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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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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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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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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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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84. 준비

DUMMY

매의 시력은, ‘매의 눈’이라던가 하는 스킬로 따로 나와있을만치 탁월한 능력이다.


아래로 넓게 펼쳐진 데슈칸 산맥이다. 경사면에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는 것이 검은 용의 몸뚱아리고. 진흙이라도 잘못 떨어뜨려 묻은 듯한 꼴이다. 그러나 진흙은 아니었고, 살아 움직였다. 헬파이어를 맞고도 생명의 큰 영향이 없는 듯하다. 휘돌면서 춤을 출 때마다 나무들은 순식간에 깎여 사라졌다.


지금 검은 용은 데슈칸 산맥의 어느 봉우리, 정확하게 이름을 따지자면 ‘카운트 산’의 남측 끄트머리를 깎고 있는 이발사였다. 제법 솜씨가 좋았다. 검은 용은 으르렁거리면서 숨을 삭혔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놈의 위에서 호아킨이 멋대로 춤을 추고 있었다.


춤을 추는 검은 용 위에서 춤추는 사자.


시로 적어도 이해가 가지 않을만치 웃기는 말이었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명백한 사실이다. 콘란드 대륙,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지만. 어떤 과장도 비유도 없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다.

그것이 그토록 시적인 헛소리가 된다는 게, 늘 아이러니한 점이고.


현실을 한 번 비틀어 만든 판타지 세계에서는 비현실이 그득하다. 시적인 은유가 현실이 되는 일이 잦았고.

콘란드 대륙에서는 은유로 그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조금 더 처연한 민낯으로 드러난다. 모든 판타지는, 현실을 비틀었을 뿐이다.

설명할 수 없을만치 큰 사연을, 그대로 말할 수가 없어서 판타지로 쓸 뿐이다.


세상에는 기괴한 일이 많고, 소설보다 늘 현실이 지독한 법이었다. 긍정적인 쪽으로나, 부정적인 쪽으로나 마찬가지다. 무릇 밸런스라는 건 늘 필요해서.

비극이 있으면 그걸 감당할 희극이 있는 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조차 말하지 않는가. 판도라의 상자 내부에 들어 있던 희망 한 조각. 그건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이야기의 필수 골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며, 삶을 담은 이야기들은 그것을 닮아 쓰여진다.


콰득!


다시금, 검은 용의 두터운 외피를 까부수고, 호아킨은 도끼의 날로 그 속을 파헤친다. 검은 용의 검붉은 피가 튀었고, 흘러내렸다. 사자는 기력을 돋구며, 검기와 비슷한 수준의 힘을 도끼날에 새겼다.


먼 곳에서, 사자와 검은 용을 보며 릿샤는 다음 약식 헬 파이어를 준비했다. 준비가 완료되었을 즈음, 쏘아낸다.


처음에 부딪힌 곳보다 한참은 아래였다. 검은 용의 몸뚱이에 계속해서 구멍을 내고 있었다. 원래 검은 용이 갖고 있는 재생력이라면 곧바로 구멍이 메워졌어야 하는데. 릿샤의 MP와 속성 데미지로부터 오는 지속적인 충격이 그것을 방해한다. 검은 용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떨어뜨려야 하는 게 원거리 딜러로서, 릿샤의 일이다.


최태현은 릿샤와 조금 떨어진 허공.


라이엔의 뒤에서 부지런히 자철시를 쏘아 날린다. 쉬우우우웅. 또, 피유우우우웅. 쉼없이 스킬 샷을 갈겨대는 궁사의 손이 바쁘다. 어느새 전통 하나가 절반은 비워졌다. 화살이든 포션이든. 소모품은 인벤토리에 한가득 챙겨온 다음이다.


쏟아붓기 위해서 가져온 것들이니, 한껏 쏟아내고 있었다. 상반신의 오른쪽은 특별히 단련되어 있다. 사실 활대를 잡는 왼쪽이나, 하체나 결국은 모두 중요하다. 가장 힘을 많이 쏟는 것처럼 보이는 오른쪽만이 아니라, 그 충격과 탄성을 안정적으로 견뎌내기 위한 다른 부위에도 결국 힘은 들어가야 한다. 물리 스텟이 오를 때는, 대체적으로 한 번에 오른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전체 근육의 에너지량이 있어서, 그것의 총합을 채울 때 스텟은 다음 숫자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한 부위만을 특수하게 단련시켜서 늘어나는 것 역시 가능은 하지만, 일부 부위로 전체 근육 에너지의 요구량을 채우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최태현 역시 화살을 쏘아대면서 물리 스텟을 자주 점검한다. 올바른 자세, 올바른 부하.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근육을 움직인다. 전체 부위에 알맞게 부하가 걸려 근육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고작 게임이라기엔 확실히 복잡한 게임이었다. 그래서 재미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저 아래서 쾅,


하고 폭음이 울리며 릿샤의 약식 헬파이어가 하나 더 구멍을 만들어낸다. ‘크오오오오오.’ 검은 용의 신음 소리는 먼 곳에서의 비명처럼 들렸다. 거대한 생물이 내는 소리라, 멀리 메아리를 치는 듯. 혹은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큰 소리인듯. 그렇게 느껴진다. 근처의 허공을 가득 메우는 진동이었다.


제냐는 그 아래로 떨어져 내려간다.


라이엔이 브라운을 아래로 다시 내려 박는다.


유성처럼 브라운이 떨어진다. 이번에는 검은 용의 꼬리 즈음을 향해서였다. 골고루 다져줘야 검은 용이 정신을 못차리리라.


대각선 방향으로 그대로 내리 꽂히는 새의 기세는 화살보다 훨씬 빠르다. 총알보다는 느렸고 말이다. 바람을 가르는, 바람 이상의 고체가 검은 용을 향한다.


제냐는 다시금 벨트 따위를 움켜쥐고 있다. 몸을 최대한 바짝 엎드리고, 기력을 발휘한다. 제 온 몸에 수직 보행술의 묘리를 섞어, 접착력을 만들었다. 브라운의 몸에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제냐가 중얼거렸다.


[지금, 아래로.]


라이엔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제냐가 뭘 바라는지 알고 있었다. 제냐는 비스트 슬레이어와 벨트 그립을 한 번에 잡고 있다.


대각선 방향으로 날아가던 브라운이,


곧장 수직으로 몸을 꺾었다. 중력의 방향 그대로 꽂히는 벼락같은 매의 기세다. 제냐는, 방향이 꺾이고 이제 검은 용의 몸이 고작 수십 미터 정도 앞으로 다가오자, 자세를 가다듬고 몸을 날렸다. 기력술이 반드시 필요한 동작이었다. 제 몸을 바깥에서 끄집어 당기고, 날려 보내는 힘이 필요하다. 소드 마스터 즈음 되면 거의 UFO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비행까지는 불가능하지만,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관성 제어 따위는 가능했다. 제냐는 그 속도 그대로 쏘아지고, 브라운은 아까 그러했듯 다시금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며, 몸을 접어 회전한다.


중력 방향 그대로 꽂히던 유성같던 새. 그건 다시금 부리를 틀어 허공 높은 곳으로 대가리를 향했다. 제냐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 자루의 검과 함께 날아간다.


검기가 다시금 푸르게, 생겨나 검은 용의 외피를 노렸다.


“습.”


짧게 숨을 들이마신다. 주변에서 흘러가는 바람의 속도와 압력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게끔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초인의 감각은 자신이 어디로 떨어질까, 를 제대로 예측해냈다. 기력 감지술을 써서 자신의 위치를 찾았고, 정확한 타이밍에 두 자루를 다시금 휘둘러낸다.


흑색장도와 비스트 슬레이어. 모두 날카롭고, 또한 단단하다. 기력을 잔뜩 사용해 강화를 해도 무리가 없는 녀석들이었다. 검은 용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도구들이다. 사용자의 실력과 기력만 받쳐준다면 말이다.

중요한 건 제냐였다.


중력에 따라 떨어지는 유성체, 뭐 그런 게 된 상황에서 제냐는 X자로 교차해 베었다. 검기는 극한으로 집중이 되었고, 거기에서 다시 기력을 발출시켰다. MP를 더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력이 정련되어 유형화된 칼날을 벼렸고. 그 기력의 칼날 위에 다시금 일렁거리는 검력이 쌓여 바깥으로 터져나온다.


검기의 위에 기력을 덧붙인다. 썬더 인챈트와 파이어 인챈트까지 추가를 해주고. 흑생장도가 붉게 불꽃이 타오른다. 비스트 슬레이어는 번개를 두른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고.


떨어지는 낙하의,


관성의 흐름에 따라,


제냐는 검은 용의 몸통 위에 부딪혔다.


단순한 부딪힘은 아니었고, 그 모든 충격을 앞으로 쏘아내는 베기에 집중시킨다. 쾅! 그리고, 촤악.


검은 용의 검은 몸뚱아리는 그 단단한 외피가 마치 없는 것처럼 부드럽게 잘렸다. 그만큼이나 잘 갈아낸 검기라는 뜻이었고, 내부까지 검력의 파도와 속성 데미지가 들이닥쳐 태우고 찢고 지졌다.


“크르르르르.”


멀리서 우는 용의 신음 소리가, 하단부에 있는 제냐에게까지 들린다.


운석처럼 갖다 박은 제냐는 다리로 충격을 느끼며 잠시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검은 용의 몸뚱이는 내부의 시커먼 살을 드러내었다. 검붉은, 오래되어 산화 반응이 지독하게 일어난 듯한 피가 흐른다. 아주 짙은 녹색 빛깔마저 섞인 듯하다.


제냐의 키만큼이나 깊게 베인 상처 자국이었고, 내부의 살들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넘쳐 나오는 피의 양이 예상보다 많지는 않다. 열량이 순식간에 부위를 지져버리며 지혈을 한 탓이다. 이미 죽은 세포들이고, 그것들을 밀어내며 제 몸을 재생시키려면 더 많은 MP를 소모해야 하리라.


제냐는 다리로부터 오는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멈춰 있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몸으로도 받은 충격을 풀어내려 부지런히 기력을 돌린다. 그리고 그 아픔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줄어들었을 캐릭터의 HP가 문제라는 듯 다시금 검은 용의 몸 위에 칼부림을 얹는다.


순식간에 타들어가 지혈이 되어버린, 죽은 살에 참격을 날린다. 외피와 그것을 이루고 있는 보호막이 뚫리자 내부는 조금 사정이 나았다. 제냐는 토목 공사를 하는 인간과 비슷한 심정이 되어서, 거체를 깎아간다. 조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살아 움직이는 검은 용은, 건방지게 자신의 몸뚱이 위에서 조각을 하려는 사냥꾼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검은 용은 긴 기성을 토해냈다. 멀리서 울리는 뱃고동처럼, 데슈칸 산맥의 일각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하늘을 메웠다. 구름도 떠는 것같은, 착각이 일었다.


고작해야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검은 벌레의 소리에 하늘이 떨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적어도 데슈칸 카운트 산의 초목들을 떨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검은 용을 잡겠다고 모여 있는 다섯 명의 건방진 인간들을 떨게 하기에도 말이다.

제냐 일행이 정신적으로 겁을 먹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단지, 공기의 떨림이 지독해서 그 몸이 조금 떨었다는 것뿐이다.


검은 용은 거대한 소리를 냈고, 상체를 들어올렸다. 대가리부터 코브라처럼 서서히 일어난다. 그 뒤꽁무니도 동굴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경사면에 지저분한 밧줄이 늘어진 것처럼 있었다.

검은 용의 대가리 부분이 허공으로 쑥 올라간다. 순식간에 고도를 높여, 수십 여 미터 이상에 닿는다. 릿샤와 브라운, 그리고 썬더스를 노리는 움직임이었다.

금세 제 몸뚱이의 절반 정도를 꼿꼿이 세웠고, 그보다도 더욱 올라간다.


릿샤는 약식 파이어볼을 만들며 던지려는 제스쳐를 취하다가, 검은 용을 피해 더욱이 올라갔다. 부우웅,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워메이지의 몸이 가뿐히 난다. 릿샤의 근처에는 풍술을 조작해서 만들어낸 바람이 있었다. 유색의, 초록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기류들이다.

그것이 릿샤의 몸 근처에 머물면서 썬더스나 브라운 못지 않은 완벽한 비행을 구현하고 있었다.


라이엔은 릿샤의 비행 솜씨에 놀랐고, 릿샤는 반대로 라이엔의 조종 솜씨에 놀랐다. 라이엔도 나름대로 정확성이나, 집중력에 있어서는 특출난 면이 있는 여성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기도 좋아하지 않고. 그저 수더분하게 죽은 듯 살아가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라 그렇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 전에 제 입으로 무언가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게 그냥 그녀의 성격이었고, 릿샤는 깨나 시간이 걸려 라이엔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다.

단순히 요행만으로 레벨 100을 뚫고 고수가 된 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나름의 특별함이나 게임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그러면 고수급이라 불리우는 레벨 100에는 다가가지도 못하게 만들어져 있다.


애초에 서바이벌 게임이라며 나온 것 이외에도, 괴랄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점이다. 이 시나리오 온라인을 제대로 이겨내는 이들이라면 정말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쏟아 부은 부류일 테다. 집중을 하고, 열정을 쏟아붓고.

그렇지 않으면 길을 열어주지 않는 혹독한 게임이었다.


혹독함은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누군가가 트라우마를 앓을 정도로 정말로 혹독함을 만들어 넣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게끔, 실물 재료가 아닌 향만을 첨가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실제의 삶에 비하면 시나리오 온라인의 그것은 별 것 아닐 거다.


“이런 싯.”


옅은 발음으로 욕설을 뱉으면서. 릿샤는 올라오는 검은 용의 대가리를 피한다. 라이엔 역시 멀찌감치 거리를 벌렸다.


산맥의 경사면. 그 근처에 있다면 키로미터 단위로 멀어져도 공격은 가능했다. 같이 썬더스의 등 위에 타고 있는 최태현의 이야기였다. 어차피 뻥 뚫린, 산의 봉우리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주변에 방해할만한 장애물만 없다면 공격은 큰 무리가 없다.

검은 용이 한 자리에 계속 있게끔, 잡아둘만한 어그로 관리자가 있다면 말이다. 최태현은 이리저리, 요란스럽게 썬더스가 움직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자기의 일을 했다.


갈색 매가 허공을 누비는 동안, 그 위에서는 계속 무언가가 날아갔다. 최태현이 쏘아 날리는 화살들이다.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그것들은 미사일이 그렇듯, 허공에서 속력을 더하거나 방향이 휘어지며 멀리 있는 검은 용의 몸통을 때린다.


워낙 거대한 대상이라서 쏘아 맞추기는 편한 점이 있었다. 최태현은 정신이 없었으나, 몰입하고 있다. 주변으로 휘휙 지나가는 광경들이 어지럽지만, 한 점에 집중을 한다. 화살을 쏘아내는 행위 하나에만 계속해서 몰두를 한다. 생각이 단순해질수록, 행동은 과감해지고 빨라진다. 쓸데 없는 것들을 쳐내는 작업의 반복에 가깝다. 한 가지 목적에 다가서는 일은.


비워내고, 비워내고, 깎아내고.


최태현은 팔을 들어 화살을 걸고, 당기고, 기다렸다가, 쏜다. ‘기다렸다’가의 부분에서 초인적인 근력의 힘과 초능력자로서 기력이 어마어마하게 쓰였다. 푸른 물약은 많이 마셨다. 그럼에도 슬슬 약효가 떨어지고 있었다. MP를 채워주는 푸른 색의 물약은, 위장에 들어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효능을 발휘한다. 그의 MP바Bar, 선형적인 그래프로 남은 잔량을 표시한다면 약간씩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리라.


푸른 물약이 채워주는 추가량이 점점 줄어들고 그가 쏟아내는 소모량이 계속 치솟는다. 라이엔이 곡예처럼 비행을 하고, 허공 이곳저곳을 누비는 동안 그새 몇 발을 더 쏘아낸다. 자철시는 묵직하게 들렸다가, 빠르게 날았다. 곧 전통이 다 비워질 때 즈음이 되어서야 최태현은 다시금 인벤토리를 열었다.


깜빡거리면서, 자신의 오른쪽 눈을 두 번 감았다 뜬다. 누가 보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을만큼, 큼지막한 동작으로 윙크를 하듯 말이다.


그것이 캐릭터 인터페이스 설정으로 약속한 제스쳐다. 인벤토리가 켜졌다. 최태현의 앞에 반투명한, 초록빛의 창이 말이다. 제냐의 것은 푸른색을 바탕으로 하는데 반해서 다르다. 여러가지 기본 설정들의 색감은 사용자가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색깔로 한다던가, 아예 투명도를 높인다던가. 혹은 시커먼 색으로 바꾼다던가.


최태현은 드르륵, 하고 손가락을 긁어 소모품 현황을 잠깐 보고, 위에 있는 것들 몇 개를 빼낸다. 검지의 끝으로 살짝 건드려주면 리스트 중 물품이 불룩, 튀어오르는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 상태에서 집어내듯이 살짝 붙들어 빼면, 곧바로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다. 바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시야 얖 몇십 센티 정도에서 나타나는 창이었다.


푸른 물약을 꺼내자마자 따서 마시고, 바깥으로 버린다. 고급품이었으나, 소비하는 속도는 빠르다. 이렇게 마시려고 산 것이기도 하고. 검은 용을 리타이어 시킬 때까지는 부지런히 마셔야 한다.


‘액체 소화’라는 스킬도 있었다. 포션류를 조금 더 많이 소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패시브 스킬로, 굳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전투 클래스로 오래 플레이를 하다보면 얻게 된다. 사람마다 얻게 되는 시점은 다르지만. 최태현도 중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얻었다.

액체 소화를 얻기 위해서 일부러 액체류를 무식하게 마시고 소화하고를 플레이 타임 내내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행위의 반복, 경험의 누적. 그리고 시스템 상 어떤 특정 조건의 만족이 일어나면 스킬이 얻어지기에.


최태현도 공략법을 보고 플레이를 하는 부류였기에 미리 알고 있었다. 아직 그리 레벨은 높지 않지만, 확실히 땀 따위로 수분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번의 전투에서 소화할 수 있는 포션량이 계속 조금씩 늘어난다.


‘액체 소화’의 경우에는 일반 스킬이었고, 아주 획기적인 변화까지는 만들지 못한다. 초인적인 수준으로 소화량을 늘려주지는 못하고, 그저 일반인이 감당 가능한 액체량에서 아주 많아져봐야 150% 정도로 증가시켜 주는 정도였다. 전투를 하고 있는 내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몇 병의 플라스크 병같은 것을 돌려 까서 마시고, 던지고. 순식간에 해 낸 최태현은 마지막으로 가져온 스킬 페이지. 스크롤 아이템들의 종류를 훑어보며 리마인드Remind 했다. 초상술사로서의 능력의 거의 없다고 해도 좋았지만, 1회용의 스킬 페이지들을 이용하면 누구나 강력한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다만, 더럽게 비싸다. 물량 역시 제한적이라 무한정 구할 수 없었고 말이다. 플레이어 상점을 이용하면 살 수는 있지만 종류가 정해져 있고 비쌌다. 차라리 NPC나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든 것을, 콘란드 세계의 시장을 돌아다니며 구하는 게 조금 더 싸다. 그러나 그건 스크롤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질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총량이 적다.


비싸기는 하지만, 사냥이 쉬워질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다. 그간 네임드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몰아서 처리함으로 목돈을 벌었다. 앞으로의 플레이를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라면 전부 쏟아내는 것도 무리한 일은 아니었고, 그래서 몇 종류의 스킬 페이지가 수십 쪽 정도 들어 있었다.


최태현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를 머릿속으로 가늠해본다. 라이엔이 썬더스를 움직여, 허공을 길게 선회할 때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통을 집어들어, 꺼낸다. 비워진 화살통은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돌고 있는 썬더스의 위에서 용케도 움직인다.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듯이. 적응에 따라 다른 것이다. 처음에는 썬더스의 등이 지독하게 불안정했지만. 의외로 탄탄한 안정감이 있고, 쉽게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라이엔 그녀가 직접 타고 있기에.


라이더로서 어떻게 썬더스를 조종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지 깨닫고 다루기에 그렇다. 위에 있는 사람의 탑승감을, 그래도 나름 배려하는 중이다. 그 배려로 인해 최태현은 능숙하게 전통을 갈고, 다시 자신의 앞에 전통을 눕혔다. 자철시들은 방향이 바뀐다고 쉽게 빠지지 않는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화살과, 전통이었다. 한 발을 제 손으로 직접 빼낸다.


백룡각궁의 위엄은 여전했다. 어깨에 잠시 걸어둔 것을 퉁, 올려 쳐서 빼고 자세를 잡는다. 시위에 걸고, 스킬 샷을 준비한다. 파워 샷, 차지 샷. 그것들에 더불어 궁수로서 사용 가능한 비기들을 모조리 써먹는다.


유도가 되듯, 검은 용을 향해 궤적이 휘어갈 테였다. 공중에서 몇 번의 가속을 해낼 것이고. 마지막에 착탄되었을 때, 최태현이 과도할 정도로 밀어넣은 화살촉 부근의 기력이 대폭발을 일으킬 거다.


검기와 같은 방식으로, 기력을 정제해서 그 끝에 담기에 관통력 역시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최태현도 제냐와 같이 고수급을 향해서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아직까지 레벨 100을 달성하지도, 마스터의 칭호를 얻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최태현의 기력술, 궁기弓氣술은 완성 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MP가 쭉 빨린다.


실제로 사용을 하면서, 그래프를 눈 앞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감이 사용자에게 있었다. 어느 정도 소모가 되는구나, 소모되는 기세가 얼마나 빠르구나 하고. 파괴의 의지를 가득 담아, 동료들을 위해서.


다시금 자철시를 쏘아낸다.


라이엔과 최태현이 허공을 빙 돌고, 그가 화살을 쏘아낼 때. 그보다 위에서 릿샤는 다시금 양 팔을 위로 들어올리고 헬파이어를 완성시켰다. 지금부터는 계속해서 때려 박는 일의 반복이었다. 결국 검은 용도 생물이었고 HP가 한정적이다. 릿샤는 틈이 날때마다 포션을 입에 머금고, 마셨다. 고농축의, 최상급의 포션들이었다. 제냐와 최태현이 쓰는 것보다도 더 말이다.


고급품의 포션을 특수한 방식으로 정제해서 만들어낸, 초상술사들 전용의 특제품이다. 제냐 역시 구할 수 있었지만 쓰지 않는다. 맛이 지독하게 없기도 하거니와 초상 스킬에 완벽하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도 있었다. 동급의 푸른 포션 라인보다 많은 양의 MP가 회복되지만 회복 직후 MP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당장 초고속으로 움직이면서 난전을 벌여야 하는, 기력술사로서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 제냐에게는 치명적이다. 다소 거리를 두고 초상술에 집중하며 MP들을 제어해낼만한 여유가 있을 때는 써먹을 수 있겠지만.


릿샤는 특유의 독기와 강력한 의지력으로 곧잘 빠르게 적응을 했다. 그럼에도 아마 검은 용에게 딱 붙어 있는 상황이라면 그녀 역시 곤혹을 치렀으리라. 의지력이 갈고 닦이고, MP 사용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그 초능력은 손과 발처럼 움직이게 되는데. 잘 움직이던 손과 발이 마비가 온듯 저리고 잘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0. 몇 초 정도의 딜레이가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지고, 감각의 이상은 아주 큰 일이었다. 릿샤는 그 일순의 ‘저림’ 현상을 빠르게 회복해내고 있기는 하지만. 딜레이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연금술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약물 조제학자, 메이킹 클래스의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약물이었다. NPC나 유저 모두 있었고, 포션류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이들의 학파 역시 분명한 갈래로 존재한다. 콘란드 대륙 내에.

제작 계열의 플레이는 파고 들어가다 보면 방대한 갈래와 깊이가 있는 컨텐츠였다. 전투 클래스의 유저들이 게임의 클리어 씬을 먼저 맛볼 수도 있었지만, 결코 적지 않은 확률로 제작 클래스의 저력도 메인 스토리를 노리고 있었다.


랭커들의 전체 비율에서도, 전투 클래스가 가장 높기는 하지만 제작 계열도 상당하다. 약 30퍼센트 정도가 비전투 계열이었고, 생산직에 속한다. 그 외 10퍼센트 정도가 정치, 외교 따위의 스킬을 빌드업시켜 시나리오 온라인을 철저히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즐기고 있었다.

초고도의 AI가 학습을 통해 만들어낸 시나리오 온라인 속 NPC들. 그들의 인격과 반응, 그들이 빚어내는 스토리의 깊이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준이었다. 단순히 그래픽적인 측면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서 느낄 수 있는 디테일에 있어서도 비련의 시나리오는 동시대의 그것들을 분명하게 추월한다.


그런 NPC들을 상대로 ‘정치’라는 분야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상당한 자질이 필요했다. 현실에서도 관련된 직업이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해낼 수만 있다면, 분명히 가장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이들이기도 했다.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NPC들의 세계를 이용해내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여태까지 플레이어들이 죽어라, 레벨 업을 하고 스펙을 올렸음에도 NPC들의 최강자를 이기지 못하는데.


물론 그 정도의 고레벨 NPC들은 정치 계열 플레이어가 아무리 구슬려도 움직이기 쉽지 않기는 하다만. 그런 자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정립된 대국들의 사회 체계, 공권력, 군사력 따위를 유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콘란드 대륙의 정복에 가장 가까운 일이리라.


꼭 ‘정복’을 해내야만 메인 스토리의 클리어이며 게임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정복’이라는 건 가장 떠올리기 쉽고, 직관적인 메인 스토리의 이해이기도 했다. 결국 비련의 시나리오는 콘란드 대륙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플레이어에게 준 것이다. 이 세상을 정복해봐라, 하고 말이다.

‘정복’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것이 물리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든. 혹은 다른 비물리적이고 보다 가치주의적인 것이든 할 수 있겠지만.

분명 정복이라는 건 이 게임의 향방을 결정하는 키워드였다.


젊은이들은 다들 자기들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정복해보겠노라, 포부를 열고 패기를 부리며 날뛴다. 그 객기에 용기나 지혜가 곁들여진다면, 많은 성취를 이루어낼 수도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고. 기성세대는 늘 그런 이들의 만용을 즐거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모자라고, 멍청하고. 혹은 악의가 있지만 않다면 말이다.


그들의 열정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지 않는가,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유지자’들의 의견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들도 최초에는 그런 열정과 변화를 향한 추구로 달려가서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젊은이의 마음은 결국 늙은이가 가장 잘 알게 되어 있었다. 누구보다도 젊음을 추구했던 이들이 닿는 곳이다. 안정과, 평안이라는 자리는.


긴 말이 있었으나, 어쨌든 릿샤는 입 안에 머금은 푸른 물약을 전부 삼켜내고, 허공 위로 올라온 뱀의 대가리를 향해 손을 내렸다.


위에 들고 있던 돌덩이를 집어 던지듯이 굴었다.


작은 태양처럼 만들어진 이글거리는 구체는, 거진 백색에 가까운 빛을 토해내면서 떨어진다. 릿샤가 정확히 휘두른 팔의 궤적을 따라 부웅, 움직였다가 종래에는 쏘아진 총탄처럼 날아갔다. 그 정확한 구체의 모습이 약간 일그러져 보일 정도로 빠르게 허공을 날았고, 마침 릿샤를 반기듯 올라와준 검은 용의 머리 부위가 가깝다.


쾅!


하는, 아찔한 폭음과 함께 불덩이가 터져나갔고, 그 벌린 아가리 속으로 데미지가 들어갔다. 검은 용의 머리 부위와 꼬리 부위는 특별히 강하다. 거기에 MP가 많이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 실제 부위의 단단함 역시 강력했다. 함부로 공략당하지 않도록 그렇게 설계된 생물체였다.


벌린 입 속에 약식 헬파이어가 들어갔으나, 검은 용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지도 않았다. 그저 식도인지 뭔지 모를 길을 태우며 내장에 깊이 상처를 냈고, 폭발을 일으키며 연기를 뿜었을 뿐이다. 분명히 데미지였지만, 치명상이냐고 물으면 알 수 없었다. 대신 검은 용의 화는 돋굴 수 있었고, 놈이 더 요란한 춤을 춰댄다.


이미 삭발이 상당히 진행된 카운트 산의 남부면이다. 검은 용은 아주 집요한 독기를 가진 이발자가 되어서 나무들을 떨어뜨린다. 작은 수준의 산사태가, 용이 춤을 출 때마다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멀리 있는 산의 아래 지형까지 토사물, 바위, 나무의 잔해 따위가 떨어졌다. 그 경로에 있는 동식물들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본디 산의 겉면이 아니라 내면을 파고 들어가 암석을 부수어 씹고 다니던 검은 용이다. 놈의 몸부림은 산의 성긴 외면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파워풀했다. 암석이 아닌 나무들은 너무도 쉽게 부러지고, 부서졌다. 겉면을 이루고 있는 흙들도 쉽게 바스라졌고.


검은 용이 코브라처럼 허공에서 꿀렁대며 춤을 춘다. 과히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고, 짜증이 난다. 릿샤는 다시금 헬파이어를 장전했고,


릿샤가 바라보고 있는 정면, 멀리에서 썬더스에 탄 최태현이 화살을 날린다.


요동치는 검은 용의 상반신에 계속해서 자철시가 날아와 박았다. 쾅, 그리고 쾅! 헬파이어가 터질 때보다는 약한 소리였지만 결코 작지 않았고, 결코 적지 않은 데미지가 축적되어 간다.


검은 용이 올라서면서 호아킨은 뒤쪽으로 물러서서, 땅바닥에 아직 붙어있는 몸을 계속해서 갉아나갔다.

검은 용은 짜증이 나고 있었다. 벌레같은 크기를 가진 무언가가 계속해서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쉽게 죽지도 않았고, 아주 아픈 공격을 반복한다. 검은 용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몸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면서 공중에 있는 새를 씹어먹으려 했다. 라이엔은 용케 피한다.


거리를 두고 곡예 비행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건 라이엔이 이 게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것을 중점적으로 갈고닦아서 고수급에 도달한 것이니 말이다.


검은 용의 아가리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계속해서 화살을 쏜다. 애초에 상당히 멀기도 했고, 가까이 갔을 때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수준의 회피 기동을 보였다. 릿샤는 위쪽으로 고도를 높여 용을 피해내고, 헬파이어를 쏟아 붓는다.


날파리들이 많다. 검은 용은 지독하게 쌓이는 화를 내면에 담았다. 재생력을 위해서 쓰이는 MP중 일부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용의 내장에서 MP가 모이고, 준비를 했다. 발사 준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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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4. 사냥감 A 24.03.10 16 1 12쪽
214 213. 이미 따라진 와인, 근처로 달려온 골칫덩이 24.03.10 16 1 16쪽
213 212. 조금 시간이…. 24.03.10 14 1 17쪽
212 211. 한 번 불꽃처럼(악의) 24.03.08 15 1 21쪽
211 210. 미치광이는 그네를 거꾸로 탄다. 24.03.07 15 1 21쪽
210 209. 이동移動 24.03.06 14 1 20쪽
209 208. 지루한 옮김, 라이엔의 상념 24.03.05 17 1 21쪽
208 207. 지루한 옮김 24.03.05 16 1 14쪽
207 206. 퍼레이드parade 24.03.04 15 1 19쪽
206 205. 거북이 사냥 24.03.03 18 1 36쪽
205 204.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24.03.01 13 1 12쪽
204 203. 화살막이 24.03.01 14 1 19쪽
203 202. 방패, Shield 24.01.07 19 1 14쪽
202 201. 짜증 24.01.07 13 1 24쪽
201 200. 공습 24.01.06 15 1 22쪽
200 199. 필멸창 24.01.06 11 1 20쪽
199 198. 둘러 앉아서 24.01.05 17 1 14쪽
198 197. "…시작인가?" 24.01.05 16 2 23쪽
197 196. 띄어쓰기 24.01.05 12 2 15쪽
196 195. 호아킨은 웃었다. 24.01.05 9 2 11쪽
195 194. 귀퉁이 24.01.03 14 2 12쪽
194 193. 가즈아 24.01.03 15 2 14쪽
193 192. 독주 24.01.02 1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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