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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66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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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추천
11
글자
9쪽

추사(追死),

DUMMY

***


살수는 질긴 살기를 풀풀 날리며 말을 잇는다.

“나는 지옥의 사자이며 너처럼 고수들만 골라서 죽였다.”

살수가 처음으로 자신의 호명을 천마처럼 밝혔다.

오기였다.

천마는 그의 정체를 가늠했는지 약간 놀란 눈치였다.

“놀랍군, 지옥의 살수가 나를 죽이려 하다니 영광이다.”


살수가 설빔을 벗었다.

지옥에선 죽음의 대명사로 알려진 악마들이다.

그들이 노리는 암살 대상은 선과 악의 구분 없었다.

천하의 명사들로서 천계의 악마들이 대부분이다.

살수는 험한 세상을 살아온 듯싶었다.

딱 벌어진 어깨였다.

개미 같은 허리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쌍검을 메었다.

도사린 몸은 날랜 표범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단단했다.


흐흐흐!

살수는 잔인하게 흰 이빨을 드러내고 포효하듯 웃었다.

“허허허! 나를 얕보다니 대단한 영광이로군.”

살수가 한발 다가서자 허연 핏빛 입김이 뿜어졌다.

눈발도 벨 듯이 날카로운 입김이다.

이는 틀림없다.

검기의 일종인 살인 수법이 분명했다.

이것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암시였다.

천마가 이런 종류의 살기에 익숙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네놈이 대단한 놈이지만 나를 만났기에 오늘 죽는다.”

살수의 검에서 변화가 생성됐다.

치-직!

천마는 검기 앞에서도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살수의 눈동자에서 한기가 일어났다.

천마의 전신을 훑어 내린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놀란 살수와는 달리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천마가 말했다.

“지옥에서도 나를 죽이려 들다니 영광이다.”

천마가 서슬 푸르게 웃었다.

그의 살기가 마음에 들었다.

죽음을 부르는 느낌이 좋아서다.

그래서 즐긴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살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눈에 파묻혔던 살수의 검에서 살기의 방향이 변했다.


사-삭!

촘촘한 살기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것은 본격적으로 공격하겠다는 표시였다.

천마는 전력을 다했다.

악마지도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와라.”

살수는 대범하게 행동했다.


“간다.”

살수의 공격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다.

천마는 허수임을 간파한 뒤라 움직이지 않았다.

살수와 천마는 싸늘한 표정으로 공격지점을 주고받았다.

긴장된 모습,

서로는 그렇게 여유가 있었다.

시퍼런 살기가 번뜩이다가 사라짐과 동시였다.


치-쩍!

검광이 서로 엇갈린 상태였다.

몸도 허공에서 한동안 움직임이 없이 머물렀다.

뒤늦게 사나운 검기가 삼삼하게 주위로 퍼졌다.

찰나의 순간에 일격씩 주고받았다.

우-음!

번개처럼 뇌동하는 검기에 끈적거리는 피가 튀었다.

천마는 자신의 콧등의 핏물을 입으로 꿀꺽 삼켰다.

살수처럼 신음을 참았다.


기습에서 죽지 않고 살았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었다.

살수가 선수를 잡고 공격했다.

천마의 악마지도에서도 불을 뿜었다.

치-쩍!

천마가 급습했다.

살수의 입에서 비정한 신음이 터졌다.

커-억!

천마가 펼친 검법의 수준은 살수만큼 상당했다.


‘베었다.’

천마가 무심결에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철커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우르릉하고 기관이 움직였다.

미처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상상치 못한 함정이었다.

검날이 달린 쇠갈고리였다.

바닥에서 튀어나와 전신을 포박했다.

몸을 움직이면 끝장날 터였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바닥에 총총히 깔린 이끼였다.

미끄러져 절벽 끝에 매달리고 말았다.

낭패였다.

실수는 그렇다고 쳐도 문제는 함정이다.

손으로 잡히게끔 삐죽 솟은 돌덩이 모서리였다.

이끼가 잔뜩 낀 상태를 봐서는 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함정을 움직이는 손잡이다.


분명히 손을 절단하는 칼날에 작두의 검이었다.

천마는 위기를 넘겼다.

아직 손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동이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두란 또 다른 함정의 기관이 분명했다.

손에 상처를 입고 요행히 칼질을 피해도 어림도 없다.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몸이다.

거기는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예상을 뒤엎는 함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그곳은 칼산이고 떨어져 내리는 순간이면 끝장난다.

하부에 마련된 함정에 빠지도록 설치된 듯이 보였다.

아무리 경공술의 대가라도 어림없다.

‘제기랄!“

촌각을 다투는 가운데다.

다시금 살수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베었다.

얼마나 빠른 반격인지 알만했다.


살수가 떨리는 눈길로 천마를 쳐다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모가지가 떨어져 나갔다.

철퍼덕!

잔잔한 살기 이외에는 눈발만 휘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감쪽같았다.

금방 눈발로 인해서 주위에는 흔적이 사라졌다.

휘-윙!


차가운 바람이 곁가지를 뒤흔들고 지나갔다.

‘잘 가라. 유혼.’

눈발이 메마른 가지에서 떨어질 때였다.

살기·····,

천마는 새삼스럽게 화들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놈들의 뒤에는 뭔가가 있다.’

천마가 눈을 부릅떴다.

살기가 전해지는 장소를 쳐다봤다.


눈길에 잡혀 든 물체는 투명했다.

영롱한 빛에 휩싸인 영상이었다.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처럼 보일 뿐이지 실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가만히 살펴보니 귀영신법이다.

얼마나 빠른지 허깨비처럼 번쩍거릴 뿐이었다.

앞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살수를 쳐다봤다.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살수가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런 모습을 측은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저만큼 멀지만 가깝다.

‘저놈인가?’

살기는 여전히 칙칙했다.

설원에서 달려오며 느꼈던 대로였다.

살기가 움직임에 따라서 감겨들고 있었다.

살기마저도 감추는 수법이 남달라 보였다.


천마의 눈에서 광채가 번뜩거렸다.

서둘러야 했다.

놈의 기세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살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천마가 다리 난간을 붙잡고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런데······,

난간이라 생각했던 것은 난간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그것도 필살의 일격을 펼쳐내는 살수였다.

바로 추사(追死)였다.

유혼과 함께 지옥의 전사로 알려진 악마였다.

그런 그가 천마를 공격한 것이었다.

칼날이 섬뜩하고 천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천마는 피할 수 없었다.

추사의 일격이 고스란히 가슴에 꽂혔다.


“우-음!”

천마가 신음을 터뜨린 상태로 허공을 날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추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몸을 날리는데 그렇게 험악스러울 수가 없었다.

흑백의 눈동자는 뒤집혀서 광채가 번뜩였다.

검은 망토는 바람결에 휘날리며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서부터 살기가 전해져왔다.

눈발이 갈라지면서 폭풍처럼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덤비는 막가파의 술법이었다.


게다가 추사의 공격은 단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제삼의 공격을 시도하는데 살기가 앞서고 있었다.

유혼의 죽음을 목격한 추사였다.

초장부터 지옥의 수법인 악마검법을 펼쳤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수법에 해당했다.

청-창!

천마의 억센 손에 들린 악마지도가 불을 뿜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병장기라 막아낼 무기가 없었다.

추사의 검도 지옥을 대표하는 지옥도였다.


그러나 악마지도에는 비견할 수 없었다.

칼날이 갈라지면서 위기를 간신히 넘긴 천마였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부러진 칼날이 제삼의 공격자처럼 천마의 목을 노렸다.

천마는 피할 수 없는 처지였다.

몸이 뒤집고 있는 상태여서 별수 없었다.

날카로운 칼날을 받을 만한 것은 오직 이빨뿐이었다.


철-컥!

칼날을 이빨로 물었으나 상처는 피할 수 없었다.

피가 솟구쳤다.

천마의 입술이 갈라져 너덜거렸다.

그나마 금강불괴의 신체라서 상처를 입은 정도로 끝났다.

그렇지 않았다며 모가지가 베어졌을 터였다.

목숨을 건진 덕분에 허공으로 치솟을 수가 있었다.


약간의 여유가 기회를 주었다.

천마가 악마지도로 추사를 공격했다.

찰나의 순간에 해당했으나 공격은 악랄했다.

섬광이 뒤늦게 일어나면서 허공에 방어망을 형성했다.

창-창!

천마는 추사의 공격을 어렵게 막아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제삼의 살수가 등장한 상태였다.


그는 바로 저승사자였다.

죽음이 다가오면 언제나 등장한다는 놈이었다.

섬광만으로는 저승사자의 공격을 차단하기 어려웠다.

불기를 휘둘렀기에 행동에 제약을 받고 말았다.

섬광이 번쩍이며 몸으로 파고들었다.

맞으면 저승으로 직행할 터였다.

위기의 순간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놈! 이번에는 제발 뒈져라!”

저승사자의 일차 공격은 살기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림자가 덮쳐들고 있었다.

휘날리는 살기를 쏟아낸 저승사자였다.

불기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이미 오래도록 진기를 조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불기와 신체가 하나가 된 상태였다.

불기에서 파생된 살기가 일장이나 쭉 뻗쳤다.

살결을 찢는 느낌이 먼저 닥치고 있었다.

“저승사자·····정말 대단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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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번개 공자, +5 22.06.22 93 8 9쪽
» 추사(追死), +7 22.06.21 105 11 9쪽
38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5 15 9쪽
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9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5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6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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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8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9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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