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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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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1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5.1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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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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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서장(序章)

DUMMY

***


용신제(龍神祭),

천마교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면 열리는 제사였다.

중요한 행사라 모두가 경건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무왕을 비롯해 백팔마귀의 장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천하통일을 기념하는 용신제에 참석해 있었다.

이윽고 제사장이 하늘에 제를 올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제사에 사용했던 부적이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다.

관습에 따라 제물로 사용될 사람이 개처럼 끌려 나왔다.


하얀 망토를 걸쳤는데 새파랗게 젊은 소년이었다.

보름달이 떠오른 단두대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름을 말하라!”

제사장의 질문에 소년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내 이름은·····그래 천마다.”

천마(天魔),

무소불위 권력을 자랑하는 천마교의 교주가 소년이었다.


“반노환동(反老還童)을 하신 겁니까?”

“그렇다. 모든 소원을 이뤘으니 그만 떠나련다.”

“교주님! 소원대로 지옥에서 어머니를 만나기 바랍니다.”

“그래! 고맙구나!”

천마가 모가지를 길게 늘어뜨렸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약에 취한 듯싶었다.

졸음이 가득한 눈동자····,


죽음도 의식하지 못하고 졸린 눈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이윽고 제사장이 부적을 태우면서 주술을 읊다가 멈췄다.

그러자 망나니가 칼춤을 요란하게 추기 시작했다.

칼춤이 얼마나 현란한지 몰랐다.

칼바람에 귀신이 울부짖듯이 들렸다.

살벌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망나니는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평생을 사람의 모가지만 자르며 살아온 그였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이 없었다.

어린아이든지 노인이든지 가리지 않았다.

오늘도 일도양단에 반드시 모가지가 잘릴 터였다.

그리고 보니 오늘로 꼭 천 번째에 해당하는 제물이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인지 최선을 다했다.

망나니가 칼춤을 추다가 전력을 다해서 힘껏 내려쳤다.


쐐-액!

반월도의 새파란 칼날이 달빛에 번쩍였다.

이제 천마의 목이 망나니의 칼날에 잘리는 일만 남았다.

망나니는 징그럽게 웃었다.

‘헤헤! 교주라도 일도양단에는 모가지가 잘리지·····,’

그런데 여기서 참으로 어이없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천마의 목이 싹둑 잘렸어야 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칼날이 휘어지면서 퉁겨지고 말았다.


‘허-억! 금강불괴·····,’

칼을 잡은 망나니의 손바닥이 터졌는지 핏물이 흘렀다.

그런 모습에 장로들이 일제히 와르르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 부월(斧鉞)이 아니면 어림없으니 다시 시도하라!”

부월은 반월처럼 생긴 도끼다.

망나니는 손에 침을 퉤퉤 뱉으며 도기를 휘둘렀다.

그런데 갑자기 회오리가 심하게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용담폭포에서 용오름이 펼쳐지면서 물결이 출렁거렸다.

모두가 놀라서 용오름의 회오리만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바람결에 펄럭이는 휘장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였다.

제물로 바쳐질 천마의 몸뚱이도 뒤따라 날아올랐다.

천마가 한동안 날다가 휘장을 손으로 붙잡고 늘어졌다.

그런 순간에 백팔마귀의 장로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제히 주술을 읊으면서 천마의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교주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른 천마와 장로들·····,

천마가 정신이 없었으나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를 낸 다음에 휘장을 향해서 뿌렸다.

제사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형을 날려서 휘장과 연결된 용오름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러자 회오리가 세차게 용솟음치며 선광이 번뜩였다.


번-쩍!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에 무왕이 신형을 날렸다.

휘장을 가로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천마는 휘장을 붙잡고 하늘로 날았다.

백팔마귀의 장로들은 천마의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마가 꽁무니에 매달린 악마지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망나니가 춤추듯이 귀영무형을 펼쳤다.

허공에 천마의 그림자만이 가득 들어찼다.

천마는 전력을 다해서 참수도법을 펼쳤다.

그러자 도에서 무형의 섬광이 번쩍거리며 뿜어졌다.

살기가 용오름을 일순간에 갈라지고 말았다.

그런 순간에 회오리가 천마의 몸을 휘감았다.


무왕이 휘장을 부여잡고 서서히 내려앉음과 동시였다.

용오름은 허공으로 까마득히 사라지고 있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일이 벌어졌다가 일순간에 끝났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뒤늦게 폭포 소리만이 우렁차게 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천마는 그렇게 용오름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곳이 어딘지는 아무도 몰랐다.


***


천애 절벽에 해당했다.

석양을 등지고 쌩하고 날아오는 물체가 있었다.

깨알처럼 작았던 물체가 확 커지면서 신형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비행하는 물체는 제물에 받쳐졌던 천마였다.

그런데 날아오는 곳이 하필이면 거미줄이 쳐진 곳이었다.


투-웅!

천마가 거미줄에 걸리자 괴물 거미가 다가왔다.

흑주(黑蛛)라고 알려진 천년 묵은 황금 거미였다.

황혼이 물드는 노을을 머금고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거미의 몸체는 황혼에 물든 듯 투명했다.

내장이 훤하게 비칠 정도였다.

덩치도 엄청나게 큰 왕거미였다.

장대처럼 길쭉한 모습에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인주(人蛛),

한마디로 거미가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뜻이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전설상의 인주가 분명했다.

그런데 요놈의 거미가 조금 이상하게 생겨 처먹었다.

얼굴과 몸뚱이가 있었다.

사지도 물론 달렸다.

제법 사람처럼 생겼다.


하지만 꽁무니만큼은 그게 아니었다.

붉은 꽁무니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몸뚱이에서 반도 넘게 차지했는데 하늘로 치솟았다.

얼굴도 선한 사람처럼 가장했다.

작은 퉁방울 겹눈에선 흑광이 번쩍거렸다.

다리도 사람처럼 손과 발을 갖췄다.

길이도 일장이 넘었고 발톱도 검처럼 날카로웠다.

한마디로 말해서 황금 거미는 수림의 주인처럼 행사했다.


먹잇감이 걸려들자 고고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황금색 거미줄을 쳐놓고는 비선을 꿈꾸는 모양이었다.

합장 수도에 든 상태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호를 외우는 행동이나 태생을 보면 틀림없다.

마구간이나 허름한 절간에서 태어난 거미가 분명했다.

목에는 염주까지 걸쳤다.

제법 그럴싸하게 목탁을 두들겨댔다.

전신을 뒤덮은 시커먼 털이 부스스 움직였다.


“나무아미타불···.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인주가 이제 천년의 수도가 끝내고 여의주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혼백을 영입하게 해주소서·····.”

인주가 땀을 흘리며 기도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거미줄에 먹잇감이 걸려들자 칙칙하고 울부짖고 있었다.

끼-끼!

인주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의문의 물체를 걸려들자 거미줄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사르르!

은색의 투명한 거미줄이 발산된 곳에서 빛이 출렁거렸다.

“오-히히! 드디어 천년이나 기도한 보람이 있었다.”

인주는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는 듯싶은 자세였다.

싱글벙글,

사방으로 쭉 째진 입술을 다물지 못했다.

거미줄에 걸려든 물체를 확인하다가 그만 멈추고 말았다.


먹잇감은 분명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사람답지 않게 구멍이란 구멍은 몽땅 틀어 막혔다.

전신은 강시처럼 말라비틀어지도록 붕대로 동여 있었다.

게다가 독약에 저며졌는지 시꺼멓게 변색이 된 상태였다.

사람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었다.

전신에 감긴 붕대에서 핏빛이 말라비틀어진 상태였다.

“어라! 이게 천년을 수도 끝에 받은 보상이란 말이지?”


인주는 미물이긴 해도 천년 수도를 끝낸 마당이었다.

물체가 형편없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천년이나 노력한 대가라서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선물치곤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었다.

인주는 어이가 없었던지 피실 웃고 말았다.

“뭐···,그래도 선물이 오긴 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인주가 출렁거리는 거미줄을 타고 접근한 뒤였다.

자신을 천신으로 만들어 줄 먹잇감이다.


자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람이라 하기에는 모습조차도 민망할 정도로 처참했다.

강시처럼 붕대에 감긴 사람은 손을 쳐든 상태였다.

형태를 봐서는 막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인주가 머리를 끄떡였다.

피투성이의 몸을 보면 짐작이 갔다.

생사 고투를 벌이다가 거미줄에 걸려든 것이 분명했다.

“이런···,이게 뭐야? 피···.피 아냐? 이거 큰일 났구나.”

인주는 피범벅으로 뒤덮인 인간이라 놀란 상태였다.


평생을 선하게 살아온 인주였다.

핏물이 싫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퉁방울 같은 눈동자가 드르륵 구르다가 찢어졌다.

곱게 빗어 넘겼던 시커먼 털은 곤두섰다.

곱던 입술도 여러 개로 분리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인주의 놀람은 경악 그 자체였다.

“인간의 피는 이무기가 좋아해 내게는 맞지 않아!”

인주는 먹잇감을 황금색 거미줄로 둘둘 말았다.

핏물이 튀자 동작을 멈췄다.


살결이 검긴 해도 미련은 남았다.

먹물처럼 검은 피를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핏물이 거미줄에 흘러들기가 무섭다.

푸-시식!

사람의 몸에서 뿜어진 액체는 맹독이 분명했다.

이슬방울처럼 작은 양에 불과했다.

핏물이 거미줄에 닿기가 무섭게 타들고 있었다.

“우-아아! 이무기가 냄새를 맡고 가로채면 큰일이다.”


인주는 서둘렀다.

꽁무니에서 거미줄을 뿜어냈다.

포획된 먹잇감인 천마를 꽁꽁 감싸기 시작했다.

꼬치가 된 먹잇감에서 비명 대신에 욕설이 터졌다.

“제기랄 냄새나는 짐승은 또 뭐냐?”

인주는 깜짝 놀라 물러서며 거미줄을 거두고 말았다.

“앗! 혼백이 아니라 먹잇감이 살았다.”

인주의 놀람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곱게 단장했던 검은 털이 곤두섰다.

아마 그때쯤에 해당했다.

천마도 거미줄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재수가 더럽게도 없군.”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올해도 참가하게 됐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선작과 추천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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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변신(變身), +15 22.06.01 391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6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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