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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정색하고 말하는 알베르토의 말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지독한 광기 같은 것을 보았다. 왠지 들리는 것 같았다. 무서워. 너무너무 무서워. 복수한다고 했어. 북수당할거야. 반드시 당할거야. 그러기 전에 죽여야 해. 복수당하고 살해 당하기 전에 반드시 죽여야 해. 절대 안심해서는 안돼. 평화를 가장하고 나중에 언젠가 반드시 복수할거야. 그런 그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아오, 이 겁쟁이 자식.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비는 사람까지도 전에 허세부리느라 말한 이유 때문에 무서워서 화의를 받아주지 못하겠다는 거냐? 그래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때 알베르토 경이 작전 테이블 위에 놓인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베니스의 석호 지대에 해안선에 그리 오래지 않아 1차 봉쇄망이 구축완료 될 것입니다. 그리고, 1차 봉쇄망이 구축되면 곧바로 2차 봉쇄망을 만들 예정입니다.”
“2차 봉쇄망이요? 지금 3중 성벽을 쌓고 있던데... 거기에 성벽을 더 쌓을 생각인가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제가 봉쇄망을 만들려고 하는 곳은... 바로 여깁니다.”
그리고 알베르토는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쭉 그었다. 그걸 나와 크로노스 경, 안드레아 대사가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의문에 휩쌓였다. 아니... 여기는....
“여기는... 바... 바다잖아요!!!”
그러자, 알베트로가 말했다.
“바다라고는 하지만, 군데군데 섬이 있는 석호 지대입니다. 남쪽 키오자에서 리도섬, 그리고 예솔로에 이어지는 석호 섬지대. 물론 중간중간에 끊어진 바다가 있기는 하죠. 저는 그곳에 현재 해안선에 지어지고 있는 봉쇄망에 이어지는 바다에 세워진 2차 봉쇄망을 만들 생각입니다.
바다에 인력을 투입해서 매립을 하면서 긴 제방을 만들고, 그 위에 성벽을 쌓으면서 쭈욱... 이어가면... 베니스 섬을 해안선과 바다의 제방으로 완전하게 포위하는 거대한 봉쇄망이 만들어 지게 되죠. 저는... 이것을 통해서 베니스로부터 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지도에 그가 그린 선을 보고 뿜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 이게 대체 길이가 얼마나 되는거야? 그걸 육상도 아니고 바다를 매립해서 제방을 쌓으면서 만든다고? 그럼 그걸 다 만들면 대체...
“말도 안돼요. 그게 대체 몇 년의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년!!!”
“......!!!”
알베르토가 조금 웃었다. 조금의 장난끼도 없는 마치 공포에 질렸을 때 나오는 미소같았다. 그가 말했다.
“10년이면 충분합니다. 그 정도면... 베니스 섬을 둘러싼 거대한 봉쇄망이 구축됩니다. 그러면 지금 임시방편으로 막아둔 해상봉쇄도 완벽하게 장벽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세월이면... 아마, 베니스가 비축한 10년치 물자도 상당히 소모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방을 만드는데 10년... 포위를 유지하는데 10년. 합쳐서 20년이 필요합니다.
그 봉쇄된 베니스 도시에 모든 것이 다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 20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전에 엔리코 대사가 말한 물자와 경제력을 통한 복수도 의미를 상실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지시를 내릴 사람은 거기서 10년 사이에 다 사라졌으리라 생각하니깐요. 저에게... 20년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다들... 알베르토의 말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이 자식 대체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이건, 문자 그대로... 베니스인 20만명을 죄다 몰살시켜 버리겠다고 하는 거잖아? 고작, 자기가 겁난다는 이유로? 이 무슨 미친... 그런 알베르토의 말에 경악하고 반응한 것은 바로 안드레아 대사였다.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저희 모든 베니스인들을 전부... 몰살시켜 버리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부디 모든 베니스인들께서는 황금을 끌어안고 전원 아사해 주세요. 그러지 않고서는... 전에 엔리코 대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도저히 발을 뻗고 잠들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그런 말도 안되는!!! 지금 우리 베니스를 그대로 가라앉혀 버리겠다는 겁니까? 그럴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안드레아 대사의 말에 알베르토가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어? 가라앉힌다라...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아! 한가지, 2차 봉쇄망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더 생겼군요. 듣자하니... 베니스는 종종 강우가 심하거나 해수의 유입이 넘치면 도시가 침수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죠? 석호 지대에 말뚝을 박아 지은 도시라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설명한대로 키오자에서 예솔로까지 제방을 쌓고, 제방 안에서 바닷물의 유출을 막고, 강물의 유입을 계속 이루어지게 한다면?
아!!! 틀림없이 해수의 수위가 높아져서, 최소 1층은 죄다 잠겨버리겠군요. 전권대사가 말씀하신대로 베니스를 단순히 봉쇄하는 것을 넘어서서 완전히 바다에 가라앉혀 버릴 수 있겠군요. 공녀님. 좋은 소식입니다. 어쩌면... 20년보다는 더 짧게 일이 마무리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 전에 베니스로부터 오는 모든 두려움이 다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소식입니다. 그대로 시행해도 될까요?”
다시 한번... 좌중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바로 쥬노였다.
“우와... 이번에 리알토 증권가에 새로운 자원 시세 추가로 상장하겠네. 바로 인육 가격. 설마 여기 올라타는 호구 없지? ...가 아니라, 니들 베니스인들은 빨리 올라타야 할 것 같은데? 나중에 떡상해서 돈주고도 못구할 날이 금방 올 것 같잖아.”
우리는 잠시 후... 기절한 안드레아 전권대사를 깨우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들은 사실에 대해서 지체없이 크로아티아에 있는 바실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안됩니다!!! 아직 돌아갈 수 없다고요!!! 병사들, 이거 놔!!! 아직, 베니스인들이 저기 있잖아!!! 두려워! 무서워!!!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 반드시 없애야 해. 내가 당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없애야 한단 말이야!!! 제발 날 놔줘!!! 황제 폐하. 제발 놔주세요.”
“하이고... 우리 사령관님. 이제 그만 하시라고요. 황도로 돌아가서 개선식 치루셔야죠. 이제 전쟁 끝났어요. 그리고 이제 베니스 없어요. 주권 포기에, 보유 자산도 죄다 제국 국고로 편입되고, 거기 시민들도 제국 시민권 못받고 노예 신분으로 편입되었다고요. 다들 자기네 절실한 의지로 말입니다. 우리가 시민권 주겟다는 거 받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거절했다고요. 그러니깐, 이제 전쟁 끝났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하지만, 알베르토 사령관은 크로아티아에서 긴급하게 달려온 바실의 만류와 개선식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더 싸워야 한다며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그리고, 멀리서 스스로 시민 이하의 자격으로 제국에 항복하고 그냥 목숨만 부지한 베니스인들은 그걸 보며 공포에 덜덜 떨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긴 제국과 베니스와의 이탈리아를 둘러싼 전쟁은 종결되었다. 결과는... 베니스가 있었는데 없습니다로.
알베르토 사령관은 콘스탄틴노플에 돌아와 개선식을 하면서도 연신....
“시민 여러분. 베니스를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은 틀림없이 복수할 겁니다. 틀림없이 반란을 일으킬 거에요. 그러니깐 반드시 그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해요. 그러지 않고서는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없습니다. 지금은 개선식을 할 때가 아닙니다. 어서 가서 213,917명의 베니스 시민들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그토록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끊임없이 적에 대해 경계하는 그의 모습에 경외심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행동은 개선 이후에도 이어져서, 주권을 포기하고 황궁에 방문해서 제국으로 편입되었다는 것을 신고하러 온 안드레아 모로시니 대사 일행에게 다가가서...
“복수할거죠?”
“안합니다. 절대 안해요.”
“반란 일으킬거죠?”
“아니라고요!!! 몇 번을 말해요!!! 절대 안합니다.”
“제발 한번만... 한번만 한다고 해줘요. 시원하게 한번 하고 깔끔하게 갑시다. 그게 댁들도 자존심 지키고, 나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마음 편히 살고...
“아아아아아악!!! 제발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안그럴테니 제발 용서해달라고요. 황제 폐하!!! 제발 저 사람만은 저희들한테 멀리 떨어뜨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나한테 그래도... 원래 점령군 사령관이 군정사령관 하는 것이 관례인데...”
“크아아아아악!!!!!!!!”
그래서, 경기를 일으키는 베니스인들의 반응에 알베트로 경은 초대 제국령 베니스 총독 겸 군정 사령관 자리는 차지하지 못하고 임시편성이던 이탈리아 방면군 사령관을 상설 군단 겸 직위로 받아서 주둔지인 바리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대신 덕본 것은 크로노스 경이었다.
“히야... 전에 딸내미 덕분에 불가리아 군정사령관 해보더니, 이번에는 그 친구 덕분에 베니스 총독도 해보네. 나 군팔자 풀린겨? 아님 날로 먹는겨?”
“큭큭큭... 아빠, 쥬노가 오늘 베니스에서 인형놀이 좀 마음대로 해도 돼요?”
아오... 씨바, 베니스인들이 불쌍해서 내가 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 그렇게 베니스에서의 일이 마무리 되고, 얼마 후 황후 마마는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셀프 감금을 포기하시고 황궁으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황후 마마의 친정 친척들은... 베니스의 체류는 허가하되, 다시 한번 황도에 나타나거나 황후 마마의 이름을 언급하면 바랑기안 근위대가 한 200조각 내준다고 협박한 다음 죽은 듯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단돌로 일족은... 석방되었다. 과거 콘스탄틴노플을 유린한 엔리코 단돌로를 생각하면 이가 갈리지만, 어차피 베니스인들에게도 신뢰를 상실한 그들을 그냥 놔주는 것이 더 큰 복수라는 관점에서 제국의 관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래서, 그 말처럼 베니스의 마지막 도제가 된 조르지오 단돌로는 베니스가 멸망하고 얼마 후, 같은 베니스 동포들의 멸시를 당하며 실의에 빠져 살다가 사망했다. 그리고, 엔리코 단돌로는 제국을 탈출해서 신성동맹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나중에 알베르토의 말처럼 제국에 복수하는 복수귀가 돼서 이래저래 자주 마주치게 된다.
훗날, 공포의 사도로 불리며, 제국군이 더 이상 외교적으로 상대하기를 포기한 적성국에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2개의 결전병기 중 한 사람인 알베르토 셰르마넬. 그는 적에 대한 단순한 승리가 아닌, 적이 영원히 재기할 수 없도록 가진 모든 자원과 물자와 시설을 소멸시키는 총력전과 섬멸전의 창시자로서 오랫동안 제국의 적들에게 공포를 주는 존재로 군림했다.
그래서, 실제로 전장에 투입될 경우 적성국의 항의에 제국이 사과를 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던 그의 존재에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경이적인 보급 운영 능력으로 항상 적보다 우위에 서서, 귀신같은 부대 운용으로 전무한 희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에 아군들마저도 시선을 마주하기 힘든 경외의 존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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