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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56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2 11:22
조회
1,010
추천
61
글자
9쪽

타망경주(打網驚蛛),

DUMMY

***


천마의 목소리가 계곡에서 널리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주가 놀란 듯싶었다.

후다닥!

벌써 저만큼이었다.

사방을 경계하며 도망쳐 버렸다.

천마는 거미줄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흔들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거미줄의 인장력이 얼마가 강한지 몰랐다.

끊고자 했으나 끊어지지 않았다.

출렁거릴수록 찰떡처럼 달라붙고 있었다.

천마는 용신제의 제물로 비림(秘林)에 들었다.


죽지 않고 살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첫판부터 재수가 없었다.

인주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리고 말았다.

황혼빛이 사라지면서 어둠이 점차 밀려들고 있었다.

천마에겐 어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주가 숨은 캄캄한 동굴이 저만큼 보였다.

조심스럽다.

다가왔다가 물러서는 모습을 보면 경계하는 듯싶었다.

“거미가 덤벼들기 전에 붕대부터 풀어야만 살 수 있다.”

천마는 먹잇감이 되기 싫다는 듯이 벌떡 일어섰다.


타망경주(打網驚蛛),

거미줄을 건드려서 거미를 놀라게 하듯이 흔들었다.

먹잇감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거미줄은 상상외로 인장력이 강했다.

그냥 단순하게 조금 흔들렸을 뿐이었다.

“제기랄! 진기가 벽에 부닥친 충격으로 흐트러졌구나.”

천마는 절벽에서 떨어지기를 밥 먹듯이 하던 사람이다.

이젠 이골이 나서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었다.

내공이 흩어졌으나 조만간에 회복될 터였다.

그때까지 어떻게 하든 버텨야만 했다.


하지만 인주도 녹록하지가 않았다.

천년의 세월이나 수도했기에 눈치가 구단이었다.

인주는 먹잇감에서 광채가 번뜩임을 놓치지 않았다.

“으음! 그래, 저런 빛이면 나는 천신이 될 수가 있어.”

인주는 먹잇감이 자신을 공격하는 줄로 착각한 듯했다.

화들짝 놀라면서 전신을 동그랗게 말면서 방어에 나섰다.

붉은 꽁무니에서 끈끈한 거미줄을 뿜어냈다.

공격을 시도하는데 화광이 번쩍거렸다.


끼-끼!

빛을 머금은 거미줄이다.

흡착력이 대단했다.

천마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거미줄이 점점 몸을 옭아매고 있었다.

천마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일그러졌다.

밤송이처럼 치솟은 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부리부리한 먹빛 눈동자에는 불안함이 깃들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는 울분이 짙게 베에 있었다.

이는 생명체가 낼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제기랄! 결국은 이렇게······.”

천마는 한동안 발버둥 치다가 맥을 놓고 말았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조차도 없는 몸·····,

천마가 거친 숨결을 몰아쉬는 순간이었다.

인주의 그림자가 서서히 음영을 드리우며 다가왔다.


그는 숨결을 멈췄다.

현재로선 인주를 물리칠 방도가 없었다.

정체를 드러낸 인주의 모습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넉넉한 눈자위에서 분노가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었다.

각진 얼굴에 짙은 눈썹은 밤송이처럼 하늘로 곤두섰다.

검은 눈자위에서는 먹빛 광채가 머물다 사라졌다.


끼-끼!

인주는 먹잇감에 다가서기 전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검처럼 생긴 앞발을 움직였다.

우선 거미줄을 살짝 건드렸다.

진동을 통해 먹잇감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천지신명이시여, 이를 어찌해야만 하나요. 이무기처럼 여태까지 생식해 본 경험이 없는데도 과연 먹어도 되나요?’

천마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고 있었다.


인주도 초조함으로 속이 뒤집히긴 마찬가지였다.

“첫 장부터 피를 보다니 정말 더럽게도 재수가 없군···.”

천마의 중얼거림과 인주와의 기도가 겹치는 순간이었다.

꺼-끼!

아득하게 멀리 떨어졌으나 진동이 느껴졌다.

부스스 움직이는 느낌이 석실에 전해졌다.

인주도 느낀 모양이었다.

“이무기가 피 냄새를 맡았으니 아무래도 서둘러야겠다.”

인주의 공격은 이례적으로 한참 뒤에 이뤄졌다.


비단 끈처럼 보드랍고 질긴 거미줄이다.

꽁무니에서 줄줄 뽑아 먹잇감을 칭칭 동여매기 시작했다.

꼬치로 변해버린 천마·····,

먹잇감을 바라보는 인주·····,

갈고리처럼 생긴 입으로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입에서 뿜어진 인주의 액체는 맹독이었다.

천마의 몸에서 부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아!”

독기로 인해 메케한 연기가 동굴을 가득 메웠다.

인주는 그래도 먹잇감에서 반응이 없자 울부짖었다.

찌-익!

천마는 비명에 앞서서 몸부림이 고작이었다.

비명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몸뚱이가 망가졌다.

하지만 그는 천만다행으로 죽지는 않았다.

천마는 밤송이처럼 곤두선 눈썹을 꿈틀거리며 소리쳤다.

“와라! 독이라면 두렵지 않다. 한번 붙어보자!”


천마는 울부짖으면서 옭매진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인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와-아···.그놈, 성질 한번 더럽다. 끼-킥!”

“제기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단 말이다.”

천마는 찰나의 순간에 악마지도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몸이 작게 축소되는 것이었다.

축골신공(縮骨神功),

천마는 몸부림쳤다.

거미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와-두둑!

뼛골이 줄어들고 있었다.

거미줄에 붙은 옷깃이 포댓자루처럼 헐렁했다.

엉덩이 부위만 붙었다.

나머진 괜찮았다.

천마는 악마지도를 힘껏 움켜잡았다.

칼날에서 섬광이 번뜩거리며 동굴을 밝혔다.

엉덩이 부위의 붕대를 살짝 도려냈다.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순간에 천마가 중얼거렸다.


“난 저승사자의 저주를 받아 무덤에서 태어났다.”

인주는 천마의 중얼거림을 알아들었다.

“어머니 육즙을 먹고 살아나 나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인주는 쥐방울처럼 생긴 머리를 갸웃거렸다.

“난, 너처럼 살은 사람을 원했던 것은 아닌데·····.”

인주는 천마의 화술에 말려든 것을 알아차렸다.


끼-끼!

인간에게는 이물과 달리 사고력이란 것이 있었다.

문일지십(聞一智十),

한가기를 알면 열 가지를 헤아릴 줄 안다는 뜻이다.

그리고 꼼수라는 것도 또한 있었다.

요건 생각이 단순한 인주와는 근본이 달랐다.

천년이나 수도해도 얻을 수 없는 임기응변이란 것이다.

천재가 잔머리를 굴리면 천신도 당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덤벼라! 네놈도 무덤에 묻힐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천마는 도박을 걸고 있었다.

인간이기에 비참하게 죽을 수가 없었다.

인주는 왕방울 눈만 굴리며 천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

“네놈이 인간으로 변신해도 천신이 될 수 없어.”

인주는 천마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고 느꼈다.

서둘러 거미줄을 뿜어서 재차 감싸기 시작했다.

“뭐냐? 그렇다면 네놈은 땅속이 고향이란 말이지?”

인주는 천마의 태생이 맘에 들었다.


비록 숨 쉬는 생명체가 마음에 걸리긴 했다.

그래도 무덤에서 태어났다면 얘기가 달랐다.

천상에 기록도 없는 그야말로 신선한 먹잇감이었다.

“히히! 이무기보다는 나에게 우선권이 있으니 잘됐다.”

천마는 생명의 불꽃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이렇게는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어.”

천마의 반항이 거세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인주를 파먹으면 최소한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거야.”

거미줄이 출렁거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비록 송장처럼 전신이 거미줄로 감긴 상태였다.

하지만 몸만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었다.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한 상태였다.

“끼-키, 네가 나를 이기면 네가 이놈의 조상이다.”

인주는 꼬치를 굴리면서 먹잇감을 가지고 놀았다.

천마는 어지럼을 느꼈는지 악을 쓰고 있었다.

“뭐야? 내 몸속에서 혼을 뽑으려고 회전시키는 것이냐?”

“혼백을 분리한 다음에 네놈을 후하게 장사를 지내주마!”

“이런 제기랄! 저승사자에 비하면 아직 어림도 없다.”


인주와 천마가 서로 각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대화는 심통으로 인해서 통했던 것 같았다.

천마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여유를 찾았다.

인주는 그런 사실도 모르면서 열심히 회전시키고 있었다.

치-쩍!

한 가닥의 거미줄이 끊겼다.

선홍색의 피가 꼬치 안에서 설핏 비쳤다.

인주는 본능적으로 생피를 싫어했다.

꽁무니를 움츠려서 불길을 심어 넣기 시작했다.


“아-후! 뜨거워라!”

“킥킥! 피가 선짓국처럼 펄펄 끓으면 먹을 작정이다.”

천마는 전신이 타들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불길을 반기는 듯싶었다.

“흐흐흐! 그게 뭐냐? 젖먹던 힘까지 애써보거라.”

거미가 감았던 거미줄이 서서히 타들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천마의 몸은 자유스러워졌다.

잠시 뒤였다.

광채로 채워진 불길 속에서 그의 신체가 드러났다.

인주의 퉁방울 같은 겹눈이 크게 떠지고 말았다.


‘·····’

천마의 몸은 살결이 검었지만 투명했다.

그동안 악마지도의 신기에 물든 탓이었다.

앙상하고 비쩍 마른 몸이었다.

갈비뼈가 유난히도 불거졌지만 보기는 좋았다.

파리한 혈관이 세세한 근육 사이에서 드러났다.

인주는 그곳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공격했다.

“허-억!”


***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은 작가를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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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7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8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6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5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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