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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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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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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2.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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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0-1/2

DUMMY

“까악··· 까악···”


조금 음산한 날씨에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울리자 기분이 더 을씨년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차에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풍경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드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본국인 헝가리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에 이런 모습을 가진 땅이 있었다니.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불길한 기운을 억누르려 노력하였으나 그게 잘되지 않았다. 나, 이번 일 잘해낼 수 있을까? 나는 며칠 전에 있었던 헬레나 시녀장의 알현을 떠올렸다.


“조··· 조지아 측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던가요?”


저번에 친 대형 사고에 대해서 이번만은 나도 자진납세. 그래서 갈구면 싹싹 빌 생각으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나의 말에 헬레나 시녀장은 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생각보다 흥분하지는 않고 대답하셨다.


“그게··· 상부에서도 생각보다는 별 이야기가 없더구나. 원래 신성 동맹의 일원도 아니고, 거리도 우리 쪽과 너무 멀리 떨어진 탓인지··· 제국에 득이 되는 일이라는 것에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심하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 모양이더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별 관심이 없달까? 아마도 그쪽에서 교섭한 우리 측 인사가 아마도··· 교섭의 대가로 상당수 향응을 제공받았고, 일이 실패하면 그걸 토해내야 할 지경이었는데, 조지아군 사령부가 칠디르 호수에서 몰살된 덕분에 저쪽에서 항의할 당사자가 사라진 모양이더군. 그래서··· 그냥 관심 밖으로 넘어갔다. 너도 이번에 책임을 물어 한번 경을 치려고 했는데 다행인줄 알거라.”


“아, 네··· 죄송합니다. 그게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나는 시녀장에게 사죄를 하면서도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결국, 멀리 떨어진 조지아가 망한 건 신성 동맹에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 그게 그렇게 과소평가할 일이 아닐텐데? 제국이 다른 곳도 아니고 난공불락의 카프카스를 합병하고 전진 기지를 구축한 일인데··· 동방에서는 세력의 지각 변동이 벌어진 앞으로 엄청난 일이 될 사건을 겨우 그 정도로 가볍게 봐도 되는 거야? 나는 왠지 암울한 신성 동맹의 행보에 대해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고민을 할 틈도 없이 시녀장님은 새로운 미션을 이야기 하셨다.


“지난 번에 벌어진 불가리아 반란군의 진압 덕분에 발칸 동부에서 정치적, 지리적 지각 변동이 벌어졌다. 우리 측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제국 측에서는 오랫동안 손 밖에 있던 불가리아가 손에 들어오면서 예상치 못한 상대와 국경을 마주하게 되었지.”


나는, 시녀장님이 꺼내는 말에 떠오르는 악몽 같은 기억이 있었다. 쥬노 카시우스. 확실하게 질거라고 생각하고 선임을 했더니만, 아주 상대방을 영혼까지 털어버리고 돌아온 똘아이 기집애. 본인 말에 의하면, 내가 등을 떠밀어 준 덕분에 수행된 소피아 공성전에서 얼마나 악랄하게 적들을 유린했는지···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현지 군정관으로 부임해야 할 그녀의 아버지 크로노스 카시우스 경이 하도 현지에서 반발이 심해서 부임을 거절하고 콘스탄틴노플로 자리를 옮겨야 했었지.


정말이지··· 해맑은 표정으로 인형 놀이 하면서, 하는 짓은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가 따로 없는 수준으로 상대를 유린하고 학살하는 제국군 최악의 인재. 아무튼 요새는 그냥 룰루랄라 콘스탄틴노플을 돌아다니면서 나한테 종종 찾아와 쇼핑이나 가자는 그 아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쓰리다. 아무튼, 그 일로 인해서 제국은 내전기에 오랫동안 상실했던 북동방면에 영역을 확보했다. 그런데 그러면서 시녀장님의 말처럼 예상치 못하게 인접하게 된 지역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왈라키아였다.


나는 왈라키아에 대해서 대충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위치 상으로 카르파티아 산맥의 남쪽에 있어서 우리 본국인 헝가리와도 멀지 않은 지역. 그리고 한때 제국이 전성기였던 시절에는 제국의 영역이었던 지역이다. 하지만, 오랜 내전과 그 사이에 발생된 불가리아의 반란으로 인해 그곳과 제국과의 연결이 끊어져서 지금은 사실상 독립한 대공국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었다. 예전에 제국이 불가리아와 대치하던 중에는 관심 밖이었는데, 이제 제국이 불가리아를 손에 넣고 국경을 인접하게 되자, 제국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지역은 조금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북쪽으로 초원과 인접한 그들은 오랜 시간 기마민족들이나 슬라브 제후들과의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생각이상으로 강한 세력이었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카르파티아 산맥 덕분에 헝가리와도 교류가 없고, 불가리아 덕분에 제국과도 교류가 단절되고, 자체적으로도 대외적인 교류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현지에 고립된 느낌으로 정확한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국도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해야 하나 갈피를 못잡고 있는 그들에게··· 신성동맹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저런 용건을 꺼내는 것일까? 시녀장님의 말이 이어졌다.


“왈라키아 대공국. 바로 그곳에 대해서 신성동맹은 그들 세력을 이용해 제국에 우환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작전이 검토되고 있다. 안그래도 제국군 내부에서도 이제 더는 국경을 마주한 시점에서 시간만 끌수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의사를 타진할 흐름이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정식 외교 사절을 보내기는 현지 사정이 불확실하니 파견하는 것은 군부의 장교가 아닌 교섭인을 보내는 것이 그림이 좋겠다고 판단되어, 네가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고 하였다. 맞느냐?”


“아, 네 전에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아마도 제 의사만이 최종 남은 듯 보입니다. 하오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대충 짐작이 되는 군요. 바로 사절로 왈라키아에 파견되서 어떻게든 협상을 파탄으로 끌고 가, 그들이 제국에 우호적인 입장에 서지 않고, 신성동맹과 손을 잡고 제국에 칼을 들이대게 만들 정도로 성질을 건드리면 되는 거겠죠?”


그러나··· 시녀장의 말은 내 예상 밖이었다.


“아니. 완전히 틀렸다. 정반대다. 네가 거기 가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그들을 제국의 일원으로 편입되게 하는 것이다.”


“네··· 네에?!!! 아니, 어째서요?”


나의 당황스러운 질문에 대해서 시녀장님은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보고 으스대며 말하기 시작하셨다.


“제국에서는 오랜 내전기간 동안 교류가 두절되어 왈라키아의 사정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한 모양이지만, 카르파티아 산맥을 끼고 인접한 우리 헝가리는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지. 그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그런 작고 열악한 지역에서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하고, 왜 그들이 그토록 고립된 지역에서 은둔하듯이 살고 있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 이유를 알기에 우리는 그들이 결코 정상적인 외교의 대상이 아님을 알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자라는 걸 알기에···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그들이··· 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제국에 적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편입되는 것이 더 피해를 준다는 것인가요?”


그러자 나의 질문에 그녀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흡혈귀.”


“네? 지금 뭐라고···”


“말 그대로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빠는 흡혈귀의 무리다.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 악마의 수하들이고, 이단의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지. 물론, 대부분의 주민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을 지배하는 세력, 바로 왈라키아 대공과 그의 병사들은 확실히 그런 마귀들이 틀림없다. 그래, 너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하는데? 트랜실바니아 지방에서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만든다는 그 공포의 군주. 왈라키아 대공, 블러드 체페쉬의 이름을 말이다.”


뭔가··· 시녀장님은 대단한 걸 말한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셨지만, 나는 왠지 그 이야기를 듣고 두통이 밀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요즘 세상에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그게 너무 티가 났나? 시녀장님은 왠지 심드렁해하는 나를 보고선 말하셨다.


“지금 그 표정은 뭐냐? 내 말을 못믿겠다는 거냐?”


“아뇨··· 못믿겠다기 보다는··· 그래도, 저희 나름 첩보 조직인데, 그런 애들 잠안자면 겁줄려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하시는 건 좀···”


“후후후···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확실히··· 나도 증거가 없다면 너와 비슷한 반응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우리 측에서는 그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있다. 그건, 바로··· 몇 년전 우리 헝가리에서 왈라키아와 국경을 맞댄 트랜실바니아가 왈라키아와 벌인 국지전에서 확인된 증언들이다. 처음에는 큰 무리가 없는 전쟁이라 생각했지. 고립된 왈라키아 정도는 카르파티아 산맥만 넘어서 현지에 진입하기만 하면 복속시키는 건 시간 문제로 여겼다.


그래서, 영지 확장에 욕심을 가진 트랜실바니아 공작은 병력을 몰아 왈라키아를 향해 남진했지. 처음에는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들의 영내에 깊숙히 진입한 어느 날 밤이 되자 거기서 트랜실바니아군은 지옥을 보았다고 하더군. 시체가 일어서서 덮쳐왔다. 늑대가 병사로 변신해서 공격해왔지. 그리고 박쥐들도 병사로 변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그 지옥 같은 기습에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기습한 그 마귀들은 망설이지 않고 병사들에게 달라붙어 목에 피를 빨았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참전한 병사들이 증언한 사실이고 중복 확인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그곳에 참전한 병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날 밤 벌어진 학살극에 대해 그렇게 증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중에 수습된 시체들에서 목덜미에 물어뜯긴 자국들이 발견되었고. 그리고 그날 이후 왈라키아는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는 무저갱에서 튀어나온 마귀들이 다스리는 땅으로 여겨졌지. 그런 그곳이 제국에 어떤 식으로든 연계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생각만 해도 흐믓해지지 않느냐?


이런 사실은 새까맣게 모르고 있을 제국이 멋도 모르고 놈들을 예전 제국의 영역이었다는 명분으로 편입하고, 제국에 들어온 그 흡혈귀 놈들이 저지를 만행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구나. 그리고 그건 궁극적으로 제국이 기독교 세계에서 용인될 수 없는 악마들과 손을 잡았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성전의 대상이라는 근거가 된다. 그로 인해 신앙의 권위가 흔들리고 혼란에 빠질 제국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그래서···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는, 어차피 카르브나 칙령 이후 황제가 예배당에 형식적으로 나가 졸아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세속 국가로 변화한 제국이 겨우 그런 일로 휘청거릴지에 대해 대단히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뭐라고? 정말로 목격자와 피해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분명히 동유럽에 되살아난 시체의 전설이 곳곳에 퍼져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건 다 전염병에 대한 은유나 어린 아이들의 동화 속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나는 증거가 있다는 그녀의 말에 조금 긴장되는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대답했고, 며칠 후 비공식 사절로서 왈라키아에 가는 것에 대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북방으로 가는 여정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오는 길의 모습이 조금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고립되고 폐쇄된 지역이라는 소문처럼 궁핍하거나 황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특유의 이방인에 대해서 경계하는 눈빛과 터부시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큰 위화감이 없는 풍경임에도 섬뜩한 살기가 느껴지는 전경이 마음의 불안을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왈라키아 공국의 수도인 부쿠레슈티에 도착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제국에서 온 사절에 대해, 왈라키아는 비공식이라고는 해도 문전박대를 하지는 않았다. 통과하는 관문마다 우선 순위로 이곳으로 향하도록 배려되어 있었고, 아마도 이미 이곳의 주인에게는 나의 방문이 미리 전달된 것으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그건 병사들과 관료들만의 이야기였다. 웅장할 정도로 크진 않지만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던 부쿠레슈티 성에 들어가서 마을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누군가 소리쳤다.


“성에 가선 안돼!!!”


내가 고개를 돌려보자 거기에는 한 노파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흥분해서 소리치고 있었다.


“이방인이 절대로 성에 가선 안돼!!! 봐선 안될 것을 보게 될 거야. 어서 돌아가!!! 대공님을 만날 생각하지 말고 어서 돌아가!!! 절대로 그곳에 묵어서는 안돼!!!”


“어, 어머니··· 왜 이러세요. 죄···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좀 나이가 드셔서···”


“난 분명히 경고했어!!! 절대로 그곳에 발들일 생각하지마!!! 끔찍한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나는 아들의 손에 끌려 군중들의 틈으로 사라지면서도 연신 나에게 경고를 보내는 노파와, 그런 노파에게 수긍하듯 불길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군중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깊숙이 스며들었다. 물론, 그런 군중들의 반응에 대해서 왈라키아의 병사들은···


“저리 꺼지지 못해!!! 외국에서 오신 사절 앞에서 불경은 용서하지 않겠다. 괜찮습니다, 공녀님. 그냥 늙은 노파의 헛소리려니 하시죠. 여기는 저희가 정리할 테니 어서 부쿠레슈티 성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죠.”


“아, 네···”


하지만 내 시선은 뒷편에 나를 걱정하는 지 아니면 불안해 하는 지 알 수 없는 이곳 백성들에게서 떠날 수 없었고, 그런 그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요인에 대해서 나는 조금씩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들이 이방인인 나에게 경고하며 돌아가라 말한 이유는 아마도··· 이제부터 내가 만나야 할 사람에게 들리는 그 심상치 않은 소문 때문이겠지? 나는, 처음에 시녀장님에게 들었을 때는 어이없어 했던 이야기가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조금씩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그게 사실일리가. 세상에 그런 말도 안되는 것이 존재할리가 없잖아? 하지만, 정말이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는 부쿠레슈티 성의 응접실로 안내받았다. 응접실이라고는 하지만, 화사한 느낌보다는 벽돌과 음침한 장식이 가득차서 조금 좋은 감옥이 아닌가 싶은 공간이었다. 그곳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의자로 나를 안내한 성의 시종들은 나에게 말했다.


“지금은 시종장님이 안계셔서 정식으로 응대해드릴 분이 없습니다. 대공께서 나오실 때 까지 잠시만 홀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그들은 슬그머니 나를 남겨두고 응접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나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조짐이 슬슬 더 안좋았다. 성벽 군데군데 그려진 조각과 그림들··· 성경과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들을 그려 놓은 그 풍경에 나는 혀를 찼다. 확실히 백성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무시무시한 조각으로 성을 장식하는 귀족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활 공간에 까지 이런 짓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단히 악취미거나, 아니면··· 정말로 이런 것들에 의미가 있지 않다면 말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을씨년스러운 성의 풍경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문득 시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응?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나?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아름다운 부인이 조금 떨어진 복도 틈에서 고개만 내밀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부인을 보고 좀 당황하였지만, 일단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대공의 응접실에 들어오실 수 있는 분이라면, 왈라키아 대공비신가요? 그렇다면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제국에서 비공식 사절로 파견된 카밀라 아르파드입니다.”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순간, 그녀가 소리쳤다.


“어서 돌아가요. 여기는 위험해요.”


“네? 그게 무슨··· 어라? 어디 가신···”


난 순간 내 내 눈을 의심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내 시야에서 잠시 고개를 숙인 사이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복도의 모서리를 돌았다. 그리고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거기는 막힌 통로였다. 뭐··· 뭐야?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지금 나는 뭘 본거야? 나는 내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마음 한곳에 여지껏 일던 불안감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나를 걱정해서 조언을 하는 듯한 그녀의 정체에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왈라키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밀라 공녀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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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82 치즈비
    작성일
    19.11.07 08:05
    No. 1

    진짜 판타지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주인공의 뒷목을 잡게 할 특이인물일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sn****
    작성일
    20.05.18 05:16
    No. 2

    특이인물에 한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케륵케륵
    작성일
    22.04.21 15:18
    No. 3

    크로스체크는 흔히 교차검증이라고 번역되는데, 중복확인은 잘 안 쓰는 거 같아요. 중복확인을 통해 검증된 사실=교차검증된 사실.. 후자가 더 깔끔하고 의미가 잘 와닿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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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45-1 +5 19.03.26 3,698 120 15쪽
96 44-3 +18 19.03.25 3,791 143 12쪽
95 44-2 +11 19.03.23 3,553 107 16쪽
94 44-1 +10 19.03.22 3,570 99 17쪽
93 43-2 +6 19.03.21 3,520 110 13쪽
92 43-1 +13 19.03.20 3,558 116 12쪽
91 42-2 +9 19.03.19 3,661 102 13쪽
90 42-1 +9 19.03.18 3,533 117 14쪽
89 41-2 +10 19.03.17 3,520 100 18쪽
88 41-1 +6 19.03.16 3,497 113 17쪽
87 40-2 +8 19.03.15 3,378 96 12쪽
86 40-1 +9 19.03.14 3,361 97 15쪽
85 39-3 +6 19.03.13 3,237 101 13쪽
84 39-2 +6 19.03.12 3,258 108 12쪽
83 39-1 +7 19.03.11 3,441 105 11쪽
82 38-1/2 +6 19.03.10 3,371 98 18쪽
81 37-2 +9 19.03.08 3,257 111 12쪽
80 37-1 +3 19.03.07 3,369 91 11쪽
79 36-2 +13 19.03.06 3,408 122 17쪽
78 36-1 +4 19.03.06 3,332 112 18쪽
77 35-2 +2 19.03.05 3,218 97 12쪽
76 35-1 +3 19.03.05 3,328 101 11쪽
75 34-2 +2 19.03.04 3,264 94 12쪽
74 34-1 +3 19.03.04 3,433 105 12쪽
73 33-1/2 +8 19.03.03 3,394 109 20쪽
72 32-1/2 +9 19.03.02 3,234 100 16쪽
71 31-1/2 +4 19.03.01 3,253 91 17쪽
» 30-1/2 +3 19.02.28 3,383 110 18쪽
69 29-1/2 +12 19.02.27 3,481 142 20쪽
68 28-2 +8 19.02.26 3,440 118 11쪽
67 28-1 +3 19.02.26 3,637 102 14쪽
66 27-2 +2 19.02.25 3,792 108 17쪽
65 27-1 +6 19.02.25 3,874 122 13쪽
64 26-3 +13 19.02.24 3,754 140 15쪽
63 26-2 +6 19.02.24 3,562 108 11쪽
62 26-1 +8 19.02.24 3,555 105 11쪽
61 25-2 +1 19.02.23 3,527 95 14쪽
60 25-1 +3 19.02.23 3,546 107 14쪽
59 24-2 +3 19.02.22 3,606 121 13쪽
58 24-1 +8 19.02.22 3,624 124 15쪽
57 23-2 +5 19.02.21 3,554 116 16쪽
56 23-1 +10 19.02.21 3,919 130 15쪽
55 22-3 +20 19.02.20 3,872 168 11쪽
54 22-2 +9 19.02.20 3,761 134 11쪽
53 22-1 +10 19.02.20 3,723 126 11쪽
52 21-3 +7 19.02.19 3,689 109 12쪽
51 21-2 +8 19.02.19 3,660 123 12쪽
50 21-1 +8 19.02.19 3,969 141 13쪽
49 20-2 +16 19.02.18 3,864 170 16쪽
48 20-1 +7 19.02.18 3,784 124 12쪽
47 19-3 +8 19.02.17 3,759 120 14쪽
46 19-2 +4 19.02.17 3,723 115 13쪽
45 19-1 +4 19.02.17 4,092 124 13쪽
44 18-3 +20 19.02.16 3,960 173 12쪽
43 18-2 +7 19.02.16 3,921 142 12쪽
42 18-1 +8 19.02.16 3,905 148 11쪽
41 17-2 +10 19.02.15 3,993 128 11쪽
40 17-1 +9 19.02.15 3,989 135 12쪽
39 16-2 +11 19.02.14 4,050 150 14쪽
38 16-1 +20 19.02.14 4,149 156 14쪽
37 15-3 +21 19.02.13 3,998 190 13쪽
36 15-2 +7 19.02.13 3,917 131 11쪽
35 15-1 +10 19.02.13 4,028 147 11쪽
34 14-3 +2 19.02.12 4,015 160 13쪽
33 14-2 +3 19.02.12 4,056 135 12쪽
32 14-1 +7 19.02.12 4,351 150 12쪽
31 13-2 +12 19.02.11 4,238 149 16쪽
30 13-1 +14 19.02.11 4,300 160 16쪽
29 12-2 +7 19.02.10 4,210 152 12쪽
28 12-1 +1 19.02.10 4,387 134 11쪽
27 11-2 +11 19.02.09 4,414 172 16쪽
26 11-1 +8 19.02.09 4,567 140 11쪽
25 10-2 +11 19.02.08 4,747 150 15쪽
24 10-1 +15 19.02.08 4,998 154 15쪽
23 9-2 +23 19.02.07 4,893 181 12쪽
22 9-1 +3 19.02.07 4,888 146 14쪽
21 8-3 +7 19.02.06 4,937 154 11쪽
20 8-2 +11 19.02.06 4,980 175 10쪽
19 8-1 +18 19.02.06 5,068 179 12쪽
18 7-3 +9 19.02.05 5,129 159 11쪽
17 7-2 +10 19.02.05 5,323 163 13쪽
16 7-1 +5 19.02.05 5,414 175 11쪽
15 6-3 +14 19.02.04 5,483 161 13쪽
14 6-2 +4 19.02.04 5,551 163 14쪽
13 6-1 +7 19.02.04 5,834 172 12쪽
12 5-3 +21 19.02.03 5,882 224 10쪽
11 5-2 +14 19.02.03 5,927 195 13쪽
10 5-1 +6 19.02.03 6,071 175 13쪽
9 4-2 +23 19.02.02 6,093 228 11쪽
8 4-1 +8 19.02.02 6,282 149 13쪽
7 3-3 +16 19.02.01 6,497 195 12쪽
6 3-2 +11 19.02.01 6,526 196 11쪽
5 3-1 +13 19.02.01 6,701 179 12쪽
4 2-2 +33 19.01.31 6,908 181 15쪽
3 2-1 +15 19.01.31 7,866 182 22쪽
2 1-2 +9 19.01.30 8,658 199 12쪽
1 1-1 +17 19.01.30 16,884 2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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