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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67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08 00:10
조회
275
추천
18
글자
9쪽

분신술(分身術),

DUMMY

***


삼선이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었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고 악마지도를 발 앞에 던졌다.

챙-그랑!

악마지도에서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협박을 일삼던 흑의 악마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앞에 허점이 드러났다.

천마는 그런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땅바닥에 떨어진 악마지도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칼날에서 섬광이 번뜩이며 악마를 공격했다.


“아-악!”

비명과 함께 흑의 악마가 너부러지고 말았다.

천마는 악마지도의 살기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삼선을 쳐다봤다.

천마가 모처럼 다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미소를 지었다.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바라보면 볼수록 여전히 아름답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

세월을 초월한 듯이 비치는 갸름한 얼굴,

삼선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는 천마는 모른다.

호수처럼 고요한 눈동자를 바라보면 기분이 말없이 좋다.

천마가 악귀들을 쳐다보며 씨부렁거렸다.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몽땅 저승으로 보내주겠다.”

어둠을 틈타고 속속들이 도착하는 악마들·····,


살기들이 너무 짙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한 놈도 벅찬 상황인데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천마교의 교주로서 인성마저 거의 상실했던 천마였다.

여기가 무림이라면 몽땅 죽였을 터였다.

하지만 요괴와 악마가 공존하는 세계라면 상황이 달랐다.

놈들이 노리는 물건은 목숨이 아니라 악마지도였다.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지만 빼앗길 순 없었다.


천마는 삼성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자 안타까웠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였다.

말은 없었으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지키다가 공적으로 전락하지 말라는 뜻이다.

천마는 그것이 싫다는 듯이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천하를 종횡하던 천마였다.

그런 자신이 협박에 굴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살점을 떼어 달라면 내어줄 수도 있었다.

싸우다가 뼛골이 잘려도 얼마든지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걸렸기에 양보할 수 없었다.

천마는 빗겨 들고 있던 악마지도를 옆으로 뉘었다.

그러자 악마지도에서 섬뜩한 살기를 뿜어졌다.

그것은 살기였다.

기회를 노리던 무리가 놀라 물러섰지만 어림도 없었다.

“내 사람을 건드린 이상 용서란 절대로 없다.”


살수의 습성이 몸에 익숙하게 베인 탓이다.

그 모습 그대로 악마의 모가지를 겨냥했다.

동작은 느릿했다.

허공을 가르는 칼날에 그는 벌써 이승을 달리한 듯했다.

아-악!

흑의 사내의 비명이 터지고 모가지가 달아났다.

삼선이 달려와 천마의 품에 안겼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몸뚱이가 안쓰럽기가 그지없다.


안심하라는 듯이 천마가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휘둘러지는 악마지도·····,

연속적으로 단말마의 비명이 터지는가 싶었다.

곧바로 붉은 핏방울이 허공을 붉게 물들였다.

삼선의 눈동자가 갑자기 출렁거렸다.

아마도 좋은 묘안을 떠올린 듯싶었다.

삼선이 불현듯 이렇게 말했다.

“상공, 분신술을 펼치면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천마의 배짱에 불을 지르는 말이었다.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분신술을 펼치자 제사의 사내와 제오의 천마가 등장했다.

이렇게 되자 흑의 악마가 놀라고 말았다.

똑같은 사내들이 펼치는 수법을 당할 재간이 없었다.

하나의 진법을 형성해 공격하자 도망치지도 못했다.

한순간에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흑의 악마도 치명상을 입었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삼선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악귀에게 행했던 것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아악!”

삼선은 천마로 인해서 도력이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천마가 삼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력도 높아졌으니 나를 도와주겠느냐?”

천마가 석탑을 바라보고 있자 삼선이 대답했다.

“도와주고 싶지만 힘들어요.”


“그런 또 무슨 말이냐?”

“추풍이란 사내가 천년에 걸쳐서 쌓았던 석탑입니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것이다.”

삼선은 석탑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만근석(萬斤石)이란 돌인데요. 손오공이 천상에서 가져와 석탑을 쌓고 석탑도리를 했고요. 궁주가 요술로 허물었지요. 추풍이 쌓다가 중단할 정도로 무거운 석돌입니다.”

천마가 다가가 석돌을 살펴보았다.


반들반들하고 매끄럽게 생겼다.

지상에서 흔하게 보는 석돌은 분명히 아니었다.

투명하면서도 빛이 감돌고 있었다.

손오공이 천상에서 옮겼다면 천석(天石)이 맞을 터였다.

그리고 석탑도리를 했다면 뭔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석탑을 쌓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이 있지요.”

천마가 석돌을 들어보려고 달라붙었다.

하지만 얼마나 무거운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천마는 고집이 있었다.

그는 무림에서 알아주던 장사였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물건이 없을 정도로 근력이 강했다.

석돌이 아무리 무거워도 돌일 뿐이다.

들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천마가 다시금 석돌을 들려고 달라붙었다.

끄-응!

삼선이 용기를 내라고 응원했다.


저러다가 말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전력을 쏟아내자 무릎까지 올릴 수가 있었다.

어정쩡한 모습으로 몇 걸음을 옮겼다.

천마의 목덜미에 힘줄이 돋아났다.

겨우 하나를 옮기지 못하고 거친 숨결을 몰아쉬었다.

헉-헉!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뒤덮여 버렸다.


이건 힘으로 옮길 수 있는 석돌이 아니었다.

요녀처럼 도술을 사용해야 옮길 수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천마는 비술을 연성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천마가 아니었다.

무슨 방도가 있을 터였다.

천마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 주변에 널린 석돌은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돌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더구나 아래쪽 돌들은 어림도 없었다.

고민하던 천마가 좋은 수가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섰다.

“그·····그래! 바로 그거다.”

“무슨 좋은 묘안이라도 떠올랐나요?”

“내가 짊어질 터이니까 중심이나 잡아줘야겠다.”

천마가 자신의 몸뚱이만큼이나 크나큰 석돌을 짊어졌다.

삼선은 뒤에서 거들며 도와주고 있었다.

무거운 석돌을 짊어졌으나 무서움과 두려움도 없었다.


절벽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험지를 지나고 있었다.

발걸음도 가볍게 움직였다.

한나절이나 절벽을 오르내리며 석탑을 쌓아 올렸다.

석돌은 무거워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기는 쉬웠다.

천마가 전력을 다해서 짊어지면 삼선이 도우며 내려왔다.

덕분에 거의 완성할 수 있었다.

천마가 지쳤는지 하던 일들을 멈췄다.


“에구구! 힘들다. 힘들었어.”

구름이 발밑에서 흩어지고 있었다.

천마의 질문에 삼선이 거친 숨결을 터뜨렸다.

석탑 앞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천마가 땀에 젖은 도포를 휘휘 젖고 있었다.

상기된 뺨에 방울방울 맺혔던 땀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유난히도 해맑은 눈빛을 지닌 삼선이었다.

턱짓으로 가리킨 곳을 천마가 쳐다봤다.


천태만상(千態萬象)을 이룬 기암절벽이다.

계곡의 중간지점에 비선사찰이 자리했다.

쳐다보면 눈길에서 까마득히 멀었다.

“어휴! 암자가 가릴 정도로 쌓으려면····아직 멀었구나!”

비선사찰이라는 장소는 도선들이 기거하는 암자답다.

천애의 절벽에 자리해 산세가 수려했다.

천년 세월의 신비함을 간직한 명산으로 불릴 만했다.

안개 속에서 가물가물 흐릿하게 눈가에 잡혀 들었다.


“헉헉! 전설을 간직한 비선사찰의 석돌로 이곳에 옮겨서 석탑을 쌓는 일이 저승길보다 힘들 줄은 미처 몰랐어요.”

저승길·····,

천마는 웃었다.

자신은 이미 그곳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삼선의 거칠어진 입김이 훅훅 뿜어지고 있었다.

빨갛게 상기된 뺨과 이마에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천마가 삼선을 향해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했다.


“석탑을 쌓으라고 추풍이란 사내가 유언했단 말이지?”

삼선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머리를 끄떡였다.

“요녀의 요술을 막으려면 석탑이 쌓으라고 유언했어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석정(石頂)을 올려놓자.”

석정은 석탑의 머리 부분이다.

천마가 짊어지고 왔던 석돌을 석탑에 올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전에서 빛나던 광채가 사라지며 비선사찰이 드러났다.


발치에 먹구름이 흘러가고 선학(仙鶴)이 노닐고 있었다.

“이젠 석탑도리를 하면서 요녀를 물리칠 계획을 짜보자.”

천마와 삼선이 절벽에서 하계를 내려다봤다.

저만치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폭풍을 동반한 회오리바람이었다.

금방 비바람에 몰아치더니 천둥 번개가 요동쳤다.

치-직!

섬광이 번뜩이며 발치로 흐르자 천둥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르릉!

천둥 번개가 요동치면서 동굴을 뒤덮었다.

꽈-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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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허수아비, +11 22.06.15 175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8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3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3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6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7 14 9쪽
»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6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5 18 9쪽
27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10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8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8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9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3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7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7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2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1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9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6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7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5 26 9쪽
14 오행검진(五行劍陣), +15 22.05.21 62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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