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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61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1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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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추천
13
글자
9쪽

허수아비,

DUMMY

***


비천도(飛天刀),

그것은 천하 만물을 벤다는 하늘의 칼이었다.

빛에 노출되면 전신이 갈라지는 무서운 비천도였다.

비천도는 추풍을 베려고 옥황상제가 설치한 법보다.

마녀가 비천도를 강조한 간드러진 말투를 보면 틀림없다.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호조와 저승사자는 비천도를 처음 듣는 듯했다.

“비천도를 마녀가 강조하다니 무서운 법보인 모양이오?”


마녀는 속으로 씩 웃었다.

‘호호! 사내들은 이렇게 단순해서 좋다니까?’

마녀의 음성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음모가 깃든 듯했다.

“비천도가 완전히 설치되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다.”

“마녀의 말뜻은 우리들의 일부터 치루 자는 뜻이냐?”

“호호! 그렇다. 우리가 주목받게 되면 뭐가 좋을까?”


마녀의 말에 호조와 저승사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우리가 마녀와 합작했다면 천계가 뒤집힐 일이지.”

한심한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호기심을 느끼다니····,

마녀는 웃었다.

정말 생긴 것들만큼 단순하기 그지없는 놈들이었다.


저러고도 어찌 저승과 염라전에서 추풍을 잡겠다고····,

“내가 요선정의 음양오행을 풀었으니 다음은 너희이다.”

마녀의 요력은 대단했다.

요선정의 음양오행이 해체되자 운무가 짙게 피어올랐다.

호조가 요선정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요선정이 왜 운무만 짙은지 모르겠다.”

달빛이 비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둠에서 요선정은 신비할 정도로 달빛을 품고 있었다.


“마녀가 서두르다니 제법 구미가 당겼나 보군.”

저승사자가 요선정을 살피자 마녀가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난 도력이 높고 강한 놈을 좋아하지.”

마녀가 웃는데 간덩이마저 떨어질 정도로 요사스러웠다.

더군다나 요력을 펼쳤는지 눈이 부실 지경으로 빛났다.

“이번 일에 공연히 끼워주었나 보군.”

저승사자는 월광이 피어오르자 삿갓으로 얼굴을 가렸다.

호조는 섭선을 펼쳐서 요력을 거둬 내고는 중얼거렸다.


“비천도도 요력만큼 싱거우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지.”

그들이 바라보는 요선정은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음양오행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임을 모두는 알고 있었다.

저런 정도의 수법이라면 괜찮아 보였다.

너무나 익숙하게 펼칠 수 있는 하급 진법에 불과했다.

“서둘러 도력을 펼쳐라.”

마녀가 소리치자 호조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불타듯이 빛나고 있는 불빛을 보고 있지 않았다.


요선정에서 구름이 어우러진 한 계곡을 지켜보고 있었다.

호조가 계곡 어귀를 가리키며 질문을 던졌다.

“저승사자, 저것이 뭔지 보이느냐?”

어둠이 뭍이고 있는 산골짜기였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노을의 빛줄기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요선정 교각과 마주한 대문간 기둥에 사람이 보였다.

꾀죄죄하고 초라하기 이를 데가 없는 젊은 도사였다.

술을 마시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정경이 비쳤다.


저승사자가 삐딱한 눈길로 도사를 주시하다가 대답했다.

“이미 봤다. 술주정뱅이 도깨비 도사가 분명하다.”

“호호호! 흥에 겨워 도술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호조가 요선정에서 졸고 있는 꼬마를 쳐다봤을 때였다.

마녀가 자리를 이동하면서 도력을 일으켰다.

그러자 도깨비 도사가 고개를 쳐들고 보름달을 주시했다.

“내 말은 말이다. 혹시 꼬마 도사가 추풍이 아닐까?”

녀석이 벼락을 맞았던 소년이 아닌가를 물었단 말이다.”


저승사자 소년의 내력을 타진해보고는 머리를 끄떡였다.

“그렇군, 벼락을 맞아서 인생이 바뀐 녀석이 확실하군.”

꼬마 도사는 범상치 않게 생겼다.

목에는 굵직한 백팔염주를 걸었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옷가지는 허름했지만 빛나고 있었다.

발 하부로는 짙은 먹구름이 흐르며 출렁거렸다.

고고하게 앉은 자세는 비선처럼 보이기도 했다.

“허허! 꼬마 도깨비치곤 제법 멋지게 생긴 녀석이야.”


꼬마 도사가 자신의 몸뚱이에 송진을 묻히고 있었다.

“어라! 송진은 왜 몸뚱이에 처바르고 있는 거야?”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려고 바르는 거겠지.”

“그런가? 내 후생으로 삼을 만큼 탐나는 녀석이야.”

마녀는 호조와 저승사자의 대화를 엿듣고 성급히 말했다.

“호호! 정보를 얻어야 하니 보따리들을 슬슬 풀어봐라!”

호조가 마녀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능글거렸다.

“녀석의 미래를 더듬어 보겠으니 잘들 보고 배워라!.”


호조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부채를 소년의 정수리를 향해서 살살 부쳐댔다.

푸-릉!

상투를 틀어 올린 도사의 머리에서 광채가 번뜩거렸다.

잠시 뒤,

소년의 머리에서 후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솟구치며 거센 울부짖음부터 터져 나왔다.

“꾸-악! 선착선 마감했으니 천년 이후에나 도전하시오,”


이무기였다.

전신이 엉망으로 변한 상태에서 도술을 부리고 있었다.

“망할 놈아! 천년 후에나 보잔 말이다.”

이무기가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퍽-퍽!

호조와 저승사자는 한방씩 얻어맞았다.

“커-억!”

금방 눈덩이가 묵사발이 나고 말았다.


“커-응!”

둘은 얼굴을 마주 쳐다보며 눈만 껌벅거렸을 뿐이었다.

“뭐냐? 이건.”

마녀가 도력을 펼치면서 대답했다.

“호호호! 뭐긴, 용이 되려다가 저승에 든 이무기지.”

마녀가 어둠으로 사라진 이무기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호호! 네놈들이 저놈을 탐내는 모양이지만 어림없다.”

호조와 저승사자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다.


술주정뱅이 꼬마 도사가 벌떡 일어섰다.

보름달을 향해 너울너울 춤추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허수아비를 허공으로 휙 던져버렸다.

쌔-액!

허수아비가 날다가 멈춘 곳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퍼-엉!

불길은 화려했고 찬찬하게 비쳤다.

호조는 저승사자의 눈동자에 어린 도사를 지켜봤다.


삼생이 불길에 싸여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호주가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저승사자. 허수아비에 비친 소년의 미래를 봤는가?”

저승사자는 마녀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봤다. 이무기는 비림에 서식하는 영물이란 말이다.”

“그럼 꼬마 도사는 누구냐?”

“요선정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며 호구를 면하는 꼬마다.”

“저놈이 추풍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등장했단 말이냐.”


“호호! 그걸 단서라고 지옥에서 가져왔단 말이냐?”

호조는 마녀가 비웃자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지고 말았다.

“허허! 모르는 소리. 이무기의 상처를 해부했단 말이다.”

“그래서 증거가 나왔다는 뜻이냐?”

“염라대왕이 입었던 상처와 똑같은 흔적을 찾았다.”

“뭐냐? 그러니까 꼬마가 범인이란 말이냐?”

“꼬마가 아니라 이무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무기가 왜 등장했단 말이냐?”


“그거야 나도 모르지만 찾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그러니까 실마리를 추적하다가 여기까지 왔단 말이지?”

“내가 골통이 비지 않고서야 어찌 이곳까지 왔겠느냐?”

“망할 놈아! 네놈의 도력이 겨우 그거였냐?”

“그러니까 이제 네놈이 가져온 보따리를 풀란 말이다.”

저승사자 조용히 미소를 짓고 마녀를 쳐다봤다.

마녀는 도력을 펼쳐 호조의 먹빛 광채를 걷어냈다.

“좋다. 네놈이 미래를 엿봤으니 나는 과거를 보겠다.”


“호호! 추풍과 어디까지 연결을 맺고 있는지 알아보자.”

저승사자가 주문을 외면서 육갑을 짚기 시작했다.

푸-릉!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분명했다.

산과 계곡이 보였다.

너른 들판에 세워진 허수아비가 비쳤다.

저승사자가 더욱 도력을 끓어 올리는 순간의 일이었다.

도사의 형상이 작아지다가 빛만 남기고 사라지고 말았다.


치-직!

“녀석의 과거에서 증거를 찾으려면 정신들 차려라!”

암흑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불길이 성하게 일기 시작했다.

펑!

호조가 놀라서 불길을 쳐다보는 시선의 끝 무렵이다.

투명한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환상처럼 보이는 몇 개의 정경이 비쳤다.

우선 불길에 싸인 소년의 영상과 함께였다.


임신한 여인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머릿결이 발치까지 늘어뜨린 아름다운 미부였다.

소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치성을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법당에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였다.

합장한 손길과 겹치듯이 또 다른 정경이 보였다.

여인이 석탑을 쌓고 있었다.

임신한 몸으로 석돌을 짊어졌는데 위태로웠다.


땀으로 젖어버린 옷자락····,

거칠어진 숨결에 다른 장면이 비쳤다.

이번에 전쟁터였다.

잔인한 살생이 벌어지고 전쟁터 한복판이다.

갑주를 갖춰 입은 무관이 말을 탄 모습이 보였다.

삭막한 벌판을 치달리면서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시산혈해,

싸움치곤 잔인했다.

생과 주검이 널려진 벌판,

무관은 악마처럼 무인의 목을 효수하고 있었다.

“어떠냐? 멋진 놈이지?”

“허허! 꼭 내 과거를 보는 것 같군.”

호조가 중얼거렸을 무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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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5 15 9쪽
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9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5 14 9쪽
»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2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5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5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7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8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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