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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9,602
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20 10:24
조회
131
추천
15
글자
9쪽

답설무흔(踏雪無痕),

DUMMY

***


달빛이 차갑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래서다.

한기만 뿜어지는 눈만 빠끔히 내놓았을 뿐이었다.

천마는 달리던 기세를 멈췄다.

뭔가가 이상했다.

주변 정경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고독한 산짐승처럼 칙칙한 눈초리,

천마는 비록 평범하고 수수한 차림새였다.


어깨가 벌어질 정도로 건장한 체격을 소유했다.

그가 평범치 않은 무사라는 사실을 판단할 수 있었다.

천마가 백설의 설원을 세세하게 살피더니 중얼거렸다.

“백설 위에 한 놈, 명령을 내린 놈까지 합쳐서 셋이다.”

천마는 사방에 분포한 살기로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했다.

살수들의 움직임은 더욱 은밀해 졌다.

“도솔천에 함정을 설치하고 암살을 실행한다.”

천마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지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도 평범치가 않았다.

엄동설한에 얇은 장삼을 걸쳤다.

삿갓을 깊숙이 눌러 쓴 모습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모두가 지옥의 사자들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은 날렵했다.

수실이 길게 늘어진 고풍스러운 고검을 등덜미에 메었다.

사자들은 은신에 사용한다는 설빔을 갖춰 입고 있었다.

천마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명령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대답 소리만 뒤늦게 백설 위로 스치듯이 지났다.

천마의 입가에 피실 웃음이 담겼다.

“짜-식들! 오늘 임자 하나 잘못 만났다.”

천마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눈발이 쌓였을 때쯤 설빔이 갈라졌다.

얼어붙은 눈송이가 파삭하고 부서지는 순간이다.

그는 벌써 그곳에 있지 않았다.


번-쩍!

허공에서 차가운 한기가 일었다.

검과 검이 부닥치는 소리가 차갑게 터졌다.

창창-창창!

눈발을 에이듯 신음이 터진 뒤였다.

천마는 벌써 저만큼 원래의 자리로 달려가고 있었다.

“놈을 베었다···.”

천마는 울부짖는 살수의 음성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대(全帶)의 끈이 끊겨서 뒤로 휘날렸다.


거기서 핏빛이 번졌다.

금강불괴의 몸인데도 상처를 입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다.

천마는 상관치 않았다.

“제법이지만 아직 멀었다.”

천마가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휘젓고 있었다.


잠시 뒤였다.

바람결에 휘날리던 눈발에 붉은 색채가 묻어났다.

차갑고 뜨거울 것처럼 느껴지는 핏방울이다.

백설에 울컥 솟아났고 살수의 신음이 묻혀갔다.

“헉헉! 개새끼 잘 가라!”

천마는 팔뚝을 부여잡았다.

방금 살수의 공격으로 베어진 살결을 쓰다듬었다.

지혈을 시켰으나 결코 달리는 기세는 멈추지는 않았다.


천마는 살수의 연속적인 공격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도 가도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

방향감각을 상실한 천마는 한동안 헤매고 있었다.

천년이나 됨직한 노송에 도달했을 무렵이었다.

몸이 갸우뚱 기울어지며 눈 속에 파묻혔다.


제기랄!

천마는 눈에 파묻혀 얼굴만 내민 상태였다.

찬바람이 매섭게 바람을 휘몰고 사라진 뒤였다.

주위를 살펴보다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눈에서 차가운 한기가 번뜩거렸다.

‘저곳 어딘가에 살수가 숨어 있다.’

도사린 몸은 짐승처럼 곧추섰다.

눈길은 설원을 훑는데 차갑기 그지없다.


번-쩍!

쏟아지던 폭설이 정확하게 갈라지며 검광이 번뜩거렸다.

‘제법이군.’

천마는 살수들이 은신한 곳을 짐작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결코 눈길에 잡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살수들도 평범치 않다는 것을 뜻했다.

천마는 살수의 기습을 대비해서 숨결을 골랐다.

허연 입김이 쭉쭉 뿜어졌다.

손길은 허리에 메인 악마지도의 손잡이를 잡은 상태였다.


한기를 머금은 차가운 한설이 눈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잠깐의 여유가 기회를 찾았다.

천마는 한동안 그런 상태로 있다가 피실 웃고 말았다.

저만큼 멀리다.

도솔천 다리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섬뜩했다.

“저놈이 누군지 모르지만 죽음도 불사하다니·····,”

천마는 전대를 품에 갈무리한 다음이었다.


설원이다.

서둘러서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겹겹으로 포위망을 좁혀오는 살기가 바람에 부서졌다.

천마가 한동안 망설이다가 훌쩍 몸을 허공으로 뛰었다.

몸놀림이 가볍고 빠르다.

비룡승천(飛龍昇天)이란 수법이다.

용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모습치곤 단순한 몸동작이었다.

회전을 거듭하며 삼 장 정도 높게 떠올랐다.


공중에서 쏟아지는 눈발과 함께였다.

멋들어지게 회전을 한 다음이다.

눈 위에 살짝 내려섰다.

미약했던 살기가 돌연 짙어졌다.

천마는 손길을 멈췄다.

그는 대체로 말없이 천천히 머리를 쳐들었다.

호랑이를 닮은 눈썹에 밤송이처럼 수염을 길렀다.

입술은 약간 가냘프고 얇다.


눈썹이 짙고 눈에서는 차가운 한기가 피어올랐다.

정말 차갑기 그지없다.

천마의 수수한 얼굴에서 한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짐승처럼 빛나는 눈초리가 차갑고 매섭다.

천마의 시선이 변했다.

노송에서 서서히 신형을 드러내는 물체,

천마의 시선이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저놈인가?’

공격은 일순간에 이뤄졌다.

설원 끝쪽에서 검기가 섬광을 동반한 상태로 번뜩거렸다.

창-창!

천마의 공격은 번개가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

소나무가 베어졌다.

설원에 희미한 발자국이 점점이 찍혔을 무렵이다.

천마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신음은 한참 뒤에 터졌다.


“우-욱!”

사방을 옥죄던 살기가 옅어지는 순간이었다.

제삼의 공격이 있었다.

창창-창창!

촘촘하게 얽혀든 살기,

좋지 않은 예감대로 휘날리던 눈발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한 줄기의 차가운 빛이 머물다가 사라졌다.


퍼-직!

천마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해졌다.

백설에 드러나는 핏물과 함께였다.

실개천이 얼어붙은 다리에 한 사내가 등장해 있었다.

천마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도끼 눈을 치떴다.

‘제법 한 수 정도는 감추고 있는 놈이군.’


천마의 미간이 좁혀지고 있었다.

엉거주춤 선 상태로 마주한 사내를 차갑게 쳐다봤다.

설빔을 갖춰 입은 사내였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머리에는 눈발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미동도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이는 틀림없다.

급습을 가한 뒤에 돌아서다가 멈춘 동작이 분명했다.

목표물의 움직임에 따라서 이미 일격을 가한 뒤였다.

살기를 감추고 뽑혔던 검(劍)은 눈 속에 묻힌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이다.

사내의 가슴에서 핏물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후드득!

허공에서 겨울비가 내리는 듯했다.

붉고 상큼한 냄새,

겨울바람에 뒤늦게 진한 핏빛 향기가 실려 왔다.

그것은 살아서 숨 쉬던 살수의 뜨거울 것 같은 피였다.

천마의 눈가에 남겨진 상처에서 경련이 일렁거렸다.

잠깐의 틈새에 천마도 상처를 입었다.

원망을 삼키듯이 악마지도를 움켜잡았다.


입술을 피가 맺히도록 깨물었다.

천마의 눈에는 의문과 살기가 얽혀들었다.

살수는 여전히 동요가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에 나는 죽는다.’

천마는 결단코 움직이지 않았다.

허리를 굽히고 엉거주춤 멈춰선 상태였다.

사내를 한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살수는 고요함 속에 살기를 감춘 모습 그대로였다.


검에서 파생된 진동까지 감추고 있었다.

이런 고요함의 극치는 아무나 연성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훈련을 통해서 터득하게 된다는 살인 수법이다.

천마는 살수만이 갖는 특징임을 단번에 파악한 상태였다.

부르르 떨리는 몸뚱이,

뒤늦게 모골이 곤두섰다.

신경은 팽팽하게 살아 움직였다.

뜨거운 피가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이대로 있게 되면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대는 누군가?”

떨떠름한 질문에 살수의 눈에서 경련이 일었다.

죽음의 대결에서는 질문은 필요 없다.

쓸데없는 질문은 비겁한 자들만의 전용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이다.

살수가 이름을 밝혔다.


-유혼(幽魂)-

천마의 눈에서 긴장감이 풀어졌다.

살수의 표정에는 반대로 놀람이 깃들어 있었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암수였다.

살아날 수 있는 무인은 지옥에서 만난 적이 결코 없었다.

하지만 이놈은 남달랐다.

살수들의 공격이 연속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살았다.


검붉은 선혈을 빨고 있으면서도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모습은 대체 어디서 오는 배짱인지 알 수가 없다.

유혼은 자신의 일격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믿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중얼거렸다.

“답설무흔(踏雪無痕)을 펼치다니 너야말로 누구냐?”

이것은 눈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수법이다.

살수의 습관 된 버릇에 살기가 묻어난다.


음성에는 고저가 없이 칙칙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살수는 천마가 만만치 않은 놈이란 사실을 파악했다.

“나는 천마다. 단지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죽는다.”

살수는 살기로 상대방의 무위를 가늠한다고 했다.

“저승사자가 질렸다는 네놈이 바로 천마란 놈이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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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사(追死), +7 22.06.21 102 11 9쪽
» 답설무흔(踏雪無痕), +12 22.06.20 131 15 9쪽
37 지옥의 살수(殺手), +18 22.06.17 177 18 9쪽
36 도깨비 도사 +10 22.06.16 174 14 9쪽
35 허수아비, +11 22.06.15 172 13 9쪽
34 이마일요(二魔一妖), +14 22.06.14 195 13 9쪽
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1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1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4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5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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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걸귀(乞鬼), +17 22.06.07 294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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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5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5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7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0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6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5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1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0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7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4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6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4 2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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