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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65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10 00:18
조회
235
추천
12
글자
9쪽

망아정실(忘我正室),

DUMMY

***


칼날에 스치기만 해도 살결이 갈라질 정도로 날카롭다.

지금도 칼날이 천마의 몸을 스치며 상처를 남겼다.

천마가 웃옷을 벗어 던졌다.

탄탄한 알몸이 드러났다.

기회를 엿보던 대장이 악랄하게 소리쳤다.

“마지막이 도래했다. 참수도법을 전력을 다해서 펼치란 말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천마가 치렁치렁 늘어진 머릿결 사이로 대장을 쳐다봤다.

무슨 원한이 깊다고 저토록 사납게 구는지 몰랐다.


천마는 악마지도를 발치까지 내렸다.

지옥에서 비밀리에 전해지던 전설의 무기,

예전 같으면 다루기 힘들 정도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이무기의 사체를 먹은 뒤로는 한자나 커진 상태였다.

전신의 근육도 사대천황처럼 보였다.

누구나 쳐다만 봐도 주눅이 들 정도로 우람했다.

백팔개의 혈맥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살기가 전신을 휘감아 돌았다.

지옥의 살수들도 전력을 다했다.


폭풍 살기를 일으킨 모습이었다.

회오리가 몰아쳤다.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기 시작함과 동시였다.

‘끼이오’

기합들이 공기마저 찢어 놓았다.

천마가 오행의 방위에서 대기하던 살수들을 쳐다봤다.

신형이 희미해지는 순간이다.

허공으로 번개처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열 개의 천도가 하나로 합쳐지며 천마를 덮쳤다.


쐐-악!

천마는 악마지도의 칼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다.

자신의 칼날에 효수한 죄수들을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다르지 않았다.

한사람이 열이나 되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 살기가 백을 넘어서는 순간이면 어김없었다.

전신에서 넘쳐나는 살기가 뼛골에 새겨졌다.

폭풍의 살기가 품어지는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허공으로 날아오른 열 개의 비천도였다.

희미한 그림자와 투명한 신형이 하나로 얽혀들었다.

꽈르릉!

번쩍거리는 천도와 악마지도가 부닥쳤다.

천둥이 울리는 소리가 진동했다.

천지가 갈라지듯이 사방천지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폭풍이 휘몰아치며 돌과 나무들이 휘날리는 순간이었다.

답답한 신음들이 터짐과 동시였다.

열 명의 살수들이 사방으로 십 장이나 날아가 버렸다.


“하하하! 드디어 네놈들 덕분에 일도양단을 완성했다.”

천마가 대소를 터뜨리고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봉두난발(蓬頭亂髮)의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천마,

그의 몸뚱이에는 천도가 박혔다.

사지(四肢)에 손잡이만 보일 정도다.

빽빽하게 꽂혀 수실이 휘날리고 있었다.

치명상을 입고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휘몰아치던 폭풍 살기가 가라앉은 다음이다.

살수들이 허공으로 날아가 절벽에 부닥치고 뒹굴었다.


천마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몸을 우뚝 세웠다.

천마는 사방을 둘러보며 신형을 날렸다.

번-쩍!

그의 신형은 번개처럼 빨랐다.

바위로 가면 바위로 보였다.

나뭇가지에 도착하면 투명해져 보이지도 않았다.

천마는 그렇게 변신을 꾀하며 삼선을 찾아 나섰다.


***

망아정실(忘我正室),

제물에 받쳐질 여인만이 머무는 수녀들의 처소였다.

거기서 허공을 훨훨 날고 있는 불빛 하나가 보였다.

빛의 요정인 호접(蝴蝶),

신전에 제물의 여인을 선정한다는 나비였다.

나비가 허공을 배회하다가 탑정(塔頂)에 정지했다.

“악마의 사자가 오늘도 어김없이 왔다.”

석탑 주변에서 어수선한 소란이 일어났다.

여인들이 나비를 봤던지 모두가 숨기 바빴다.


“오오, 아니야! 어찌···내가, 나는 결코 아니야!”

탑돌이를 하다가 도리질을 치는 여인이 있었다.

구층 석탑과 천년 고목이 자리한 곳이었다.

여인은 나비가 다가오자 손으로 연신 쫓고 있었다.

“흑흑! 가···가란 말이야!”

여인은 순백을 상징하는 희디흰 소복을 걸쳤다.

까무잡잡한 눈매가 인상적으로 비치는 여인이었다.

도리질을 치는지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렸다.

“아니야! 나는 아니야!”

여인은 몸부림치며 나비 요정의 선택을 부정했다.


“흑흑-흑흑흑!”

손을 내저으며 흐느끼는 여인은 왠지 서럽다.

원망이 여인의 소매 끝에서 휘날렸다.

어둠이 금방 눈물 자국을 지우듯 사라졌다.

여인은 먹빛 하늘을 원망하듯이 일어섰다.

비틀거리는 몸뚱이·····,

머릿결 사이로 유성이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쳤다.

“아아! 하늘이 원하면 소녀는 지옥이라도 들겠어요.”

여인이 탑 앞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나비가 훨훨 밤하늘로 날았다.


***


나비의 요정이 석탑에 머물렀을 무렵이다.

어둠의 사내들이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쿵쿵-쿵쿵!

죽음을 재촉하는 악마의 손짓처럼 소리가 진동했다.

“선택받은 수녀가 누군지 냉큼 앞으로 나서라!”

어둠의 사내들은 바람을 타고 온 듯싶었다.

불타는 듯 파리한 얼굴들,

악마에게 죽음을 헌상한 어둠의 자식들답게 생겼다.


도깨비처럼 눈에선 살기가 번뜩이며 넘쳐났다.

어둠의 사내가 여인에게 질문했다.

“수녀의 이름이 뭐냐?”

여인은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자 바들바들 떨리는 몸이 드러났다.

두려움에 질린 다른 수녀가 여인의 이름을 밝혔다.

“삼선! 수녀의 이름은 삼선이라 불립니다.”

여인은 흐느낌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 했다.

“흐흐흐! 그만하면 됐다.”

어둠의 사내가 삼선이란 여인의 몸매를 훑어보았다.


지글지글 타는 듯싶은 눈동자,

사내의 시선에는 음욕이 잔뜩 배어있었다.

“삼선, 네가 천 번째의 제물이니 영광으로 알아라!”

악마가 사내들에게 저주를 내린 듯했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흉상들이 하나같이 못생겼다.

철탑 장신에 도깨비처럼 뿔을 머리에 달고 있었다.

허수아비처럼 홀쭉한 사내의 눈에서 불길이 뻗쳤다.

여인은 밤하늘로 날아가는 나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엔 떨리는 눈길을 감고 말았다.


능글맞게 웃던 사내가 여인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호접(蝴蝶)이 사라졌으니 서둘러 제사를 지내라.”

흑의 사내들은 냉혹했다.

일말의 동정도 없었다.

발버둥 치는 여인을 체포했다.

여인의 저항은 미미했다.

사내들이 울부짖는 여인을 포대에 씌우는 순간이다.

“오기는 제대로 찾아왔군.”

누군가가 중얼대며 삼선이 사라진 곳으로 따라갔다.


***

한 줌의 빛도 없었다.

한치도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으로 어둡다.

제단(祭壇)도 벼랑에 세워진 석탑도 어둠이 짙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존재하는 동굴에서 일말의 움직임이 있었다.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그림자,

어둠을 밟고 어둠의 사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악마의 눈동자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벼랑 끝이었다.

암흑만이 존재하는 지하에 석단(石壇)이 자리했다.

망아신전(忘我神殿).

어둠의 공간에 드러난 편액의 글씨가 선명했다.

악마의 탑에 한 줄기의 빛이 머물기 시작했다.

어둠의 사내들은 악마의 영혼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중얼중얼!

빛의 요정이 펄럭이며 날다가 석단에 내려앉았다.

탑정(塔頂)에는 나체의 여인이 무릎 꿇고 앉았다.

어둠 속에서도 휘날리는 머릿결,

여인의 모습은 어둠 속에서도 매혹적이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유백색 알몸은 유혹적인 자세였다.


여인이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허무하게 악마의 제물로 죽을 수는 없어!”

여인은 입술을 깨물면서 한 곳을 주시했다.

그곳은 악마가 잠잔다고 알려진 석탑이었다.

안개가 피어오르자 울부짖음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끼야-야야···!

악마의 울부짖음은 소란스럽다.

먹빛이 갈라지자 나체 여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아아! 석탑에 내 심장을 넣어 보관하는 곳인가요.”

삼선의 중얼거림에 흑의 사내가 말했다.

“떠들지 마라.”

석탑은 여인의 심장이 안치된 곳답게 칙칙했다.

아직도 핏물이 여울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딸랑딸랑!

요령 소리가 얼어붙듯 들린 뒤였다.


퍼-엉!

석탑 양쪽에 배치된 향로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활활 타오르는 붉은 기체,

악마가 시간을 재촉한 듯싶었다.

주술 소리가 커지자 석탑에서 회오리가 일어났다.

휘-잉!

차갑고 떨떠름한 바람이 불었다.

여인은 떨던 몸을 곧추세우고 바람 곁을 흘겨봤다.


먹빛 바람 앞쪽에 악마가 등장했다.

제사장(祭司長),

흑의 사신이었다.

어둠을 대표하며 죽음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내였다.

흑의 망토로 얼굴을 가란 흑의 사내였다.

허공에 두둥실 뜬 상태로 날아 올라왔다.

번뜩이는 눈동자는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빛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치-직!

흑의 사내는 망토를 휘날리며 석탑에 착지했다.

우르릉!

석탑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불사탑(不死塔).

여인의 심장이 영치(領置)한다고 알려진 탑이었다.

제사장의 눈에서 시퍼런 불빛이 번뜩였다.

여인은 고집스럽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묶은 듯 얽혀든 시선,

여인은 질린 듯 순진무구한 눈에 초점이 흐려졌다.

흑의 사신이 여인에게 질문했다.

“이름이 뭐냐?”

여인이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네? 아····.네. 삼선, 그게 소녀의 속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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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9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5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6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5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8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9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14 오행검진(五行劍陣), +15 22.05.21 62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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