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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인질 공녀는 집에 좀 가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K8086
작품등록일 :
2019.01.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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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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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3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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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2-1

DUMMY

부다페스트 성안에서는 비통한 소리만이 가득 차 있었다.


“크으으윽··· 아파! 너무 아파!!! 차라리 날 죽여줘!!!”


“남편이··· 죽었다고요? 아니야!!! 믿을 수 없어!!! 그건 거짓말이야. 살아 돌아오겠다고···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다 틀렸어. 주님이 우리를 벌하시는 거야. 어떻게 이단들이 영광스러운 십자군을 참패시키고 진격하다니··· 이건 심판이야.”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구한 저녁을 아가씨에게 가져다 드리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나는 그저 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아가씨가 머무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템즈의 공녀가 먹을만한 것을 구하기도 힘들만큼 절박한 피난 생활이다. 나는 평화로웠던 3개월 전의 템즈의 풍경을 떠올리며,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다시 한번 결론적으로 말하지만··· 십자군은 참패했다.


그것도 단 한번의 전투로··· 나는 그 전투에 참전했다 돌아온 템즈 측 파견군 지휘관이 흥분한 모습으로 상황을 설명했던 장면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건 악마였어. 더 말할 것도 없이 틀림없는 지옥에서 이 땅을 불태우기 위해 올라온 악마라고. 오, 주여 어찌하여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이건 도저히 말도 안되는 전투였다고. 아무리 에누리를 쳐볼려고 해도 십자군이 패할래야 패할 수가 없는 전투였어. 병력은 이쪽은 거의 10만을 넘어서고, 저쪽은 겨우 4만이 채 안되는 병력이었고··· 그나마도 대부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에서 포로로 잡혔다 전선에 내몰린 포로병사들이 태반이었어. 그리고 그 녀석들을 제외한 병력도 무장이나 사기가 십자군에 비할 것이 아니었지.


그래서 우리는 미로크슈에서 놈들과 회전을 벌였을 때, 충분히 예비대를 남겨두고 진을 짰지. 그리고, 교전이 시작되자 놈들은 우리 예상대로 예비대를 제외한 병력에게도 서서히 밀려 나기 시작했지. 그 진격의 핵심은 바이에른의 용공자였어. 그가 이끄는 기사들이 우익에서 적의 좌익을 몰아붙여서 와해시키면서 점점 놈들이 밀려나는 속도가 가속됐지. 나는 후방의 예비대에서 그걸 보면서 우리 예비대는 저 영광스러운 승리의 자리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아쉬워 했지. 그렇게 끝나는가 했어. 그런데 그때였어.


그 자가 나타났어. 바로··· 미친 황제의 장자··· 아나톨리아에서 수많은 이교도들의 왕국을 몰아내고 과거 제국의 영토를 회복해냈다는 괴물··· 비잔틴의 혈태자 (Blood prince)가 예하 병력을 이끌고 전쟁터에 난입한 거야. 그 자의 등장에··· 우리는 조금 긴장했지. 하지만 이내 안도했어. 그 자가 끌고 온 병력은 정예 기병이기는 했지만 겨우 천명도 안되는 소수였거든. 그래서··· 전황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지. 고작, 후퇴하는 것을 확보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우익에 나타나 우리 좌익과 교전하는 틈새로 파고든 놈은··· 후퇴 경로를 확보하기는커녕, 오히려 돌격을 감행해서 다소 얇은 우리 좌익을 뚫고 나갔지. 그걸 보면서도 우리는 웃고 있었어. 그래봤자··· 전방 부대의 뒤에 있던 예비대가 투입되서 포위해 궤멸하면 그만인 소수의 병력이었으니깐. 그런데 놈은··· 우리가 전혀 생각치도 못한 행동을 했어. 그건··· 더 말할 것도 없는 악마의 지혜였어. 놈은··· 당연히 좌익을 돌파한 시점에서 당연히 했어야 할 다시 돌아와 좌익을 포위하거나, 혹은 중앙의 후방으로 파고드는 공세를 취하지 않았어.


그 놈은··· 우리 좌익과 후방의 예비대, 중앙의 보병들을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전방 부대와 우리 예비대 사이에 벌어진 공간으로 질주했지. 놈의 목표는 바로··· 우리 우익이었어. 완전히 미친 새끼··· 그게 제 정신이야? 말이나 돼? 좌익을 돌파한 기병을 몰아서 본대와 예비대 사이에 공간으로 질주해서 우익의 뒷통수를 친다는 것이? 그 미친 짓을 그 놈은 했어. 그리고··· 그건 엄청난 여파를 몰고 왔지. 갑자기 뒤를 공격당한 우익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순식간에 붕괴되었어.


그리고 최정예만 모여있는 우익이 붕괴되자, 그 공포가 중앙으로 전염됐지. 안그래도 후방에 그 미친 놈이 정신나간 듯 질주하는 걸 목격한 중앙은 당황해서 전진을 멈추고 후방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런 준비 과정에서 중앙은 일시적이나마 멈칫했지. 그러더니 그걸 보고 놈들의 중앙 부대는 놓치지 않고 밀어붙였어. 예비대가 도달했을 때는 이미··· 앞에서 몰려오는 놈들의 기세와 우익을 궤멸하고 다시 중앙으로 밀고 들어오는 혈태자의 군대에 무너지는 중앙군만 남았지. 그리고 이제 예비대가 공포에 질릴 차례였어.


믿을 수 있나? 우리는 놈들의 두배의 병력이었다고. 그리고 정석적인 방식으로 그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놈이 도저히상식적으로는 할 수 없는 기동을 감행한 다음에, 무슨 마귀에 홀린 것처럼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우리는 섬멸당하고 있는 오합지졸의 신세였어. 오··· 주여. 우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다들 도망쳐야 해. 그 놈이 오고 있어.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고. 여기 있다가는 다들 죽어!!!!!!”


그리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 입증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국군이 국경을 넘어 밀고 들어왔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지난 수십년간, 자기들끼리 내전을 벌이느라 한번도 국경 너머로 넘어오지 않았던 자들··· 그리고 그 오랜 내전 이전에도, 후방의 반란을 걱정해서 지나치게 적의 영지에 깊이 들어오지는 않았던 자들··· 그들은 그런 우리의 오랜 선입견을 비웃듯이 국경을 넘어 우리 헝가리의 전 영토를 자기 안마당처럼 들쑤시며 쑥밭을 만들었다. 마치 동방에서 온 말에서 내리지 않는 자들처럼···


덕분에··· 백성들은 물론 공작님과 아가씨를 비롯한 템즈의 사람들은 죄다 부다페스트의 왕성으로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템즈 뿐만 아니라 다른 비잔틴의 침공로에 있던 모든 영지의 백성들도 다들 피난길에 오르느라 왕성은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어지간해서는 고향을 등지지 않을 그들이 이런 엄청난 이동을 결심하게 된 건 역시··· 혈태자의 악명이 한몫 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무슬림 포로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다는 그의 악명··· 이전에는 과장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미로크슈 전투의 결과는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사람들은 이 땅에 강림한 마왕의 존재에 공포를 느끼고 앞다투어 도망쳤고, 비잔틴의 군대는 그들을 무심하게 짖밟으며 전진했다. 결국 그들은 부다페스트에서 멀리 시야에 들어올 정도까지 접근했을 때 그것은 절정을 이뤄서 성안에서는 그저 찬송가를 부르며 구원을 바라는 기도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잔틴 군대는 부다페스트를 점령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대를 돌려 서쪽으로 진군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성로마제국의 국경까지 당도한 다음에서야 겨우 군을 남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그들이, 헝가리의 절반이 넘는 땅을 휩쓸고, 우리의 고향 템즈에 주둔하여 멈출 때 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고향을 등져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아가씨의 방의 앞에 당도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며 방에 들어갔다. 방에는 엄마와 아가씨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들어온 나를 보고 아가씨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그네··· 혹시 소식을 더 들은 건 없니? 카알 공자님의 소식은 더 없었니?”


아가씨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드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웠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고, 아가씨는 다시 조금 흐느끼시기 시작했다.


“아아··· 어떻게 하면 좋아? 무사히 바이에른으로 돌아가셨을까? 그 악마의 손에 부상을 당하셨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탈도 없이 귀국하셨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아가씨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가능하면 그 말이 밖에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기를 바랬다. 지금···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 십자군에 대한 감정도 딱히 좋은 것은 아니니깐. 아무리 참패를 했다고는 해도··· 전쟁터에서 우리 헝가리만을 적앞에 내버려 두고 맞아 싸울 생각도 없이 뿔뿔히 흩어져 각자 자기 나라로 줄행랑을 친 그들을 원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냐고 두둔하며 말하려 했지만··· 그렇다고 분위기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엄마는 공작님의 피난 행렬에 따라 이곳으로 올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비잔틴으로 끌려가거나 혹은 해를 입은 사람도 너무나 많을테니깐··· 나는 마음 속으로는 아가씨와 용공자님을 두둔하면서도 그걸 크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아가씨는 음식을 들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손을 붙들며 말했다.


“아그네··· 제발 부탁이야. 가서 좀 알아봐줘.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 귀를 기울이고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아봐줘. 가능하면 귀족들이나 고위급 관료들이면 더 좋을꺼야. 뭐든 좋으니 알게 되면 나에게 알려주렴. 응? 부탁해도 되겠지?”


나는··· 내 손을 잡고 간곡히 부탁하는 아가씨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역시··· 사랑에 빠진 여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구나.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가씨··· 제가 어떻게든 알아볼께요. 그래서 아가씨에게 공자님의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해볼께요.


그 말에 아가씨는 환하게 미소지었고, 나는 다시 한번 약속을 확인하고 아가씨를 엄마에게 부탁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고민했다. 다행스럽게도··· 공작님이 아르파드 왕족이신 덕분에 왕성에 머물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갈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템즈의 꽃이라 불리는 아가씨라면 몰라도 나에게 그런 소식을 들려줄 귀족이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역시 방법은 몰래 듣는 것 밖에 없겠지? 나는 주변을 돌아본 다음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창문을 통해 살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템즈의 성과는 달리 부다페스트의 왕성에서는 난간을 통해 걷는 것이 훨씬 쉬웠다. 나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살며시 창틀과 바깥의 난간을 따라 왠지 높으신 분들이 계신 것 같은 불이 꺼지지 않는 커다란 방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귀족과 왕족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창밖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그 대화를 엳들었다.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왜 저 비잔틴이 저렇게 강할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은 것이오?”


“그걸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소? 몇 달이나 몇 년이 아닌 수십년이오. 지난 수십년동안 그들은 계속 몰락해서 국경선이 뒤로 후퇴하기만 했었소. 아나톨리아에 집중된 병력 덕에 겨우겨우 무슬림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고작이고··· 발칸에서는 나날이 몰락해가는 것이 현실이었단 말이오. 그런 그들이 이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어느 누가 상상할수나 있었겠소?”


“하지만 조짐은 있지 않았소이까? 10여년 전에 등극한 미친 황제··· 그가 즉위하고 나서, 1년에 대여섯명은 바뀌던 비잔틴의 황위가 계속 미친 놈이라지만 그래도 같은 사람으로 안정되었소. 그렇다면 그 자에 대해서 주의를 했어야 하지 않소?”


“그것도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 않소? 그때는 누가 그의 통치가 제 정신이라 생각했었소? 황실의 계보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오래 전몰락해 귀양간 황족의 후예가 시골에 처박혀 있다가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끌려와 황제가 되었을 때만 해도 다들 그를 비웃었소. 그리고 그 자가 기존에 황제들에 한참 못미치는 한심한 행동으로 콘스탄틴노플의 가장 하층 시민들에게도 거리에서 손가락질 당한다는 것을 듣고 다들 조소했었소.


그러다 갑자기 광기를 드러내서··· 다른 황제들은 하지 않았던 황제의 권력기반이 되어준 권신들을 숙청해서, 자기 손을 잘라 먹었을 때도 다들 비웃기만 했었지. 그리고, 그가 숙청한 권신들의 파벌이 포기할 국방의 공백이 금방 뚫릴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십자군도 결성된 것 아니오? 그때는 누가 그를 비웃지 않을 수 있었소? 하는 짓마다 도저히 정상인이라 할 수 없는 미친 짓만 골라서 한다는 그 황제를 말이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지독한 오만이었소. 그는 자신의 아들을 보내 그런 국방의 공백을 채우고, 동방에서 그들이 오랫동안 잃어버린 영토를 회복하였소. 그렇소. 그 시점에서··· 우리는 비웃음을 멈추고 그를 경계했었어야 했소.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지. 대신에 이제는 허울만 남은 십자군의 영주들에게 찬동하여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성지를 향해 가는 대신, 더 편하고 가까운 그들 비잔틴의 영토를 약탈해서 배를 부풀릴 생각에만 가득했지. 이제는··· 그들 십자군도 다들 우리를 외면하고 도망친 상황에서, 오로지 우리 헝가리 혼자서만 우리의 지독한 오만에 대가를 치뤄야 할 시간이오. 바로 저 강대한 자들의 분노 앞에서 가릴 것 하나 없는 상태로···”


그 사람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누군가 다른 주제로 말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혈태자는 틀림없이 아나톨리아 전선에 있다고 하지 않았소? 우리가 방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계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오. 다른 사람이 아닌 그 혈태자의 소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였기에 우리는 회전에 나섰던 것 아니었소? 그런데 갑자기 그 자가 왜 이곳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불쑥 나타난 것이오?”


“하아··· 누가 그러더군. 그걸 고민하면 이미 너는 혈태자에게 패한거라고. 확실히··· 그는 그런 자라 들었소. 그 어떤 전략가도 생각하지 못하는 예상치 못한 장소와 시간에 나타나 혼비백산한 적을 분쇄해버리는 전쟁의 악마··· 그는 항상 그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군을 몰아 승리를 가져온다고 하더군. 내전을 진압할 때도, 무슬림들에게 제국의 고토를 회복할 때도··· 그러니, 그 예측불허의 칼끝이 그저 우리를 향한 것에 불과하오. 그리고 이제 그는 우리 숨통을 쥐고 결정을 내리려고 하겠지.”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를 악마라 비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주님에게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흐르고 누군가 말했다.


“결국··· 더 말을 길게 해봤자 의미는 없겠지. 어서 결론을 내리도록 합시다. 그 누구도 지금 우리가 군을 동원해 그와 교전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에 이견은 없겠지?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택할 방법은··· 화의를 도모하는 것 뿐이오. 대단히 굴욕적이고 비참한 협상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방법은 없는 건가? 교황청에 부탁해 어떻게든 다시 십자군을 재집결시킨다면···”


“그때는, 우리 헝가리의 백성들이 반은 넘게 죽은 다음이겠지. 아니면··· 아예 오질 않아 전부 다 죽거나. 결국···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 뿐이오.”


그런데 그때였다. 그 사람의 말에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공작님이셨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금 그 말도 안되는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생각이란 말을 하는 것이오?!!!”


공작님은 왠일인지 상당히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리고 그런 공작님의 말에 다른 귀족들은 다들 시선을 회피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긴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말한 사람은··· 사람들 중에 가운데에 있던 사람··· 국왕 폐하셨다.


“템즈 공작··· 진정하시오.”


“하오나, 전하. 이건 진정할 일이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막되먹은 요구를 할 수가··· 그리고 그런 요구를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수용할 생각을 하다니··· 다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공작··· 그대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확실히···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리가 제안한 화평 요청에 대해 그들 비잔틴이 요구한 것에 경악하기는 했소.”


그러면서 그는 한숨을 쉬며 어느 문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쓸데없이 길기만 한 외교적 수사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문장들을 다 잘라내고 핵심만 말하자면··· 평화의 조건으로 헝가리는 거액의 전쟁 보상금과 과거 우리가 점유한 그들이 비잔틴의 고토라 우기는 영역의 반환. 그리고 이후 신성 동맹의 일원에서 탈퇴하여 비잔틴의 종속적 우방이 될 것에 맹세··· 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장 마지막에 이 문장을 보고 나니 그나마 제 정신이라는 생각마저 드는군.”


그리고 그는 말했다. 조금 놀라운 말을···


“그래서 이 모든 요구에 대해서, 너희들의 꽃을 보내 수용할 것을 고하게 하라? 하!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군.”


“이건 지독한 모욕입니다. 대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수백년 전에 불가리아의 야만인들이나 했을 법한 끔찍한 짓을 정식 외교 문서에 기재해서 보내는 겁니까? 꽃을 보내라니··· 그건 정식 외교 사절이 아닌··· 왕실에 가장 존귀한 젊은 여성을 보내서, 그들에게 굴욕적으로 항복을 구걸하라는 요구 아닙니까? 이건 말도 안되는 폭거입니다. 당장 거절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작님의 말에 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미··· 그 말도 안되는 요구에 대해 정중히 거절하고, 좀더 점잖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국가간의 외교를 해결하자는 의미로 보낸 사절은··· 답을 가지고 돌아왔네. 목은 없이 몸만 말에 묶인 상태로··· 그는 입이 없지만,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아도 그가 맡은 외교적 소임은 다했네. 그의 상태만으로도 저들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지는 명백해 보이니깐··· 템즈 공작.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네. 이미 알고 있다시피··· 나는 딸이 없어. 그리고 여자 형제도 없지··· 그들이 말하는 왕실의 피를 이은 가장 존귀하면서, 그들의 승자로서의 오만을 만족시켜 줄 젊고 아름다운 처녀는··· 지금 단 한 사람밖에 없네. 바로··· 자네의 딸이지.”


“헉!!!”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공작님의 외침 덕분에 나도 얼떨결에 내뱉은 외마디 비명이 가려질 수 있었다. 서··· 설마, 그들이 아가씨를?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말에 입을 막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 공작님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말도 안되는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다시 사절을 보내서 목없는 자의 답변을 재확인해야 할까? 아니, 그럴 필요가 없겠군. 두번이나 장난질을 웃으며 상대해줄 만큼 그들은 느긋하지 않을 테니. 다음번에는··· 지난번에 그냥 지나친 부다페스트에 다시 돌아와, 성벽을 타고 올라 직접 원하는 것을 자기 손으로 가져가겠지. 그대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임은 알지만··· 결국 차이는 먼저 잃느냐, 나중에 잃느냐의 차이 밖에 없겠군.”


그런 왕의 냉소적인 자조에 공작님은 소리쳤다.


“그럼··· 바이에른과의 동맹은 어쩌실겁니까? 템즈의 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그 아이는 신성로마제국의 헝가리의 이면 결혼 동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협상의 우리 측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패입니다. 지금, 그들에게 굴복해서 그 아이를 비잔틴에 보내신다면··· 앞으로 신성동맹과는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척을 지게 됩니다. 그건 또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때 누군가 소근거리듯이 말했다.


“흥··· 결국 자기 딸을 바이에른에 팔아, 나라가 불바다가 되더라도, 자기 입지와 안전은 보장받고 싶다는 거겠지?”


“누··· 누구야? 그런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한 것이!!!”


그러나 공작님의 외침에도 자기가 했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모두가 다 차가운 시선으로 공작님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왕은 한숨을 쉬며 공작님에게 말했다.


“지금··· 동맹을 이유로 대는 건 무리수인 듯 하군. 정말로 그대의 몸보신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야.”


“하오나, 전하!!!”


“나도 원치 않네. 정식으로 혼인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패자가 받치는 승자에 대한 전리품으로 보내지는 것이니··· 그 아이가 그곳에서 무슨 고초를 겪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할 지경이야. 아마··· 감수하기 힘든 것들을, 승자라는 이유로 자기들 마음대로 전리품에 가해지겠지.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을 것 같군. 지금은 그 방법 밖에 없어. 공녀에게··· 내일까지 준비를 해달라고 전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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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55-3 +11 19.04.20 2,939 112 16쪽
120 55-2 +4 19.04.19 2,791 89 13쪽
119 55-1 +4 19.04.17 2,914 87 18쪽
118 54-2 +5 19.04.16 2,859 85 13쪽
117 54-1 +3 19.04.15 2,864 85 16쪽
116 53-2 +6 19.04.14 2,977 91 11쪽
115 53-1 +6 19.04.13 3,128 87 13쪽
114 52-2 +15 19.04.12 3,355 131 18쪽
113 52-1 +16 19.04.11 3,275 113 19쪽
112 51-2 +6 19.04.10 3,156 97 14쪽
111 51-1 +10 19.04.09 3,154 95 17쪽
110 50-2 +5 19.04.08 3,115 88 15쪽
109 50-1 +6 19.04.07 3,338 90 14쪽
108 49-2 +1 19.04.06 3,263 96 14쪽
107 49-1 +5 19.04.05 3,517 97 18쪽
106 48-2 +13 19.04.04 3,302 110 21쪽
105 48-1 +7 19.04.03 3,512 105 21쪽
104 47-4 +16 19.04.02 3,478 146 23쪽
103 47-3 +10 19.04.01 3,284 107 13쪽
102 47-2 +8 19.03.31 3,373 110 14쪽
101 47-1 +15 19.03.30 3,351 111 17쪽
100 46-2 +6 19.03.29 3,303 90 12쪽
99 46-1 +5 19.03.28 3,342 85 12쪽
98 45-2 +9 19.03.27 3,556 103 16쪽
97 45-1 +5 19.03.26 3,698 120 15쪽
96 44-3 +18 19.03.25 3,791 143 12쪽
95 44-2 +11 19.03.23 3,553 107 16쪽
94 44-1 +10 19.03.22 3,570 99 17쪽
93 43-2 +6 19.03.21 3,520 110 13쪽
92 43-1 +13 19.03.20 3,558 116 12쪽
91 42-2 +9 19.03.19 3,661 102 13쪽
90 42-1 +9 19.03.18 3,533 117 14쪽
89 41-2 +10 19.03.17 3,520 100 18쪽
88 41-1 +6 19.03.16 3,497 113 17쪽
87 40-2 +8 19.03.15 3,378 96 12쪽
86 40-1 +9 19.03.14 3,361 97 15쪽
85 39-3 +6 19.03.13 3,237 101 13쪽
84 39-2 +6 19.03.12 3,258 108 12쪽
83 39-1 +7 19.03.11 3,441 105 11쪽
82 38-1/2 +6 19.03.10 3,371 98 18쪽
81 37-2 +9 19.03.08 3,257 111 12쪽
80 37-1 +3 19.03.07 3,369 91 11쪽
79 36-2 +13 19.03.06 3,408 122 17쪽
78 36-1 +4 19.03.06 3,332 112 18쪽
77 35-2 +2 19.03.05 3,218 97 12쪽
76 35-1 +3 19.03.05 3,328 101 11쪽
75 34-2 +2 19.03.04 3,264 94 12쪽
74 34-1 +3 19.03.04 3,433 105 12쪽
73 33-1/2 +8 19.03.03 3,394 109 20쪽
72 32-1/2 +9 19.03.02 3,234 100 16쪽
71 31-1/2 +4 19.03.01 3,253 91 17쪽
70 30-1/2 +3 19.02.28 3,382 110 18쪽
69 29-1/2 +12 19.02.27 3,481 142 20쪽
68 28-2 +8 19.02.26 3,440 118 11쪽
67 28-1 +3 19.02.26 3,637 102 14쪽
66 27-2 +2 19.02.25 3,792 108 17쪽
65 27-1 +6 19.02.25 3,874 122 13쪽
64 26-3 +13 19.02.24 3,754 140 15쪽
63 26-2 +6 19.02.24 3,562 108 11쪽
62 26-1 +8 19.02.24 3,555 105 11쪽
61 25-2 +1 19.02.23 3,527 95 14쪽
60 25-1 +3 19.02.23 3,546 107 14쪽
59 24-2 +3 19.02.22 3,606 121 13쪽
58 24-1 +8 19.02.22 3,624 124 15쪽
57 23-2 +5 19.02.21 3,554 116 16쪽
56 23-1 +10 19.02.21 3,919 130 15쪽
55 22-3 +20 19.02.20 3,872 168 11쪽
54 22-2 +9 19.02.20 3,761 134 11쪽
53 22-1 +10 19.02.20 3,723 126 11쪽
52 21-3 +7 19.02.19 3,689 109 12쪽
51 21-2 +8 19.02.19 3,660 123 12쪽
50 21-1 +8 19.02.19 3,969 141 13쪽
49 20-2 +16 19.02.18 3,864 170 16쪽
48 20-1 +7 19.02.18 3,784 124 12쪽
47 19-3 +8 19.02.17 3,759 120 14쪽
46 19-2 +4 19.02.17 3,723 115 13쪽
45 19-1 +4 19.02.17 4,092 124 13쪽
44 18-3 +20 19.02.16 3,960 173 12쪽
43 18-2 +7 19.02.16 3,921 142 12쪽
42 18-1 +8 19.02.16 3,905 148 11쪽
41 17-2 +10 19.02.15 3,993 128 11쪽
40 17-1 +9 19.02.15 3,989 135 12쪽
39 16-2 +11 19.02.14 4,050 150 14쪽
38 16-1 +20 19.02.14 4,149 156 14쪽
37 15-3 +21 19.02.13 3,998 190 13쪽
36 15-2 +7 19.02.13 3,917 131 11쪽
35 15-1 +10 19.02.13 4,028 147 11쪽
34 14-3 +2 19.02.12 4,015 160 13쪽
33 14-2 +3 19.02.12 4,056 135 12쪽
32 14-1 +7 19.02.12 4,351 150 12쪽
31 13-2 +12 19.02.11 4,238 149 16쪽
30 13-1 +14 19.02.11 4,300 160 16쪽
29 12-2 +7 19.02.10 4,210 152 12쪽
28 12-1 +1 19.02.10 4,387 134 11쪽
27 11-2 +11 19.02.09 4,414 172 16쪽
26 11-1 +8 19.02.09 4,567 140 11쪽
25 10-2 +11 19.02.08 4,747 150 15쪽
24 10-1 +15 19.02.08 4,997 154 15쪽
23 9-2 +23 19.02.07 4,893 181 12쪽
22 9-1 +3 19.02.07 4,888 146 14쪽
21 8-3 +7 19.02.06 4,937 154 11쪽
20 8-2 +11 19.02.06 4,980 175 10쪽
19 8-1 +18 19.02.06 5,068 179 12쪽
18 7-3 +9 19.02.05 5,129 159 11쪽
17 7-2 +10 19.02.05 5,323 163 13쪽
16 7-1 +5 19.02.05 5,414 175 11쪽
15 6-3 +14 19.02.04 5,483 161 13쪽
14 6-2 +4 19.02.04 5,551 163 14쪽
13 6-1 +7 19.02.04 5,834 172 12쪽
12 5-3 +21 19.02.03 5,882 224 10쪽
11 5-2 +14 19.02.03 5,927 195 13쪽
10 5-1 +6 19.02.03 6,071 175 13쪽
9 4-2 +23 19.02.02 6,093 228 11쪽
8 4-1 +8 19.02.02 6,282 149 13쪽
7 3-3 +16 19.02.01 6,497 195 12쪽
6 3-2 +11 19.02.01 6,526 196 11쪽
5 3-1 +13 19.02.01 6,701 179 12쪽
4 2-2 +33 19.01.31 6,908 181 15쪽
» 2-1 +15 19.01.31 7,866 182 22쪽
2 1-2 +9 19.01.30 8,658 199 12쪽
1 1-1 +17 19.01.30 16,884 2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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