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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55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01 08:04
조회
392
추천
16
글자
9쪽

변신(變身),

DUMMY

***


그것은 귀기가 일고 있는 빛 뭉치였다.

탁자가 깨져나갔다.

빛이 폭발했고 어둠이 확 사라졌다.

기절했던 천마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런데 그의 신형을 그곳에 있지 않았다.

아니 있기는 있었는데 그림자였다.

빛이 만든 벽에 부닥친 다음에 돌아왔던 것이었다.

그때쯤 해서 돌 탁자가 깨졌다.


우당탕!

그는 그런데도 멀쩡했다.

이상한 것이 몇 가지가 더 있었다.

조금 전처럼 송장처럼 바싹 말랐던 그가 아니었다.

피로 떡칠을 했던 그의 얼굴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몸뚱이는 거구의 사내처럼 커져 있었다.

‘어어! 내 몸은 또 왜 이래?’

그의 몸매가 사천왕처럼 변해 있었다.


허공으로 삐쭉이 솟은 신체,

천정에 닿을 정도로 단단한 몸뚱이는 철탑처럼 생겼다.

뼛골은 바로 섰고 근육에는 푸른 기체까지 어렸다.

가슴은 물론이고 어깨와 배에도 수북한 털로 뒤덮였다.

이무기와 싸우다가 입은 상처도 물론 흔적도 없었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천마는 자신의 변한 모습에 만족했다.


싱글벙글,

그는 기분이 말없이 좋았다.

정말 이런 기분은 생전 처음이었다.

털투성이의 몸뚱이에 기골이 장대했다.

철탑처럼 예전에 가냘프던 체격은 간 곳이 없었다.

오히려 솟구치는 힘은 불끈불끈 넘쳐나기까지 했다.

“히히히! 좋다······.”

그의 변화는 신체뿐만이 아니었다.


얼굴도 변했다.

밤송이처럼 치솟았던 눈썹은 도선들처럼 늘어졌다.

그리고 부리부리한 눈동자도 흑백이었다.

왼쪽 눈동자는 온통 검어서 먹빛이다.

오른쪽 눈동자는 흰색인데 불길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둡던 실내도 대낮처럼 환하게 보였다.

죽어 늘어졌던 이무기의 사체도 보였다.

벽에 꽂혀서 손잡이만 보이던 악마지도가 보였다.

천마의 입이 주둥이에서 쭉 찢어졌다.


“흐흐흐! 이무기의 여의주가 환골탈태를 시켰단 말이지?”

천마는 악마지도를 잡기 위해서 한 걸음 움직여 보았다.

휙!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너무너무 가벼워서 날기까지 한다.

끼-야!

그이 신형이 번쩍했다.

물론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미처 사물을 보기도 전에 몸은 움직인 상태였다.

앞쪽으로 튕기듯 움직이는 빛의 장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꽈-웅!

그의 눈이 질끈 감기고 말았다.

눈앞이 번쩍거렸다.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데 부닥친 빛의 장벽이 출렁였다.

그래도 그는 멀쩡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히히히! 나는 천신이 되었으니 아무도 두렵지 않다.”

천마는 배짱이 살아나고 있었다.

죽음을 눈앞에 뒀던 때와는 천양지차로 모습이 변했다.

전신에선 진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귀영무형(鬼影無形),

공간을 이동하는데 사용되는 신법이었다.

천마는 몸의 중심을 잡을 수도 없었다.

빛의 장벽에 부닥쳤고 반동으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다시 중심을 잡기도 전에 몸은 퉁겨졌다.

정말 어찌나 빠른지 몰랐다.

피하지도 못한 상태로 벽과 수도 없이 부닥치고 말았다.

구-쿵!

천마가 놀라서 이무기의 붙잡고 위기를 모면했다.


몸도 새털처럼 가볍게 변했다.

몸에는 힘이 넘친다.

이건 단기만이 내는 효능만은 결코 아니다.

뭔가가 있다고 천마는 생각했다.

이무기 때문에 온몸에 털이 수북하게 자랐다.

그때쯤 천마는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천마가 움직이자 빛이 출렁거리며 장벽을 설치했다.

이상한 생각에 천마가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녀가 남기고 간 빛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었다.

저것은·····,


빛은 마녀가 남긴 결계(結界)였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빛으로 자신을 가둔 것이다.

겨우 이무기의 덫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그런데 이것이 먼가?

다시 갇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좋다. 누가 센지 한번 붙어보자.”

천마가 빛의 장벽으로 다가섰다.

손으로 만져 봤다.

탄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강하게 주먹을 내질렀다.


퍽!

팔뚝에 충격이 전해졌다.

결국엔 악마지도를 뽑아 든 천마였다.

마녀가 펼친 빛의 벽을 상대로 과감하게 도를 휘둘렀다.

키-적!

빛이 출렁거렸을 뿐 멀쩡했다.

뭔가 불안감을 느낀 천마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서 일도양단을 펼쳤다.

키-적!

빛의 장벽이 출렁이며 갈라졌다.


천마는 옳지 싶었다.

마녀의 비술도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갈라졌던 빛의 장벽이 다시 달라붙고 있었다.

다시금 악마지도로 내려쳤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빛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무기 왜 도망치려 했는지 알게 된 천마였다.

무슨 방도를 찾아야 했다.

이대로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천마가 사방을 살펴봤다.

녹각이 뽑힌 이무기의 사체가 눈길에 잡혀 들었다.


천신을 꿈꿨던 이무기,

이무기는 영금(靈禽)을 대표한다.

천년 수도를 통해서 천지를 다스렸던 몸이었다.

저대로 둔다면,

그는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야만 했다.

적자생존(適者生存)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무림의 법칙이다.

그냥 두기에는 뭔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마는 음흉스럽게 웃고는 녹각의 잔뿌리를 빼내었다.

푸-직!


뿌리 쪽에서 녹색의 광채가 피와 함께 얼굴에 튀었다.

천마는 눈살을 살짝 감은 상태였다.

그리고 손에 들린 녹각을 서서히 입으로 가져갔다.

‘비리겠지?’

혀를 조금 내밀어서 흘러내리는 피 맛을 살짝 봤다.

쩝-쩝!

천마는 처음에 왠지 좀 거북한 표정으로 맛을 봤다.

그리고 맛이 괜찮았던지 잠시 뒤에는 쩝쩝거렸다.

“어라! 맛이 제법 괜찮군.”

이무기의 머리가 부서져 있었다.


내용물이 쏟아져 내렸다가 멈춰진 상태였다.

지지리도 못난 이무기였다.

하지만 녹색의 광채를 뿜던 눈동자는 아직도 새파랗다.

형상이 조금은 무섭다.

천마는 몸을 떤 다음에 이무기의 눈을 손으로 쓱 가렸다.

“그런 눈길로 나를 보지 마라!”

천마는 이무기를 훑어봤다.

아직도 녹지 않은 녹색 빛을 띤 덩어리가 보였다.

그 밖에 이빨과 혓바닥이 빼물고 늘어져 있었다.

“난 요선을 만났고 저것을 먹어야만 살 수가 있다.”


천마는 굶주린 사람이다.

이무기처럼 비천을 꿈꾸는 도사였다.

인간의 몸뚱이로는 승천할 수가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변해야 했다.

자신이 오늘까지 살아남은 것도 운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력을 키워야만 살아남는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무기의 여의주로 인해서 온몸에 기력이 넘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머무르는 단기가 바로 생명의 근원이었다.

빛의 장벽을 깨려면 체질을 바꿔야만 했다.

여의주 하나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먹자. 그래서 체형을 단기로 바꾸자.’

천마는 다시금 생각과 용기를 바꾸기로 했다.

단기가 몸에 머물지 못하면 여태껏 애쓴 보람도 없다.

인간의 도전은 진화한다.

그것이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희망을 걸어봤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천마는 인간이 꿈도 꿀 수 없는 벽을 허물고 싶었다.

그것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욕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의 영역에 들어섰기에 도전했다.

신체를 천신으로 바꿔야만 살아남는다.

살기 위해서라면·····,

인간이 삶이 아니라면 도선이나 영물로서도 살고 싶었다.

물론 인간의 몸이기에 부작용이 있을 수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끝내기는 여의주란 단기가 너무 아까웠다.

천마는 상상했다.


머리에 뿔이 돋아난 괴물을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녹지 않은 녹색의 덩어리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질겅질겅,

그는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처럼 비린내가 진동할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고소한 맛까지 느껴졌다.

그는 멋쩍게 피실 웃었다.

쩝-쩝!

녹색 덩어리는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금세 다 먹어버렸다.

이번에는 아예 이무기의 골수까지 파먹었다.

느글느글한 느낌이 들었다.

“쩝쩝, 골수까지 뼛골에 가득 채워야 하는데 비리군.”

천마의 얼굴은 피투성이로 변해버린 지가 오래였다.

입에서 허연 뇌수가 줄줄 흘러내렸다.

흐흐흐!

그는 그래도 상관치 않았다.

천마는 정말 오랜만에 즐겨본 포만감에 웃어봤다.

그의 얼굴은 정말 아귀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저승사자가 그의 얼굴을 봤다면 진저리칠 정도였다.

그만큼 그의 얼굴은 완전히 피범벅이다.

그래도 그는 기분이 좋았다.

누가 흉보든 말든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여긴 인간 세상과는 다른 곳이니까·····,

그는 열심히 오물오물 씹어서 먹었다.

그렇게 얼마나 먹었는지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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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2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5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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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7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8 15 10쪽
»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6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5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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