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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64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11 00:15
조회
222
추천
12
글자
9쪽

제사장(祭司長),

DUMMY

***


“소속은 어디냐?”

“요선정의 천음관주(天陰館主)로 있었습니다.”

“너를 지배하고 있는 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제사장의 물음은 이레 적인 일이었다.

여인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모···.소녀는···모릅니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아아! 그···분은, 바로···,”

여인은 끝내 대답하지 않고 머리만 흔들었다.


요괴,

천마라는 요괴를 삼선은 좋아했다.

그하고 같이 있으면 이상하게 행복했다.

삼선은 그가 그립다고 생각했다.

“이제 너의 심장으로 제사를 지내야 한단 말이다.”

여인의 눈가에 생의 의미가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너는 죽지만 심장은 살아서 생명을 잉태할 것이다.”

제사장의 망토가 펄럭였고 얼굴이 드러났다.

밤송이처럼 꺼칠한 수염과 동안의 얼굴,

어둠을 포용하는 먹빛 눈동자,

차갑게 얼굴에서 생명의 근원을 끊은 듯이 보였다.


하지만 먹빛 눈동자는 감추지 못한 듯싶었다.

“아! 당신은···.”

제사장은 뜻밖에도 요선정에 머물렀던 천마였다.

사랑하는 요괴,

삼선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요선의 눈동자에서 공포의 흔적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질문을 그때 서야 이해한 듯했다.

“그분의 이름은 바로 추풍이라 불리는 도인입니다.”

여인의 입에서 추풍이란 이름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끼-이야!

동굴 깊숙한 심처에서 진동이 오랫동안 울렸다.

그러자 제사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여인의 눈에서 생기가 불꽃처럼 일어났다.

“악마가 너의 심장을 원하니 그만 떠나라.”

여인은 혼동이 오는 듯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무···무슨 말씀이신지···잘···”

제사장은 여인을 한동안 내려다보다 손을 쳐들었다.

엇갈린 손길이 망토에 가려졌다.


푸-욱!

섬뜩한 소리가 여인의 발치 끝에서 들렸다.

핏빛 뭉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여인의 심장이 들려져 있었다.

아-악!

비명은 삼선의 입에서 터졌다.

제사장의 눈길이 삼선의 심장에 머물렀다.

그녀의 핏빛 몸뚱이가 동굴로 떨어졌다.

“아-악!


빛이 허공을 지배하며 다가왔다.

은빛 나비가 심장을 물고 너울거리며 사라졌다.

신전에서 바람이 불었고 어둠이 공간을 지배했다.

철퍼덕!

제사장의 모습이 허깨비처럼 제단에서 사라졌다.

“악마의 신전이 열렸다. 천상의 보물을 지켜라!”

어둠의 제자들이 분주히 움직이자 고요가 밀려왔다.

흐느낌이 어둠에서 한동안 울려 퍼졌을 뿐이었다.


***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제사장이 여인의 심장을 씹어먹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제사장으로 변장했었던 천마였다.

천마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제사장에게 다가섰다.

귀영무형의 신법을 펼치자 그림자만 보일 뿐이었다.

“악마의 제단에 받힌 심장을 씹어 먹으니 좋더냐?”

천마가 등장하자 제사장이 약간 놀란 눈치였다.


“네·····네놈은 누구냐?”

“네놈을 저승으로 안내할 저승사자다.”

“하하하! 이놈아, 저승사자는 내 조카란 말이다.”

“멍청한 놈! 저승사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군.”

“하하하! 그렇다면 잘된 일이다.”

제사장이 천마를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으로 이상한 놈이로다. 어째서 삼생이 혼탁하냐?”

“이놈아 건방 떨지 말고 칼이나 받아라.”

“하하하! 칼이라고? 나를 칼로 죽인다고 했느냐?”

제사장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이놈아! 난 불사신이라 죽지 않는단 말이다.”


“미친놈! 난 불사신만 죽여온 살수거든?”

“오-호! 그래요? 그렇다면 나를 죽여봐라.”

천마와 제사장 간의 첫 대결은 이렇게 시작됐다.

어머니를 제물로 삼았던 놈····,

천마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제사장이 심장을 물어뜯고는 손을 들어 보였다.

“이놈아! 이게 나를 불사신으로 만들었단 말이다.”


“저런 불쌍해서 어쩌나 그건 가짜인데·····.”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악마지도를 꺼내 제사장의 가슴을 찔렀다.

푹!

악마지도가 제사장의 가슴에 박히자 표정이 변했다.

“멍청한 놈! 이것이 바로 진짜 심장이란 말이다.”

허공에 펄떡펄떡 뛰고 있는 붉은 살점 하나,

제사장은 자신의 심장이 뽑히는 것을 지켜만 봤다.


“····?”

그리고 한참 뒤에 제사장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허-억!”

제사장의 가슴에서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쉬쉬!

천마가 제사장의 심장을 허공으로 던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가 받아들었다.

제사장이 쳐다보니 제물에 받쳐졌던 여인이었다.


“어····어라! 네년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처먹었는지 죽지도 않아요.”

삼선이 제사장의 가슴에다 이빨을 박아 넣었다.

제사장은 생기를 빨리면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쪽-쪽!

삼선은 감히 두려움이 없다.

자신의 심장을 씹었을 제사장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를···.죽여서 내 몸에 맺힌 기름을 짜낸 다음에 지옥의 악마를 불러 천신을 잉태하게 만든다 했나요?”

제사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가 서서히 몰려들고 있었다.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때는 늦은 뒤였다.

뒤늦게 그는 조용히 죽는 것을 소원했다.

자신이 떨었다는 사실을 변명하기도 싫었다.

저놈이 누군지 몰라도 걸려든 이상 별수가 없었다.

심장을 뽑히고도 목줄까지 물어뜯긴 상황이었다.

비참하게 죽기보단 편안하게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정말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목에 걸린 백팔염주를 꺼내 들고 말했다.

“이곳엔 선임자가 있으니 외롭진 않을 것이다.”


제사장은 당황한 상태였다.

무영탑이라면 몰라도 염주라니····,

제사장 가깝게 다가온 사내의 눈길을 쳐다봤다.

새하얀 안광에 인간의 냄새가 무럭무럭 괴여있었다.

제사장은 사내가 악마답지 않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악마가 맞는가?”

사내의 눈동자가 떨떠름하게 검게 변했다.

“허허! 당신이 생각하는 악마는 어떤 모습이냐?”

제사장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


“악마라면···.그렇다. 최소한 나를 죽인 다음에 육즙으로 촛농의 기름을 만들 수 있는 악마라면····,영혼을 지옥의 불길로 태울 정도라야 악마라 할 수 있겠다.”

사내는 제사장의 말에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허허! 당신 정말 말릴 수 없는 악마로군.”

사내의 형상은 어둠의 지배자답다.

그새 제사장이 원하는 형상으로 변했다.

각진 얼굴에 밤송이처럼 까칠한 수염,

너저분한 머릿결에 감춰진 움푹 들어간 눈동자,

지글지글 타드는 안광에서 살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사내가 제사장의 목줄을 움켜쥐었다.

“커-억!”

제사장의 눈동자에는 재미있다는 미소가 머물렀다.

“죽이고 시작할 것인가?”

“네가 죽어야만 악마가 뭔지 알 수가 있겠다.”

천마가 발버둥을 치는 제사장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악마를 죽이고 싶은 영혼을 두려워하고 있군.”

사내는 제사장의 목을 움켜쥐었던 손길을 풀었다.

“늦었다. 빨리 사라져라.”


제사장의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제기랄! 천년을 살았는데 재수가 없구나.”

천마가 재촉에 제사장은 한 줌의 기체로 사라졌다.

푸-싹!

제사장이 염주로 사라지자 삼선이 말했다.

“도력을 높이려다가 제물이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삼선은 석탑을 쌓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요?”

“요선정 텃밭에 천년 산삼이 자라고 있단 말이다.”


“아니 그건 추풍이 가꾸던 관상용인데요.”

“매일 한뿌리씩 복용하면 도력이 높아질 것이다.”

“벌써 가시게요?”

“운명을 바꾸기 위해 수정별궁으로 떠나야 하겠지.”

“불로주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하하하! 그러냐. 그렇다면 마저 마셔야지.”

천마의 말에 삼선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호호호! 이번에는 지상의 음식으로 차리겠습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기대가 크다.”

천마와 삼선이 망아지에 올라 요선정으로 향했다.

***


천마는 술을 마셨다.

한잔····,

두잔····,

성이 차지 않았다.

항아리를 들어 올렸다.

벌컥벌컥!

간에 기별도 오지 않았다.

말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마셨고 무진장 취했다.


갑자기 그녀가 생각나서다.

가야······,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던 여인이다.

가슴이 아렸다.

꿈속에서 소금을 뿌리던 여자.

그게 그녀의 사랑법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닮은 여자가 여기에 있었다.

삼선····,

천마가 몽롱한 시선으로 삼선을 쳐다봤다.

그녀가 오늘따라 아름답게 느껴졌다.

거의 나체에 가까울 정도의 옷을 걸쳤다.


매미 날개처럼 보이는 투명한 옷이 유혹적이었다.

가슴이 풍만했다.

가야의 가슴도 저렇다고 생각해 보는 천마였다.

환상적인 삼선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삼선이 그녀였다면····,

천마는 일어섰다.

그녀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다가서면 그만큼 사랑이 가까워질까 싶어서였다.

비틀거리는 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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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번개 공자, +5 22.06.22 93 8 9쪽
39 추사(追死), +7 22.06.21 104 11 9쪽
38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5 15 9쪽
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9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5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5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5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8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9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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