임없이 고블린 부족들과 싸울 수 밖에 없었죠.”


“계속해서 죽어가는 친구들과 동료들···. 암담했던 순간, 숲의 어머니이신 엘레시아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죠.”


“······소환에 응하라고.”


세레나는 덤덤하게 이야기를 끝마쳤다. 마치 옛날옛적 이야기처럼.


“······더 궁금한 게 생겼어요. 제 소환에 응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소환사님을 영원히 지키라고 명령을 들었을 뿐.”


“그러면 왜 응한 거죠? 일족에게도 세레나가 필요할 거잖아요. 일족의 장로라면서요.”


마치 일족의 능력자이자 지도자를 뺏어온 기분이 들어 찜찜했다.


“제가 소환사님의 적을 물리칠 때마다 기여도 만큼 일족에게 룬석이 전송되거든요. 룬석이 있으면 마법도, 정령도 사용해서 숲을 재건할 수 있을 거예요.”


“···룬석이요? 제가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네. 룬석은 숲의 정기를 모아 만드는 엘프의 비전 기술의 결정체거든요. 세계수도, 숲도 없기에 어느 때보다 룬석을 만드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룬석을 통해 숲을 재건하고, 정령들도 소환할 수 있어요.”


“어떻게 룬석이 일족에게 전송 되는 건지 원리는 모르겠지만···. 숲의 어머니 엘레시아 님이시라면 시공간을 초월하는 방법이 있으시겠죠.”


“그래서 소환에 응하는 게, 제가 일족을 위해 헌신하는 방법으로 최선이었어요.”


세레나는 숲의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하고 있었다.


엘프의 신, 이런 존재이려나.


좀 미심쩍은 부분이 남긴 했지만, 일단 보류.


“그러면···. 제가 그냥 마석이나 줏으면 된다고 했을 때, 썩 기분이 좋진 않았겠네요?”


“네? 아아···. 아니에요, 소환사님. 오히려 마음을 다잡았죠. 어떻게든 소환사님에게 도움되기 위해 강해져야겠다고.”


“지금의 세레나는 충분히 강해요. 솔직히 말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은 데다가, 지금 수준만 해도 최소 B급 헌터 정도?”


애매하긴 했다.


마력 수치 높은 C급과 수치 낮은 B급 사이 정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단신으로 D등급 넘버 99 게이트의 보스몬스터 세 마리를 홀로 잡았으니까.


“···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뻐요. 소환사님께도 감사드리구요.”


“아니, 뭐 감사까지···. 저야말로 세레나랑 함께 해서 좋은걸요.”


아무런 걱정 없이 사람과 대화를 해 본 지 몇 년이 지났던가.


독심술 스킬이 발동되지 않기에, 속마음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세레나는 오히려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1성급 영웅이니, 공격력 별이 몇 개니···. 어쩌면 상태창으로 나타나는 가치보다 더 소중한 존재.


“소환사님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소환사님은···. 어떤 사람인지.”


세레나가 내 눈을 보고 있었다. 푸른색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저는······. 하남자에요.”


“하남자요···? 키가 작다는 뜻인가요? 소환사님은 인간 남성 치고 꽤 크신 것 같은데···.”


“아니요. 하남자는···. 마음이 작은 거예요.”


내가 살다살다 하남자를 설명하는 날도 오는구나.


“걱정이 많아요. 내가 뭐라고 한 마디 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말도 꺼내지 못해요. 내 말이 무시당할까봐 걱정되어서. 무서워서. 두려워서.”


“식당에서 계산하고 나온 다음, 더 많이 계산된 걸 알아챘어요. 하지만 가서 따진다거나, 잘못됐다고 말할 용기도 없어요.”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지도 못해요. 도와준다고 오는 직원도 불편하고, 멀리서 쳐다보는 시선조차 불편해서요.”


“자신있게 뭔가를 결정하지도 못해요. 괜히 실수했다가, 놀림거리가 생긴다거나. 혹은 평생 후회할 만한 일을 저지를까봐.”


“······그게 하남자에요. 절 가리키는 말이죠.”


내 자신에 대해 말을 꺼내고 나니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소환사님이요? 그렇게 보이지 않으시던데···. 저한테 그러신 적이 전혀 없었어요.”


“그건, 세레나라서 그래요.”


“······네?”


“저는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거든요. 듣기 싫어도 들려요. 제가 하남자가 된 건 기질도 있겠지만···. 속마음을 읽게 된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눈을 감기만 해도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의 마음이 환청마냥 다시 들려온다.


마치 몸에 새겨진 것처럼.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 생각, 마음···. 그게 걱정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들렸죠. 무시하고, 경멸하고, 혐오하고, 불쾌해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들이 제 속에 쌓였나봐요. 그래서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무서운···.”


“히키코모리가 됐어요.”


“방구석에 쳐박히고, 쓰레기더미가 쌓이고, 지우가 주는 돈으로 겨우 먹고사는 그런 실패한 인생. 그게 저였어요.”


“그런데···. 세레나를 소환하고 나니, 세레나한테서는 속마음이 들리지 않더라고요.”


“아, 그 때 그래서···!”


세레나가 깨달았다는 듯이 반응했다.


“네. 세레나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편해졌어요.”


나는 세레나에게 애써 웃어주었다.


타워 소환 능력이 생기고부터 조금씩 내 삶은 바뀌었고.


세레나를 소환한 다음부터는 내 마음가짐이 확 변했다.


아직은 마음이 어려워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그러니 언젠가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가는 날이 오겠지.


“편해지셨다니 다행이에요, 소환사님. 그러니 저를 대할 때 더 편하게 위험한 곳으로도 보내주세요. 저는 일족을 위해서라도, 소환사님을 위해서라도 싸울 테니까요.”


“그래요, 세레나.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나와 세레나는 서로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



하룻밤이 지나고.


점심이 되기도 전에 지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 오빠 말대로 부천 원미게이트 주변으로 찾았어. 집도 봐 봐. 나름 풀옵 오피스텔이라 괜찮아. 월세가 좀 쎄긴 한데···. 오빠는 돈 아낄 생각 없잖아. 그치?


“말 안해도 잘 아네. 그럼 거기 계약해. 다 끝나면 연락하고. 세레나도 가서 확인하게.”


- 세레나 언니 잘 있지? 밤사이 뭔 일 없었고?


“자꾸 뭔소리냐 니는. 하여튼 앞으로 마석이나 돈 생길일 있으면 너가 알아서 처리해. 이런 잡다한 일도 다 하고.”


- 내가 길드 법인 차려서라도 할테니까 그건 걱정 말고. 하여튼 여긴 내 스튜디오로도 사용할테니까 그리 알아. 알았지?


“알아서 해라. 끊는다.”


전화를 끝내고, 아침부터 토스트를 쌓아놓고 먹는 세레나가 보였다.


“벌써 집을 구한 건가요? 그리 서두르지 않으셔도 전 괜찮은데···.”


“아니에요, 세레나. 어차피 다음 영웅도 소환할 거거든요. 셋이서 지내기엔 여긴 너무 좁잖아요?”


다시 토스트에 집중하는 세레나를 두고 영웅 소환을 확인했다.


[환영합니다, 소환사님! 현재 소환 가능한 영웅들의 목록입니다.]


[콜린 아이언폴 : C등급 마정석 3개 필요]

[레퀴엠 : B등급 마정석 10개 필요]


천억짜리 레퀴엠은 일단 보류.


세레나 덕에 C등급 마정석 3개를 바로 구했으니 고민할 것 없이 콜린 아이언폴을 소환할 차례다.


[콜린 아이언폴]

[드워프 아이언폴 부족의 두 번째 모루. 스톰퍼와 함께 쌍도끼를 사용할 수 있다.]


[공격력 : ★★★☆]

[공격속도 : ★★★★]

[방어력 : ★★★★☆]

[사거리 : ☆]

[기동력 : ☆]

[스킬 : 장비 강화 Lv.1, 아이언 스킨 Lv.1]


그러니까···. 드워프네?


새로 소환할 영웅 정보가 뭔가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었다.


두 번째 모루는 뭐고, 스톰퍼는 또 뭐야?


하여튼 성능만 봐서는 근접 탱커가 분명하다. 쌍도끼 쓰는 드워프 느낌.


확실히 돈값을 하는지, 소환할 때부터 스킬도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스킬.


바로, 장비 강화.


“장비 강화도 되는 거였어···?”


나는 세레나 인벤토리에 있는 활을 확인했다. 전설급 장비라서 이미 강한데,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네? 저 부르셨나요?”


어느새 9개의 토스트를 먹은 세레나가 물었다.


“아니에요, 세레나. 많이 먹어요.”


으흠. 세레나 식비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돈을 더 벌어야겠다.


강화도 하려면 돈 많이 깨질테니까.


돈 많이 벌려면 계속 영웅도 소환하고, 타워랑 소환사 레벨도 올리고.


[콜린 아이언폴을 소환하시겠습니까? C등급 마정석 3개가 소모됩니다.]


영웅 소환을 누르자.


슈우우웅!


[콜린 아이언폴에게 소환 요청을 보냅니다.]

[콜린 아이언폴 소환 대기 : 23h 59m]


자, 내일이면 30억 짜리 영웅 등장이다.



***



“진짜 게이트 들어가도 괜찮을까?”


“야, 괜찮다니깐? 뭘 그리 걱정하냐?”


두 헌터가 티격대며 말했다.


“우리가 뭐 폐쇄하러 들어가냐? 그냥 잠깐 탐색만 해보자는 거지.”


“아니···. 너도 뉴스 봤잖아. 언제 D등급 게이트에서 변이 넘버 99가 뜰지 모른다고.”


“야. 그럼 관리국 말대로 D등급 게이트 다 상향해서 들어가냐? 그럼 돈이 안되잖아. D-112573. 난이도도 1, 크기도 1. 이런 허접한 곳 폐쇄해봤자 나오는 것도 없다고.”


“그래도 등장할 확률이라는 게 생겼는데 굳이 지금 가야 해?”


“애초에 싸게 낙찰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데? 허접한 곳이라 단가 안맞으니 다들 입찰을 안한 거 아냐. 상향해서 D급 파티 하나 더 구해서 들어가면 남지도 않는다는 걸 다 아니까.”


“······그래서 우리 둘만 가서 탐색만 하자는 거지? 돈 될만한 부산물 있는지 확인만 하는 거고. 위험하면 바로 나오는 것도 맞지?”


“그래그래. 뭘 그리 쫄아있냐? 같은 D급 헌터면서. 우리나라에서 생성되는 D등급 게이트가 하루에 몇 갠데. 설마 우리가 변이 99 넘버에 당첨되겠어?”


“그래···. 설마 우리가 걸리겠어?”


두 헌터는 서로를 격려하며 부천 원미구에 생성된 게이트에 입장했다.


그러나 하룻밤이 지나도록 두 명의 헌터 중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디칸트
    작성일
    24.06.12 11:34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루시펠13
    작성일
    24.06.12 19:05
    No. 2

    앞에 던전 넘버 설정에서 앞의 두자리는 크기, 그 바로 뒤의 한자리는 난이도라고 설정하셨습니다.
    그럼 112573은 크기 11 난이도 2 입니다.
    난이도 1 크기도 1이라면 설정상 011 573 이 되어야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qh******..
    작성일
    24.07.05 13:34
    No. 3

    아..독심술..나한테 있었으면..잘사용할수 있을건데..ㅠ
    나도 하나주라..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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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 번개는 항상 두 번 친다 +3 24.06.17 2,632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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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 애기븝미쨩 +4 24.06.15 3,043 7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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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 콜린 아이언폴 +3 24.06.13 3,268 82 13쪽
» 25화 : 하룻밤 +3 24.06.12 3,435 78 12쪽
24 24화 : 대화가 필요해 +2 24.06.11 3,488 80 18쪽
23 23화 : 방송 출연 +4 24.06.10 3,647 8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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