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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교 님의 서재입니다.

요괴인간(妖怪人間)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정원교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8
최근연재일 :
2022.06.23 08:1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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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16
글자수 :
166,220

작성
22.06.0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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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불로주(不老酒),

DUMMY

***


녀석이 자신의 과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던 천마가 피들 웃었다.

삼선은 자신이 보지 못한 뭔가를 봤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요선정은 자신이 관리하는 곳이다.

삼생에서 미래에 해당했다.


그런데 자신이 보지 못했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서둘러 물어보려는데 그가 먼저 말했다.

“이곳에 사람이 살았었더냐?”

삼선이 움찔 놀라고 말았다.

“그것을 어떻게·····?”

“말해봐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


천마의 거듭된 질문에 삼선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추풍이라 불리며 천신을 꿈꾸던 인간이었는데 염라대왕을 죽인다고 장담하며 천년이나 살았지요.”

“그가 이곳에서 천년이나 무공을 연성했단 말이지?”

삼선이 머리를 끄떡였다.

“천년이 지나서 온다고 약속했는데 아직이네요.”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천마가 말했다.

“하하하! 그는 이곳에다가 석탑을 쌓았을 것이다.”

천마의 질문에 삼선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예전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허물어지고 없습니다.”

“그곳에 어딘지 말해라.”

삼선이 문을 열고 까마득히 머나먼 곳을 가리켰다.

천마가 천리안을 펼쳐서 살펴보았다.

그곳은 천계와 하계를 구분 짓는 경계지점이었다.


섬광과 낙뢰가 번쩍이고 온갖 악귀들이 잡혀 들었다.

천마가 분신술로 생성된 제삼의 천마를 쳐다봤다.

“하하하! 저곳이면 당장 달려가서 석탑을 쌓고 오겠다.”

제삼의 천마가 섬광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삼선이 놀라서 움찔거렸다.

불여우가 각별하게 신경 쓴 요괴답게 신통력이 대단했다.

자신 앞에서 섬광을 남기고 사라지다니·····.

삼선은 왠지 마음이 무겁다.


요괴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마왕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저놈이 저런 정도라면 이놈도 그럴 터였다.

그런데 요놈이 생긴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순진하게 허물어진 석탑을 쌓으려 하다니·····,

부리부리한 눈동자에서 살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삼선은 그가 무섭지가 않았다.

조금 색다르지만 무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불로주를 마시게 만들면 불같은 성정이 가라앉을 터였다.


그리고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정성을 다하면 그만이다.

만사가 무사할 터여서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삼선이었다.

삼선이 말했다.

“과거를 수정하려면 수정별궁에 가셔야만 가능합니다.”

삼선이 박속처럼 하얀 치아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서 색기가 풀풀 날리는 듯싶었다.

“수정별궁이 어디에 있는지 당장에 말하라.”

천마가 명령조로 말하자 삼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괴치고는 너무 건방지고 당차 보여서였다.

그래도 삼선은 참았다.

불여우가 모셔온 요괴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거기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고 위험합니다.”

천마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게 뭔지 아느냐?”

“·····주먹입니다.”

“틀렸다. 이것은 사내의 용기이며 자존심이란 말이다.”


천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불지옥이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어딘지 말하면 사내로서 너에게 보답할 것이다.”

천마는 요녀가 원하면 만년석균을 선물할 참이었다.

“밖에는 요괴들의 두목인 걸귀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걸귀(乞鬼)라면 도술을 부리는 요괴가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그가 화를 내면 모두가 죽습니다.”

“자네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에 해당하느냐?”


“저도 죽음에 허덕인 적이 많았습니다.”

삼선이 걸귀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뭐-라! 백팔마귀를 한꺼번에 때려잡았단 말이지?”

“아무도 그를 죽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천마는 요녀가 말을 흘리자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술을 좋아합니다.”

“술이라면 나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한단 말이다.”

“그렇다면 술내기를 하면 되겠네요.”


“허허허! 좋다. 그놈을 당장에 불러와라.”

“여기에 주안상을 마련했으니 일단 마시지요.”

천마는 술이란 말에 환장했고 삼선은 웃고 있었다.

눈매가 가늘어진 모습을 보면 뭔가가 수상해 보였다.

“웃지만 말고 속내를 말해봐라.”

“아까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했지요?”

“과다한 소원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들어주겠다.”

삼선은 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수정별궁의 궁주를 혼내 주세요.”

천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수정별궁의 궁주라면 석실에 등장했던 요녀가 분명했다.

요녀가 펼친 마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천마가 버거워하던 이무기를 단숨에 죽였었다.

그런 요녀를 혼내주라는 말에 당황한 천마였다.

“궁주를 이겨야만 이곳을 떠날 수 있습니다.”

삼선은 결정적인 말을 던져놓고 기다렸다.


“석탑을 완성하면 가능하다”

“기대가 크옵니다.”

“나에게는 불가능이 없단 말이다.”

“그리고 요선정에 있는 술을 몽땅 마시는 겁니다.”

“허허허! 그게 복수라면 걱정하지 말아라.”

천마가 웃는데 얼굴에서 휘광이 번쩍였다.

부리부리한 눈가에선 살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단순한 눈짓에 불과했다.


심장이 찢어질 정도로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무슨 놈의 눈초리가 저렇게·····,’

삼선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말했다.

“불로주(不老酒)는 염라대왕이 마신다는 지옥주(地獄酒)처럼 천년 산삼을 통째로 숙성시켰기에 끝내줍니다.”

삼선이 말끝을 흐리며 천마의 눈치를 살폈다.

“불로주의 효능이 그렇게 기막히게 좋다면 내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 내가 비록 달포가 넘도록 쫄쫄이 굶어가면서 악마지도를 다스렸으나 먼저 마셔서 확인해 보겠다.”


삼선이 도술을 부려 술상을 내왔다.

천마가 살펴보니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산해진미였다.

“오-허허허! 고생이 많았겠구나.”

“장부는 한잔 술에 천하를 마신다고 했지요.”

“내 그러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이곳에 들었다.”

삼선이 술 마시기를 권하자 천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술을 맛보다가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관솔이 박힌 손을 거칠게 흔들었다.

단지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알맞은 높이에서 단지가 뒤집혔다.

술을 폭포처럼 쏟아졌다.

천마가 입을 딱 벌리고 앉아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뒤였다.

천마는 불로주란 아주 진귀한 술에 대취한 상태였다.

앉아서도 몸의 중심을 잡으려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삼선도 시중을 들다가 술에 취하긴 마찬가지였다.

흔들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감추듯이 껌벅였다.


삼선이 머리를 뒤로 제쳤다.

달빛에 머릿결에 출렁거렸다.

눈가에는 색기가 물들며 광채가 빛을 발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거기에 등장했다.

걸귀(乞鬼)·····,

빛을 타고 등장해 천마를 훑어보고 있었다.

“우-히히히! 네놈이 이무기를 죽인 천마란 놈이더냐?”

“딸꾹! 오라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 걸귀란 놈이구나.”

“소문에 의하면 네놈이 요녀의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우리는 각자 필요에 따라서 행동했단 말이다.”

“우-히히히! 이무기를 죽었다고 지금 뻐기는 것이더냐?”

“딸꾹! 그렇게 떠벌이지 말고 억울하면 덤비란 말이다.”

“나한테 걸린 이상에는 뼈다귀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천마가 취기 서린 눈동자를 부릅뜨고 걸귀를 쳐다봤다.

남루한 옷을 걸쳤는데 신체가 투명해서 보이지 않았다.

황금으로 빛나는 칼날이 겹겹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천마는 눈의 초점이 흐려지자 천리안을 펼쳤다.

“딸꾹! 그냥 싸우면 재미가 없으니까 내기하잔 말이다.”


“좋다. 무슨 내기를 하고 싶은지 말하라.”

“상대방의 급소에 칼을 찌르고 붙어보잔 말이다.”

“미친놈, 난 마왕급이라 급소가 없다.”

“난 금강불괴라 뒈지지 않는다.”

“좋다. 귀도(鬼刀)에 찔리면 고통에 허덕이다가 죽는다.”

“악마지도는 한기가 강해 몸이 얼어붙을 것이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가슴에 칼을 꽂고는 징그럽게 웃고 있었다.

천마는 옳지 싶었다.


느낌이 전신에 전해진 듯싶었다.

여의주(如意珠),

이무기 삼천 년이나 애써서 만든 음양의 결정체였다.

조화를 부리는 여의주는 무형이라 형체가 없었다.

천마는 여의주의 효능을 굳게 믿고 있었다.

“좋다. 심장에 칼을 꼽히고도 죽지 않았으니 붙어보자.”

“미친 새끼가 완전히 돌았구나. 한방에 뒈질 것이다.”

“내가 죽지 않으면 네놈은 자살하란 말이다.”

걸귀도 성질 급하기로는 천마만큼이나 더럽다.


천마가 앞으로 나서기가 무섭게 진기를 일으켰다.

각기 종류가 다른 진기자 얽혀들었다.

서로가 마주한 상태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중간에 섬광이 번뜩이며 정면으로 부닥쳤다.

꽈르릉!

날벼락에 광채가 번뜩거렸다.

폭풍이 몰아치듯이 회오리바람에 신형들이 엇갈렸다.

둘의 신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봉두난발의 천마와 옷가지가 갈기갈기 찢긴 걸귀였다.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달라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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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삼선의 사랑, +13 22.06.13 201 14 9쪽
32 제사장(祭司長), +10 22.06.11 221 12 9쪽
31 망아정실(忘我正室), +11 22.06.10 234 12 9쪽
30 실종(失踪), +13 22.06.09 245 14 9쪽
29 분신술(分身術), +16 22.06.08 273 18 9쪽
28 걸귀(乞鬼), +17 22.06.07 294 18 9쪽
» 불로주(不老酒), +15 22.06.06 309 17 9쪽
26 무영탑(無影塔), +14 22.06.04 355 12 9쪽
25 꿈(夢), +14 22.06.03 365 17 9쪽
24 이무기의 사체(死體), +10 22.06.02 357 15 10쪽
23 변신(變身), +15 22.06.01 390 16 9쪽
22 요선(妖仙)의 등장, +16 22.05.31 416 20 9쪽
21 무영단기(無影丹氣), +18 22.05.30 435 24 9쪽
20 위기의 연속(連續), +16 22.05.28 471 21 9쪽
19 용지(龍池), +13 22.05.27 490 21 9쪽
18 호조(蝴鳥), +13 22.05.26 507 16 9쪽
17 용쟁호투(龍爭虎鬪), +17 22.05.25 534 26 9쪽
16 여의주(如意珠), +13 22.05.24 546 16 9쪽
15 망이(蝄彲), +21 22.05.23 584 26 9쪽
14 오행검진(五行劍陣), +15 22.05.21 624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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